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지존까지-159화 (159/741)

159화

-집들이가 너무 즐거움.

도진은 SNS에 집들이 사진을 올렸다.

한두 장이 아니라 열 장에 가까운 많은 사진을 올렸고, 그것은 기사화될 만큼 크게 화제가 되었다.

-잠룡 김도진, 알고보니 인맥 천재!

SNS의 사진을 인용한 기사에 제목까지 요즘 명성이 자자한 도진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기사를 클릭했고 순식간에 댓글이 늘어났다.

-와, ㄹㅇ 인맥 천재였네;;

-ㄹㅇ;;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제목이었으나 그 제목이 과하거나 '어그로'라고 취급되지 않을 만큼 집들이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이 대단했다.

한유아.

금화의 총애받는 영애.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의 '셀럽'이다.

여기에 숭무고 집행부의 사실상의 수장이자 무림의 후기지수 금봉이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치트키를 치고 사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 이건 집들이 선물."

그 한유아는 자사 제품인 스마트 패드를 유진이와 호진이에게 집들이 선물로 주었다.

"정말 받아도 돼요?"

동생들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에 한유아는 언제나처럼 매력적인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감사합니다!!"

동생들은 배꼽 인사를 하며 감사 인사를 했고 도진 또한 고마워요, 선배라는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뭘. 오히려 홍보가 되니까 우리 회사가 더 이득일걸?"

한유아는 그렇게 말하며 기뻐하는 동생들이 잘 나오는 각도로 도진의 곁에서 셀카를 찍었다.

기사에 실린 사진 중 하나였다.

위지혁은 '역시 구미호 같은 아이구나.'라고 평했다.

실제로 그러했다.

집들이 선물과 회사의 이익을 동시에 챙기면서 그것이 단순한 이익을 위한 행동이 아니게 만들기까지 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집들이에 참석함으로써 도진과의 친분을 쌓음과 동시에 보통 관계가 아니라는 것 또한 대중에게 인식시켰으니 한유아는 무엇 하나 부정적인 게 없는, 200%의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그것은 오성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집들이 선물로 무려 정원수(庭園樹)를 가져온 오성아 역시 도진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사진을 찍었는데, '도진의 컨설턴트'라는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가장 처음 도진을 점찍은 것도 오성이었고 그 도진의 '컨설턴트'라는 것 또한 도진과의 관계에 있어 유리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피상적인 게 아니라 '누나동생'하는 관계라는 부분이다.

비즈니스적인 이유로 접근했다.

오성의 군주인 오군성의 지시에 따라 시작된 관계다.

허나 이제는 아니다.

그런 관계가 없어진 게 아니고 현재진행형이지만 좋은 인연으로 채운 시간은 비즈니스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호감을 쌓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누나와 동생이라는 호칭이 그것을 상징한다.

오대용을 도와주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해 준 도진에게 오성아는 진심으로 감사했고 그것이 일이 아니라 진심으로 도진을 위해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러니까 비즈니스에 호감이 더해지면서 관계가 진심으로 돈독해진 것이다.

'도진이는 맺고 끊는 데 망설임이 없고 선이 명확해.'

피상적으로는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만 거기에 진심이 깃들도록 하는 건 힘든 게 도진이었다.

언뜻 괜찮은 관계가 되었다 생각되어도 선을 넘는 순간 망설임없이 뒤돌아 설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오성아는 그런 도진이 어느 정도 진심을 보여줄 만큼의 관계를 쌓을 수 있었고 그랬기에 갑작스런 명성공방과의 계약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욕심 부릴 필요가 없어.'

도진은 어딘가에, 혹은 누군가에게 종속될 사람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친구가 된다.

오성아는 그렇게 판단했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확신했다.

"대용아. 같이 사진 찍자."

"저도 같이 찍어요!"

"그래!"

"……."

한껏 꾸민 여신 스타일의 오성아가 살갑게 손짓하자 오대용은 눈으로 여러가질 말하면서도 입은 다물고 순순히 주정아와 함께 곁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성아는 친근하게 도진과 팔짱을 꼈고 뚱한 오대용은 주정아에게 목이 잡힌 채 사진을 찍었다.

오대용과 주정아는 다목적용 VR 기기를 선물했다.

이 VR기기는 지하 수련장의 장비와 연동이 되어 게임용으로도 쓸 수 있으며 수련용으로도 쓸 수 있는 좋은 선물이었다.

오성의 직계 남매와 1차 협력사인 성운의 손녀와 함께 찍은 4인의 사진은 과거 오대용의 '난 이 결혼 반댈세' 사건이 다시 언급되게 만들었다.

나지윤은 휴지, 식용유 등의 '클래식한' 선물을 한가득 안겨 주었다.

"누군가 한 명쯤은 이런 걸 선물해야 하잖아?"

그러면서 씨익 웃는 미소년은 과연 센스가 있었다.

본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나지윤은 그러나 이번에 같이 사진이 찍힘으로써 꽤 유명세를 타게 됐다.

-숭무고 학생이자 집행부의 일원, 정보 업체의 후계자…… 라는 건 저 얼굴에 비하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야.

-ㅇㅈ합니다.

얼굴 천재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도진과 나지윤.. 이건 꽤 귀한 소재가 되겠군요.

그런 무서운 댓글도 달려 있었다.

우벽진과 우서진, 우서연과 함께 사진 찍은 사진 또한 많은 댓글이 달렸다.

-우 명장이랑 김도진 왤케 친해 보이냐.

-그러게.

-우서연 누나 좋아해요!

-우서진 누나 좋아해요!

-우서진은 남자임.

-그래서 더 좋은 거임.

-미친놈아

넷이 함께 찍은 사진은 도진과 명성공방의 사이가 단순한 계약 관계가 아니라 친분에 의한 것이라는 걸 느끼게 만들 만큼 친해 보였다.

우 명장과 도진 사이에 묻어나는 분위기, 그리고 사진으로도 알 수 있는 우서진의 도진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김도진과 우서진.. 이것 또한 귀하군요.

동일인이 적은 듯한 댓글도 있었다.

그리고 소담과 우정한이다.

소담은 이미 그 미모까지 더해져 '무림출도녀'로 유명했으며 후기지수 비봉으로 통한다.

도진과 친하다는 것 또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그 소담은 부모님에게 와인을 선물했다.

"어머, 고마워요."

도진의 부모님, 김서우와 서정원은 사실 와인을 좋아했다.

사업이 실패한 뒤로는 입에 대지 않았으나 잠들기 전 부부가 마주 앉아 한 잔의 와인을 즐기곤 했는데 다시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와인을 선물한 것이다.

부모님의 크게 기뻐하는 얼굴에 소담은 남몰래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던 도진은 소담이 귀여워 피식 웃었다.

우정한은 승복을 입고 찾아와 향초를 선물하며 복이 깃들기를 기원해 주었다.

우정한과는 1학기에 얼굴 보는 일이 드물었는데, 기거하고 있는 사찰의 일을 보느라 저녁반 수업을 신청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도진, 소담과의 사이에 어색함은 없었는데, 그런 걸로 어색해질 만큼 피상적인 관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메신저로는 간간이, 그러나 꾸준히 안부를 주고받기도 했고.

"잘 지내고 있어?"

"예. 시주께서는 항상 복이 가득하시니 좋은 일입니다."

미소 짓는 우정한의 얼굴은 상당히 편해 보였다.

사실 도진은 우정한에 관해 여러가지 생각이 있었다.

본래 에스포를 '징치'하는 건 우정한의 업적이었다.

2학년이 되어 어떤 일을 계기로 우정한이 에스포와 대립하는데, 그 일을 계기로 유룡의 명성이 크게 퍼졌던 것이다.

도진은 넌지시, 그에 관한 이야기를 은연중에 꺼내 보았는데 우정한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지금 이대로만 지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스승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소림에 적(籍)을 올리긴 했으나 무인보다는 승려로서의 삶이 더 좋습니다. 때문에 시주께는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으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렇구나."

도진으로 인해 삶이 바뀐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부정적이라면 어쩌나, 도기로서의 도진은 가끔 생각하곤 했다.

패도를 추구하는 도진은 행동에 망설임이 없지만 행동 이전에 심사숙고하는 과정에서는 도기로서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이다.

한데 다행히 우정한은 그 변화가 긍정적이었다.

우정한의 말은 진솔했고, 정말로 지금의 '조용한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감정이 말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누구나 같지 않은 법이니까.'

-소림의 관문 앞에서 나를 막아섰던 그 승려가 떠오르는구나.

'유룡'은 명성을 원하지 않았고 청정 속에서 불법(佛法)을 추구했다.

그러니까 불같은 명성보다는 고요 속의 일상을 원하는 것이다.

때문에 도진은 웃으며 우정한과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올리버 후작 가족은 사진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우벽진의 친우라는 건 알려져 있었지만 일가 전체가 집들이에 참여할 정도로 도진과의 사이도 좋았다는 건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은 집들이 선물을 '전용기'를 통해 실어왔다.

바로 맞춤 양복이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양복 티어'에서 누구든 1티어에 놓기를 주저하지 않는 브랜드의 맞춤 양복을 맞춰주기 위해 장인들과 '이동 공방'을 비행기로 실어온 것이다.

커다란 트레일러를 타고 온 장인들은 부모님은 물론이요 도진과 동생들의 치수까지 정교하게 재어갔다.

오래 지나지 않아 결과물이 나올 것이고 세세한 조정을 거쳐 완성품이 될 예정이다.

숭무고 교복을 맞출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도진은 생각했다.

부모님과 함께 온 릴리는 동생, 루크의 손을 이끌고 유진이와 호진이에게 먼저 다가갔다.

"안녕."

"응, 안녕."

"와, 누나 예쁘다."

"진짜?"

"응."

도진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다가갔던 릴리는 호진이의 순수한 칭찬에 어깨가 올라가 버렸다.

네 아이는 곧 어울려 함께 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도진은 흐뭇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성이 착한 또래 아이들이니 좋은 인연이 이어질 것이다.

그 좋은 시작을 도진은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남겼다.

부모님과 함께 온 서태주는 꽤나 단단해져 있었다.

움츠러들었던 어깨와 등허리를 곧게 폈다.

도진이 알려준 연단공 때문만이 아니었다.

달라진 마음가짐이 자세까지 확연히 달라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열심히 수련하고 있어?"

"응. 그리고 더 열심히 할 거야."

웃으며 묻는 도진에게 서태주는 그렇게 말했다.

다음 학기에는 숭무영재고의 상위권에 서태주의 이름이 올라가 있을 거라고 도진은 생각했다.

그 시작을 도진은 사진으로 남겼다.

상미는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찍기는 했으나 업로드하지 않았다.

상미의 부탁 때문이었는데, 아직은 화제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도진은 그런 상미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상미가 화제가 되었을 때 긍정적인 것보단 부정적인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시기였으니까.

지금은 추억으로만 남겨 두기로 했다.

"상미야."

"네, 오빠."

"별채가 남는데 들어와서 살래?"

본래 상주하는 가정부를 위해 지어진 별채에는 그러나 업체가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하기로 하면서 비어있게 되었다.

집이 워낙 넓다보니 특별히 사용하지 않고 남겨진 공간이 될 확률이 높았기에 도진은 그렇게 물은 것이었다.

하지만 상미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참을래요."

상미는 굳이 '참는다'라는 표현을 썼다.

"정말정말 들어가고 싶긴 하지만, 그러면 제가 느슨해져 버릴 것 같아요."

상미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한천검공의 경지를 높여가고 있었다.

그것은 구세주인 도진의 곁에 당당한 얼굴로 설 수 있기 위해서.

약속했던 대로 숭무고의 수석을 차지하여 같은 학교에 다기 위해서.

한데 지금 도진의 근처에 머물게 되면 그 마음이 무뎌질 것 같았다.

그래서 상미는 도진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을 꾸욱 참으며 고개를 저은 것이었다.

도진은 그런 상미의 모습에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

집들이가 끝나고 손님들이 떠날 시간이 되었다.

거기서 배웅하는 도진의 시선을 끄는 게 하나 있었으니.

"……."

"……."

끄덕.

상미와 우서진이 시선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인 것이었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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