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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187화 (187/741)

186화

-그런데 말이야, 잠룡은 도대체 언제 수련함?

그것은 바른 엔터의 웹 예능과 레드슈, 안티체리가 순풍에 돛 단 듯 순항할 무렵에 나온 화제였다.

숭무고의 수업을 들으며 '임시 매니저'를 계속하던 도진은 여기저기서 목격되었고 그것은 곧 도진이 하루를 수련 대신 다른 것들로 많이 채우고 있다는 뜻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렇네? 수련 언제 함?

-이 정도면 수련을 좀 소홀히 하는 거 아닌가..

-보는 우리야 좋긴 한데, 좀 걱정되긴 하네. 가장 중요한 시긴데.

무림인이란 스포츠 국가대표와 비슷한 느낌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훈련해야 했다.

모두가 필사적으로 달리는데 하루를 느슨히 보내면 그 느슨히 보낸 만큼 뒤쳐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무림인들은 경쟁적으로 수련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었다.

-무림인은 하루에 네 시간만 자도 된다면서. 남는 시간은 다 수련하겠지.

-그렇다고 해도 절대적인 수련량이 부족함. 게다가 숭무고잖아. 지금이야 앞선다지만 이런 식이면 언제 추월당할지 모름.

하물며 숭무고다.

일반적으로 고수란 천재들 중에서도 천재가, 노력가 이상의 노력을 끊임없이 계속하여야만 쟁취할 수 있는 칭호였다.

여기에 등을 밀어주는 것이 재정적인 지원이었고 이것들이 모두 갖춰진 것이 바로 숭무고의 학생들이었으니 타인이 보기에 도진은 더욱 노력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불식시키듯 도진은 2학기 중간고사에서마저 '올에이쁠'을 달성해 버렸다.

-헐..

-뭐지? 수련 그까이꺼 대충해도 내가 일등이다 이런 건가?

수련을 게을리해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드는 게 아닌가 도진을 걱정했던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도진이 여전히 압도적인 실력으로 전과목에서 A+를 받아들었으니 말이다.

-혹시 김도진은 천재들을 바보로 만들 정도로 천재였던 걸까?

-모르지. 과학계의 아인슈타인마냥 무림계의 김도진이 될지도.

-아니 그건 좀 너무 나간 거 아닌가 ㅋㅋㅋㅋ

-나는 농담 같지가 않음. 그렇잖아. 솔직히 중간고사 때까지 이것저것 엄청 손대고 다른 일도 많이 했는데 여전히 압도적이라는 건 그만큼 뭔가가 있다는 건데 난 그게 재능이라고 봄.

-어쩌면 진짜 대단한 무공을 익혔거나 수련법이 있을지도 모름.

사람들은 도진의 성적에 그것이 재능이다, 무공이다, 수련법이다 갑론을박을 벌였는데 정답은 '셋 다'였다.

실제로 도진은 많은 시간을 다른 일을 하느라 보냈지만 그런 '인생 경험' 또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련의 일환으로 삼았다.

삶 그 자체가, 인생 그 자체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모든 것이라는 위지혁의 지론을 받아들여 매사에 진지하게 임했다.

그리고 여기에 연신극기공이었다.

육체의 내외에 부담을 가하여 육체를 '진화'시키는 연신법.

짧은 시간으로 극한의 효율과 효과를 보장하는 이 수련법은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수련이었지만 그렇기에 절대적인 수련 시간의 단축을 가져올 수 있었다.

오히려 상상을 초월하는 부담을 육체에 주기에 수련 이상으로 휴식이 필요했고 그것이 도진이 다른 곳에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내가 들었는데 잠룡은 밤마다 야식으로 치킨 세 마리를 먹는대.

-? 카더라 ㅅㄱ

…그리고 사람들이 결코 믿지 않을, 야식으로 치킨을 세 마리 먹는 일마저 가능하게 해 주는 것 또한 연신극기공이었다.

수련을 통해 자극받은 몸이 진화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요구했고 도진은 그것을 연신극기공의 수련 이후 야식으로 채웠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함께 들어온 불순물과 노폐물은 연신극기공으로 단련된 육체가 알아서 걸러냈고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었다.

여기에 천마심공까지 익혔으니 미세한 찌꺼기라도 혈도에 남는 일은 없었다.

물론 아무 대가없이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숨을 쉴 수 없는 물 속에서 상상을 초월한 온갖 고통을 받으면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없이 수련을 계속하는 것.

그것이 연신극기공을 수련하는 자가 느껴야 하고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고 웬만한 심지로는 빈말로도 계속하겠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단련공이 바로 연신극기공이었다.

도진은 그런 수련을 두려움없이,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는 심지라는 재능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그런 무시무시한 수련을 계속하여 진화하는 육체에 깃드는 것이 바로 천마신공(天魔神功)이다.

심상세계.

도진은 천지자연이 칼날이 되어 덮쳐드는 한가운데에 있었다.

검기가 비처럼 내리꽂히는데 몰아치는 바람마저 칼날과 같다.

그 안에서 힘겹게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여 대항하는 도진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에 위태롭게 출렁이는 판자조각처럼 보인다.

위지혁의 천마군림에 도진이 자신의 천마군림으로 맞서는 상황이었다.

천지자연이 온전히 위지혁의 의지 아래에 있는데 그 안에서 도진이 자신의 의지로 위지혁의 의지에 대항하는 '대련'이었다.

대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푸푸푹!

내리꽂히는 검기의 비에 꿰뚫리고 바람에 실린 검기 또한 도진을 거침없이 난도질한다.

틀림없이 죽음에 이를 치명상.

허나 심상세계이기에 도진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진이 천마군림을 펼칠 수 있게 되면서 아직까지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는 수련.

허나 틀림없이 진전은 있었다.

무력하게 쓰러지는 게 아니다.

그 천마 위지혁의 아득한 깨달음이 깃든 '모든 것'이 죽음에 이를 만큼 가깝고도 명확하게 도진의 몸에 새겨지는 것이다.

그 깨달음을 도진은 극한의 상황에서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자신을 난도질하는 그 고통을 오롯이 받아들이면서도 깨달음을 되새기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수련.

재능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꺾이지 않는 심지를 가진 도진이기에 계속할 수 있는 수련.

죽음의 앞에서야 겪을 수 있는, 살아남으면 진일보할 수 있는 그 귀중한 체험을 도진은 심상세계에서 무수히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수련의 반복을 통하여 신안(神眼)의 끝자락이나마 붙잡은 도진은, 그 신안으로 인하여 요즘 더욱 무섭게 발전하고 있었다.

기는 법을 배웠고 이내 걷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이제 달리기 시작한 도진은 그 아득한 길을 쉼없이 달린다.

그 원동력인 심력이 고갈 되어서야 완전히 뻗어 버리며 자연스레 가지는 휴식 시간에 위지혁은 대자로 누운 도진의 옆에 섰다.

"어떠냐. 조금 알 것 같으냐?"

내려다보며 묻는 스승에게 도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것 같네요."

스승과 제자의 문답은 다름 아닌 천마심공의 5성에 대한 것이었다.

천마심공의 5성.

과거 천마신교에서는 이 5성에 이르러야만 천마의 후계자, '소천마(小天魔)'라 불릴 수 있었다.

그만큼 천마심공의 5성은 본격적인 경지였다.

그리고 본격적이기에 그동안 무서우리만치 빠르게 경지를 올려온 도진 또한 4성의 끝자락에서 벽을 마주한 것이었고.

천마심공의 5성은 거대한 괴물이 되어 버린 천마기를 다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경지다.

도진은 그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는데 아직 그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다.

3성까지와는 달리 나날이 커지는 천마기는 도진에게 복종하지 않았고 도진도 천마기를 온전히 억누를 수 없었다.

애초에 억누르고 복종시키는 것부터가 옳지 않다고 도진은 생각했다.

이론적인 근거는 없었으나 본능이 그렇게 느꼈고 이치를 좇는 도진은 그렇기에 그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 본능마저 가야 할 올바른 길을 찾지 못하니 헤매고 있는 것이다.

스승 위지혁은 천마심공의 5성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허나 그것은 도진에게 '답'이 될 수 없었다.

도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더 이상 도가 아니듯(道可道非常道), 깨달음이란 말로 전해봐야 깨달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온전히 도진 스스로 깨우쳐야만 이치가 되고 깨달음이 되어 5성의 벽을 깰 수 있었다.

그리고 5성의 벽을 깼을 때, 도진은 비로소 천마로서의 한 걸음을 내딛게 된다.

"천마심공의 5성은 스스로를 강자라 칭할 수 있게 되는 경지다."

위지혁이 살던 시대의 드넓은 강호에서도 스스로 강자라 칭할 수 있는 경지.

그것이 바로 천마심공의 5성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검기(劍氣)를 구사할 수 있는 단계요 초월의 문인 화경(化境)의 문을 두드릴 자격을 갖춘 경지다.

그리고 그 상징이 바로 기를 유형화하는 검기(劍氣)였다.

임맥과 독맥을 타통하면 기의 흐름이 면면부절하여 결코 끊김이 없다.

그 단계에 이르면 기를 외부로 발출하여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지니 이것이 검기로 구현되는 것이다.

또한 이는 현대의 검기와는 지극히 다른 차원의 것인데, 현대의 고수들이 쓰는 검기는 깨달음이나 오랜 수련을 통하여 억지로 구현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니 천마심공의 5성은 임맥과 독맥을 타통하여 화경을 목표로 할 수 있는 경지이며 6성은 그 목표를 달성하여 초월지경의 출발선에 서는 경지다.

그리고 6성의 달성은 현대에서는 전설로 치부되는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동반하니 6성에 이른 도진은 심상세계의 깨달음을 현실에서 구사할 수 있게 된다.

도진이 습득하고 있는 심상세계의 깨달음은 지극한 깨달음이면서 동시에 너무나 빠르다.

절대적인 시간을 따라야 하는, 이제 겨우 반 년 가량 수련한 도진의 육체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고도 높다.

때문에 도진은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크나큰 간극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천마심공의 6성에 이르면 그 간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니 그 이유가 바로 환골탈태다.

"환골탈태……. 아직은 먼 이야기네요."

"글쎄다. 나는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 않구나."

위지혁은 옅게 미소지으며 답하는 도진의 모습을 보며 이끌리듯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평범한 단계를 밟지 않아 마치 참선하는 수행자처럼 깨달음을 위주로 한 수련을 했다.

강해지는 스스로를 체감할 수 있는 초식 대신 추상적인 이치와 깨달음을 좇게 했다.

허나 제자는 그럼에도 매 순간 가진 모든 것을 다하여 임했고 단 한시도 허투루 보내지 않아 결국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쯤 되었으면 또래와의 격차에 느슨해질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말로는 환골탈태가 먼 이야기라고 하지만 두 눈에는 당장이라도 붙잡고 싶다는 열의가 가득했다.

거기에 조급증은 없고 오로지 더 열심히 달리겠다는 감정만이 보이니 위지혁은 그 험난하고도 아득한 길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확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제자는 조만간 초월경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아하하. 저를 그만큼 믿어 주시니 제자로서 기쁘긴 하네요."

도진의 말에 위지혁이 씨익 웃었다.

"본좌는 그저 가만히 믿기만 하는 사람은 아니니라. 천마라면 모름지기 내뱉은 말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법. 그러니 제자야, 슬슬 시작하자꾸나."

"와, 제자를 학대하는 스승 같은 건 유행 지난지 한참인데 말이죠."

투덜거리면서도 제자의 몸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

위지혁은 기쁘게 수없이 반복해 온 제자와의 실전 지도 대련을 시작했다.

* * * *

그리고 시간이 흘러 가을이 성큼 다가왔을 무렵, 하나의 소식이 학생들을 강타하여 숭무고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검봉이 드디어 폐관 수련을 끝내고 나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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