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2화. 그걸로 좋지 않으냐? (2)
손이 시리다.
“하아…….”
입김을 불어 봐도 잠시뿐, 손끝은 여전히 새빨갛게 꽁꽁 얼어 있었다.
“하아.”
쉬지 않고 번갈아 손에 입김을 불던 소년은 저도 모르게 울상을 지었다. 등에 멘 것만 없었어도 양손을 모아 입김으로 녹일 수 있을 텐데…….
하기야, 손을 녹인다고 나아질 건 없다. 칼로 찌르는 듯한 이 고통이 가시면, 그 뒤로는 허기가 창자를 찌를 테니까.
“하아…….”
감각 없는 손에 입김을 분 소년이 갈대로 얼기설기 엮은 발을 젖히고 움막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사내 하나와 그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소년들이 중앙에 지펴진 불 주위로 모여 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나뭇가지처럼 말랐다. 특히 중앙에 앉은 사내는, 나이 때문인지 유독 마르고 신경질적으로 보였다.
부글부글.
불 위엔 솥이 올려져 있었다. 끓고 있는 멀건 죽을 보며 소년은 저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삼켰다.
“왔냐?”
“……예.”
“뭘 좀 건졌어?”
“그게…….”
소년이 긴장으로 온몸을 굳혔다.
“딱히…… 뭐 건질 거라곤 없어서…….”
“뭐? 그만큼 많이 뒈졌는데, 건질 게 없었다고?”
“……네. 그, 그새 다 챙겨 간 모양이에요. 먹을 건커녕 옷도 다 벗겨져 있고.”
“우라질…….”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칼부림이 나서 죽은 이가 백이 넘는데, 거기에 동전 하나 곡식 한 주먹 남은 게 없다니.
싸우기 바쁜 놈들이 굳이 시체를 뒤지진 않았을 거고, 다른 놈들이 벌써 아귀처럼 달려들어 챙겨 갔다는 뜻이다.
“등에 그건 뭐야?”
“이, 이건…….”
소년이 움찔하고는 등에 지고 온 것을 내려놓았다.
더러운 천으로 대충 싸인 것의 정체를 본 사내가 얼굴을 구겼다.
“너……?”
소년이 변명하듯 황급히 말했다.
“아, 아니, 그게 손에 뭘 쥐고 있는 것 같아서…… 펴 보려고 했는데, 너무 꽉 잡고 있어요.”
사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 그런데 살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 아직 어린데…… 살아 있어서, 그냥 버릴 수가 없…….”
쫘아악!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내가 달려들어 소년의 뺨을 매섭게 후려쳤다. 삐쩍 곯은 소년의 몸뚱이는 흡사 마른 작대기처럼 날아가 움막 구석에 처박혔다.
“이 병신 같은 새끼가!”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사내는 쓰러진 소년을 가차 없이 걷어차고 밟기 시작했다.
“남들 다 한몫 챙기는 데 끼지도 못한 병신 놈이! 뭐? 사람을 주워 와? 뭐? 아직 살아 있어?”
“자, 잘못…….”
“닥쳐!”
소년의 얼굴로 발길질이 쏟아졌다.
훈계나 교육을 위한 매질이 아니다. 마구잡이로 걷어차다가 죽어 나가도 상관없다는, 말 그대로 분풀이에 가까운 폭력이다.
“컥!”
끝내 입 안이 터졌는지 소년의 입가로 피가 흘러내렸다. 그 뒤로도 한참을 더 얻어맞은 소년이 축 늘어지고서야 사내는 발길질을 멈추었다. 거친 숨소리가 움막 안에 울렸다.
“성인군자 납셨네. 제 밥그릇도 못 챙기는 놈이 남을 걱정해? 이 병신 같은 새끼! 안 그래도 다 같이 굶어 죽을 판인데, 여기에 입 하나가 더 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소년은 축 늘어진 채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애초에 대답은 기대도 안 했던 사내는 아직 때 묻은 천에 싸인 어린놈을 흘끗 보았다. 열 살도 안 되어 보인다.
물론 어쩌면 실제 나이는 그보다 많을 수도 있다. 가난한 놈들이 굶주리느라 제대로 자라지 못해 어려 보이는 일쯤이야 흔하다. 특히 이 일대에서는.
안색을 보아, 딱 봐도 오늘내일하는 놈이다.
이런 세상에 힘 못 쓰는 남아 따위는 개나 돼지만도 못하다. 가축들은 먹여 놓으면 나중에 잡아먹을 수라도 있으니까.
“어, 어쩔까요?”
얻어맞은 소년만큼이나 피골이 상접한 소년 하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뭘?”
“……밖에 던져 놓을까요?”
사내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움막 입구 쪽을 흘끗 보았다. 갈대발이 삭풍에 흔들리고 있다. 움막 안에 웅크리고만 있어도 뼈가 시릴 만큼 매서운 추위다. 밖에다 내던지면 아마 한 시진도 버티지 못하고 얼어 죽을 것이다.
“저기 구석에 던져 놔.”
“굳이…….”
“놔두라면 놔둬, 이 병신아! 얼어 뒈진 놈이 얼마나 무거워지는지 몰라서 그래? 꽁꽁 얼어서 들리지도 않는 놈 누가 옮길 건데?”
“아…….”
소년 몇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얼어 죽은 시체를 옮겨 본 경험이 있기에 사내의 말을 즉각 이해한 것이다.
“어차피 버려두면 뒈질 놈. 그보다.”
사내가 차가운 눈으로 모두를 돌아보자 소년들이 겁먹은 눈으로 목을 움츠렸다.
“너희는 뭐 하고 있어?”
“……예? 저희…….”
“보여?”
사내가 움막 입구를 향해 턱짓했다. 바람에 갈대발이 들썩일 때마다 휘몰아치는 눈보라가 보인다. 애초에 눈보라 자체가 이 일대에서는 드문 일이다. 그만큼 혹독한 겨울이었다.
“하루 이틀에 멈출 눈이 아니지?”
소년들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생처음 보는 눈보라다 보니 언제 멈출지 알 길이 없긴 하나, 지금 사내의 말에 토를 다는 게 명을 재촉하는 일이라는 것만은 분명히 알았다.
“그동안 뭘 먹을래?”
“밖이…….”
“아, 그래서 사흘이고 나흘이고 여기서 주린 배 잡고 버티자고?”
소년들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끓고 있는 저 죽을 아껴 먹으며 버티면 되지 않냐고 말하고 싶지만, 그들도 안다. 저건 결코 그들의 입으로 들어올 죽이 아니라는 것을.
“나가. 남의 담을 넘든, 개를 잡아 죽이든, 그게 안 되면 얼음 깨고 물고기를 잡아 오든! 뭐라도 해서 먹을 걸 구해 오라고! 못 구한 새끼는 돌아올 생각 하지 마! 알았어?”
“누, 눈이 조금 잦아들어야…….”
쫘아아악!
엉겁결에 말을 내뱉던 소년의 고개가 획 옆으로 돌아갔다.
“뭐?”
“구, 구해 올게요! 꼭!”
“당장 튀어 가!”
잔뜩 겁을 집어먹은 소년들이 발길질에 쓰러진 소년을 급히 둘러업고 우르르 움막을 뛰쳐나갔다.
사내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병신 같은 것들이……. 제기랄.”
이 모든 일은 그의 성정이 포악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빌어먹고 산 지가 벌써 스무 해를 넘어간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이번 겨울이 얼마나 혹독할지 말이다.
눈만 마주치면 칼을 휘둘러 대는 사파 놈들의 전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농사지을 엄두를 못 내는 이들이 산으로 달아나 화전민이 되고, 다시 그런 화전민을 털어먹는 도적놈이 된다. 이게 벌써 십여 해다.
길에는 칼 맞아 죽은 시신과 굶어 죽은 시신이 어지러이 뒤섞여 널려 있는데,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혹독한 겨울마저 와 버렸다.
사내는 신경질 묻은 손길로 솥을 불 위에서 뺐다. 한 줌도 되지 않는 수수에 물을 잔뜩 부어 멀겋게 한 솥 가득 끓인 죽이다.
죽이라고 부르기에도 다소 민망할 지경이지만, 그에게는 이것마저 소중했다.
‘겨울이 지나기 전에 여럿 죽어 나가겠군.’
저런 어린 거지 놈들이야 몇이나 죽든 상관없다. 사람이 수도 없이 죽어 나가는 세상이고, 이런 세상에선 가장 구하기 쉬운 것이 고아니까.
심지어 멀쩡히 숨이 붙어 있는 부모들조차 입 줄이느라 제 자식을 내다 버리는 판이니 사내로서는 더 거리낄 것도 없었다.
문제는 저놈들이 죽는 게 아니라, 그가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어떻게든 버틴다지만 결국 먹지 않고 살 길은 없다.
솥을 쥔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정확히는 손목을. 삐쩍 마르다 못해 금방이라도 똑 하고 부러질 것 같은 꼴을 보니, 짜증을 넘어 공포심이 밀려왔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딴 걸 먹고 이 겨울을 버틸 수 있을까? 아니, 앞으로 이런 죽이라도 구할 수 있을까?
어떤 이에게는 거지. 어떤 이에게는 왈패. 누군가에게는 도적이며, 누군가에게는 강도.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며 살아왔는데, 이번 겨울은 유독 두렵다.
전에도 이런 겨울이 온 적 있었던가? 있었던 것 같다.
전에는 어떻게 살아남았더라? 그때는 지금보다 더…….
그 순간. 뭔가를 떠올린 사내가 천천히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구석에 내던져진 어린아이.
곧 죽어 나자빠질 놈이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놈들처럼 말라비틀어지지는 않았다.
사내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갈등의 빛이 두 눈에 돌았지만, 이내 빠르게 침착해졌다.
“쯧.”
처음이라면 고뇌하고, 두 번째라면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이 처음도 두 번째도 아니라면 고민이 길 이유도 없다.
사내는 허리춤에 찬 싸구려 칼집에서 날카로운 식칼을 느리게 꺼내 들었다.
그래도 긴장은 어쩔 수 없어서,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아이에게로 다가가는 사내의 눈이 의미심장했다.
사내의 늘어진 그림자가 아이에게로 드리워진 순간, 피가 돌지 않을 정도로 단단히 굳어 있던 아이의 손이 소매 안에서 작게 꿈틀했다.
“……괜찮냐?”
얻어맞은 소년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눈에 보아도 상태가 그리 좋진 않다. 그러나 괜찮냐고 물었던 소년들은 그 고갯짓을 보더니 금세 관심을 꺼 버렸다.
얻어맞아 죽는 놈도, 굶어 죽는 놈도 허다하다. 이들에게 어차피 죽음이란 딱히 멀리 있고 피해야만 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항시 등에 지고 살아가야 할 무언가였다.
“제길. 이런 날씨에 어딜 가서 동냥질을 하라고!”
소년 중 하나가 불평을 쏟았다.
짐승도 이런 날씨에는 사냥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데, 대체 어디서 먹을 것을 구하란 말인가?
“자꾸 이럴 바에는 차라리…….”
“아서라.”
말을 채 다 하기도 전에 다른 아이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만류할 수밖에 없어서다.
놈을 죽여 버린다면 두들겨 맞을 일은 없겠지만, 이런 세상에 어디 패거리에라도 끼지 못하면 손에 쥔 한 줌 나무껍질마저 빼앗기고 목숨을 잃을 것이다.
어른이 없는 무리만큼 쉽게 표적이 되는 곳도 없다. 그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저 망할 놈은 살아 있어야 한다. 적어도 그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는.
그때 얻어맞았던 소년이 차분하게 말했다.
“조금 기다려 봐.”
“……뭘?”
살을 에는 듯한 삭풍에 벌벌 떨던 아이들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먹을 걸 구할 방도가 있는 걸까 싶어서다.
소년은 담담히 말했다.
“그냥 잠깐 기다렸다가 들어가면 돼.”
“……뭔 소리야?”
“뻔히 알면서 뭘 그래. 오늘은 그래도 입에 뭘 좀 넣겠네.”
멍하니 소년을 보던 아이들은 잠시 후 움찔했다. 입에 넣을 그 무언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뒤늦게 알아챈 것이다.
“설마…….”
“새삼스럽게. 우리만 그런가? 전에 왕호패 소문 못 들었어?”
왕호패에 관한 소문.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할 그 끔찍한 소문을 떠올린 소년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럼 진짜…….”
“빨리 가도 좋을 거 없고, 늦게 가도 좋을 거 없어. 조금만 더 기다려.”
소년들의 얼굴에 제각각 여러 감정이 스쳤다.
섬뜩함, 암담함, 체념, 고뇌…….
하지만 누구도 이 일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내가 죽는가 남이 죽는가를 두고 고민한다면, 그 결과야 뻔하지 않은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
“금방이야. 다 죽어 가는 어린놈 하나 처리하는 데 뭐 얼마나 걸리겠어?”
“망설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새끼가?”
소년들이 입을 다물었다.
앙상한 나무 아래서 칼바람을 견뎌 가며 버티기를 한 식경. 소년들이 다시 털레털레 움막으로 향했다.
이내 그들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움막이 가까워질수록 짙어지는 냄새를.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코끝에 파고드는…… 피비린내를.
마른침을 삼킨 소년 중 하나가 조심스레 움막의 발을 젖혔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만 얼음장처럼 굳어 버렸다.
“어…….”
온 사방에 피가 흩뿌려져 있다.
사실 이건 이상하지 않다. 생각보다 요란하긴 해도, 어쨌든 피가 많이 날 것쯤이야 예상했다.
그들의 예상을 벗어난 건…… 이 피의 주인이었다.
“두, 두목…….”
그들을 바깥으로 쫓아냈던 사내는 맥없이 쓰러져 있었다. 두 눈을 감지도 못하고 부릅뜬 모습이 처참했다.
가슴은 난자당했으며 얼굴에는 긴 상처가 그어져 있다. 그리고 목은…… 짧은 비수에 꿰뚫려 있었다.
손잡이를 뜯어낸 걸로 보이는 비수는 아주 작았다. 아이의 손으로도 꽉 움켜잡으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으…….”
움막 안에서 벌어졌을 광경을 떠올리며 모두가 사색이 되었다.
달각. 달각.
아직 채 다 식지 않은 시신 옆에선, 기이할 만큼 평온한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소년들의 가슴팍에나 올까 싶을 정도로 작은 아이가 시신 옆에 앉아 있었다.
‘저건……?’
아이가 달각대고 있는 건 낡은 숟가락이 솥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그릇 안에는 사내가 먹으려던 죽이 담겨 있었고.
죽을 먹는 건 더러운 천에 싸여 움막에 내던져졌던 그 아이였다.
소년들은 얼어붙기라도 한 듯 움직이지 못했다.
누가 사내를 죽였는가. 저 아이가 어떻게 깨어났는가. 저 아이는 어떻게 저리 태연하게 시신 옆에서 죽을 퍼먹고 있는가?
그런 건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그 광경에 압도되었다. 죽은 자는 식어 가고 산 자는 먹는다. 혹독한 겨울보다도 시린 현실이 소년들의 피를 차게 식혔다.
그리고 그때.
달칵.
들고 있던 솥을 내려놓은 아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산발이 되어 반쯤 가려진 얼굴 아래로 입술이 보였다.
죽의 온기 때문에 혈색이 도는 것인지, 아니면 이 공간의 기이한 열기 때문인지 곧 죽을 듯 푸르게 질려 있던 그 입술은 마치 피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소년들은 숨을 내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찰나의, 하지만 억겁과도 같은 침묵에 질식당하기 직전, 그 붉은 입술이 부드럽게 휘어지며 웃음을 흘렸다.
티 없이 환해 보이는, 하지만 어쩐지 모골이 송연한 웃음이었다.
* * *
눈을 뜬 장일소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화려한 침상과 몸에 부드럽게 걸쳐진 비단 침의, 그리고 주위를 밝히며 타오르는 은은한 향초까지, 그는 천천히 둘러보았다.
마침 그의 기척을 느꼈는지 막사의 문이 열리며 시비들이 들어왔다.
“기침하셨습니까, 련주님?”
대답 없이 그들을 보던 장일소는 문득 멍하니 막사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더니 서늘한 눈빛을 시비들에게로 옮겼다.
“눈이 오더냐?”
잠시 움찔했던 시비들이 당황한 얼굴로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이 날씨에 눈이라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에, 장일소가 피식 웃으며 느리게 손을 저었다.
“아니다.”
가져다준 물을 한꺼번에 들이켠 장일소는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죽.”
“……예?”
새하얀 얼굴에 산뜻한 미소가 어렸다. 너무도 순수하게 느껴지는 환한 미소가.
“아침은 수수죽으로 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