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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781화 (778/1,567)

781화. 어디 뒈지게 한번 놀아 보죠. (1)

“……라는 거죠!”

“…….”

설명을 모두 들은 현종은 뭐라 설명하기 힘든 표정을 지으며 청명을 빤히 보았다.

“그러니까…….”

그의 시선이 앞에 앉은 이들을 쭉 훑었다.

청명, 백천, 백상, 유이설, 윤종, 조걸, 당소소, 거기에 혜연과 임소병까지.

“이 섬을 점거하고.”

“예!”

“수적질……을 하겠다?”

“아이고, 장문인! 그렇게 설명을 드렸는데 아직도 이해를 못 하시고!”

청명이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쾅쾅 쳤다.

“수적질이 아니라 정당한 통행세를 받는 거라니까요?”

“……강 위에서 통행세를 받는다?”

“예!”

“그게 수적 아니냐?”

“…….”

“…….”

청명과 현종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들었다.

그 복잡한 시선의 교차 속에 먼저 시선을 돌린 것은 당연히 청명이었다.

“아니, 뭐……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또 생각하기에 따라 그렇기는 한데…….”

스르르릉.

“히이이이익!”

“자, 장문인 검은 왜 뽑으십니까!”

“아이고! 일단 진정 좀 하시고!”

“놔라! 이거 안 놔?!”

현종이 달라붙은 제자들을 떼어 냈다.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내 이젠 하다하다 화산의 제자가 수적질에 손을 대겠다는 소리까지 듣는구나! 내 이 꼴을 보기 전에 저놈을 콱 베어 버렸어야 하는 건데!”

“그럴 실력은 있으시고요?”

“현영이 넌 대체 누구 편이냐, 이놈아!”

“물어 뭐 하십니까? 당연히 청명이 편이지요.”

현종의 입에서 거품이 보글보글 끓었다.

물어볼 놈을 잘못 택했다. 그래, 현영이야 당연히 청명이 편이겠지.

그때 현영이 조금 침착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리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통행세를 받는다지 않느냐!”

“통행세 받는다고 수적이라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러면 배에 사람 태워 주고 돈 받는 뱃사공들도 다 수적입니까?”

“…….”

“그리 따지면 장강에서 배 모는 이들은 모조리 수적인데, 장강은 무법천지입니까?”

“……그도 그러네.”

현종이 다시 자리에 앉는다. 듣고 보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제가 똑같이 이야기했는데…….”

“청명아.”

“예?”

“말이란 본디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전달력이 달라지는 법이란다.”

“…….”

청명 역시 그리 생각하고 틀린 말이 아님을 알았지만 묘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뚱해진 얼굴을 흘끗 본 현영이 피식 웃고는 다시 현종에게 말했다.

“따지고 보면 나쁜 생각은 아닙니다. 통행세라는 말이 거슬리시면 섬을 오가는 배에 사람을 태울 때 뱃삯을 받으면 될 일이지요. 섬은 무료로 이용하게 하고.”

“으음…….”

“무엇보다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말이 사실 아닙니까. 그때마다 이 먼 데까지 쫓아와서 드잡이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리고 화산은 은하표행에도 안전한 길을 제공해 줘야 합니다. 지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잖습니까.”

“끄응. 그건 맞는데…….”

잠깐 고민하던 현종이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그라면 학을 뗐을지도 모르나, 지금은 그도 사업이라는 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웬만큼은 이해한 뒤다. 덕분에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를 차지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더냐? 수련은 어쩌고? 본산은 또 어쩌고?”

“아, 그건 괜찮아요.”

“응?”

“여긴 녹림에서 맡을 거예요. 녹림왕이랑은 이야기 끝났어요.”

현종이 멍하니 눈을 깜박이다 시선을 돌리니 임소병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녹림이 말이오?”

“예.”

“장강을?”

“산이 좋아 산적이 된 게 아니라, 먹고 살려다 보니 산적이 된 것이지요. 돈만 된다면 산이든 물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야…… 뭐 맞는 말이기는 하다. 게다가 산적이든 수적이든 어차피 도적인데.

“장문인께서 무얼 염려하시는지는 압니다. 하지만 지금 녹림 역시 화산신룡과 천우맹의 뜻을 따라 양민들을 해하지 않고, 적정한 통행료만 받으면서 합법적인 사업을 늘려 가고 있습니다.”

“……통행료를 받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니오?”

“대신 호위를 해 줍니다. 산을 건널 때까지 완벽하게 호위를 해 주지요. 그 전에 호환을 당하거나 다른 자잘한 강도 놈들에게 피해를 입던 이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습니다.”

쌍수를 들고 환영을 한다고?

산적을?

“그…걸 산적……. 아니, 녹림도들이 좋아하오?”

“개중에는 갑갑한 마음에 짜증을 내는 이들도 있지만, 어쩌겠습니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요.”

“……꼭 싫어서 떠난 건 아닙니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모두가 혜연을 돌아보았다. 괜스레 찔려서 한마디 했던 혜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화르륵 붉게 물들었다.

“싫었네.”

“엄청 싫었던 모양인데.”

“어쩐지 소림으로 죽어도 안 돌아가더라니.”

“아, 아미타불! 아미타불!”

“그냥 무량수불 해라.”

혀를 찬 청명이 다시 입을 뗐다.

“아무튼 나쁠 것 없어요. 우리가 여기에 죽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관리는 녹림에서 해 주죠. 그 대신 우리는 은하표행을 안전하게 도강시킬 수 있고, 오가는 상인들에게 받는 통행료를 절반 받아 챙길 수 있죠.”

아. 오 할?

그거 참 공정한 수익분배지. 오 할.

따지고 보면 화산은 아무것도 하는 게 없는데……. 그래, 오 할…….

그때,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현상이 입을 열었다.

“청명아.”

“예.”

“네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나는 불안하구나. 이곳은 장강이다. 이미 두 개의 수채를 네가 망하게 만들었는데, 이곳까지 점거하고 눌러앉는다면 저 수로채에서 가만히 있겠느냐?”

“아, 그거요?”

“오는 길에 네가 섬 주변과 새로 놓는 다리에 화포를 설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런 화포 몇 개로 막아 낼 수 있을 만큼 장강수로채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설마 수채 한두 개 부쉈다고 수로채를 얕잡아 보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요?”

청명이 손을 휘휘 젓는다.

저 흑룡왕이 노해 수채를 모조리 이끌고 온다면 이 섬 따위는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함락될 것이다. 그걸 막으려면 녹림이든 화산이든 주요 병력을 모조리 이곳에 상주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응?”

“흑룡왕은 여길 공격할 수 없을 테니까요.”

“……어째서냐?”

“아마 곧 여긴 별문제도 아니게 될 거예요.”

“으응?”

청명이 입꼬리를 뒤틀었다.

“예전이었다면 바로 공격해 왔겠지만, 지금 흑룡왕은 못 움직이거든요.”

“왜? 흑룡왕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

“아뇨.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니라,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 거란 거죠.”

“……네 말이 도통 무슨 뜻인지 모르겠구나.”

“곧 아시게 될 거예요.”

청명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제 생각이 맞으면 지금 바로 일이 터지기 시작할 테니까요. 그러니까 일단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현종은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로 청명을 바라보았다.

“뭔가 손을 써 둔 것이냐?”

“손을 쓴 것도 맞고요. 손을 안 써도 그렇게 될 거예요. 저 말고도 손쓸 놈들이 있으니까요.”

“대체 누가?”

“그건 저도 확실하게는 몰라요. 다만…….”

청명은 잠깐 고민하다 씩 웃었다.

“대놓고 판을 깔아 주는데 거절할 수는 없잖아요? 어디 뒈지게 한번 놀아 보죠.”

시원스레 웃고 있는 입매와 달리 눈빛은 어둑했다.

겉으로 보기에야 딱히 음모랄 게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청명의 직감은 이 사건들 사이에 흐르는 묘한 부자연스러움을 놓치지 않았다.

보통 전장에서 이런 느낌을 받으면 그 앞에는 잘 만들어진 함정이 깔려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 함정을 벗어나는 방법은 셋뿐이다.

하나는 가지 않는 것.

다른 하나는 실력으로 돌파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상대가 함정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을 더 키워 버리는 것.’

물길을 냈다면 물길을 타 주면 된다.

대신 이득은 확실히 챙겨 갈 것이다. 돈 따위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이득을.

청명의 시선이 현종을 넘어 저 먼 어딘가로 향했다. 아주 먼 곳을 보고 있단 것만 짐작할 수 있을 뿐, 도대체 어떤 광경을 보고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현종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겠구나.’

이 아이의 생각이 그를 뛰어넘는 것이야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니, 그저 믿어 줄 수밖에 없다. 하나 현종은 이 일이 청명에게 또 다른 부담을 지워 줄까 봐 그게 걱정이었다.

“그래. 일단 네 생각은 알겠다. 그럼 우리는 여길 녹림에 맡기고 화산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냐?”

“아, 그렇죠. 그렇긴 한데…….”

“응?”

“안 그래도 오시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문도들 많이 데리고 오셨죠?”

“그렇……지?”

짝 소리 나게 박수를 친 청명이 아이처럼 웃었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간단한 일 하나만 하면 되거든요.”

“간단한 일?”

현종은 어쩐지 그 말이 더없이 불안하게만 느껴졌다.

* * *

커다란 선박이 부두로 들어왔다.

이내 배에서 커다란 동아줄이 던져지더니 배와 육지가 단단히 이어졌다. 커다란 나무다리가 배와 육지 사이에 걸쳐지고 사람들이 하나둘 배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 배에서 내리는 이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죽을상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선박에서 내린 상인 하나가 분에 못 이겨 들고 있던 봇짐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평소라면 귀중품을 잔뜩 담아 신줏단지처럼 모셔야 할 봇짐이건만, 사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땅에 내던져 버리곤 울분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또야, 또! 이런 빌어먹을!”

그러자 선박 탑승을 기다리고 있던 다른 상인들이 다가와 안쓰러운 얼굴로 물었다.

“……또 털렸는가?”

“빌어먹을! 속곳 빼고는 다 털어 갔네! 이……. 제기랄, 이러면 우린 대체 뭘 먹고 살라는 건가!”

“어느 수채던가?”

“모르겠네! 이놈들이 이제는 어딘지 밝히지도 않아! 그냥 작은 배를 타고 접근해서는 돈 될 만한 건 모조리 털어 간다니까!”

“끄응.”

“미치겠군.”

상인들의 얼굴에 깊은 수심이 어렸다.

장강에 수적이 횡행하는 게 어디 어제오늘 일이겠냐마는, 최근 들어 날뛰는 모양새가 심상치가 않았다.

예전에는 통행세만 내면 가진 돈이나 짐을 다 뺏어 가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수채도 밝히지 않는 놈들이 동전 한 푼 남기지 않고 모조리 탈탈 털어 대고 있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상인들도 함부로 장강을 오가는 배에 타기를 두려워했다.

“이게 대체 몇 번째인가! 이게!”

“대체 관은 뭐 하는 거야! 왜 저놈들을 저리 내버려 둔단 말인가?”

“관이 어디 제대로 일을 한 적이나 있었나? 보나마나 수적 놈들에게 돈을 받아 처먹고 있겠지!”

“쉿! 이 사람아, 목소리 낮추게!”

“내가 어디 틀린 말 했나!”

흥분한 이들이 할 말, 못 할 말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입에 풀칠 좀 하고 살겠다고 먼 길 가는데 이리 싹 털려 버리면 나는 이제 무슨 수로 처자식을 먹여 살리나! 차라리 칼 물고 죽어 버리는 게 낫지! 강이 전부 수적들 차진데! 관이고 구파일방이고 다들 관심도 없고!”

“어허. 모두 관심 없는 건 아니지.”

“뭐?”

“못 들었는가? 화산!”

“화산이라니?”

“천우맹의 그 화산파가 대경채를 박살을 냈다는구먼. 그리고 그 와중에 새로 생긴 수채 하나도 겸사겸사 토벌했다지 않는가?”

“화, 화산? 화산이 왜?”

“화산의 협의에 이유가 어디 있는가? 저번에 산적 놈들이 날뛴다고 산에 쳐들어가 대별채를 박살 내고 그 창고를 털어 백성을 구휼한 곳도 화산 아닌가.”

“……그랬지.”

“이번에도 수적들이 양민들을 잡아 갔다는 말을 듣고 분기탱천해서 이곳까지 달려왔다는구만!”

“허어……. 세상에……. 그게 사실인가?”

“에이! 상인이란 사람이 이리 소식이 늦어서야! 자네 천씨 아저씨 알지?”

“알다마다.”

“그 아저씨가 수적 놈들에게 잡혀 갔다가 화산 분들 손에 구출되었다지 않는가. 그 양반이 하루에 그 이야기를 열댓 번씩 해 대고 있네. 아주 귀에 못이 박일 판이야.”

“천씨 아저씨면 없는 말을 지어낼 사람은 아니지.”

“그렇다니까! 구파 놈들이야 손 놓고 보고 있지만, 천우맹은 아니라 이 말일세.”

“세상에, 아직 그런 협의지문이…….”

“게다가 화산 장문인께서 이번에 결단을 내리신 모양이네.”

“결단이라니?”

“장강에서 한 곳을 점령하여 상인들이나 강을 건너려는 이들이 문제없이 건널 수 있게 배를 띄운다고 하더군.”

“그, 그게 사실인가?”

“그렇다니까. 게다가 여기서 그리 먼 곳도 아닐세. 그럼 강을 타고 가지는 못해도 건너는 건 별문제가 없지 않겠는가?”

“그것만 해도 숨통이 확 트이지! 그런데 수로채가 가만 보고만 있겠는가?”

“저들이 가만있지 않으면 어쩌겠는가? 천우맹은 저 화산에 사천당가, 새외사궁 중 두 곳이 함께하는 곳일세! 수로채 따위가 어찌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지.”

“……듣고 보니 그렇구먼.”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새삼스레 천우맹의 강대함을 실감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두렵고 저승사자 같은 것이 바로 수로채다. 명성 자자한 구파일방도 함부로 손대지 못하던 곳이라 돌파구조차 없으니 더더욱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수로채가 제 안방에 쳐들어와 진을 치는 화산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천우맹의 위세가 이리 대단했던가?”

“나는 이번 기회에 거래처도 아주 바꿀 생각이네.”

“거래처를?”

“생각해 보게. 장강이 이리 막히면 상단들이 피해를 보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화산이 저리 나서서 길을 만들면 천우맹에 연줄이 있는 상단들은 그 길로 문제없이 지나다니겠지.”

“……그렇지.”

“그럼 앞으로 어디가 더 잘나가겠는가? 이건 너무 뻔한 일이지.”

“에이……. 그래도 아직은 구파가…….”

“쯧쯧쯧. 상인이라는 자가! 그렇게 기다리다 천우맹이 구파를 넘게 되면 자네에게는 콩가루 하나 안 떨어질 걸세! 훗날을 보고 미리미리 움직여야 큰돈을 벌지.”

“…….”

“아무튼 나는 그리할 터이니 자네도 어서 잽싸게 알아보게. 듣자 하니 열흘 내로 화산이 길을 완비하고 통행을 시작할 거라 하더군.”

상인들이 저마다 머리를 굴리며 눈을 끔뻑였다.

‘정말인가?’

‘사실이라면…….’

누군가는 그저 놀랐고, 누군가는 그저 감탄했다.

하지만 몇몇 눈치 빠른 이들은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절실히 실감했다.

섬서의 화산이, 아니 그 화산이 속한 천우맹이 이제는 장강까지 그 영향력을 뻗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이야 작은 변화일지 모르지만, 훗날 이 일이 얼마나 큰 결과를 낳을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화산이 잘됐으면 좋겠군.”

“어째서?”

“이득을 노리고 왔든, 협의를 좇아서 왔든, 우리가 힘들 때 나서 준 것은 화산밖에 없잖은가? 저 망할 구파일방 놈들은 협의가 어쩌고 주둥이로만 떠들어 대지, 막상 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내 말이!”

“그렇지, 망할 놈들!”

“죄다 망해 버려라!”

장강에 삶을 던진 이들 사이에서 천우맹과 화산에 대한 찬탄과 구파일방에 대한 실망이 점점 번지며 몸집을 키워 나갔다.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한 소문 역시 빠르게 퍼져 이내 소림과 무당에까지 닿았다.

작은 토벌로 시작된 일의 규모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불어난 것이다.

마치…… 바짝 마른 숲에 떨어진 불씨가 타오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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