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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지존까지-124화 (124/741)

124화

"김도진 님, 합격입니다."

화요일.

도진은 집행부 활동까지 마친 뒤 마중 나온 오성아의 차를 타고 면허 학원에 가 도로주행시험을 쳤다.

결과는 당연히 합격. 그것도 여유롭게 만점으로 합격하여 면허증을 수령했다.

1종 보통이란 글자가 새겨진 실물 면허증을 받아들자 느낌이 또 새로웠다.

"축하해, 도진아."

"고마워요, 누나."

오늘도 어김없이 함께 해 준 오성아의 축하에 도진이 웃으며 인사했다.

"이제부터 너도 본격적으로 숙제해야겠네?"

"하하. 그렇네요."

숙제. 그러니까 슈킨팍시에 관한 글을 SNS에 올리는 것이다.

사실 그 '숙제'는 이미 며칠째 하고 있는 중이었다.

-첫 차가 너무 럭셔리함.

오성아가 슈킨팍시를 가져온 첫날부터 함께 차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올렸었다.

-와.. 슈킨팍시 신모델 ㄷㄷㄷ.. 저거 아직 출시도 안한 건데 ㄷㄷㄷ

-SUV인데 슈퍼카 갬성이네. 갖고 싶다..

-나는 슈킨팍시 없어도 되니까 오성아님이랑 사진 찍고 싶다..ㅜㅜ

숙제의 효과는 대단해서 대번에 실검 1위를 찍었다.

안 그래도 한창 주목받던 '잠룡의 첫 차'였던 점.

그리고 그 첫 차가 현재 전기차 업계 1위인 슈킨팍시의 신모델이라는 점.

거기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성아가 두 대를 동시에 몰아 가져갔던 것까지 이야깃거리가 넘쳐났기에 실검 1위를 못 찍을 수가 없었다.

-그림의 떡. 차가 있는데 면허가 없음.

여기에 면허가 없어 고이 모셔두고 면허를 따러 왔다는 근황을 올리니 더욱 관심이 모였다.

-엌ㅋㅋ 차가 있는데 면허가 없음.

-않이 근데 왜 또 오성아님이랑 같이..

-오성아 님이 김도진 님 전담 컨설턴트니까 당연한 일임.

-나도, 나도 컨설팅 해주세요 누나..ㅜㅜ

그리고 드디어 오늘.

수령한 면허증을 들고 오성아와 함께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으로 슈킨팍시의 운전이 가능해졌음을 알렸다(물론 면허증의 개인 정보는 확실하게 가렸다).

사진과 글을 업로드하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의 댓글이 달렸는데, 어쩌다보니 슈킨팍시를 수령하고 면허증을 따는 과정까지를 연재하듯 올린 형태가 되어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더 커진 것이었다.

도진의 SNS 업로드를 지켜보던 오성아가 함께 걸으며 말했다.

"네 글이 생각 이상으로 더 큰 관심을 받아서 슈킨팍시 쪽에서도 꽤 긍정적인 반응이야. 어쩌면 좋은 소식이 있을지도?"

사실 처음 도진을 추천했을 때만 해도 슈킨팍시 쪽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반대하지 않지만 환영하지도 않는다. 그저 오성에게 맡겼으니 믿고 지켜보는 태도였다.

오성이야 오군성의 영향으로 긍정적인 검토가 이루어졌지만 슈킨팍시 입장에선 도진에게서 눈여겨 볼 만한 어떤 점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

한데 이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도진의 별호 잠룡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후기지수를 뜻하는 말이 되었고 이번 슈킨팍시 S 로드런너의 타깃인 10대와 20대에 사이에서도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었으니까.

"조만간 출시 행사 겸 파티 일정을 확정할 텐데 너한테도 초대장이 갈지 몰라."

"어, 초대장이요?"

"응! 그냥 SNS 홍보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정식으로 모델 계약을 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내는 거지!"

"아하하. 그건 또 거창하네요."

슈킨팍시는 전기차 업계의 선두로 올라서며 손꼽히는 다국적기업이 되었다.

그런 곳에서 주력으로 미는 상품의 모델 계약을 하고 파티에까지 초대받는다니.

정말로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일상이 될지도 모르는데 무얼 그리 특별하게 생각하느냐.

그런 도진의 감정을 느낀 위지혁이 심상세계에서 말했다.

도진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뭐, 그렇긴 하네요.

도진은 점점 더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성장하는 만큼 더 유명해질 것이고 비례하여 영향력 또한 커질 것이다.

그리하여 미래엔 슈킨팍시 같은 세계적인 기업과도 동등한 입장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 지금은 특별한 일이니까요. 이런 느낌도 앞으론 못 느끼게 될지 모르는데 느낄 수 있을 때 제대로 느껴봐야죠.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구나.

-그렇죠?

-녀석, 무공만큼 말재주도 늘어가는 것 같구나.

스승 위지혁과 속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도진은 오성아의 슈킨팍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요 3일간 항상 그렇게 오성아가 운전 학원까지 태워 주고 끝나면 또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렇게 동네 어귀까지 바래다준 뒤 돌아갔었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고 함께 집에 들어왔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고 또 도진의 아버지, 김서우와 나눠야 할 이야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형!"

"오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 있던 동생들이 토토토, 달려나와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도진과 함께 들어온 오성아를 발견하곤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누나."

"안녕하세요."

요 며칠 얼굴을 익힌 덕분에 낯설어하지 않고 인사하는 동생들에게 오성아는 챙겨왔던 간식을 내밀었다.

"응, 안녕! 간식 먹을래?"

"네!"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묻어나는 정장 차림의 오성아는 그러나 친근한 미소와 뇌물 공세로 어렵지 않게 동생들의 호감도를 최대치까지 올려 버렸다.

"공부하고 있었어?"

"응!"

"이거 먹고 마저 할 거야."

"그래."

동생들이 방으로 돌아가고 거실에 도진과 오성아가 마주 앉았다.

오성아는 언제나처럼 핸드백에서 서류를 꺼내 펼치고 말했다.

"전에 말해줬던 대로 슈킨팍시는 일단 오성 명의로 되어 있는 법인 차량이야. 보험도 그러니까 우리쪽에서 들어놨지. 하지만 이것만으론 처리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까 너도 운전자 보험을 들어야 해."

"그렇군요."

"이 부분도 부대 비용에 포함되니까 우리쪽에서 다 지원을 해 줄 거야. 우리 계열사 통해서 내가 처리해 뒀는데 이거 읽어 봐."

설명하며 오성아가 내미는 서류를 도진은 꼼꼼히 확인했다.

오성아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일인 만큼 확실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누나."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필요한 일을 빈틈없이 완벽하게 처리해주는 오성아처럼 전담 비서가 있으면 정말로 편하겠다는 생각.

그러니까 굳이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바로 근처에 있는, 오성아를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

-욕심나는 인재네요.

-그렇구나. 한 번 꼬셔볼 테냐?

-나중에 기회 되면요.

알면 알수록 오성아 또한 탐나는 인재다.

이쪽은 정말 나중에 여건이 되면 스카우트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도진이었다.

보험을 포함한 이야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깥에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소리였는데, 다름 아닌 도진의 아버지 김서우가 퇴근하여 돌아온 것이었다.

"아버지가 오셨네요."

이미 10분 전에 곧 도착할 거라는 전화를 받았었다.

오성아와 함께 바깥으로 나가니 슈킨팍시 옆에 주차 중인 차를 한 대 볼 수 있었다.

요즘 트렌드와는 한참이나 먼, 정직한 직선과 곡선이 인상적인 오래된 차였다.

실제로 25년이나 된 그 차는 김서우가 출퇴근용으로 구입한 중고차였다.

오래되긴 했으나 잘 관리된 차였고 구입한 김서우 또한 꼼꼼하게 관리하여 상태가 꽤 좋다.

바로 그 차를, 곁에 선 오성아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음?'

도진은 그런 오성아의 모습에 왜 그러나 싶었다.

오래된 차를 처음 봐서 신기해서, 혹은 저런 차도 있나 싶어서 같은 이유일 리가 없었기에 의아해졌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도진이 아빠되는 김서우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오성아라고 합니다."

인사를 나누고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도진이 내 온 보리차를 앞에 두고 오성아는 조리 있게, 긴 내용을 잘 정리하여 김서우에게 설명했다.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형태로 도진이 슈킨팍시를 수령했는지, 그리고 거기에 관한 모든 절차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어 뒤에 도진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설명을 다 들은 김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협찬 형태로 해서 쓰다가 나중에 증여 형태로 완전히 도진이가 받게 되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김서우 또한 회사를 운영했었기에 관련 법규 등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어 이야기는 스무스하게 진행되었다.

"계약 내용상 도진 학생만 사용해야 하는 게 아니고 아버님께서 함께 사용해 주시면 더 좋다는 이야기도 있었기에 아버님께서도 부담없이 사용해 주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10대와 20대를 주력으로 한 차지만 그외 연령대에서도 먹힐 수 있도록 디자인을 했다.

실제 SUV에 중년인들이 원하는 기능 대부분을 탑재했고 말이다.

그러니까 도진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김서우가 사용을 해도 문제가 없다.

오히려 더욱 좋다는 이야기였다.

때문에 도진은 차라리 슈킨팍시를 아버지가 주로 이용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진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고 사실상 차를 몰고 다닐 일이 그닥 없었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협찬을 받은 것이 도진이었기에 '숙제'를 위해서라도 도진이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도 도진이 김서우의 회사로 가 차를 이용하고 다시 갖다 놓으면 되니까 문제 없다.

"관련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혹시 지금 이용 중이신 차를 매각하시거나 폐차하시게 되면 그 부분도 제가 개인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도진네 가족의 경우 현재 환경에서 굳이 차를 두 대 이용할 이유가 없었다.

여러모로 사용하던 차를 없애고 슈킨팍시만 사용하는 게 이득이다.

그러니까 오성아는 만약 현재 이용 중인 차를 처리할 생각이라면 도움을 주겠다 말한 것이다.

허나 김서우는 고개를 저었다.

"개인적으로……라면 재단이 아니라 오성아 컨설턴트 님께서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시겠다는 말씀 같은데 그렇게 부탁드릴 순 없지요."

김서우의 말에 오성아는 고개를 약간 세게 저었다.

"아! 아닙니다. 도움을 드릴 수 있다 말씀드린 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아버님의 차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차에요?"

"네. 아버님의 차는 '슈킨팍시 클래식'입니다."

"네, 그런 이름이지요."

슈킨팍시 클래식. 그것은 다름 아닌 슈킨팍시가 처음으로 생산한 완제품이었다.

그러니까 김서우가 몰던 차 역시 슈킨팍시의 자동차였던 것이다.

인연이라면 인연이었다.

"이 슈킨팍시 클래식이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의미있는 골동품처럼 여겨지고 있거든요."

슈킨팍시는 본래 내연 기관 자동차로 시작했다.

자동차 회사치고는 짧은 편인 30년 역사의 회사.

그 회사가 야심차게, 처음으로 내놓은 제품이 바로 슈킨팍시 클래식이었다.

전기 자동차 업계 부동의 1위의, 그러나 당시엔 이름없는 신생 회사가 처음으로 내놓았던 내연 기관 자동차가 바로 슈킨팍시 클래식이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가치 있는 '골동품'이 되는 것이다.

"제 차에 그런 가치가 있었군요."

김서우는 차의 역사나 의미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진 않았기에 몰랐던 내용이었다.

그런 담담한 기색의 김서우를 마주하며 오성아는 말했다.

"그러니까 아버님, 혹시 차를 처분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제가 매입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오성아의 눈동자가 유독 반짝이고 있었다.

아직 도진은 몰랐지만, 사실 오성아는 '차덕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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