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180화 (180/741)

그리하여 사람들의 관심이 한창 집중되었을 때 바른 엔터의 너튜브 채널이 개설되었고 대망의 1화가 공개된 것이었다.

* * * *

여름방학도 끝나고 정정 기간도 끝나 완연한 2학기에 접어든 시기.

도진은 무난한 2학기를 보내고 있었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전생의 뺑소니범이었던 곽필섭을 단죄하기 위해 모든 시간을 쓰느라 취업계를 내고 정정 기간동안 수업에 출석하지 못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짧은 기간이기도 했지만 겨우 그 정도의 공백으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지금 도진의 경지가 낮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무난한 평일을 보내고 토요일의 이른 새벽.

도진은 최신형의 비디오 카메라를 든 30대 남성과 함께 레드슈와 안티체리의 새로운 숙소를 향해 가고 있었다.

"햐, 제가 설마 잠룡이랑 같이 방송을 만들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비디오 카메라를 든 남성의 드러난 팔뚝은 꽤 탄탄한 근육질이었다.

보통 이상의 체격에 외모와 옷차림 양쪽 다 깔끔한 그의 이름은 김성덕으로, 개인 너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프리랜서 카메라맨이다.

업계에서 이름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회사에 얽매이기보다 개인 너튜브 채널로 성공하고 싶어했는데 그 채널이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 구 영선 현 바른에 이름을 등록하고 프리랜서로 활동해왔다.

성공하진 못했다지만 그래도 몇 년 간 채널을 직접 운영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경력도 있어 이번 웹 예능 카메라맨으로 뽑혔다.

웹 예능이다보니 수많은 스태프를 대동하기보다 다재다능한 한 명을 선택한 것이다.

"이게 그 유명한 슈킨팍시의 로드런너 S네요. 이 정도 디스플레이랑 성능이면 여기서 편집을 해도 되겠는데요?"

"동생들은 그걸로 게임 깔아서 하더라구요."

"부럽다. 저도 나중에 채널 커지면 이런 차를 협찬 받을 수도 있겠죠?"

"아하하. 그렇지 않을까요?"

보조석에 앉아 슈킨팍시를 운전하는 도진을 찍으며 지루하지 않게 오디오를 채우는 모습은 과연 그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도착했네요. 갈까요?"

"그러죠."

레드슈와 안티체리의 새로운 숙소는 바른 엔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5층짜리 투룸 빌딩이다.

한 층당 두 세대가 머물도록 돼 있는데 1층의 좌측이 안티체리, 우측이 레드슈의 숙소로 정해졌다.

아직은 어둑한 주차장에 능숙하게 차를 주차하고 내린 도진을 김성덕이 뒤따르며 찍는다.

기척을 최대한 억누른 도진은 레드슈의 숙소 앞에 도착해 벨을 누르는 대신 작게 노크를 했다.

똑똑.

작지만 신기하게도 귀에 쏙 박히는 노크 소리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히 문이 열렸다.

그리고 빼꼼 고개를 내미는 건 다름 아닌 박소진이다.

부스스한 머리에 화장기 없는, 그러나 그래서 청순한 얼굴의 그녀는 목이 늘어난 오버 사이즈의 흰 티셔츠에 돌핀 팬츠 차림으로 나와 무방비하게 헤에 웃다 도진 뒤의 김성덕, 그리고 카메라를 발견하고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쉿."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던 소진은 그 입술에 닿는 도진의 검지손가락의 감촉에 텁, 하고 굳어 버렸다.

굳어 버린 그녀에게 도진이 물었다.

"혜진이랑 은영이는 아직 자고 있지?"

"응."

대답하는 소진의 입술이 도진에게서 번진 듯 장난꾸러기의 곡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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