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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144화 (144/741)

144화

저녁 시간.

도진은 중정에서 푸짐한 식사를 대접받게 되었다.

"어휴, 그놈들 무서워서 요즘 출근하기도 무서웠는데 말야."

"그러게요. 기준이 엄마가 오늘 다친 것도 그놈들이 오토바이로 골목 달리는 거 피하려다 그렇게 된 거잖아."

골목을 점거하고 행패를 부리던 양아치들을 혼내 준 도진에게 감사의 의미로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다는 매니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작은 방에 앉았다.

찬모들이 정성이 그득하게 담긴 한 상을 푸짐하게 차려주며 한 마디씩 도진을 칭찬했다.

"숭무고 숭무고 내가 말만 들었지 얼마나 대단한지는 몰랐는데 오늘 제대로 알게 됐지 뭐야."

"그러게나 말야. 어떻게 그 곰 같은 놈들 귀싸대기를 그리도 시원하게 때릴 수 있을까 그래."

"도진이 엄마는 좋겠네. 이런 고수 아들 있어서."

"어휴, 금칠 그만들 해요. 언니들."

손사래를 치면서도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도진은 싱긋 웃었다.

도진은 이런 관심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좋아했다.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하고 칭찬받는 게 싫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여기에 어머니의 어깨에 불끈 힘이 들어가는 것까지 볼 수 있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와, 그럼 저기에 있는 게 그 유명한 잠룡이란 거네요?"

"아까 보셨잖아요. 그 몹쓸 놈들 혼자서 다 때려잡고 길 막지 마라, 멋있게 대사 날리는 거."

"하하하. 봤죠, 봤죠."

저녁 시간에 중정에 방문한 손님들 사이에서도 도진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고 그것을 도진은 발달된 감각으로 빠짐없이 들을 수 있었다.

양아치들이 처리된 덕분에 중정은 저녁 단체 예약 손님을 차질없이 받게 되었다.

여기에 도진의 활약을 지켜 본 사람들을 통해 소문이 나서 평소보다 많은 손님이 몰리기까지 했다.

덕분에 함께 온 서태주는 할 말이 있는 얼굴이었음에도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일을 거드느라 지금까지 바빴고 말이다.

그래서 혼자 저녁을 해결한 도진은 잠시 상을 치우러 온 어머니와 함께 식탁을 정리하며 짧게 대화를 나누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어머니."

"뭐가?"

"저는 자만하고 있지 않고, 무공이 세다고 해서 앞뒤 안 재고 주먹을 휘두르는 못난 놈이 되지도 않을 거니까요."

양아치들을 처리하는 중에도 여유가 넘쳤던 도진이었기에 걱정스레 지켜보던 어머니의 시선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있어 도진은 설령 천마가 되었다 해도 혹여 다치지 않을까 평생 걱정할 수밖에 없는 아들이라는 걸 충분히 안다.

그러니까 도진은 어머니의 눈을 마주하고, 충분한 신뢰를 드릴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이었다.

"항상 생각하고, 다치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고 신중하게 행동할게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눈을 마주한 도진의 말에 어머니는, 서정원은 미소지었다.

"그래, 우리 아들. 우리 아들인데 엄마가 믿어 줘야지."

"네. 믿어 주세요."

상을 다 치우고 나자 후식으로 다과와 차가 나왔다.

한데 그 후식과 함께 온 손님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서태주의 부모님, 그러니까 중정의 주인 부부였다.

"안녕하세요, 도진 학생.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아뇨아뇨. 여기는 사장님 댁이고 제가 손님인데요."

징계위원회에서 몇 번 마주쳤기에 초면은 아니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도진은 서태주의 부모님과 마주 앉았다.

"먼저 다시 감사 인사를 해야겠네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도진 학생."

두 사람은 도진에게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 인사에 도진이 웃으며 말했다.

"인사를 받았으니 움직인 값은 충분히 받은 것 같네요."

호리호리한, 평범한 아저씨 같지만 뚝심이 느껴지는 서태주의 아버지는 남에게 관대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자신에게 엄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남에게 엄하기보다 관대한 태도를 취하려는 사람이었기에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었다.

서태주의 어머니 쪽도 기품이 느껴지며 무언가를 받으면 최소한 받은 만큼 돌려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장호에게 배운 '사람 보는 법'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 들었다.

서태주가 다른 찬모들은 물론 어머니에게도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고 싹싹하게 행동했음을.

혹여 힘을 써야 할 일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돕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서태주를 키운 눈앞의 부부 또한 좋은 사람들이었다.

"사실 엄마가 중정에서 일할 수 있는 것도 사장님들이 배려를 해 주신 덕분이었어."

서태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들었다.

본래는 경력 있는 사람을 구하려 했는데 어머니의 사정을 들은 사장님댁이 배려를 해 주어서 배우면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이다.

부부가 과시를 한 게 아니라 나중에 현재 중정을 관리하고 있는 매니저, 서태주의 이모가 알려 주었다고 했다.

여기에 아침에 양아치들 때문에 넘어져 다친 찬모에 관해서도 대처가 남달랐다.

"회사에 다니면 병가나 유급휴가라는 게 있는데 그걸 적용한다고 하더라고."

"여기 사장님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진짜 좋은 분이란 말이지."

찬모들의 수다를 통해 들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찬모들은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다.

때문에 일을 쉬면 그만큼 가계가 힘들어지는데 입원해 있는 동안 유급 휴가로 처리한다고 했다.

도진은 그것이 자신들이 '합의'를 하지 않아 생긴 일이니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태주도 그렇고 이 사람들도 그렇고 굳이 나설 이유가 충분한, 잘 되어야 할 사람들이었다.

"흑도의 깡패들이니 혹시 가족들에게 무슨 해코지를 하려고 들지도 몰라요. 그러니 경호 무인들을 고용해 드릴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서태주의 어머니가 말했다.

흑도의 무인은 악명을 떨치는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가 '무인의 찌꺼기'라고 할 수 있는 저질들이었다.

무공에 입문했으나 미천한 재능으로 금방 벽을 마주하고 알량한 힘으로 흑도에 발을 들인다.

말 그대로 조폭이나 다름없는데 프라이드도 없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막장 인생들의 모임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 생리를 알고 있던 서태주의 어머니는 도진의 부모님과 동생들이 혹여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경호 무인을 고용해 주겠다 말한 것이었다.

도진은 그 제안에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거기에 대한 대비를 이미 해 두었거든요."

어떤 일을 시작한다면 모든 것을 고려하고 또 대비하여야 하며 끝을 보아야 한다는 걸 아는 도진이었다.

때문에 누군가를 '돕는다'는 걸 쉽게 결론내리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결론을 내렸다면 결코 허투루 하지 않는다.

도진은 이미 그런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해 두었다.

"특별히 해 드린 것도 없는데 이렇게 태주를, 우리를 도와줘서 정말로 고마워요."

부부는 그렇게 말하며 거듭 도진에게 인사를 했다.

도진은 그 인사를 사양하지 않고 받으며 말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인사로 충분해요."

착한 사람은 복을 받아야 하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는 법이다.

도진은 그런 것을 좋아했고, 좋아하는 것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대가는 이미 받았다.

서태주가 어머니를 위해 힘을 썼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말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방과후.

도진은 무림반 형사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김도진 학생."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도진 학생이 관련된 어제의 사건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되었습니다. 함께 서까지 동행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도진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함께 걷던 소담과 눈을 맞춘 후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가시죠."

* * * *

경찰서.

도진에게 있어선 낯선 공간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사를 받기 위해 왔다면 긴장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다.

하물며 그 공간에 적대적인 사람들로 가득하다면 더더욱.

도진의 주위엔 어제 뺨을 얻어맞고 걸레짝이 된 양아치들이 우르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로 누가 봐도 흑도의 조폭임을 알 수 있는 험상궂은 덩치들 사이에서 중년인이 양복을 입은 채 노발대발하는 중이다.

"아니 그러니까! 무림인끼리 싸우는 거야 이해를 하는데 이건 고의로 애들은 물론이고 생계 수단까지 박살낸 게 명확하잖습니까!!"

"네네, 사장님. 알겠습니다. 저희가 조사할 테니 잠시만 진정하십시오."

"에이 진짜!!"

그런 소란과 양아치들을 배경으로 둔 도진에게 마주 앉은 경찰이 물었다.

"고의로 저 학생들에게 과하게 손을 쓴 게 맞습니까?"

"과하게 손을 쓴 적이 없네요."

"고의로 오토바이가 파손되도록 손을 쓴 게 맞습니까?"

"이상하네요. 왜 심문을 받는 거 같죠?"

경찰이 인상을 썼다.

"김도진 학생. 묻는 말에 대답하세요."

도진이 피식 웃었다.

"싫은데요."

"…뭐요?"

"싫다구요. 묵비권 몰라요?"

탕!

"아니 이게 장난 같습니까? 엉!"

손을 내리치며 언성을 높인다.

그런 경찰에게 도진은 입꼬리를 올린 채 말했다.

"장난이 아니면 더 문제가 되겠네요. 제가 왜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는 거죠? 조사 단계에서."

"……."

경찰이 움찔했다.

도진이 녹화 중인 휴대폰을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조사를 받는 단계이며 도진은 '범죄자'가 아니었다.

심지어 영장도 발부되지 않았고 도진이 자진해서 출석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경찰은 양아치들 쪽의 편을 들고 도진을 심문하는 태도를 취했으니 이것이 영상으로 남아서 좋을 게 없었다.

하지만 경찰은 곧 어깨를 폈다.

'그래봤자 애새끼지.'

이번 일은 단순 고소가 아니다.

작정하고 김도진을 괴롭히기 위한 '설계'였다.

서태주를, 서태주의 부모를 압박하기 위한 일에 훼방을 놓았던 도진을 괴롭히기 위한 설계 말이다.

경찰이 단독으로 하는 일이 아니었고 그의 뒤를 봐주는 보통이 아닌 사람들이 있었으니 꿀릴 게 없었다.

당장 저쪽에 있던 양아치들 사이의 말쑥한, 그러나 독사 같이 얇은 눈을 가진 남자가 나섰다.

"형사님, 대질 심문으로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저토록 비협조적이니 그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남자의 얇은 눈과 입술은 도진을 향해 은근한 비웃음을 띠고 있었다.

'거렁뱅이가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제법 당당한 척을 하지만 그래봐야 이런 일에 대한 경험이 없는 고등학생이다.

심지어 가난한 집안이라고 했다.

이런 법적인 일에 대한 대처 능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꼬투리를 잡아서 오래도록, 피가 마르도록 소송을 걸고 법적으로 괴롭히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고 발악을 하면 정말로 이쪽이 유리한 상황이 될 테니 어느 쪽이든 나쁠 게 없다.

그렇게 도진의 정신을 돌려 놓고 서태주 쪽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었다.

남자, 변호사 강사득은 이런 일을 특히 좋아했다.

무림인이랍시고 거들먹거리는 놈들을 이렇게 법으로, 머리로 피를 말려놓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넌 내 앞에서 무릎 꿇게 될 거다.'

그렇게 생각한 강사득의 얇은 입술이 조금 더 짙은 비웃음을 띠었다.

그런 강사득을 마주하며, 도진 또한 입꼬리를 올렸다.

"대질 심문이라……. 좋네요."

고개를 끄덕이는 도진. 그리고 경찰서의 문이 열리며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났다.

또각또각.

"어……?"

당당한 걸음으로 무리의 정면에 선 것은 다름 아닌 오성아였다.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를 올려 묶은 오성아는 하이힐 소리를 마치 개선가처럼 울리며 도진의 뒤에 섰다.

"안녕하세요. 도진 군의 담당 컨설턴트인 오성 재단의 오성아입니다."

"아, 예……."

오성아의 당당한 기세에 경찰은 왜 이 사람이 여기에, 라고 생각하면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사하는 오성아는 굳이 명함을 꺼내놓지 않았다.

그 대신, 뒤에 있던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말끔한 인상의 남성이 명함을 내놓았다.

"오성 법무팀의 나성보입니다."

"……헉!"

강사득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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