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화. 이건 내 잘못이 아니지 않나? (1)
대전 안이 쥐 죽은 듯한 침묵으로 물들었다. 누구도 차마 먼저 입을 열어 대응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심지어 방주를 돕기 위해 이곳에 온 소림승들마저도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라는 눈으로 홍대광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이야……. 개방도 장난 아니네.”
“화산보다 더한 곳은 절대 없을 거라 여겼는데.”
“그러니까요. 이 정도면 화산이 거의 유교 꼰대 수준 아닐까요?”
“오늘 보니 청명 도장은 웃어른을 무척 공경하는 바른 도인이었습니다. 아미타불.”
살인조차 상황에 따라서는 정상참작이 되고, 강도짓이야 본업으로 삼으며 먹고사는 일이 빈번하다 못해 굴러다닐 지경인 게 강호다.
평범한 사람이 보기엔 마귀들만 득실거리는 최악의 세상일 게 분명한 강호에서도 절대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여겨지는 죄가 있다.
“……진짜 그린 듯한 기사멸조네.”
기사멸조(欺師滅祖). 스승과 조사를 업신여긴 죄.
무림 문파들은 문파원이 사람 몇을 죽이고 와도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 그를 죽일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기사멸조가 벌어지는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근참맥 하여 뇌옥에 가둬 버린다.
심지어 그러고도 그런 죄인을 살려 두었다고 전 강호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그런 대죄가 바로 기사멸조다.
그런데 지금 홍대광이 제 방주와 장로들을 하나같이 거지도 아닌 후안무치한 쓰레기로 몰고 가 버린 것이다.
이 상황은 ‘그’ 조걸의 얼굴에서마저 핏기를 앗아 갔다.
“사, 사형. 저분 대체 왜 저러시는 겁니까?”
“……머리에 피가 몰렸겠지.”
“아무리 피가 몰려도 그렇지.”
“걸아.”
조걸이 당황해서 예? 하며 돌아보자 윤종이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광인이 미친 짓을 할 때 그 연유를 찾는 건 무의미하다. 광인이니 그런 것인데 따져 무엇 하겠느냐?”
“……한 번씩 보면 사형도 참 나쁜 사람이에요.”
모두가 이렇게 기겁하여 홍대광을 바라보았는데, 막상 홍대광은 그 모든 시선을 받고도 더없이 당당…….
“히, 히익?”
……하진 못했다. 뒤늦게 자신이 무슨 말을 해 버렸는지 알게 된 것처럼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아, 아니. 그, 그게…….”
그는 쏟아지는 시선 속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다 더듬더듬 입을 뗐다.
“제, 제 말은 그런…… 예,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런 뜻이 무슨 뜻인데?”
“가, 가만있어 봐라, 화산신룡.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홍대광이 겁먹은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적으로 돌릴 거면 확실하게 한쪽만 적으로 돌려야 한다. 그래야 다른 한쪽의 편에 설 수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 홍대광은 대립하는 방주와 장로들 모두에게 냅다 구정물을 끼얹어 버린 셈이다.
이래서야 누가 이겨도…….
“그……. 하하…하. 제가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그게 무슨 말인고 하니…….”
변명이라도 해 보려는 듯 말을 더듬던 그가 돌연 울컥하며 청명을 획 돌아보더니 악을 썼다.
“다 너 때문이잖으냐! 이 망할 자식아!”
“……엥? 나 이번에는 가만히 있었는데?”
난데없이 욕을 먹은 청명이 눈을 끔뻑거렸다.
“네가 맨날 장황하게 개소리 늘어놓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나도 저질렀잖느냐!”
“아니, 왜 자기가 저질러 놓고 나한테 그러시지?”
평소라면 당장 저 거지 놈을 때려잡겠다고 길길이 날뛰었을 청명이지만, 이번만큼은 딱히 화를 내지 않았다. 굳이 화를 낼 필요가 없으니까. 대신 품 안을 뒤적거렸다.
“어디 보자…… 안 뭉개졌나. 어……! 괜찮네!”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낸 청명이 그걸 홍대광에게 획 던졌다.
“뭐, 뭐냐, 이게?”
엉겁결에 받아 든 홍대광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재빨리 흰 종이에 싸인 기다란 것을 풀어 봤다. 이게 그 공명의 비단 주머니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이건……!”
길고 뭔가 동글동글한 그……. 그러니까 이게…….
“다, 당과?”
아니, 갑자기 무슨 당과가……. 이걸 왜 가지고 다닌다는 말인가? 아니, 그보다 이걸 왜 준단 말인가?
“먹어요.”
“응?”
“보아하니 이제 곧 팔다리 잘린 채로 어두침침한 굴 안에서 쉰밥이나 파먹다 뒈지게 생겼는데,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달달한 것 좀 드시라고…….”
“야, 이 개자식아!”
홍대광이 들고 있던 당과를 패대기쳤다. 청명이 입맛을 다셨다.
“아…… 아깝게.”
“지금 농담할 때냐?”
“농담이 아니라서 그러지…….”
홍대광이 입을 꾹 닫았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농담이 아니다. 만일 상황이 이리 혼란하지 않았다면 장로들과 방주가 합심하여 홍대광의 사지를 어디부터 잘라야 할지에 대해 격론을 벌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
제 미래를 깨달은 홍대광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바로 그때였다.
“거지가 없다라…….”
일호신개가 뭔가 힘이 쭉 빠져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덕분에 홍대광에게 집중되어 있던 시선이 모조리 그쪽으로 빨려들어 갔다.
“……거지가 아니다.”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그렇지……. 그래.”
일호신개의 뇌리에는 먼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차디찬 겨울, 얼어 죽을 위기에 처했던 그를 잡아 주었던 손. 차마 따뜻하다고는 말할 수 없음에도 한없이 따뜻하게 느껴졌던 움막.
“그랬지…….”
일호신개는 그렇게 거지가 되었다. 가진 것 많은 이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세상의 가장 어두운 곳. 그곳에서 그를 찾아내어 손을 내밀어 주었던 이들은 모두 하루하루 먹을 음식도 손에 쥐지 못했을 만큼 비천했다.
“그래서…… 개방이 위대해지기를 바란 것이었는데.”
일호신개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개방에 속해 있는 대부분이 그렇게 입문했다. 누구도 받아 주지 않는 이들을 기꺼이 받아 주는 곳. 그렇기에 개방은 그들에게 더없이 은혜로운 곳이었다.
그런 개방이었기에, 그의 손으로 위대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서 기회를 앗아 갔다. 절치부심의 긴 시간이 지난 끝에, 마침내 그 기회가 다시 왔다고 여겼거늘…….
일호신개가 눈을 감았다.
생각해 보면 그랬다. 그가 원했던 건 위대하고 강인한 개방이다.
그런데 그 개방에는 어린 일호신개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추레한 거지가 설 만한 자리가 없다.
그가 그린 위대함은 강해진 지금의 그가 바란 위대함일 뿐, 힘없고 비참했던 어린 날의 그가 꿈꿨던 위대함은 아니다.일호신개가 눈을 뜨고 청명을 가만히 보았다.
“그런 의미였군, 화산검협.”
“네?”
“그래서 나는 안된다는 거였군. 이제야 자네의 말을 알겠네.”
청명이 못마땅한 얼굴로 갸우뚱했다.
“……그렇게 피를 토하며 말해도 못 알아먹더니.”
거지끼리는 무언가 통하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일호신개의 시선이 청명을 떠나 다른 곳으로 향했다.
“방주. 아니……. 무흔.”
풍영신개 역시 그를 마주 보았다.
“말씀하십시오, 사형.”
“너는 어쩔 셈이냐? 계속 그 자리에 올라 있을 셈이더냐?”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풍영신개는 재고의 여지도 없다는 듯 즉각 고개를 내저었다.
“저도 염치가 있는 사람입니다. 저지른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얻고 싶은 건 당연하나, 그것 역시 제 욕심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지위나 권한이 없더라도 죄는 갚아 나갈 수 있을 테지요.”
“그럼?”
“방주 자리를 물려주고 물러날 생각입니다.”
일호신개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럼 애초에 싸울 이유도 없었구나. 내가 끔찍이 싫어했던 너의 개방은 이제 끝이 날 테니.”
“예, 사형. 하지만…….”
“알고 있다. 너 역시 나의 개방을 용인할 수 없었겠지.”
“……그렇습니다.”
일호신개는 다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침묵했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하던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눈빛이 확연히 온화해져 있었다. 말투 역시 그 순간을 기점으로 바뀌었다.
“그럼 그리하면 될 일이지요. 그대도, 나도…… 지난 시대에 먹혀 변해 버린 이들은 이만 물러나면 될 일입니다.”
“자, 장로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로들이 일제히 기겁하여 고함을 쳤다.
“이제 와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장로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자 일호신개가 싸늘한 얼굴로 일갈했다.
“하면, 어쩔 텐가? 소림의 무승들과 화산 사람들을 상대로 다시 끝까지 싸워 볼 텐가?”
장로 중 하나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우리가 목숨을 돌보지 않고 끝까지 저항한다면 평거지들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겁니다. 어쨌거나 같은 개방 아닙니까? 그들이 같이 싸워 준다면……!”
“어마어마한 피가 흐르겠지.”
일호신개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말허리를 잘랐다.
“우리가 권력을 얻는 데 평거지의 목숨을 동원하겠다는 건가?”
“그, 그건…….”
일호신개는 허탈히 웃어 버렸다.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는 개방. 확실히 그가 원했던 개방이다. 하지만 그게 결코 이런 의미는 아니었다.
“침착해지십시오, 대장로님!”
장로 중 하나가 포기할 줄 모르고 소리쳤다.
“이들이 소림에서 왔다고는 하나, 방장께서 이들과 같은 뜻일 리 없습니다. 제압당하는 한이 있어도 며칠만 버티면, 방장께서 이들을 정리하고 개방을 다시 우리의 손에 안겨 주실 겁니다!”
잠자코 듣던 혜방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긴 승부입니다! 조금만 참아 내면…….”
“되었다.”
하지만 일호신개는 미련 한 점 남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되면 개방은 다시 혼란에 빠지겠지. 소림과 손잡고 방주를 몰아낸 놈이 새 방주 자리에 올랐다는 추문을 피할 수 없다. 거지들이 나를 따를 리 없어.”
“그래 봐야 그들이 뭘 어쩌겠습니까? 결국은 따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니, 따라야 할 겁니다!”
다른 장로들이 한 그 어떤 만류보다 저 말이 일호신개를 허탈하게 했다.
저 말이야말로, 그가 만들고자 했던 개방이 자신과 장로들의 배만 불릴 뿐이라는 홍대광의 말을 그대로 증명한 셈이다.
“이미 기호지세입니다. 실패하면 모든 걸 잃습니다. 그런데 뭘 망설이시는 겁니까!”
슬프고 허탈했다.
그럼에도 화조차 낼 수 없는 건, 그 역시 저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방주.”
“예.”
“저들이…….”
짧게 숨을 토해 낸 일호신개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저들이 저리 반발하는 건, 두렵기 때문이오.”
“…….”
“방주께서 저들의 불안을 덜어 주실 수 있겠소? 내 하나의 목으로는 부족하겠지만, 지금은 방주께서도 포용을 보여 주셔야 할 때 같소.”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풍영신개가 단호히 말했다.
“장로들께 미리 확언하겠소.”
“…….”
“그대들이 이쯤에서 물러난다면, 나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도 묻지 않을 것이오. 방주 시해, 명령 불복, 어떤 잘못이든 상관없소. 개방의 역사에서 오늘이란 날은 사라질 것이오!”
“아…….”
장로들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저건 앞으로도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겠단 약속과 다름없다. 패하는 즉시 무공이 전폐되고 뇌옥에 갇히는 결말밖에 없던 그들이 이전과 같은 삶을 누릴 기회를 얻은 것이다.
물론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전쟁에서 패한 것을 감안하면 감지덕지라는 말로도 모자라다.
“하나 나는 다르오. 나는 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방주의 자리에서 물러나겠소.”
“저, 정말……이십니까, 방주님?”
장로 하나가 미덥지 못한 얼굴로 되물었다. 풍영신개는 고개를 슬쩍 일호신개를 일별하고는 답했다.
“……애초에 나도, 그대들도 틀렸던 거요. 이런 방식으로는 개방을 옳은 길로 이끌어 갈 수 없다는 걸 진즉에 알아야 했소.”
풍영신개는 무언가를 누르는 듯 눈을 감았다.
‘사부님.’
스승께서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옳지는 않았으리라. 눈을 뜨자 여전히 잔뜩 얼어붙어 있는 홍대광이 시야에 들어왔다.모자라고, 못미덥다. 하지만…….
“개방의 미래는 그 미래를 살아갈 이들에게 맡겨야겠지요. 그게 선인이 해야 할 일일 테니.”
풍영신개가 말했다. 장로들이 마른침을 삼키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미타불.”
혜방이 짧게 불호를 외고, 백천이 손에 든 검을 살짝 들어 올렸다.
방주는 내놓을 수 있는 것을 모두 내놓았다. 마음만 먹으면 소림과 화산의 지원을 업고 이곳의 모두를 제압할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 역시 별다른 도리가 없지 않겠는가?
이제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마지막 사람에게로 시선이 쏟아졌다. 일호신개가 무거운 입을 떼어 말했다.
“나를 비롯한 장로들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가 퍼져 나간다.
“방주의 말을 따르겠소. 그저 자비로운 처분을 바랄 뿐이외다.”
마침내 일호신개의 마지막 말이 상황을 종결지었다.
“항복하겠소.”
개봉의 개방 총단.
어쩌면 더없이 거대한, 작은 전쟁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풍영신개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오늘의 일은 슬프나…… 내 스승께서 말씀하셨듯이, 무릇 사람이란 상처를 입은 만큼…….”
“저기…….”
“나아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우리가 키워 낸 아이들은…….”
“그…… 저기, 방주님?”
“결코 개방을…….”
“아, 아니! 방주님!”
풍영신개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이 중요한 순간에 왜 자꾸 눈치도 없이 끼어든단 말인가! 그가 백천을 획 돌아보았다.
“왜 그러는 거요?”
“저……기 저거…….”
“음?”
풍영신개가 눈살을 찌푸리며 백천이 가리킨 곳을 올려다보았다. 뭘 보라는…….
쩌저적.
“어……?”
쩌저저저저적!
그 방향에서 낡고 오래된, 둔탁한 무언가에 금이 가는 듯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아니, 소리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갈라지고 있다.
“어……. 저거…….”
“괘, 괜찮지 않을까요? 위는 어차피 거진 날아갔으니, 반쯤 남은 천장 정도야…….”
쿠르릉!
“…….”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이 딛고 있는 전각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요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야 명백하다. 모두가 사색이 되었다.
쩌저저적.
바닥에도 커다란 금이 퍼지기 시작했다. 소림승들이 제일 먼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무, 무너…….”
“설마…….”
홍대광의, 참으로 시의적절하고도 처절한 비명이 전각을 뚫고 솟구쳤다.
“무너진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달아나아아아아!”
“도, 도망쳐! 매몰된다아아아아!”
“아악! 왜 이제 와서!”
“제기랄! 뭐 하나 깔끔하게 끝나는 법이 없어!”
“말할 시간에 튀어요!”
“히이이익!”
“어……. 저기 저거? 어…….”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대던 개방 거지들이 총단을 멍하니 보며 눈을 끔뻑였다.
“무너지…….”
쿠르르르르르릉! 쿠르르릉!“어……. 무너지네?”
콰르르르르르르르릉!
위태롭게 서 있던 낡은 전각이 황당할 정도로 말끔하게 폴싹 내려앉았다.
“……허. 허허허.”
전쟁만 끝난 게 아니었다.
수백 년 동안 개방의 상징이 되어 준 낡은 총단. 그 길었던 역사까지도 어처구니없이 종언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