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186화 (186/741)

185화

-레드슈, 안티체리 행사 공연 영상.gif

관현 게이트의 주요 인물로 화제가 되었던 레드슈와 안티체리의 첫 행사 일정은 당연히 화제가 되었고 직접 촬영한 영상, 직캠이 인터넷에 업로드 되었다.

-아니, 이게 뭐야 ㅋㅋㅋ

-? 씨름판임? 청도 갔음?

-미친놈아 ㅋㅋㅋ

주로 달리는 댓글은 그런 반 조롱 반 농담들이었다.

-별 수 없지. 지금 상황에서 레드슈나 안티체리를 부를 만한 곳은 저런 곳 정도일 테니까.

-한 걸음씩 올라가면 되는 거지. 힘내라.

간간이 그녀들을 응원하는 댓글이 있기는 했지만 팬이 아닌 일반 네티즌들은 무대랍시고 모래 위에서 공연하는 아이돌의 모습에 웃을 뿐이었다.

허나 그런 반응은 채 한두 시간이 가지 않아 완전히 바뀌었다.

- - - -

개추 요청) 파파괴 DS의 개수작과 갓잠룡의 오함마

오늘 행사 직관간 용인 시민이다.

지금부터 내가 본 거, 찍은 거 이야기 할 거고 영상 첨부함.

보고 나서 읽어라.

- - - -

대형 커뮤니티에 그런 글이 올라왔고 내용을 확인한 사람들이 글과 영상을 퍼나르며 또 한 번의 대형 장작으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DS, 또 너야?

-진짜 개 양아치 새끼들이네 와 ㅋㅋㅋㅋ

행사를 총괄한, DS의 계열사인 대성기획이 레드슈와 안티체리에게 보복하기 위해 했던 수작이 밝혀졌다.

무대에 시멘트를 때려 부어 제대로 된 공연을 할 수 없게 만든 저열한 수작은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칠 지경이었다.

안 그래도 그 위상에 비해 인식이 극히 좋지 않았던, 이번 관현 게이트와 얽혀 마약사범으로 소속 연예인들이 여럿 잡혀가 더더욱 인식이 좋지 않았던 DS였기에 분노는 더더욱 컸다.

그리고 그 큰 분노가, 이어진 도진의 모습에 사람들이 더욱 크게 열광하도록 만들었다.

-오함마 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

망연자실하여, 애써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는 레드슈와 안티체리의 안타까운 모습을 비추던 영상이 슬래지해머를 들고 오는 도진을 비추었다.

그 슬래지해머를 망설임없이 휘둘러 DS의 수작을 깨부수는 모습에는, 열광할 수밖에 없는 호쾌함이 가득했다.

-속이 뻥!

-화화공룡이 수입가위가 아니라 완전 개십십십십십상남자셧네 ㄷㄷㄷ

-하지만 딸들에겐 상냥하시지..

-야, 근데 저거 진짜 미쳤는데.

-? 왜

-저거 아무나 못함;; 무림인이라고 오함마 하나 들고 저 두꺼운 시멘트를 힘만으로 부술 수는 없음. 그리고 보면 파편 튀는 게 아니라 겉바속촉마냥 잘게 부서지잖아. 저건 내공을 제대로 운용해서 속부터 박살냈다는 건데 이게 시발 고등학생 수준이 아닌데?

-?그렇게 대단한거임?

-저 정도면 이미 수준이 프로 수준이빈다.. 저게 사람이야 괴물이야?

-나는 검봉만 괴물인 줄 알았는데 잠룡도 못지 않은듯. 숭무고 연말마다 랭킹전하는데 이번 순위 진짜 볼 만할듯.

도진에 대한 이야기로 온갖 커뮤니티가 불타올랐다.

동시에 레드슈와 안티체리에 대한 여론도 반전했다.

사람의 감각은 생각 이상으로 민감하고 날카롭다.

허나 그것이 부각되지 않는 건 감각이 민감하고 날카로운 만큼 타인을 대할 때 자신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다하는 건 설령 영상이라 해도 온전히 전달되는 법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진지하게 다시 본 영상에서 레드슈와 안티체리가 최선을 다하는, '감정을 움직이는(感動)'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었고 그것을 댓글로 표현했다.

-지금 보니까 레드슈랑 안티체리 진짜 열심히 하네.

-그러게. 모래 먼지 날리는데 표정 한 번 안 찌푸리고 최선을 다하는 게 보임.

-햐, 칼군무도 칼군무인데 안무 난이도 진짜 저세상이네.

-레드슈가 숭무고라지만 그거 감안해도 진짜 힘들었겠다.

-무공 수련하듯 하루에 8시간씩 연습했다잖아. 그러니까 저게 가능한 거지.

-안티체리는 근데 생각보다 노래가 좋다?

-저거 몇 안 되는 명곡임.

-근데 왜 안 떴냐.

-노래'만' 들으면 좋은데 방송으로 보면 정신 나갈 거 같아서 그럼ㅋㅋㅋ

-지금 보면 청순청량이잖아. 근데 방송 무대에서는 저기다 오우야한 거 입히고 봉춤을 췄음.

-?미쳤낰ㅋㅋㅋㅋㅋㅋㅋㅋ

-논란을 실력으로 극복해야 되는 타이밍에 저런 무대해서 안티체리가 완전히 나락갔었지. 관짝에 못 박은 무대였음.

-지금 저렇게 캐주얼하게 입히고 열심히 불렀으면 다시 떴을지도.

-내가 보기엔 지금부터라도 뜰 거 같은데.

-그것이 잠룡 버프다.

반응은 온전히 긍정적인 내용들로 가득했으며, 그렇기에 더더욱 DS에 대한 여론은 악화일로였다.

-아니 마약으로 개털렸으면 좀 짜져 있지 이 새끼들 진짜 정신 못차리네 ㅋㅋㅋ

-그거 뇌는 안 녹인다는데 얘들은 녹은듯 ㅋㅋㅋ

-아 이미 다른 마약까지 해서 뇌 녹은 상태라고..ㅋㅋㅋ

-그래서 이름이 드러그 스토어자너..ㅋㅋㅋ

-속보! 대성기획 고소 먹을듯ㅋㅋㅋㅋ

-엥? 고소당함?

-업무 방해 etc로 시청 담당 부서쪽에서 고소한다는 기사 나옴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악화되는 여론은 당연히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용인 시청 쪽으로도 뻗어 나가고 있었다.

이를 의식했는지 시청의 담당 부서에서 선제적으로 행사를 총괄했던 대성기획을 고소한다는 보도 자료를 낸 것이었다.

이에 대성기획 또한 발 빠르게 대응했다.

-안내드립니다.

이번 행사의 담당자를 해고하고 선임 또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징계를 내리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린 것이었다.

물론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오히려 더 욕을 먹었는데, 꼬리 자르기는 물론이요 그 공지에 바른 엔터와 함께 피해를 입은 중소 기획사의 무명 남자 아이돌에 대한 사과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대성기획은 그 이상의 대응을 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것이 그들의 방식이었고 그동안의 처세술이었기 때문이다.

"…개돼지들은 반응을 안 해주면 금방 잊는 법이거든."

"그렇죠."

DS 엔터의 대표 사무실.

연기를 피워 올리는 두 명의 중년 남성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DS 엔터의 대표 무석호와 그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송원석 실장이었다.

1세대 아이돌 출신의 무석호는 번듯한 외모와 달리 이유 모를 꺼림칙한 기세가 묻어나 쉽사리 대할 수 없는 인상이다.

그의 매니저였던 흑도 출신의 송원석은 험상궂은 얼굴과 커다란 덩치, 그리고 그 외모 이상으로 살벌한 기세를 뿌려 대놓고 가까이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두 사람은 특이하게도 파이프로 무언가를 피우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관현 게이트의 그 마약이었다.

"후우……. 근데 그 새끼 그거 거슬리네."

"그러게 말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건 다름 아닌 도진이다.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잘 나가는 게 배알이 꼴려 한 번 엿이나 먹이려다 오히려 '빅엿'을 먹었다.

단순히 빅엿이라고 말하기도 힘들 만큼 큰 유무형적인 손해를 입고 말았단 말이다.

심지어 한술 더 떠서 그들이 해고한 희생양인 신입을 저쪽에서 고용해 버렸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분이잖아요. 게다가 그날 잘못을 메꾸려고 열심히 삽질하는 거 다들 보셨죠? 이대로 일자리를 잃으시는 건 너무 가혹하잖아요.

더욱, 화제가 된 웹 예능에서 도진은 해고된 신입을 고용한 일에 대해 그렇게 말 해 버렸다.

거기에 함축된 의미를 모를 사람은 드물었고 DS 엔터는 또 한 번 개쌍욕을 먹으며 비호감 스택을 쌓아야 했다.

그래서 거슬리는데…… 당장은 건들기가 힘들었다.

아니, DS 엔터의 사정이 좋더라도 건들 수가 없는 위치에 이미 잠룡은 도달해 있었다.

"씨이발. 거기서 어떻게 해 주지 않으려나."

"뭐, '그쪽'도 원한이 보통이 아닐 테니 어떻게든 손을 쓰지는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근데 그건 그거고 우리도 받은 만큼 좀 돌려줬으면 좋겠는데 말야."

그들은 원한을 잊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러니까 틈이 보이기만 하면 도진을 물어뜯을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은 아주 속 편한 몰골이었다.

원한을 잊지 않는 건, 도진 또한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들은 이미 도진의 '은원(恩怨) 목록'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고 늦든 빠르든 그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 * * *

일본은 무공에 의해 사회가 상당히 큰 변화를 맞이한 국가였다.

한국의 경우 '무림(武林)'은 사회와 섞여 있되 별개의 개념으로 여겨진다.

대표적으로 '재벌'과 '문파'가 나뉘는 것이 그것을 상징한다.

무공을 익혀도 재벌은 재벌이고 그룹을 운영해도 문파는 문파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무림과 사회의 구분이 옅었다.

그러니까 일본은 현대의 모습을 하고 있되 그 체제가 중세의 '막부'와 닮게 되었다.

재벌과 문파가 구분되지 않는다.

힘을 가진 자가 금력과 권력, 무력까지 동시에 쥐고 있으며 그로 인해 근거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상징적인 천황이 있고 정부가 있지만 근거지에서는 그들 이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문파이자 재벌, '막부'가 있는 느낌이었다.

부산과 가까운 후쿠오카현 북부의 기타큐슈시.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화려한 빌딩은 그런 막부 중 한곳 '신풍회(神風會)'가 소유하고 있는 사옥이었다.

그 사옥의 화려하게 꾸며진 커다란 방에 젊은 남자가 '시비'가 부처주는 커다란 부채의 바람을 즐기며 비스듬히 누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안개파는 덩치가 상당히 줄었으나 '신약(神藥)'의 구매량은 줄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

"예. 곁가지들은 다 잘려 나갔으나 다행히 그들의 'VVIP'에 대한 정보는 새어 나가지 않았고 손해를 메꾸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활동하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잘 됐네?"

"예. 안개파는 양지는 물론 음지에서의 영향력 감소도 피할 수 없으니 한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영향력을 넓혀 나가야 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이번 일이 오히려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고를 하는 건 마치 닌자처럼 검은 야행복에 얼굴의 반을 가리는 복면까지 쓴 중년인이다.

"'그들'을 이용해 저희에게 방해가 되는 자들 또한 처리하고 있으니 예상보다 진출이 더 빨라지리라 예측됩니다."

"그래?"

"예. 다만 손해가 발생한 곳이 없지는 않은데, DS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공급하는 라인에서 발생했습니다."

"왜?"

"그들은 상대적으로 'VVIP'들과의 연줄이 옅고 정계에 대한 영향력도 미비하여 이번 일에 큰 피해를 입고 자중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기에 당분간은 거래를 하기 힘들 것이라는 연락을 보내왔습니다."

"그렇군. 아쉽게 됐네?"

"예. 허나 안개파의 공백을 파고들 수 있는 상황이라 해당 손해는 계획에 전혀 차질이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건 잘 됐네. 근데, 이번 일에도 또 그 말 뼈다귀 같은 놈이 끼어 있었다지?"

"…예. 정황상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보입니다."

"점점 더 거슬리네. 그래서 그런데, 기회를 봐서 한 번 직접 만나볼까 싶어."

"쇼, 쇼군께서 직접 말씀이십니까?"

남자의 말에 중년인이 크게 놀라 되묻고 말았다.

쇼쿤이라 칭해진 젊은 남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장은 아니고. 우리 지부가 정식으로 창설되면 말야. 어여쁜 나의 신부 곁에 꼬인 말 뼈다귀를 한 번, 직접 봐야 하지 않겠어?"

남자의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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