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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732화 (730/1,567)

732화. 다 너희 잘되라고 하는 거다. (2)

백천의 눈알이 왼쪽으로 살짝 굴렀다.

이쪽은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유이설, 윤종, 조걸. 요즘 항상 끼던 당소소와 혜연이 빠지긴 했지만, 어쨌거나 가장 자주 마주하는 얼굴들이니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다.

눈알이 오른쪽으로 다시 굴렀다.

이쪽은 아무래도 영 낯설었다.

운검과 운암.

물론 화산에서 항상 얼굴을 마주하는 사이니 낯설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정확히 말하면, 저 얼굴들이 낯선 게 아니라, 저 사람들과 같은 줄에 나란히 서 있는 상황이 낯설었다.

그리고…….

“뭘 그렇게 꼬나봐?”

“…….”

저건 안 낯서네, 저건.

아주 익숙한 망할 새끼.

일렬로 선 그들의 앞에 청명이 놈이 짝 다리를 짚고 서 있었다.

“청명아.”

“응?”

“거……. 사숙들도 계시는데 짝다리는 좀 그렇지 않느냐.”

“아이고. 전에 마교 놈들이랑 싸울 때 맞았던 칼침 때문에 다리를 쭉 펴기가 힘드네. 끄으으응.”

백천은 어이가 없다 못해 할 말을 잃었다.

야. 인간적으로 네가 그때 다친 게 아직 아프면 넌 걸어 다니지도 못해. 벼락 맞은 봉제인형 꼴로 걸레짝이 되었던 놈이 유독 다리만 아프냐? 딱 다리만 하필 지금?

“여튼.”

“화제전환 부드러운 것 보소, 저 새끼.”

“그러니까 말입니다.”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청명은 간지럽지도 않다는 듯 귀를 후볐다.

“다들 여기에 왜 모였는지는 아실 테니, 쓸데없는 설명은 집어치우고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그때 조걸이 번쩍 손을 들었다. 청명은 미간을 슬쩍 찌푸리며 턱짓했다.

“뭐?”

“왜 모인 건데?”

“…….”

순간 조걸을 응시하는 청명의 두 눈에 경멸과 짜증이 스쳤다. 조걸은 억울한 낯으로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주변의 시선에 비하면 차라리 청명의 시선이 온화해 보일 지경이었다.

“……죄송합니다.”

“걸아. 입을 열기 전에 일단 생각이라는 걸 좀 해 보자꾸나.”

“어렵겠지만.”

윤종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찬가지로 한숨을 쉰 백천이 청명을 향해 물었다.

“자하신공이지?”

“그럼.”

그 외에 다른 게 뭐가 있겠는가?

“음…….”

백천의 얼굴에 살짝 고민하는 기색이 스쳤다.

두 배분 정도가 함께 배우는 것이야 큰 문제가 없겠지만, 배분이 셋이나 모이면 정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운자 배의 입장에서 보자면 손자와 함께 새로운 무학을 배우는 꼴이 아닌가?

아무리 배움에는 위아래가 없는 법이라지만, 그건 사실 아주 이상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백천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청명이 선수 쳤다.

“참고로 여기 모인 사람들을 뽑은 건 내가 아니니까 나한테 말해 봐야 소용없어요.”

백천이 입을 조개처럼 다물었다.

‘뭔 말을 못 하게 하네.’

운검이 빙그레 웃더니 입을 열었다.

“장문인께서 지시하신 일이더냐?”

“네. 정확하게는 장문인이랑 장로님들이요.”

“음, 그렇구나.”

백천은 잠깐 눈치를 살피다 운검의 귀에만 들릴 만큼 작게 속삭였다.

“사숙. 껄끄러우시면 제가 장문인께 말씀드려 인원을 나누도록 해 보겠습니다.”

운검은 그런 그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걱정해 주어서 고맙구나.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다.”

“끄응. 나는 좀 부담스럽다만.”

의외로 앓는 소리를 한 건 운암이었다. 운검이 살짝 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애들을 물릴까요?”

“애들이 물리는 게 아니라 내가 물러가야지. 내가 뭐라고 너희와 함께 자하신공을 익히겠느냐. 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운검이 허허 웃어 버렸다.

“엄살 부리지 마십시오. 사형이 약하지 않다는 걸 모르는 화산 사람도 있습니까?”

“약하지 않기는. 예전에나 그랬지. 여튼 나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장문인께 말해서 빠지는 게…….”

“그랬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질 겁니다.”

“끄응. 그렇겠지?”

운암이 꿍얼거리자 운검은 그를 따뜻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사실 마음만 먹는다면 다음 대의 화산 장문인의 자리에 언제든 앉을 수 있는 운암이다. 설사 현종이라 해도 수십 년간 그를 보필해 화산을 지켜 온 운암을 밀어낼 수는 없었다.

운암이 장문인 자리를 이어받고자 했던 때는 화산에 희망이라고는 없던 때였다. 그 당시의 화산 장문인 자리는 누구도 원치 않았다.

모두가 기피할 때는 묵묵히 나서서 화산의 미래를 짊어지려 하고, 화산의 미래가 밝아진 시점에선 기꺼이 그 자리를 후대에 내어 주려 한다.

이런 이를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 운암이 앓는 소리를 하는 이유도, 역대 장문인들만 익혔던 자하신공을 자신이 익히는 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현종의 지시 덕에 화산의 모든 제자들이 능력만 된다면 얼마든지 자하신공을 익힐 수 있다지만, 본디 사람의 인식이란 게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자하신공의 수련을 포기하여 뒷말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려는 게 분명했다.

운암이 머리를 긁적이며 청명에게 물었다.

“그래서, 청명아. 장문인께서 우리더러 너에게 자하신공을 전수받으면 된다고 하신 것이더냐?”

“아. 그건 아니에요.”

청명이 배시시 웃었다.

“꼭 그래야 할 상황이면 절차고 뭐고 어쩔 수 없이 제가 해야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니까요. 저 말고도 가르칠 수 있는 분이 계시잖아요.”

“으응? 그럼…….”

“저기 오시네요.”

마침 연무장 아래쪽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정렬해 있던 모두가 일제히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오. 장문…….”

장문인에게 반가이 예를 표하려던 운검이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장문인?’

맞는데…….

분명히 현종이 맞는데, 왜 뭔가가 좀 다른 것 같지?

두 눈을 끔뻑여 보았지만 분명 중앙에 있는 이는 현종이었다. 그리고 그 좌우로 선 이들은 현상과 현영이 분명했다.

거의 평생을 보아 온 분들이건만 이상하게 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위화감이 들었다.

뚜두두둑!

“에잉. 쯧!”

천 뜯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현영이 눈을 확 일그러뜨렸다.

“아니, 좀 넉넉한 걸로 입으라고 분명히 말씀드렸잖습니까! 그거 꿰매고 새 옷 넣어 두는 걸 누가 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좀 더 큰 걸로 입었는데.”

“그냥 좀 큰 걸로 해결될 몸입니까, 그게? 한창 젊었을 때 입던 크기로 입으십시오. 아니, 그보다 좀 더 큰 걸로.”

“……알겠다.”

두 사람의 대화에 운암 역시 고개를 갸웃했다.

옷이 작아? 왜?

한동안 피골이 상접했었는데 그새 살이라도 찌셨…….

‘어?’

세 사람을 가만 보던 운암이 움찔했다. 기분 탓이 아니라 현종의 몸이 과거보다 커진 듯했다.

‘이게 그 영기(靈氣)라는 건가?’

그래서 더 커 보이는……. 엥?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현종의 가슴께가 불룩불룩했다. 그러고 보니 어깨도……. 아니, 허벅지도 더 두꺼워…….

운암의 뺨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냥 진짜 몸이 더 커진 거네.’

현종뿐 아니라 옆에 있는 장로들도 이전보다 확연히 커 보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갑자기 저렇게 클 수 있나?’

물론 나이가 들면서 굽었던 허리가 펴진다면 키가 큰 것이나 다름없는 효과를 낼 수 있겠으나, 그런 정도로 몸집까지 커지고 사람이 달라 보인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어느새 다가온 현종과 장로들이 그들의 앞에 섰다.

“다들 모였구나.”

“예, 장문인!”

화산의 제자들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현종을 바라본다. 물론 무인인 그들에게 육체가 주는 위압감이 뭐 얼마나 대단하겠냐마는…….

‘아니, 아무리 봐도 대단한데?’

‘사람이 달라 보이는데?’

모두가 현종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단순히 덩치만 좀 커진 게 아니라 분위기도 달라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굳이 표현할 말을 찾자면…… 확연한 강자의 여유가 느껴진달…….

응? 강자의 여유?

그때 현종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입을 뗐다.

“이제 너희에게 자하신공을 전수할까 한다. 워낙에 난해하고 어려운 무학이다 보니 배우기 쉽지야 않겠지만, 다들 최선을 다해 따라와 주기를 바라마.”

“예, 장문인!”

화산 제자들이 상기된 얼굴로 크게 답했다.

그래. 장문인의 겉모습이 달라진 게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중요한 건 이제 그들이 자하신공을 배운다는 점이었다.

‘화산 최고의 신공!’

‘실전되었던 전설의 무학!’

‘역대 화산파 장문인들만 익혔던 최강의 기공!’

그 어느 수식어 하나 화려하지 않은 것이 없다. 화산 무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그 자하신공을 이제 드디어 익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선은…….”

바로 그때였다.

“장문이이이이이인!”

“음?”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현종이 그쪽을 바라보았다. 저 먼 곳에서 몇몇 이들이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소소?”

“……백상이?”

그 선두에 선 익숙한 얼굴들에 백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쟤들이 왜?

단숨에 달려온 이들은 현종과 장로들에게 예를 표했다.

“무슨 일이더냐?”

이유를 물으니 백상은 우물쭈물하며 현종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더니 이내 결심한 듯 단호하게 입을 뗐다.

“장문인!”

하지만 그의 말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운암이 못마땅한 얼굴로 눈살을 찌푸리며 먼저 호통 쳤다.

“화산이 아무리 제자들에게 편한 곳이라고는 하나, 말도 없이 우르르 몰려와 장문인을 찾아 대는 것이 온당하더냐?”

“되었다.”

가볍게 웃으며 운암을 만류한 현종이 따뜻한 눈으로 백상을 바라보았다.

“말해 보거라. 왜 주저하는 것이더냐.”

“자, 장문인. 혹 이곳에 모인 이들이 자하신공을 익히는 것입니까?”

“그렇단다.”

“장문인!”

백상이 황급히 외치며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그러자 함께 온 이들도 모두 바닥에 따라 엎드렸다.

현종이 놀라 제자들을 일으키려 하자 백상이 단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곳에 모인 이들에 비해 저희가 부족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장문인의 선택이 틀렸다 말하고자 함도 아닙니다. 제가 뽑았다 해도 당연히 이곳에 계신 사숙들과 사형제, 사질들을 뽑았을 것입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 장문인. 부디 오해하지 마시고 들어 주십시오. 결정이 부당하다 논하는 것은 아니나, 저희도 그 기회를 얻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기회라 하였느냐?”

“예!”

백상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두 눈이 간절함으로 반짝였다.

“물론 부족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러니 전에 알던 저희의 실력이 전부라 생각지 마시고, 제대로 능력을 펼쳐 보이고 평가받을 기회라도 주십사 감히 청을 드립니다.”

“흐으으음.”

현종이 고민하는 눈치로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눈치를 살피던 당소소도 슬쩍 입을 열었다.

“장문인. 장문인과 장로님들의 결정이 온당함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뒤에서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건 너무 아쉽습니다.”

“아쉽다?”

“예. 저희도…… 저희도 무인이니까요.”

현종이 부드럽게 웃으며 당소소에게 물었다.

“뒤처지고 싶지 않은 것이더냐?”

“저는 너무 부족합니다. 아직 이십사수매화검법도 통달하지 못했고, 화산의 무학도 다른 사형들에 비해 온전히 익혀 내지 못했습니다. 그건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종을 똑바로 응시하는 당소소의 눈빛은 더없이 맑았다. 잡티 하나 없는 순수한 열망만이 눈망울에 가득했다.

“그렇다고 해서 차이를 인정하고 계속해서 밀려나기만 한다면 저는 영원히 사형들을, 사숙들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부디 저희를 증명할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이야기를 듣던 운암은 굳은 얼굴로 차게 일갈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해도 그게 이 자리에 무례하게 단체로 몰려와 할 말이더냐! 내 너희를 그리 가르쳤느냐?”

“죄송합니다, 사숙.”

“얼른 물러나거라.”

“운암아. 잠시 기다려 보거라.”

하지만 현종은 이번에도 운암을 만류하고 웃었다.

“내 들어 보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우리끼리 적당히 논의해 사람을 뽑았다는 건 뽑히지 못한 이들에게는 야속한 말일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누구나 납득 가능한 방법이 필요할 터.”

그리고 현상을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음. 확실히 매번 주먹구구식으로 뽑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아닙니다. 이들을 위해 지금 당장 기준을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들의 청은 물리고 다음 차례를 뽑는 과정을 조금 당기시지요.”

그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현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현영을 보며 물었다.

“너는?”

현영은 뭘 그런 걸 묻냐는 듯 피식 웃었다.

“하게 해 줍시다.”

“장로님!”

“현영 장로님!”

제자들의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뭔 일이 있을 때마다 귀찮다는 듯이 손이나 휘휘 내젓던 현영이 제자들의 손을 들어 줄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괜찮겠느냐?”

“뭐. 저리 배우고 싶다는데, 굳이 안 된다고 자를 이유도 없지요. 다만…….”

“다만?”

현영이 살짝 의미심장하게 몰려온 제자들을 훑어보았다.

“그 기준이라는 걸 나중에 따로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부터 적당히 굴려 보고 버티는 놈들만 가르친다면 누구의 입에서도 불만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요.”

“……버티는 사람만?”

“예.”

“뭘 시키려고?”

“뭐든 시키면 되지요, 뭐든. 방법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따로 있지요.”

“그게 무엇이냐?”

“그야…….”

현영의 입꼬리가 슬쩍 뒤틀렸다.

“본디 사문 존장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서는 것은 기사멸조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그것도 장문인의 선택이라면 더욱 그러하지요. 원칙적으로 따지면 이놈들 모두 매질을 하고 참회동에 밀어 넣어야 마땅합니다.”

“……그, 그렇게까지?”

“그러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런 벌을 받아도 쌀 만한 억지를 부렸으니 책임은 져야지요.”

현영이 모두를 보며 말했다.

“기회는 주마. 대신!”

“…….”

“실력도 없는 주제에 억지를 부린 놈은 그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 절대!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마라. 포기 하는 놈은 내가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준다, 반드시!”

순간 운암과 운검은 밀려드는 오한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억이 몰고 온 한기였다.

옛날, 그러니까 아득한 옛날.

현영이 제자들에게서 손을 떼고 재경각을 떠맡아 화산의 살림을 온전히 책임지기 전, 그때.

청명 이전에 화산의 악마로 불렸던 이가 누구였는지 떠오른 것이다.

어안이 벙벙한 제자들이 고개를 드니 현영과 그의 뒤에 선 청명의 모습이 보였다.

청명은 정말 즐거운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다른 제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말없이 엄지로 제 목을 죽 긋는 시늉을 해 보였다.

‘너희들은 이제 뒈졌다.’

“…….”

그 순간 모두 직감했다.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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