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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205화 (205/741)

204화

도진의 별호는 잠룡이다.

별호란 자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불리는 칭호인데 도진은 잠룡이라 불리니 별호가 잠룡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대로라면 도진에겐 또 하나의 별호가 있으니 다름 아닌 '화화공룡'이다.

본래 장난처럼 나온 별호였는데 이게 마냥 장난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

일단 도진은 소담과 친하다.

안 보일 때 빼고는 붙어다닌다고 할 정도로 소담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으니까.

그리고 이런 부분에 있어 서툰 소담은 자신이 도진을 좋아한다는 걸 능숙하게 감추지 못했고 그 때문에 주변의 친구들은 모두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진은 오성아와 스캔들이 나기까지 했다.

그뿐인가.

바로 그 한유아와도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친한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다.

스스로 말하긴 뭐하지만 검봉이라 불리는 그녀와도 보통은 아닌 사이인데 심지어 학교 밖에서도 꼬마 아가씨의 시선을 끌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뭐, 남자도 예외가 아니긴 하지만.'

다만 그것은 이성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일단 스캔들이 났던 오성아의 동생 오대용부터가 그렇다.

오히려 누나인 오성아보다 오대용이 더 열렬하게 도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미소년으로 화제가 되었던 나지윤도 그렇다.

이렇다 할 사건이 없어 부각되지 않았지만 나지윤 또한 도진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라는 걸 유지은은 주위를 맴돌며 파악했다.

명장 우벽진과 손자인 우서진은 더더욱 눈에 띄는 관계다.

우벽진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눈 시리즈의 오리지널이라 할 수 있는 백설이 도진의 검이며 손자인 우서진은 공공연하게 도진이 우상이라고 인터뷰 등에서 말하고 다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이 넘는 사이인 건 확실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맹호추'라고 불리던 우벽진이 도진과 취미 생활마저 공유할 정도의 사이일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도진은 단순히 화화공룡, 화화공자가 아니라 마성의 남자인 것이다.

단순한 남녀 관계가 아니라 사람 자체를 현혹하는 어떤 것이 있다.

그로 인하여 주위에 사람이 모이는 도진은 다음 세대의 중심에 있을 거라는 확신을 유지은은 하고 있었다.

무림에 국한되지 않는, 다음 세대를 이끌어 나갈 넓은 의미에서의 '후기지수'가 도진의 주위에 모였으며 지금 시대의 중심들 또한 도진의 주위에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 시대의 흐름은 유지은으로서도 한 번에 그려낼 수 없었고 그래서 기대되는 어떤 것이 있었다.

온전히 예측할 수 없는, 감당할 수 있다 단언할 수 없는 그 거대한 흐름이 유지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지은에게 도진은 특별했다.

함께 있으면, 그녀의 세계에 색채가 깃들게 해주니까.

"자, 그럼 출발할까?"

"응!"

"네!"

도진이 일행과 함께 헬스장을 향해 출발했다.

철저한 계획 하에 지어진 단독주택단지 숭무동은 차들마저 느긋하게 다녀 조용하고 또 평화로운 동네였다.

철저하게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도록 지어졌으나 동시에 사회적 관계와 인맥이 중시되는 사람들의 동네인 만큼 주민 간에 교류를 할 수 있는 시설들 또한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 시설들 중 하나가 헬스장, 수영장, 테니스장 등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는 종합 체육 시설이었다.

산을 끼고 지어진 큰 규모의 종합 체육 시설에는 다수의 주민들이 등록하여 다니고 있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자기 관리의 시대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몸을 단련하는 것 또한 자기 관리이며 숭무동에 살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그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니까.

때문에 토요일 아침인 오늘 시설 내의 헬스장은 더욱 붐비고 있었다.

훅-

자동문이 열리자 후끈한 열기가 땀내를 싣고 밀려들었다.

깨끗한 헬스장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깔끔한 모습으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의 운동 욕구를 자극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유진이와 호진이, 그리고 릴리와 윌리엄은 그동안 따로 수련을 했기에 많은 사람이 모여 운동하는 광경은 처음이라 특히 눈길이 가는 얼굴들이었다.

"어서오십시오. 처음이신가요?"

안에 들어선 도진 일행에게 젊은 트레이너가 다가왔다.

몇 명의 트레이너들 중 가장 행동이 빨랐던 트레이너였다.

역시나 깔끔한 인상에 드러난 팔뚝은 체계적인 운동으로 만들어진 듯 우람하면서도 과하지 않다.

숭무동 주민들을 위해 운영되는 곳인 만큼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인정받을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흘끗거리는 걸 다 감추지 못했으니 그 빠른 행동의 이유였던 소담과 유지은 때문이었다.

젊은 트레이너에게 소담과 유지은은 그 외모든 명성이든 자극적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네. 전문적인 헬스장은 처음 와 보네요. 안내를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도진이 대표로 나서서 대답하니 트레이너가 시선을 수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과연 숭무동의 트레이너답게 금방 본업으로 돌아갔다.

"숭무동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다른 절차나 비용없이 회원으로 등록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분들께는 개인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밀 검사 기록을 바탕으로 하여 운동 프로그램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예전이야 적당히 운동을 배우고 건강 목적으로 헬스장에 다니는 경우가 많았지만 무공이 보편화된 요즘엔 이렇게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보편화 되었다고 해도 무공은 무공. 혼자서 단련하는 데엔 한계가 있으니 체계적인 수련을 할 수 있는 헬스장을 찾는 것이다.

규모가 일정 이상인 헬스장들은 이런 사람들의 니즈를 캐치하여 전문화되었으니 다른 곳도 아니고 숭무동의 시설은 더더욱 체계적이고 전문적이었다.

"어때. 해볼래?"

"응!"

유진이와 호진이는 눈을 반짝이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릴리와 윌리엄은 빠졌다.

명문 후작가의 아이들인 릴리와 윌리엄은 따로 무공을 배우고 있었고 때문에 대부분의 무림인들이 그렇듯 신체 정보를 기밀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 불문율이 관심 있어 보이는 눈빛을 하고 있으나 윌리엄이 누나의 앞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실 도진에게 따로 연호신공을 배우고 있는 유진이와 호진이 또한 굳이 프로그램의 시작인 정밀 검사, 인바디 체크를 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것 또한 동생들에게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기에 권유한 것이었다.

아직 입문한지 얼마 안 된 동생들의 지금 신체 정보는 얼마 못 가 큰 의미가 없는 정보가 될 것이기도 했고.

"따로 회원 등록을 하시면 숭무동 주민 분들이 아니셔도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트레이너는 흘끔, 소담과 유지은을 보면서 제안했다.

오늘 소담과 유지은은 주민이 아니어서 하루 사용료를 내고 방문했다.

그 말은 곧 오늘이 지나면 볼 수 없을 거라는 뜻이었는데 꾸준히 볼 수 있도록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진 것이었다.

"그렇군요. 알아보고 괜찮은 게 있으면 신청해 볼게요."

허나 그 기대는 헛된 것이어서, 도진이 대신 대답을 했다.

전생과 달리 도진과 함께라면 외출에 나서는 소담은, 그러나 여전히 도진과 친구들이 아니라면 벽을 치곤 했다.

유지은 역시 '의미'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됐지만 반대로 의미가 없다 생각하면 예전의 태도가 나왔기에 이런 식으로 도진이 커버를 쳐줘야 했다.

애초에 여기서 뭘 제공하든 비봉은 물론이요 '검봉'에게 메리트가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눈치 빠른 트레이너는 그것을 읽었기에 이내 완전히 소담과 유지은에 대한 기대를 접고 업무에 충실하게 됐다.

도진을 대할 때와 자신을 대할 때의 태도가 천지차이니 깔끔하게 포기해야만 했다.

'부럽다…….'

그렇게 생각하며 유진이와 호진이의 검사를 진행했다.

유진이와 호진이는 체중을 포함하여 여러가지 검사를 받았고 금방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트레이너가 상담을 해 주었다.

"상당히 준수한 지표입니다. 무림중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신다면 본격적인 단련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될 것 같습니다."

결과는 트레이너의 말대로 평균 이상이었다.

본래 평균보다 많이 부족했던 것이 도진이 전수한 연호신공을 수련하며 크게 좋아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드라마틱할 정도로 더 좋아지게 될 예정이었다.

무림인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다른 목표를 가지고 달릴 때에도 결코 지치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진학을 목표로 했을 때의 수준으로 알려주실래요?"

"알겠습니다."

동생들이 무림중학교에 진학할지는 아직 결정나지 않았다.

허나 동생들이 익히고 있는 것이 다른 것도 아니고 연호신공이었기에 그 정도 수준은 되어야 운동이 될 거라 판단한 도진이었고 실제로 그러했다.

우선 유산소 운동으로 몸풀기를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우선 벤치 프레스를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벤치 프레스. 소위 말하는 웨이트 3대 운동 중 하나로 본래 초심자에게 권할 만한 운동이 아니었으나 무공이 보편화된 지금은 오히려 웨이트 입문 운동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바른 자세가 중요함은 물론이고 하체 또한 신경 써야 하며 자신의 체형에 따라 자세를 달리해야 하니 정확한 폼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도 있다.

"자, 제 근육의 움직임을 유의해서 보세요."

"네."

트레이너는 벤치 프레스를 시작으로 하여 호흡은 물론이요 근육의 움직임까지 확인하도록 하면서 꼼꼼하게 운동들을 알려 주었다.

비록 변수가 없는 한 하루의 체험으로 그칠 것이었고 앞으로도 동생들은 도진이 전수한 연호신공을 통하여 단련하겠지만 충분히 도움이 될 만큼 양질의 체험이었다.

때문에 동생들 또한 집중하여 트레이너의 말을 들었고 끝날 즈음 호진이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네."

호진이는 친절하게 웃는 얼굴의 선생님을 보며 물었다.

"선생님은 덤벨 몇 킬로까지 들 수 있어요?"

"음……. 글쎄요."

예상치 못했지만 아이다운 질문에 트레이너는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110킬로 정도는…… 도전해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110kg. 바벨도 아니고 한 손으로 드는 덤벨이라는걸 생각하면 놀라운 무게이지만 그가 여기서 일할 정도로 유능한, 그래도 무공을 배운 트레이너란 걸 감안하면 과장이 아닌 오히려 겸손이라고 할 만했다.

그것을 무기로 휘두르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운동을 위해 드는 덤벨의 무게였으니 말이다.

무공이 없던 시절 소위 말하던 '3대 500'이 지금은 일반인 기준으로도 '3대 700'으로 바뀌었을 정도다.

트레이너의 몸을 훑어 본 도진은 아마 120kg까지는 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와아, 대단하시다."

"하하. 고맙습니다."

그는 호진이의 감탄에 웃으며 인사하고선 떠나갔다.

-제법 괜찮은 아이로구나.

-그렇네요. 꽤 인기 많을 것 같네요.

위지혁의 평가에 도진이 동의하며 말했다.

이곳에서 일할 정도로 능력이 있는데 인상이 좋고 몸은 짐승남이라 해도 될 정도로 야성미가 있는데 멋도 있다.

소담과 유지은에겐 어필하지 못했지만 꽤 인기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트레이너를 평가하고 있자니 호진이의 시선이 도진에게로 향했다.

호진이의 시선은 명백히 도진의, 소매에 가려진 팔뚝으로 향해 있었다.

-호오.

위지혁이 약간의 짓궂음을 담아 웃었다.

도진 또한 호진이가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 읽을 수 있었기에 속으로 하하, 웃었다.

그렇게 도진이 짐작한 것을, 호진이가 물었다.

"형아. 형아는 덤벨 몇 킬로까지 들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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