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2화. 진짜 절망이 뭔지 알려 줘야지. (1)
수적들은 강변을 가득 채우며 말 그대로 물밀듯 밀려들었다.
피 냄새를 맡은 승냥이 떼? 아니, 피 냄새를 맡은 상어 떼라는 말이 조금 더 적절할 것이다.
두 눈을 광기로 물들인 그들은 남궁세가의 살점을 노리고 악에 찬 고성을 토해 냈다.
서로가 맞붙은 전열.
광기에 휩싸인 적들이 인간보단 짐승에 가까운 괴성을 지르며 끝도 없이 달려드는 모습은 겨우겨우 버티던 이들의 가슴을 절망으로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카하아아아!”
쇄도한 수적들이 이윽고 남궁세가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순간적으로 솟아오른 그들의 등이 태양을 가리니 남궁세가의 위로 긴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들의 운명을 예견하기라도 하듯이.
“타아아아압!”
하지만 이를 맞는 이들은 다름 아닌 남궁세가다.
절망이 덮쳐 오는 상황에서도 그들의 본능은 자연히 검로를 찾아냈다. 그리고 머리로 생각을 하기 전에 검이 먼저 수적을 찔렀다.
푸욱! 푸우욱!
남궁세가의 철검이 일제히 수적들의 몸을 꿰뚫었다. 검날이 등을 뚫고 나오며 솟구친 피가 마치 비처럼 남궁세가의 검수들을 향해 쏟아졌다.
뜨거운 피가 얼굴로 쏟아지는 느낌이 몽롱했던 검수들의 정신을 번쩍 깨웠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죽여라아아아아앗!”
“목구멍에 작살을 쑤셔 박아 버려!”
수적들은 동료가 흘리는 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삐죽이 솟은 검의 숲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었다.
전장의 광기.
홀로 있는 사람은 죽음과 의연히 맞서지 못한다. 하지만 등 뒤에서 다른 이의 거친 숨이 쏟아져 나올 땐 자신의 죽음마저 잊어버리는 법.
시체와 검을 넘어 수적들이 들이닥친다.
중과부적.
남궁세가의 검수들이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러 밀어 내려 했지만 수적들은 제 목이 잘려 나가는 순간까지 발악처럼 작살을 휘둘렀다.
“아아아아악!”
전장은 사기가 지배하는 땅이다. 기세에 눌린 검은 제 검로를 찾아 움직이지 못한다. 만전의 상태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이미 남궁의 검수들은 제 기력을 모조리 소진한 뒤였다.
그러니…… 남은 것은 무너지는 일뿐이었다.
콰드드득!
날카로운 작살이 어깨를 파고들어 옆구리로 뚫고 나왔다.
“꺼억…….”
몸속에서 화끈한 작열통이 퍼져 나갔다.
하지만 적의 마수는 다가오는 죽음을 천천히 만끽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콰득! 콰득! 콰득!
굶주린 작살들이 쓰러져 가는 몸뚱이를 연신 파고들었다. 육체에 수십 개의 구멍이 뚫린 검수는 시신조차 온전히 남기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서걱!
격하게 휘둘러진 검을 통째로 부수고, 목을 찢는다. 하지만 또 이에 반발하듯 내질러진 검이 작살을 옆으로 튕기며 명치를 뚫는다.
일시에 전열이 흐트러지며 두 진영이 서로 엉망진창으로 얽히기 시작했다.
“전열을 지켜! 빌어먹을, 뒤섞이면 안 된다아아아아!”
남궁명이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남궁세가는 수적들에 비해 소수다.
물론 하나하나로는 감히 수적들 따위가 범접하지 못할 고수. 하지만 이곳은 비무대 위가 아니다.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전장에선 전후사방에서 고함과 죽음이 난무한다. 그런 아수라장에서 등 뒤로 날아드는 병장기를 무슨 수로 막겠는가?
전열이 무너지는 순간 전멸은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없다.
“막아! 막아라아아아!”
남궁명이 고함을 내지름과 동시에 검을 뽑아 앞쪽으로 달려들었다. 지금은 뒤쪽에서 지시할 때가 아니라 스스로 나서서 무너지는 전열을 복구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가 움직이니 대기하고 있던 장로들 역시 단숨에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파아아앗!
검이 섬전처럼 휘둘러졌다.
“나를 죽이기 전에는 여길 넘을 수 없다!”
“와라! 수로채의 개들아!”
장로들 역시 필사적이었다.
지금 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그들의 아들이고, 손자이며, 제자들이다. 친인의 죽음 앞에서도 이를 악물고 눌러 두었던 그들의 검이 비로소 움직일 기회를 얻고 단번에 수적들의 육체를 갈랐다.
“아아아아악!”
“쿠, 쿨럭! 이 개…… 같은…….”
하지만 생각보다 전황이 쉬이 변하질 않았다.
절정에 오른 고수들이 단번에 수적들을 많이도 쓸어 냈지만, 밀려오는 적의 수가 너무 많으니 미미해 보일 지경이었다.
남궁명의 눈에 핏발이 선다.
‘이곳만 아니었어도.’
이곳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인 섬만 아니었어도 이리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섬에는 몸을 숨길 곳도 등을 기댈 곳도 없다. 그리고 저 적들은 지금 그들을 사방팔방에서 몰아치고 있다.
몸을 숨길 전각마저 모조리 포격에 박살이 나 버린 상황.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한 손에 든 철검과 어깨를 기댄 동료뿐이었다.
아니, 아니다!
아직 그들에게 남은 것이 있다.
“오오오오오오!”
귀를 터뜨릴 것 같은 노호성과 함께 눈부신 백색 검기가 마치 포탄처럼 달려드는 수적들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들던 수적들의 눈빛이 순간 멍해졌다. 충격에 잠시간 잃었던 초점이 다시 돌아왔을 때, 그들의 눈엔 광기가 아닌 경악과 공포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날아든 백색 검기가 수적들을 휩쓸어 분쇄하고 있었다.
단 일 검.
그 일 검에, 못해도 이십에 가까운 수적들이 제대로 된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육편으로 화했다. 땅에 틀어박히며 터져 버린 검기는 그 바닥에 한 방울의 피조차도 남기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앙!
폭발의 여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수적들은 저마다 그 대경할 광경에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게 대, 대체 뭐…….”
“제, 제왕검!”
누구도 섣불리 저 검기를 상대하다 휩쓸리고 싶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장은 그들에게 현실을 깨달을 틈 따윈 주지 않았다.
“비켜, 이 병신들아!”
“으아아아아앗!”
앞을 빽빽이 채운 동료의 등 때문에 그 검기의 위용을 제대로 보지 못한 이들은 마치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멈춰선 이들을 걷어차며 앞으로 전진하기만 했다.
콰아아아아아앙!
또 한차례, 백색 검기가 발출되었다.
제왕검 남궁황.
그 역시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다. 하지만 그의 검은 왜 그가 제왕검이라 불리는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죽여어어어어!”
그러나 그 역시 몸은 하나이다. 모든 방향에서 개미 떼처럼 수적들이 밀려드니, 이를 모두 막아 내기엔 검이 너무 짧고 몸이 너무 작게만 느껴졌다.
“흐아아아아!”
남궁황의 입에서 발작적인 고함이 터져 나왔다.
콰앙! 콰앙! 콰아아앙!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가공할 검기가 폭풍처럼 몰아쳤다.
“흑룡와아아아아아앙!”
남궁황의 두 눈에 핏발이 솟아올랐다.
“네 부하들이 모조리 죽어야 나설 셈이냐! 이 겁쟁이 놈아! 너 같은 겁쟁이가 장강의 왕이라니, 세상이 비웃겠구나!”
그 내용은 조롱이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어렸다. 어떻게든 흑룡왕을 도발해 끌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흑룡왕은 요지부동이었다.
그저 비릿한 비웃음만 머금은 채, 양 떼 속에서 날뛰는 늑대처럼 발악하는 남궁황을 지그시 지켜볼 뿐이었다.
“으…….”
서로의 시선을 똑바로 느낄 수 있는 거리이건만, 남궁황은 그 시선의 주인에게 달려들지 못한다. 그가 이곳에서 발을 빼는 순간, 그들의 승부와는 관련 없이 남궁세가가 전멸한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남궁황이 달려드는 수적의 허리를 통째로 베어 냈다. 쩍 갈라진 허리에서 내장과 피가 쏟아지며 그의 온몸을 뒤덮었다.
뜨거움과 지독한 비린내가 온 감각을 자극했다.
그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남궁황은 절규하고 또 절규했다.
죽는다.
“아아아아아악!”
그의 제자가.
또 죽는다.
“크아아아아악!”
그의 가족이.
압도적인 교전비. 남궁이 하나 죽을 때마다 수적은 열 이상 죽어 나간다. 남궁세가라는 이름에 걸맞은 활약이다.
하지만 누가 기뻐할 수 있겠는가?
누가 나의 죽음과 적의 죽음을 기꺼이 교환하려 할 텐가?
“이 개자식들아아아아아아!”
남궁황의 눈에는 보였다.
그의 아들 남궁도위가 피눈물을 흘리며 수적들을 베어 넘기는 모습이 말이다.
그 검은 빠르고 강인했다. 절망 속에서도 확연한 빛을 품고 있었다. 남궁이 그토록 추구하던 빛을 말이다.
하지만…….
‘저 검마저도 이곳에서 지겠구나.’
세가의 운명을 절감한 남궁황의 눈에서 결국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팔이 잘려도, 심지어 심장에 비수가 박혀도 이 철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를 리는 없었다. 하지만 죽어 가는 가솔과 참혹한 운명이 정해진 가문 앞에서는 그조차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다.
모든 것이 그의 탓이다.
모든 것이 그의 죄다.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는 전신이 가루가 되어 수천 년 동안 영원히 고통받는 지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은 그에게 희생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목숨 따위는 너무도 하찮다는 듯이.
수적의 피와 남궁의 피가 바닥에서 뒤섞였다. 살아 있을 때는 서로가 다르지만, 죽어 버린 이상 그저 같은 시신에 지나지 않았다.
“으, 으아아아아악! 살려 줘어어어!”
“더, 더는 싫다고!”
무너진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게 싸워 왔건만, 그 의지는 자신을 끊임없이 노리는 작살에 대한 공포와, 바로 옆에서 죽어 나가는 동료의 죽음을 이기지 못했다. 하나둘 눈물 콧물을 내쏟으며 정신없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물러나지 마아아아아!”
“자리를 지켜라! 제발! 제발!”
남궁도위와 남궁명의 고함이 뒤얽혀 매화도의 하늘을 처절하게 울려 댔다.
마지막 순간에는 무사답게 남궁의 이름을 지키고 죽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직면한 죽음은 그리 낭만적인 게 아니었다.
이름? 명성? 품위?
죽어 나자빠진 자에게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그저 살고 싶다. 한순간이라도 더. 나 대신 동료를 방패막이 삼는 한이 있더라도, 찰나의 순간이라도 더…….
“으으……. 으아아아아아아!”
분노와 절망에 휩싸인 남궁황의 입에서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그의 위용은 늑대 사이에 선 범과도 같았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늑대들도 감히 범과 맞상대하려 들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넓은 전장에서 한 마리의 범이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다.
패애애앵.
어디선가 날아온 머리가 남궁황의 발치에 떨어졌다.
“…….”
남궁황은 차마 그 머리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가슴에서 짙은 피눈물이 쏟아졌다.
‘그래. 모두 여기서 죽자꾸나.’
그는 이를 악물고 잠력을 모조리 끌어 올렸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단 한 놈의 수적이라도 더 데리고 가야 할 터. 희망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다.
“으…….”
하지만 그 순간.
남궁황의 귀에 믿을 수 없는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아아아! 왔다! 왔어어어어어어어!”
그는 소리가 들린 쪽을 황급히 바라보았다.
“소림! 소림이왔다! 소림이 도착했다아아아아아아아!”
소림?
단비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니 쓰러져 가던 남궁세가의 검수들의 두 눈에 경악과 환희가 피어났다. 모두가 강 건너편을 절박한 얼굴로 확인했다.
“아……. 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빌어먹을! 왔어! 지원이 왔다고오오오오!”
건너편 강변에 선 일련의 무리가 황포를 입고 있는 걸 확인한 순간, 남궁세가의 검수들이 다들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러 댔다.
“소림이 도우러 온다!”
“버텨! 버텨라!”
“이 개 같은 수적 새끼들! 다 죽여 버리겠다!”
소림의 출현은 남궁세가에게는 환희였지만, 수로채에게는 절망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소, 소림?”
“소림이 왔다고?”
수적들에게도 눈이 있으니, 건너편에 자리한 소림을 보는 순간 빠르게 이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왜, 왜 소림이…….”
“빌어먹을!”
그들도 안다.
평범한 이들에게는 너무도 넓은 강이지만, 저들은 소림의 무승들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단숨에 강을 도하해 이 매화도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수적들의 움직임이 잠시 주춤했다.
혼돈과 혼란이 거듭 매화도를 뒤덮고 있었다.
“방장!”
“으으음!”
법정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늦지는 않았구나! 아니……. 조금 늦었지만 되돌릴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일각만 늦었더라도 저곳에 살아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을 터.
도착하기 전에 전투가 벌어진 것은 뼈아픈 일이지만, 아직 남궁세가가 멸문한 것은 아니었다. 그 전력의 반만 살릴 수 있더라도 분명 승전을 논할 수 있을 테니까!
“방장! 지체할 때가 아닙니다!”
“그래!”
법정의 입에서 커다란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제자들은 들어라! 강을 도하해 남궁세가를 지원한다! 간악한 수적 무리를 저 섬에서 몰아내라!”
“예!”
불어오는 바람에 법정의 승포가 펄럭였다.
‘이번에는 이겼다!’
법정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 승부는 애초에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의 싸움이었다. 그들이 이곳에 먼저 도달한 이상 승부는 결정 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로채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소림과 남궁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다.
남궁세가가 아무리 제 상태가 아니라 한들 상관없다. 수로채 따위는 소림 홀로도 상대할 수 있으니까. 저들의 발을 저 섬에 묶어 둔 것만으로도 남궁은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자! 가서 악적들을 물리치……!”
법정이 용맹한 노호성을 터뜨리던 바로 그때였다.
움찔.
고함을 내지르던 그가 순간 움찔하며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이내 다급히 소리치기 시작했다.
“머, 멈춰라! 모두 그 자리에 멈춰!”
강으로 뛰어들려던 소림의 승려들이 등 뒤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 놀라 뒤돌아보았다.
“바, 방장?”
법계 역시 이유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법정을 바라보았다. 지금 지체할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방장?”
하지만 법정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흠칫하고 말았다. 법정은 흡사 귀신이라도 맞닥뜨린 것처럼 희게 질려 있었다.
“왜 그러십…….”
“아, 아미……. 아미타불…….”
불호가 형편없이 떨렸다.
“어찌하여……. 어찌하여! 왜!”
이내 노기를 터트리고 마는 그를 보며 법계는 순간 뭔가 알아챈 듯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법정이 먼저 노려보고 있던 저 강의 상류였다.
“아…….”
그제야 법계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크게 휜 강줄기를 타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대규모의 선단을.
“끄…….”
잘못 보았을 리 없다. 외면할 수도 없다.
단련된 눈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수십 척의 배 중에도 가장 선두에 있는 거대한 배. 그리고 그 선수에 선 한 남자의 모습을.
못 알아볼 리 없다. 저 모습을 어떻게 잊겠는가. 저자를 단 한 번이라도 본 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자, 장…….”
법계의 입에서 질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장일…소…….”
패군 장일소.
매화도로 진격하는 선단의 선두에 선 그가 강변에 늘어선 소림을 보더니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런, 이런. 열심히들도 달려오셨군.”
그는 형형색색의 반지가 끼워진 손으로 얼굴을 덮은 채 귀기 어린 미소를 흘렸다.
“왜? 기대라도 하셨나? 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즐거움과 광기가 듬뿍 서린 장일소의 웃음소리에 장강조차 숨을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