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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151화 (151/741)

151화

이사하게 될 집은 하나의 큰 거실과 주방, 큰 다락방, 네 개의 큰 방, 그리고 다섯 개의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었다.

현관을 통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곳이 바로 큰 거실로, 따스한 빛이 폭포처럼 내리는 광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거실에는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 설치한 벽난로가 있었으며 6인용 테이블로 구분되는 주방 공간에는 상부장이 없어 탁 트인 느낌이었고 집의 디자인과 맞춘 듯한 컬러의 양문형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가 자리해 있었다.

디귿자 형태의 주방에는 인덕션과 두 개의 싱크대를 두었고 따로 난 문을 통해 들어가면 커다란 세탁기와 건조기가 역시 맞춤형으로 안착해 있었다.

반대편에는 넓게 펜트리가 설치되어 있어 상부장이 없어도 아쉬움 없는 수납 공간을 보장해 주었다.

동시에 일체형 가스레인지가 포함된 싱크대가 있어 보조 주방으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 넓은 다용도실이었다.

여기서 또 한 번 문을 열고 나가면 차고와 가까운 뒷마당으로 연결돼 있어 편리함을 더했다.

다시 돌아와 거실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문을 열면 안방이 나오는데 킹사이즈 침대와 커다란 화장대와 수납장이 포함된 붙박이 TV장이 자리하고 있음에도 공간이 남는 큰 방이었다.

바깥에서 보았던 커다란 창과 보조 창들을 이용한 빛 설계로 채광 또한 완벽하다.

"요즘은 방을 작게 하고 거실을 크게 하는 추세인데 그렇게 하지 않으셨네요."

"나는 방은 큰 게 좋다는 주의거든. 자네는 어떤가?"

"동감입니다. 저도 방이 큰 게 좋습니다."

우벽진의 말에 도진이 공감했다.

도진은 자신의 물건은 모두 자신의 방 안에 있어야 하는 성격이어서 방이 커야 했다.

그리고 대체로 방이 큰 구옥에서만 살아왔던 도진의 부모님 또한 큰 방을 선호했기에 모든 방이 큰 이 집은 호(好)로 의견이 통일되었다.

방 옆으로 난 긴 공간에는 드레스룸 겸 파우더룸이 건식 세면대와 함께 있었고 그 끝에 난 문을 열자 욕조와 샤워 룸, 변기가 구분되어 있는 넓은 화장실이 나타났다.

현대식의 그 구조는 당연히 호평이었다.

"아버지랑 어머니가 쓰실 방이네요. 그렇지?"

"응!"

도진과 동생들의 의견은 만장일치로 그러했다.

다음 방은 2층에 있었다.

거실이 내려다보이는 복도에 자리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 커다란 방이었다.

인테리어와 딱 맞춘 침대와 책상, 붙박이장이 있었고 욕조와 샤워룸, 세면대가 포함된 화장실이 딸려 있다.

특기할 만한 건 한쪽 벽이 통창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인데 외부에서 보았을 때 마치 발코니처럼 약간 튀어나와 있던 부분이었다.

테이블을 둔 그곳에 앉으면 마치 하늘 위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다.

그 다음 두 개의 방은 기역자 구역에 해당하는 우측에 있었는데, 1층과 2층 어디에서든 복도로 연결되어 있어 넘어갈 수 있었다.

1층 복도에는 마주한 통창 벽을 통해 중정으로 나가거나 따로 마련된 화장실,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알파룸이 자리해 있고 2층 복도에는 베란다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었다.

우측의 방들 또한 넓었고 각각 붙박이장과 화장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게 이 집의 특징이었다.

그러니까 방 하나당 화장실 하나, 그리고 1층 복도의 화장실까지 화장실이 무려 다섯 개나 되는 것이다.

"우리는 화장실을 공유하지 않는 편이거든. 그리고 가까이 있는 걸 선호해서 이렇게 리모델링했지."

우벽진의 설명이었다.

도진네 가족 입장에서도 나쁠 것 하나 없는 이야기였다.

화장실 때문에 집이 좁아지는 것도 아니었고 한 명이 하나씩 쓸 수 있다는 건 오히려 좋기만 한 일이었으니까.

더더욱, 화장실도 빠짐없이 난방이 된다는 게 좋았다.

전에 살던 구옥은 물론이요 지금 살고 있는 달동네의 화장실은 당연히 난방이 되지 않아 겨울에 특히 추웠다.

동생들이 추위에 떠는 모습이나, 그 추위 때문에 씻기 싫다고 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던 도진이었기에 좋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추위에 약한 호진이가 꾹 참으며 씻을 필요가 없는 집이다.

우측의 방들은 외부에서 보았던 것처럼, 좌측 2층의 방과 마찬가지로 한 면이 통창으로 돼 있어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

물론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처리를 해 두었고 커튼도 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이 방은 1층을 유진이에게, 2층을 호진이에게 주기로 했다.

자연스레 도진은 좌측의 2층 방을 쓰기로 했고.

그리고 2층에서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충분히 높은 층고의 넓은 다락방은 살아가면서 용도를 찾기로 했다.

"본래는 재택 근무하는 아들 내외랑 서연이를 생각해서 만든 공간이었지."

하지만 현재 도진네 가족은 재택 근무를 할 일이 없으니 홈트레이닝 공간이나 서재 등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자동 시스템은 이렇게 활용하시면 됩니다."

어느 정도 집을 둘러본 뒤 우서연이 집에 설치된 전자동 시스템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집안 곳곳의 전자기기, 냉장고, 세탁기는 물론이요 심지어 밥솥과 냉난방 전체와 손이 닿기 힘든 곳에 위치한 커튼까지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손 안에서 관리가 가능했다.

기능이 직관적이었기에 서정원 또한 쉽게 적응할 수 있을 듯했다.

그렇게 얼추 집 둘러보기가 끝난 줄 알았을 때 우벽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지하를 볼까?"

"어? 지하도 있어요?"

"물론이지."

거실의 한 켠에 있던, 수납장으로 보이던 문을 열자 지하로 통하는 문이 나타났다.

그 문을 여니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이 드러났다.

"와아……."

동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계단은 투박하지 않고 여전히 고급스러웠다.

계단 끝에 펼쳐진 건 마치 운동장처럼 넓은 공간이었다.

지하라고 했지만 밝고 공기 또한 맑았으며 인테리어도 지상과 이어져 있어 흔히 지하실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여기 있는 게 비상시에 쓸 수 있는 발전기일세. 평소에 태양열로 충전해 두었다가 쓸 수 있지."

계단의 좌측에 위치한 곳은 보일러실 같은 느낌이었는데 커다란 발전기가 자리해 있었다.

지붕에 설치한 태양열로 충전을 해 집안의 가전기기를 돌릴 수도 있었고 정전 등의 사태에 대비할 수도 있도록 해 둔 것이다.

천장에는 지상과 마찬가지로 전열 교환기가 있어 냉난방 효율을 높임과 동시에 환기 또한 잡았다.

더불어 한쪽에 난 창을 통해 빛과 바람이 들어오기까지 해 지하가 주는 단점을 완전히 배제했다.

"어떻게 지하인데 빛이 들어와요?"

호진이의 물음에 우벽진이 어깨를 펴며 말했다.

"땅을 팠지. 볼래?"

"네!"

우벽진을 따라 끝에 난 문을 열자 작은 '마당'이 나타났다.

알고 보니 '성큰'을 판 것이었다.

지하로 이어지는 땅을 파고 예의 빛 설계로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그 자리에 테이블을 두었다.

위에는 유리 천장을 설치해 비나 눈을 막았으며 아래로 흐르는 물 등이 빠질 수 있도록 배수 시설 또한 완비했다.

"여기도 작업장 겸 무공 수련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야. 자네가 쓰기에도 나쁘지 않을 게야."

"그렇네요."

무림인의 주택에는 으레 지하 공간이 있다.

나쁜 짓을 하려고 만든 게 아니라 수련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협지에서 흔히 나오는 '남의 수련을 훔쳐 보는 건 목숨을 잃어도 할 말이 없는 범죄'는 현대에서도 상당 부분 적용이 된다.

알려질수록 연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음 등의 여러가지 문제를 고려하면 지하가 제격이었다.

임시로 이름 붙인 '지하 연무장'에는 샤워실과 함께 수련을 보조하는 각종 장치와 프로그램이 설치된 기기가 놓여 있기까지 했다.

지하 연무장에서 성큰 쪽으로 나가 얕은 오르막길을 오르면 주차장과 이어졌다.

주차장에서 바로 집으로 이어진 통로가 있었는데 거기서 한 번 갈라져 바로 지하 연무장으로 갈 수 있도록 해 둔 것이다.

그렇게 지하 연무장까지 둘러보는 것으로 이사할 집을 모두 확인했다.

"어떠십니까?"

"정말 좋네요."

서정원은 만족한 기색이었다.

"너희는 어떠냐."

"좋아요!"

"진짜로요!"

동생들 또한 한껏 들떠서 이사만 기다리는 얼굴이 되었다.

그런 가족들의 모습에 미소짓고 있는 도진에게로 우벽진의 시선이 옮겨갔다.

"자네는 어떤가? 혹시 바꿨으면 하는 부분은 없나?"

도진은 일단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모르겠네요. 우선은 살아봐야 할 것 같네요."

이런 '현대적'이고 '최첨단'의 집에 살아본 적이 도진네 가족에겐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닌 집이니 우선은 살아보면서 시간을 들여봐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도진의 말에 우벽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살아봐야 알 일이지. 혹여 리모델링할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해도 좋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어."

전셋집인만큼 고칠 부분이 있다면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우벽진은 거기에 관해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무엇인가요?"

우벽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리모델링은 나와 함께 하세나."

"명장과 함께요?"

"그래. 이번에 리모델링을 하고 신축을 하면서 집 짓는 데 흥미가 생겼거든. 나한테 맡겨준다면 무료로 해줌세."

"하하. 그거 좋은 제안이네요."

굳이 서정원이 아니라 도진에게 말한 건 '친구'이기에 무료로 해준다는 말을 부담없이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진은 그런 여러가지 배려를 느꼈기에 웃으며 우벽진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집은 본래 우벽진네 일가가 살기 위해 리모델링한 집이다.

그러니까 군데군데 우벽진 일가만을 위해 설계한 부분들이 있다는 소리다.

다만 처음에는 어느 정도 '왕도적'인 구조를 따르며 집을 지었다가 가면 갈수록 아쉬움과 재미를 느낀 우벽진이 아예 처음부터 새로 짓자는 의견을 냈고 거기에 동의한 가족들에 의해 신축을 하게 된 것이었다.

때문에 이 집은 보편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독특한 구조가 되었는데 오늘 둘러본 것만으로는 불편하거나 안 맞는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은 도진이 말했던 대로 시간을 들여 직접 살아봐야 할 부분이라 지금 논할 건 아니었다.

계약서도 썼고 집도 둘러보았다.

이사는 확정되었으니 이제 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할 차례였다.

우서연이 서류를 들고 말했다.

"우선 집의 관리에 관해서인데, 저희가 고용한 업체에서 일주일에 두 번 지정한 시간에 청소와 관리를 세 시간 가량 맡아주실 예정입니다."

"그건……."

"이 부분은 저희의 작은 호의이니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드님께서는 정말로 큰 것을 저희에게 주셨거든요."

"음, 이 이야기는 저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개입한 건 우벽진이었다.

그러면서 도진과 눈빛을 교환했다.

'어떤가?'

'그게 좋겠네요.'

눈빛으로 나눈 건 다름 아닌 도진이 우서진을 구해준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해도 되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도진은 우서진을 구해주었고 우벽진까지도 구원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해야 서정원이 호의를 받아들이기 편할 거라 우벽진은 판단했고 도진도 어느 정도 미뤄두었던 이야기를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하여 도진네 가족은 우벽진의 새로 지은 집에 초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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