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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147화 (147/741)

147화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그 말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가 않았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는 금수저 물고 태어난 덕분에 높은 경지의 무공까지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는 배우는 무공 수준은 물론이요 환경에서까지 차이가 나 상대적으로 경지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 환경, 집안의 격차 때문에 징계위원회가 열렸음에도 증언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증언하면 오히려 피해자가 더욱 큰 피해를 입게 되니까.

가해자가 잃을 건 별로 대단할 게 없는데 그걸 잃게 하는 대가로 피해자는 집안이, 인생이 망가지고 만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가해자들의 부모였기에 그토록 당당했고 목소리 또한 높았다.

당연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고 당연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

그렇기에 서태주는 경의를 담아 도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고맙다."

당연하지 않은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도진은 세상을 바꾸어 보였다.

자신과 같은 동급생이면서 말이다.

자신을, 그리고 굽히지 않는 부모님을 압박하기 위한 수작을 정면에서 깨부쉈다.

그것을 억누르겠다는 듯 가해진 더 강한 압박마저 마치 영웅담과 같은 형태로 역전했다.

그 모습에 용기를 얻은 서태주는 증언을 했다.

다른 피해자들을 생각해 철저하게 자신이 당한 것들만을 증언했으나 그것만으로도 가해자들을 모조리 정학시키고 특별 관리 대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도진의 또다른 친구가 그 증언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제시했기에 그 어떤 반박도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계약까지 하게 됐다.

그 이름만으로도 대단한 오성의 본사에 부모님의 회사가 식재료를 납품하게 된 것이다.

경영난. 이 부분만큼은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이 감당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 약속을 다했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도진은 그 타협하지 않아 감당해야만 했던 경영난마저 해소해 줄 수 있는 계약을 가지고 온 것이다.

이러니 경이를 담아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도진은 웃으며 그 인사를 받았다.

언제나처럼 인사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 인사로 충분해."

평생 하지 않았던 몸쓰는 일로 고생하셨을 어머니.

그 어머니의 고생을 덜어주었던 서태주와 서태주의 부모님이었다.

사람이 쥐고 있는 것과 줄 수 있는 것의 양은 모두가 다르다.

그리고 그 양은 또 주고받는 사람에 따라 변한다.

서태주네 가족이 준 '조금'은 도진에게 있어 꽤 큰 가치가 있었다.

서태주네 가족이 받은 '큰 은혜'는 도진에게 있어서는 그리 크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정말로 인사만으로 충분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고 꼭 갚을게."

하지만 서태주는 결코 인사만으로 끝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조금 늦더라도 받은 은혜를 꼭 갚겠다고 다짐했다.

도진은 그런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서태주의 모습에 웃음을 조금 더 크게 그리고선 말했다.

"정말로 은혜를 갚을 거야?"

"그래. 꼭!"

"좋아. 그럼 잠깐만."

그렇게 말하고서 도진은 소지하고 있던 펜으로 수첩에 무언가를 쓰더니 글자들로 채워진 페이지 몇 장을 찢어 서태주에게 건네 주었다.

"이건……!"

수첩 몇 장에 쓰인 글자들을 확인한 서태주의 눈이 커졌다.

도진은 별 거 아니란 얼굴로 말했다.

"스승님이 가르쳐 주신 단련법 중 하나야."

"이걸, 나에게……?"

서태주는 여러가지 감정으로 복잡한 속내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단련법.

말은 간단하지만 도진이 '진무'를 배웠음을 생각하면 천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내용일 거라 생각했기에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생각이 몰아치는 것이다.

그런 서태주의 반응에 도진은 피식 웃었다.

"부담가지지 마. 내 입장에선 정말 소소한 거니까. 퍼트리지만 않으면 돼."

그것은 한 치의 과장도 없는 사실이었다.

도진이 준 것은 다름 아닌 천마신교의 기초 연단공(鍊鍛功)이었다.

정확히는 언젠가 천마가 언급한 적이 있는 마교의 신병훈련소인 소랑대에서 가르치는 무공이다.

무공이라기보단 말 그대로 단련법에 가까운 것으로 육체를 더 단단하고 빠르게 만들어 주며 재능의 한계치를 높여주는 공능이 있다.

뭐 그 한계가 명확하긴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이 현대 무림에선 보물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오히려 냉정하게 말해 천마의 기준에서 '재능이 없는' 서태주에게는 딱 맞았다.

"…안 그래도 은혜를 입었는데, 내가 이것까지 받아도 되는 거야?"

갚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어떻게 이 은혜를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태도의 서태주는 도진의 기준으로 충분히 합격을 줄 만했다.

"응. 오히려 받아야 나한테 은혜를 갚을 수 있을 거니까."

시선이 마주한다.

"그렇잖아? 큰 빚을 진 사람한테 돈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것보다 일자리를 소개시켜주는 게 더 생산적이고 빚 받을 확률을 높이는 거라 생각하지 않아?"

-제자야, 비유가 좀 그렇구나.

"그걸 익히고, 성공해 봐. 그리고 성공하면, 그때 빚을 갚으러 와."

"…그렇, 네."

도진의 말에 서태주가 천천히, 하지만 단단한 결심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꼭 성공해서, 받은 것의 두 배, 아니 열 배로 갚아 볼게."

또 한 명의 열렬한 천마신교 교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

숭무고에서 숭무회가 사라지게 된 역사적인 사건도 마무리되고 시간은 흘러 기말고사의 끝과 함께 1학기도 끝을 고했다.

도진은 기말고사에서도 '올에이쁠'을 달성하며 전교 1등에 이름을 올렸다.

진리의 끝자락에 닿아 신안을 뜨고 기초 공사가 끝나 본격적으로 마천루를 쌓기 시작한 도진에게 있어서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검봉에 이어 연속으로 나타난 격이 다른 천재.

지금의 도진은 그렇게 인식될 만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도진에게 악감정이 있는 엽랑 오창명마저 A+를 주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는데, 교수로서의 능력만큼은 인정받는 오창명의 입장상 누가 보아도 A+가 명백한 도진에게 다른 점수를 주어 논란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처럼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A+가 아닌 다른 걸 주면 무수한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오창명이 눈치를 보아야 할 태양권가가 바깥을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니 더더욱 그랬다.

태양권가는 지금 밖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거대한 내홍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확고했던 권민국의 지위가 흔들리면서 후계자 자리를 두고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권민국이 폐관 수련에 들어가면서부터 예고되었던 일이었다.

여기에 도진이 이름을 떨치면 떨칠수록 그 업적 중 하나였던, 권민국을 압도했던 이야기가 퍼지면서 태양 그룹은 권민국의 존재를 더욱 숨겨야만 했고 그것이 지지기반의 급격한 붕괴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이니 오창명 같은 '피라미'에게까지 눈길을 줄 여유가 태양권가엔 없었던 것이다.

이와 반대로 요즘 급격히 커진 세력도 있었는데, 다름 아닌 명장 우벽진이 합류하며 날개를 달게 된 명성공방이다.

우벽진이 합류하며 주가가 폭등했던 명성공방은 그 폭등한 주가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태양금속이 무너진 공백을 단번에 메꿨을 뿐 아니라 명품 라인의 가치 또한 전 세계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이름값이 올랐다.

우벽진이 명성공방에 합류하고 처음으로 내놓은 '눈(雪)'을 테마로 한 무구들이 미국의 경매장에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 계기였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렇게 공격적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는 명성공방이 태양권가와는 단 한 건의 거래도 체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들 그 이유를 궁금해했는데 그 원인을 알고 있는 태양권가 내에서는 이 또한 장남에 대한 후계자 자질 부족의 근거가 되었다.

그렇게 방학이 흘러가는 가운데, 도진은 기숙사를 나와 본가에 머물고 있었다.

방학 동안은 기숙사가 아니라 본가에 머물기로 한 것이었다.

집안의 분위기는 도진이 처음 회귀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밝아져 있었다.

가계 사정이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기 때문이다.

우선 도진의 아버지, 김서우가 승진을 했다.

과장이었던 김서우는 그 성실함을 인정받아 부장으로 승진했다.

성수기에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야근과 당직을 자처했던 김서우였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경사는 그뿐이 아니었다.

도진의 어머니, 서정원도 '승진'을 하게 됐다.

다름 아닌 서태주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서태주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업체 중 식재료 납품을 전문으로 하는 'TJ 푸드'는 숭무고 학폭 사건의 가해자들의 압박에 굴하지 않다가 경영난을 겪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오성의 본사에 식재료를 납품하게 됨으로써 드라마틱하게 극복하고 더욱 덩치를 키우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서정원이 '부서이동 겸 승진'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인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데, '회사의 덩치가 커지면서 실무를 잘 알면서 사무 업무도 할 수 있는 분이 필요했거든요.'라는 서태주의 어머니이자 TJ 푸드 대표인 이금주 말대로였다.

다른 찬모들과 달리 서정원은 본래 김서우의 회사 일을 돕던 '화이트칼라'였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것을 알고 있던 이금주는 급격히 덩치를 확장한 회사에 믿을 수 있고 능력 있는 인재를 필요로 했고 서정원에게 이직을 부탁한 것이다.

그리하여 서정원은 찬모에서 관리직으로 승진을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쉬셨으면 좋겠지만…….'

도진이 아는 어머니는 '일하는 재미'를 아시는 분이었다.

그냥 쉬기보다 무언가를 성취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분.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육체 노동이 아니게 된 것에 도진은 일단 '잠시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도진이다.

'흐음…….'

도진은 지금 자신에게 들어온 광고와 협찬 제의들을 훑고 있었다.

숭무고의 일진들을 '박멸'한 도진의 이름값은 더욱 높아졌다.

젊은 세대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이미지를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랜서'이자 '인플루언서'인 도진에게 수많은 제의가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도진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진지하게 이사를 고민해 봐야겠어.'

저번 사건을 계기로 도진은 이사에 대한 생각이 조금 더 커졌다.

달동네인 문월동은 치안이 좋지 않다.

당장 저번에는 방화마가 나타났었고 본래는 살인 사건도 일어났었다.

도진에 의해 강치환 패거리가 벌을 받게 되면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되었고 일진들이 활개를 치던 동네 환경도 조금 나아졌지만 근본적인 환경 자체가 나쁜 곳이다.

혹시 모를 흑도의 보복을 걱정해 경호 무인이 가족들에게 붙게 되면서 도진은 그런 걱정을 덜 수 있는 동네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 것이다.

그래서 여러 제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이고.

'흐음…….'

그러다보니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가 좋다고 아무거나 덥석 잡을 수는 없다.

전문적인 의견을 듣고 싶은데 그러자니 떠오르는 사람이 두 명 있다.

한 명은 한유아다.

일단 '유능한 사람'하면 떠오르는 한유아는 금화의 영애이면서 관련 지식도 풍부할 테니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두말할 것도 없이 도진의 컨설턴트인 오성아다.

그야말로 이 분야의 프로페셔널이고 사적으로도 친분이 있으니 이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오케이. 전화 한 번 해볼까.'

마음을 먹었다면 실행에 옮길 차례다.

맨입으로 부탁할 순 없으니 밥이라도 한 끼 사면서 이야기를 꺼낼 생각으로 휴대폰을 들었을 때였다.

띵- 동-

'음?'

벨이 울렸다.

동생들은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점심 시간이 막 지난 지금 올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감각을 확장했던 도진은 생각지도 못한 손님들에 조금의 놀람과 반가움을 담아 맞이했다.

"잘 지냈는가?"

머리부터 손잡이까지 쇠로 된 무시무시한 망치를 짊어진 대장장이.

그는 바로 건강을 되찾은 손자와 함께 찾아온 명장 우벽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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