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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226화 (226/741)

225화

도진의 말에 오대용이 발경이라도 한 대 맞은 듯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아니 초면에 부부사기단은 또 뭐야."

"초면이라니. 이제 커플 됐다고 솔로는 볼일이 없다는 거야? 너무하네."

"아니, 어디까지나 오늘 초면이라는 거잖아. 아니, 그보다 뭐? 솔로?"

"좀 진정해, 바보야."

사정없이 흔들리던 오대용을 언제나처럼 주정아가 딱 붙잡아 고정시켰다.

"근데 진짜 웬 부부사기단이야?"

지켜보던 레드슈의 리더 박소진의 물음에 도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쟤들 내일 64강에서 만나잖아. 근데 수련 안하고 데이트를 하고 있으니 부부사기단이지."

"아, 그렇구나."

"아니 그렇구나가 아니지, 소진아……."

납득해 버리는 소속 아이돌의 모습에 사장 오대용은 한탄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두가 웃었다.

어디까지나 다 농담이었다.

오대용과 주정아는 분명히 내일 64강에서 운명의 장난처럼 맞붙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련을 게을리하는 건 아니었다.

군인이라고 해서 하루종일 훈련만 하는 게 아니라 일과 시간과 개인정비시간, 그러니까 자유 시간이 있듯 무림인 또한 하루종일 수련만 하는 게 아니다.

근육이 성장하는 데엔 운동만이 아니라 휴식까지 필요하듯, 무림인 또한 수련과 휴식의 비중을 잘 나누어야 했고 오대용과 주정아는 그것을 전문적으로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한 가지, 그 쉬는 시간을 둘이서 맞췄다는 데에서 '사기단'은 농담이지만 '부부'라는 것만큼은 마냥 농담이 아니란 게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이야 커플이지만 미래에는 부부가 될 것이라고, 도진은 스승 위지혁에게 배우고 있는 이치와 장호에게 배운 사람 보는 법으로 확신을 하고 있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거라지만 적어도 오대용이 주정아에게서 벗어날 가능성만큼은 없다고 도진은 확신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콘텐츠 만드는 거 좀 도와줄까요?"

"어, 그래도 괜찮아? 데이트 해야 하잖아."

"우리 회산데 이럴 때는 일 해야죠."

"오 그것도 그렇네."

주정아와 주교은의 대화로 바른 엔터 식구들이 모두 합쳐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게 됐다.

딱딱한 건 아니고, 함께 다니면서 여기저기 정말로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런 현장감 있는, 그리고 도진과 오대용, 주정아까지 함께 한 사진들이 웹 예능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일행의 수가 더 늘어났는데, 우서진과 상미를 포함한 동생들이었다.

첫날과 달리 오후에야 온 것은 당연한 이유였는데 오늘이 특별한 것이 전혀 없는 평일이었기 때문이다.

첫날이야 여러가지 조건이 맞았던 데다가 공휴일이어서 아침부터 왔지만 방학도 아니고 각자의 일이 있는 동생들이 매일같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축제를 즐길 순 없었다.

때문에 첫날 이후로는 각자 학교나 일 등이 끝나고 이렇게 오후에 모여 오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안녕!"

"네,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누고 단체 관광이라도 온 듯 큰 무리가 되어 축제를 함께 즐겼다.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 된다더니 신기하게도 그것이 정말이었음을 도진은 체감하게 되었다.

"어? 저건 뭐야?"

그 즐거움에 미소를 띠고 있던 도진은 유진이의 목소리에 시선을 향했다.

커다란 강당 바깥에 커다랗게 번호가 쓰여진 조끼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아, 저거? 일반인 가요제 참가자들이야."

"일반인 가요제?"

"응. 가수들만 가요제를 하는 게 아니라 일반인 참가자들도 가요제를 하거든."

그러면서 도진은 유진이에게 일반인 가요제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한 달 전부터 참가 신청을 받아 예선전을 거쳐 본선에 오른 사람들로 축제 기간에 야외 무대에서 가요제를 진행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랭킹전 가요제의 2부였다.

"헤에……."

도진의 설명에 유진이의 눈이 반짝이며 오가는 사람들을 담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도진은 유진이가 이 가요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음을 꿰뚫어 보았다.

"유진이 너도 참가하고 싶어?"

"응. 그런데 이번에는 안 되잖아?"

"그렇지."

지금 보이는 사람들은 예선을 거의 다 통과하고 마지막 관문만 남겨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이제와서 유진이가 참가하는 건 무리였다.

'그렇지.'

유진이가 연예계를 동경했었다는 걸 도진은 이제 알고 있다.

그런 유진이라면, 랭킹전 축제의 일반인 가요제에 참가하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했다.

'참, 나도 정말로 아버지를 많이 닮았구나.'

이런 쪽으론 머리가 둔하고 세심하게 돌아가지 않는 면이 있다.

조금 더 고민하고 생각했으면 유진이도 참가시키는 게 어떨까하고 말을 꺼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직 어린 나이라는 건 중요치 않다.

예선에 탈락하더라도 괜찮다.

그저 그 경험만으로도 유진이에겐 좋은 추억이자 양분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그쪽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고 가요제에 대해 알게 된 게 최근이라는 건 변명이다.

도진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유진아."

"응?"

"이번에는 안 되지만 내년에는 참가해 보자."

"그래도 돼?"

되묻는 유진이의 눈동자에 기대가 가득하다.

도진은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되지. 누가 안 된다고 하면 내가 혼내줄 거니까 무조건 돼."

"응! 그러면 할래!"

"좋아. 그러면 오늘부터 열심히 연습해야겠네. 여기 언니들 과외교사로 채용할까?"

"오, 그 알바 내가 할래!"

장난스런 도진의 말에 안티체리의 큰언니 설현주가 손을 번쩍 든다.

실제로 설현주는 보컬 트레이너 알바를 하기도 했으니 장난이 아니라 순간 진지하게 고려하는 도진이었다.

"괜찮네요. 내년에는 유진이도 무대에 올라가고 우리 귀염둥이 안티체리랑 레드슈도 무대에 올라갈 수 있도록 노오오오오력 해 봅시다."

"아니 그러니까 그 노오오오오력이라고 하지 마……."

셋째 은미소의 태클에 도진이 하하 웃었다.

오늘도 즐거운 힐링이었다.

* * * *

그날 저녁.

연신극기공을 수련하는 도진의 기세는 웬일로 고요하지 않고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심지어 그 흔들림은 심상세계에서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스승 위지혁과의 대련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녀석. 경지가 조금만 더 높았으면 아주 천재지변이 일어날 기세로구나."

수련의 성과로 그 범위가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진 도진의 천마군림이었다.

그렇게 도진의 영향 하에 놓인 자연의 기세가 속내를 반영하듯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돌풍이 불고 땅마저 들썩이는 듯하다.

누구보다 그것을 체감하고 있는 도진은 그저 아하하, 웃었다.

오대용과 주정아에 이어 64강의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일이 내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보이는 모습이었다.

위지혁은 그런 도진의 흔들림을 놀리되 나무라진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더 생생하게, 분명히 느끼길 바라며 수련 내내 쉽게 보기 힘든 제자의 모습을 놀리며 즐겼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수업이 끝난 뒤 오후.

도진은 가벼운 수련을 마치고 평소 이상으로 신경 써 샤워를 하고선 전문가에게 맡겨 훌륭하게 칼각을 낸 교복이자 무복을 입었다.

여기에 오대용에게 상담하여 산 향수를 은은하게 뿌리고 머리까지 정리했다.

"…어디 데이트 가니?"

"네. 데이트라면 데이트네요."

평소와 다른 모습에 묻는 한유아에게 도진은 은은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 대답에 한유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는데, 신경을 써 꾸민듯한 모습도 모습이지만 그 이상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와 기세 때문이었다.

평상시의 도진은 있는 듯 없는 듯 기세가 강하지 않다.

워낙 그 이름이 높아 사람들이 특별시하기 때문이지 만약 명성이 아니었다면 길을 가다 보아도 인식하기 힘들 정도로 존재감마저 희미한 것이다.

한데 오늘은 아주 많이 달랐다.

마치 제어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 기세가 흔들리며 주위를 두르고 있었다.

덕분에 도진을 마주한 사람들이 흠칫 놀라며 물러서는 진풍경마저 벌어졌다.

'아니 정말로 데이트라도 하러 가는 거야? 소담이는 바쁠 텐데?'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정보를 취합하는 한유아.

그리고 이내 답을 찾아낸 그녀는 약간 쓰게 웃었다.

'이렇게 보니 또 애는 애네.'

그렇게 답을 찾아낸 한유아와 달리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평소와 다른 도진의 모습에 시선을 보내곤 했다.

도진이 흘리는 기세는 강렬했으나 타인을 위협하진 않았다.

그러나 호랑이가 배부르다고 해서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니 시선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뭐지?'

'무슨 일 있나?'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도진은 천천히 정문으로 향했다.

평소엔 비교적 덜 막힐 만한 시간.

그러나 숭무고의 정문은 여전히 차들로 가득해 북적였으니 랭킹전 축제의 영향이다.

관람객도 관람객이지만 축제 운영을 위해 방문하는 관계자들의 차들로 극심한 정체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정체가 발생하다 보면, 높은 확률로 사고가 나는 법이었다.

"아니 씨발 깜빡이를 쳐 넣고 차선을 바꿔야 할 거 아니야!"

"씨발 깜빡이를 넣으면 풀 악셀을 쳐밟으니 안 넣지 새꺄!"

빵빵!

클락션의 소음과 접촉사고가 난 사람들의 고성이 섞여 분위기가 좋지 않다.

가벼운 접촉사고로 인해 차선 두 개가 막혀 버려 정체는 극에 달해 있는데 싸우는 당사자들의 덩치와 문신, 험악한 인상으로 인해 처리가 늦어지는 듯했다.

통제 요원들이 있기는 한데, 그 통제를 귓등으로도 안 들을 인상들이었다.

도진이 그 현장으로 다가가 말했다.

"여기서 싸우시면 안 돼요."

"……."

"……."

넌 뭐야 이 새끼야, 라는 고함이 터져 나와야 할 타이밍인데 당사자 둘 중 어느 쪽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스으으으으-

도진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그들을 '분노조절아주잘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웃으면서, 느긋하게 말을 하는데 온몸으로 느껴지는 기세가 평소 성질 대로 할 경우 앞으로의 인생에 아주 지대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걸 알려 주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인상과 완벽하게 반비례하는 순한 양의 얼굴로 대답하고선 차를 갓길로 빼고 얌전히 보험사의 직원을 기다리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그들의 협조에 도진은 인사하고서 다시 정문 앞으로 돌아가 누군가를 기다리듯 섰다.

지나가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잠룡 김도진이 기다리는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 하며 지켜 보았다.

그리고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주인공들이 탄 차량이 등장했다.

흔히 볼 수 없는, 어쩌면 평생을 가도 한 번 볼까말까 할 만큼 특별한 SUV가 정차하고 중년의 부부가 내렸다.

'와, 저거.'

장인이 한 땀 한 땀 직접 착용자만을 위하여 만들어내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유명 브랜드의 양복을 입은 부부에게로 도진이 다가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장님, 사모님."

"……!!"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잠룡의 그 인사에 지켜보던 모두가 경악했다.

'뭐, 뭐야?'

그 누구에게도 허리를 굽히지 않을 것만 같았던 잠룡 김도진의 더없이 정중한 모습은 사람들의 경악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정중한 인사를 받은 중년 부부 중 여성이, 도진의 팔뚝을 찰싹 때렸다.

"얘가 길거리에서 왜 이래."

얼굴이 붉어진 그녀의 이름은 서정원.

도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아버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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