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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150화 (150/741)

150화

숭무동은 뒤로는 남산이 감싸주고 앞으로는 한강이 흐르는 곳에 위치해 있다.

지대가 높은 편이라 산과 강, 그리고 도시가 어우러진 멋진 뷰를 제한없이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었다.

풍수지리적으로는 물론이요 바로 옆에 숭무고가 있어 그 덕분에 온갖 수준 높은 시설들이 밀집해 있으니 인프라 또한 최고로 꼽을 만했다.

남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숭무동에는 그래서 각계의 명사들과 재벌가의 사람들이 자리잡으며 지어진 고급 주택들이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들어섰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멋진 동네가 되었다.

"와아……."

동생들이 숭무동을 보자마자 감탄한 이유였고 도진 또한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멋지네.'

어디 하나 부족한 곳이 없다.

잡지에 소개될 법한 집들로 가득했고 그것을 넘어 예술가의 작품처럼 보이는 집들 또한 적지 않았다.

고정관념을 깬 삼각형이나 원, 심지어 다각형의 집합으로 구성된 집들이 보이는데 외관만 신경쓴 게 아니라 감탄이 나올 만큼 균형감이 있다.

그런 집들이 들어선 동네의 외곽은, 마치 외부와 구분되는 것처럼 낮은 담이 둘러져 있었다.

낮은 높이에도 성벽을 연상케하는 그것은 다름 아닌 동네의 치안 유지를 위해 설치된 것이었다.

숭무동에는 재벌가의 오너나 이름을 떨치는 무림인, 무림세가의 직계 등 저명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만큼 외부에서의 범죄에 대비하기 위한 동 단위의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담 주위를 전문 무인들이 순찰하고 있으며 입구에는 수문장처럼 두 사람의 무인이 경계를 서고 있다.

두 무인은 단단한 기세를 흘리고 있었는데 입구 앞에 차를 세운 도진네 식구를 티나지 않게 감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합격이라 생각했다.

경계를 하되 위협하지 않고 방문자가 감시받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한다.

경계를 서는 입장에서 취해야 할 이상적인 태도였다.

무인이라면 그 경계를 눈치챌 수 있겠지만 일반인이라면 경계받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시선과 기세의 처리가 능숙하다.

명문(名門)이라 칭한다면 으레 얼굴이라 할 만한 입구에서의 이미지를 신경써야 하는데 지금 경계를 서는 무인들의 태도는 합격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후의 행동도 좋았다.

"혹시 볼일이 있으십니까?"

무인 중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선이 굵고 몸이 탄탄한 무인은 혹여 위협이 되지 않도록 정중하면서도 친절한 태도였다.

도진이 대표로 나서 말했다.

"네. 약속하신 분이 곧 오실 예정이에요."

"그러시군요. 실례했습니다."

무인은 짧게 목례하며 물러났고 곧 새로이 차 한 대가 다가왔다.

아메리칸 스타일의 픽업 트럭.

다름 아닌 도진네 가족이 기다리고 있던 명장 우벽진이 도착한 것이었다.

"이런. 내가 조금 늦었군. 안녕하십니까."

손주들과 함께 내린, 사실은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온 우벽진이 씨익 웃으며 다가와 먼저 서정원에게 인사했다.

"예, 안녕하세요."

우벽진의 인사에 서정원이 마주 인사하는 것으로 서로의 가족이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꾸벅 고개를 숙이는 유진이와 호진이의 인사를 우서연이 시원시원하게 웃으며 받아주었고 우서진 또한 정중하게 서정원에게 인사했다.

그렇게 인사가 끝나자 우벽진이 앞장 섰다.

"자, 그럼 들어가실까요?"

"예."

우벽진이 입구로 다가가 무인들에게 통행증을 보여 주었고 도진네 식구가 손님임을 증언해준 뒤 이사를 위해 집을 보러 왔다는 목적까지 확인해 준 뒤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보안이 철저하네요."

서정원의 말에 우벽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무래도 동네가 동네다 보니 그렇더군요. 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네요."

치안이 좋아서 나쁠 건 하나도 없었다.

이런 절차를 거침으로써 거수자, 그러니까 흑도의 패거리나 마두가 얼씬도 하지 못하니 말이다.

설령 무인에 의한 말썽이 일어나도 바로 대처를 할 수 있을 만큼 숭무동의 치안력은 이름이 높았다.

도진이 이사를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숭무동의 치안 때문이었다.

"여기는 제한 속도가 20킬로네요?"

안내를 위해 보조석에 함께 탄 우서연에게 도진이 물었다.

"네. 괜히 위험하게 차가 달릴 필요가 없는 곳이니까요."

숭무동은 계획적으로 집들이 들어섰기에 넓고 깔끔하게 도로가 뻗어 있었지만 간간이 보이는 차들은 하나 같이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이 분위기 또한 마음에 들어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 좋은 동네에서 차들이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건 과연 미관을 해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위험하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동네의 분위기를 느끼며 얼마 가지 않아 도진은 특히 눈에 띄는 집 한 채를 볼 수 있었다.

인터넷에 '산토리니'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볼 수 있는, 푸른 바다와 새하얀 건물, 그리고 땅의 녹음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한 데 압축한다면 그러할까 싶은 느낌을 주는 마당을 품은 이층 저택이었다.

따듯한 하얀색을 바탕으로 하여 푸른색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예술 작품 같다.

강렬하거나 화려하지 않으나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소담과 비슷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우벽진이 리모델링에 참여한 집이어서 그런지 백설과 닮은 부분도 있는 듯하다고 도진은 생각했다.

디귿과 기역을 합치되 각각의 존재감을 남긴 듯 좌우로 구분 되는 집이다.

중간에는 마당, 그러니까 중정(中庭)을 품었는데 그 중정을 마주한 면과 기역자 형태의 우측은 전면 1층과 2층을 모두 통유리로 채워 인상적이었다.

디귿자 형태의 좌측 또한 3베이 구조, 그러니까 전면으로 나란히 세 개의 큰 창을 내어 채광은 물론 외관의 디자인 또한 잡았다.

그렇게 크게 창을 내놓았으나 외부에서는 볼 수 없도록 처리를 하여 사생활 또한 고려한 집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멋진 집이 많았지만 지금 본 집은 앞서 본 집들을 소위 말하는 '오징어'로 만들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그런 도진의 시선을 눈치챈 우서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 집으로 가주세요."

많은 것을 생략한 말이었지만 도진은 '저 집'이 어디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집이 바로 도진네가 이사할 집이라는 것까지 말이다.

저택에는 중정과 별도로 넓은 마당이 있었는데 그 중 1/3이 입구와 차고로 구성되어 있었다.

멋드러진 입구 옆에 위치한 차고는 차가 네 대는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컸는데 그 입구는 원격으로 열고 닫는 게 가능했다.

삐빅-

우서연은 리모컨을 조작해 차고 문을 열고선 말했다.

"리모컨이 있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해서도 열고 닫을 수 있어요. 차고만이 아니라 집의 대부분의 기능을 스마트홈 시스템 앱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해 두었어요."

"좋네요."

요즘은 스마트홈 시대라 여러가지 편리한 제어 시스템이 집에 설치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편리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하기엔 제어나 조작에 있어 불편한 부분들이 많은데 그것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도진이 타고 온 슈킨팍시와 우벽진이 가져 온 픽업 트럭은 그 덩치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차고에 나란히 주차가 가능했다.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잘 따라와야 돼?"

"네!"

우서연의 시선에 동생들이 활기찬 병아리처럼 대답하며 뒤를 따랐다.

그리고 호진이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물었다.

"그런데요, 누나."

"응. 왜?"

"형아가 보여준 사진이랑 집이 다른데 여기가 우리가 이사할 곳 맞아요?"

그랬다.

도진이 보여준 사진의 집은 '평범하게 럭셔리한 집'이었다.

한데 지금 우서연이 보여주려는 집은 사진과는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호진이의 물음에 우서연이 웃으며 말했다.

"응, 맞아. 네가 본 건 이 집이 변신하기 전 사진이야."

"아, 그렇구나."

이해한 호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처럼 도진이 보여주었던 사진은 이 집이 리모델링 되기 전의 사진이었던 것이다.

우서연의 안내에 따라 도진네 가족은 마당부터 둘러 보았다.

넓은 마당에서 특기할 만한 건 예의 주차장과 한 켠에 마련된 적당한 크기의 텃밭, 그리고 별채였다.

"별채가 있네요."

별채는 그리 크지 않지만 충분한 크기의 방과 거실 겸 주방,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었고 역시나 우벽진의 손길이 닿아 있어 럭셔리 원룸이라 할 만한 퀄리티를 자랑했다.

"네. 이곳은 사용인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에요."

"사용인이요?"

"네. 집부터 시작해서 잔디 마당까지 관리인을 두었을 때를 위해서 마련한 곳이죠."

그 별채는 다름 아닌 사용인을 위해 준비된 공간이었다.

집의 규모를 생각할때, 그리고 일반적으로 이곳에 입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일반적이진 않지만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군요……."

우서연의 설명에 서정원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생각이 무엇인지 읽은 도진이었으나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지금은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관문은 디귿자 형태의 구역 안쪽, 천장이 있는 곳에 내어 비나 눈이 와도 지장이 없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대문은 아날로그 키가 없고 스마트폰을 통한 인증이나 홍채 인식을 통해 열도록 되어 있어요. 입주하시게 되면 가족분들의 정보를 입력해 사용하시면 될 거예요.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만약 정전으로 인해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외부 전력을 공급해 작동시킬 수 있도록 해 두었어요."

우서연은 그렇게 말하며 홍채 인식을 통해 오리지널 블루 컬러의 현관문을 열었다.

"와아……."

집안은, 내부는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따스하면서도 고급스럽고 또 예술적이었다.

거실의 커다란 창을 통해 스며드는 빛은 전문용어로 '빛 설계'를 통해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어 집안 곳곳에 내려앉았고 조명 또한 커다란 등을 다는 대신 예술적으로 배치한 간접 조명을 통하여 은은하게 비춤으로써 밝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높이 치솟은 거실의 천장 높이는 무려 8미터나 되었는데, 2층까지 터 놓았기 때문이었다.

본래 도진은 이런 것을 '공간의 낭비'라고 생각했다.

관리도 어렵고 괜히 천장을 뚫어 쓸 수 있는 공간을 죽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 집은 충분히 넓고 컸으니까.

그리고 높은 천장에 걸맞는, 우벽진에 의한 인테리어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창을 통해 쏟아지는 빛이 마치 빛의 폭포처럼 느껴진다.

"어떤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묻는 우벽진에게 도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멋지네요."

"크하하! 그렇지?"

"네."

"하하하! 마음에 들어 하니 기쁘구먼. 여사님은 어떠십니까?"

"정말 좋네요."

도진이 슬쩍 보니 어머니도 정말 마음에 들어 하시는 듯했다.

동생들 또한 눈을 반짝이는 것이 굳이 묻지 않아도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얼굴에 잘 드러나 있었다.

'그랬지.'

도진네 가족이 예전에 살던 집은, 아직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지 않았던 시절 살던 집은 지은지 30년 된 구옥이었다.

물론 상당히 큰 집이었고 지어진 때를 생각하면 '그 시절 부잣집'이라 할 만한 곳이긴 했다.

허나 구옥은 구옥이라 여러모로 시대에 많이 뒤쳐진 느낌이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 집에 살다 달동네로 이사갔었던 도진네 가족에게 있어 무려 명장 우벽진이 참여하여 올리모델링된 이 집은 무어라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느낌을 줄 것이었다.

도진은 가족들이 그런 집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만족하기에 도진은 너무 큰 욕심을 갖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 욕심이 욕심이 아니라 정당한 목표가 될 만큼,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둘러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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