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귀환-603화 (601/1,567)

603화.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 (3)

“……여기 있습니다.”

“크으. 통도 크셔라.”

청명이 송태악이 내민 전표 뭉치를 잡았다.

“감사히…….”

꾸욱.

“…….”

“…….”

전표 뭉치를 슬그머니 당기던 청명이 묘한 눈으로 송태악을 바라봤다.

그와 송태악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놓으시죠.”

“…….”

“아, 놓으라고.”

“크흑.”

송태악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꽉 쥐고 있던 전표 뭉치가 쑥 빠져나가면서 그의 영혼도 함께 빠져나갔다.

‘이게 어떻게 모은 돈인데.’

이 거래 한 번으로 여유 자금이 모조리 사라졌다. 아니, 여유 자금이 사라진 정도가 아니라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투자해 뒀던 양조장과 토지들을 경쟁 상단에 급매로 팔아넘겨야 했다.

급매니 당연히 제 돈을 받을 수 있을 리가 만무. 겨우 팔 할도 되지 못하는 돈만 챙긴 것도 속이 문드러지는데, 그렇게 겨우 마련한 돈이 한순간에 몽땅 빠져나가는 허탈감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마치 살덩어리를 툭 잘라 내놓은 것 같은 고통에 신음하던 송태악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다. 이건 투자다.’

나가는 돈을 두려워하는 이는 절대 큰돈을 벌지 못하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투자하는 돈으로 뭘 벌어들일 수 있느냐다. 호북과 북경에 운남차를 전매할 수 있다면, 지금 나가는 돈은 비교도 되지 않는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이문은 거의 남지 않겠지! 하지만 북경의 고관들에게 차를 팔 권한을 얻을 수 있다면 이문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그러니 결국엔 남는 장사…….

남는 장사긴 한데…….

“표정이 왜 그러시죠?”

뚱하게 물어오는 청명의 말에 송태악이 입꼬리를 억지로 뒤틀었다.

“기, 기뻐서 그렇습니다. 기뻐서.”

“별로 안 기뻐 보이시는데?”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보십시오. 너무 기뻐서 눈물까지 나지 않습니까…….”

송태악의 두 눈에 찔끔 고인 눈물을 본 청명이 낄낄거리며 웃어 댔다.

“뭐 눈물까지. 하핫. 정말 좋으신 모양이네요.”

“…….”

그래. 좋지.

너 같으면 안 좋겠냐? 이 썩을 놈아?

송태악이 끓어오르는 울분을 꾹꾹 밀어 넣었다.

‘어차피 모 아니면 도다.’

투자 없이는 돈을 벌 수 없는 법이고, 모험 없이는 성장할 수 없는 법이다.

그가 한 도박은 돈을 주고 차의 판매권을 산 게 아니었다.

무당이 아닌 화산으로 거래처를 옮긴 것이야말로 그의 명운을 건 도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수가 실패하면 금선상단은 쫄딱 망하겠지.’

하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적어도 호북 위의 상권에서는 절대적인 지위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화산은 섬서에 자리 잡고 있고, 그들과 거래하는 상단들은 모두 중원의 서쪽에 있었으니까.

중원 동쪽의 유일한 친화산파 상단이 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위험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 분명했다.

다만…….

“히히히히힛! 이게 다 얼마야.”

“…….”

희희낙락하며 전표 뭉치를 품 안으로 쑤셔 넣는 청명을 보고 있으니,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인가 자꾸만 의혹이 이는 송태악이었다.

“헤헤. 잘해 보자구요.”

“끄응. 잘 부탁드립니다.”

송태악이 청명이 내민 손을 꾹 맞잡았다.

어차피 상황은 이미 기호지세. 호랑이 등에 올라탄 이상 이제는 이 호랑이와 친해져 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송태악이 슬쩍 고개를 돌려 마당 쪽을 바라봤다.

물류를 처리하기 위해서 더없이 드넓게 만들어진 금선상단의 마당 한복판에 새하얀 자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네?”

“……대체 저것들은 어디다 쓰시려고?”

송태악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청명은 그에게 지불할 금액의 일 할을 돈이 아닌 물품으로 준비하라고 요청했다. 말이 일 할이지, 저 물품들의 값어치만 해도 백만 냥에 가까운 거금이었다.

아무리 여기에 화산의 제자들이 모조리 와 있다지만, 저 많은 자루를 짊어지고 섬서까지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아, 저거요?”

청명이 어깨를 으쓱했다.

“신경 쓰실 것 없어요. 다 좋자고 준비한 거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뭐.”

청명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걸렸다.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

그 미소를 본 송태악이 알 수 없는 불안함에 몸을 떨었다.

* * *

금선상단이 위치한 호북성 무한은 호북에서 가장 큰 도시다. 그렇다 보니 호북의 가장 큰 문파인 무당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이기도 했다.

그 호북성 무한의 대로변에 지금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응?”

대로를 지나던 이들이 갑자기 나타난 이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사람들은?”

수많은 이들이 오가는 대로변이니만큼 무리 지은 이들이 나타났다고 해서 딱히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시선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지금 나타난 백 명이 넘는 이들이 다 같은 복장을 하고 있고, 그 복색이 무한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검은 무복에…… 저 문양은…… 응? 꽃? 꽃인가?”

“화산이다!”

“화산! 화산파다! 화산파의 무인들이야!”

과거였다면 누군가 박식한 이가 나타나지 않고서는 화산을 알아보는 이들이 없었지만, 이제는 무복과 매화의 문양만으로도 모두가 화산파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래서 명성이 중요한 것이다.

“그 대별채를 소탕한 화산파 말인가?”

“그렇지! 그 화산파라니까!”

“그런데 그분들이 여기에는 왜?”

화산파를 바라보는 무한인들의 시선은 호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를 가져다 댈 것도 없었다. 당장 바로 인근의 산에 있던 산적들을 토벌해 준 사람들이니 누가 좋게 보지 않겠는가?

그 산적들이 그저 일반적인 산적들이었다 해도 고개가 부러지도록 감사를 표해야 할 판인데, 화산은 다른 산적도 아니고 저 악명높은 대별채를 토벌하지 않았는가?

자연히 모두가 흠모와 감사를 담아 화산파를 바라보았다.

“화산파라. 과연 풍모들이 남다르구만!”

“무당과는 또 다른 느낌일세.”

“허허, 그렇지. 사실 무당이 천하를 쥐락펴락하는 문파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화산의 기세도 만만찮지 않은가?”

“예끼! 아무리 그래도 어찌 무당을 화산과 비교하는가?”

“어허? 그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막말로 자네 요 몇 년간 무당이 뭔가 활약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그건 아니지만.”

“자리라는 건 영원한 게 아니지. 물론 지금이야 무당이 천하제일도문이자 천하제일검문이지만, 이대로 십 년만 지난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세상사 아닌가!”

“쯧쯧.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디 화산을.”

사람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하지만 이곳이 무당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무한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만한 반응도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고, 개도 자기 집 마당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가는 법.

저 멀리 섬서의 도문인 화산이 바로 이 무한에서 무당과 비견된다는 것은 화산의 명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증명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저건 뭔가?”

“글쎄? 다들 자루를 몇 개씩 들고 나르시는 것 같은데.”

“뭔지 몰라도 꽤 묵직해 보이는데?”

중인들이 화산파의 제자들이 짊어진 자루들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하나 들기도 버거워 보이는 자루들을 몇 개나 들고도 힘든 기색 없이 걸어온 화산의 제자들이 대로 한중간에 자루를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오?”

“……뭔가 엄청 많은데?”

“저걸로 뭘 하려는 거지?”

중인들이 호기심을 담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홱.

자루를 내려놓은 화산의 제자들이 뭘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일제히 몸을 돌려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엥?”

“으응?”

그 광경을 본 이들이 다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휘잉.

화산의 제자들이 모두 떠나 버린 곳에 첩첩이 쌓인 자루들만이 휑하니 남아 있었다.

“……왜 그냥 가지?”

“저, 저걸 어쩌려고?”

모두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의아해하던 그때.

“저, 저기! 다시 온다!”

“허억? 뭐가 또 들려 있는데?”

저 멀리 다시 나타난 화산의 제자들을 본 이들이 입을 쩌억 벌렸다. 다시 나타난 화산 제자들의 어깨에 조금 전 가져 왔던 만큼의 자루가 다시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척! 척! 척!

화산의 제자들이 쌓아 뒀던 자루 위에 다시 자루를 쌓아 올렸다. 그런 과정이 몇 번이고 반복되며 자루들의 산이 점점 크고 높아져 갔다.

“어…….”

“어어…….”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들의 눈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쌓이고 쌓인 자루들이 이제는 작은 동산처럼 보일 정도였다.

“끝인가?”

“그런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자루를 올린 화산의 제자들이 이제는 길을 돌아가지 않고 자루들 주변을 쭉 둘러섰다.

딱히 한마디 말도 없이 벌어진 일.

하지만 이 괴사를 본 이들은 모두가 가던 길을 멈추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뭘 하려는 거지?’

‘저 자루들은 대체 뭐고?’

‘궁금해 죽겠네.’

몰려든 중인들이 산처럼 쌓인 자루와 그 자루의 산을 둘러싼 화산의 제자들을 연신 번갈아 바라봤다.

“그, 그게 대체 뭐요?”

“여기서 뭘 하시려는 겁니까?”

화산의 제자들이 아무런 설명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자, 결국은 성질 급한 이들이 참지 못하고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산의 제자들은 묵묵부답으로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 답답함이 극에 달할 때쯤.

“엣헴!”

중인들의 눈에 쭉 둘러선 화산의 제자들 사이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오는 모습이 들어왔다.

자연히 모두의 시선이 걸어 나오는 이에게로 집중되었다.

“크흐흐흐흠!”

아직 어린 티가 다 사라지지 않은 젊은 청년이 집중되는 시선을 받으며 크게 헛기침을 했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쭉 한 번 둘러본 이가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살짝 열었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이거 어디부터 설명해야 하지?”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

“그냥 해 인마!”

“거, 승질은!”

괜히 한마디 했다가 본전도 못 찾은 청명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고는 목청을 높였다.

“아아! 다 잘 들리십니까?”

사람들을 향해 외치는 청명의 모습을 본 화산의 제자들이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제발 그냥 하라고.”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냐.”

보아라.

어디에 내놔도 부끄러운 그들의 사제를.

물론 그런 제자들의 반응을 신경 쓸 리가 없는 청명은 한 번 히죽 웃고는 몰려든 중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희가 누군지는 다 아시죠?”

“화산파 분들이 아니십니까!”

“대별채를 토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돌아오는 환호에 청명이 헤헤 웃었다.

“아, 뭐 대단한 거 했다고. 헤헤헤.”

“빨리하라고! 창피하다고!”

“동룡이 조용히 안 해?”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인상을 한 번 써 준 청명이 중인들을 돌아보며 더없이 밝은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예. 저희는 화산파의 문도들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얼마 전 저 대별산에 있던 대별채의 산적 놈들을 싹 때려잡아 관아에 넘겼습니다. 이제는 대별산에 오르실 때 산적 놈들을 걱정하실 필요가 없으실 겁니다!”

“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미 전해 들었던 일이지만, 이들 중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사자가 직접 이리 말해 주니 이제는 확신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저 자루들은 대체 뭡니까?”

“아,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청명이 씨익 웃고는 자루의 산을 턱으로 가리켰다.

“저희가 대별채를 정리하다 보니, 이 산적 놈들이 그동안 호북을 얼마나 알뜰살뜰히 털어먹었는지, 창고에 재물들이 산처럼 쌓여 있더라고요!”

“……그, 그럼?”

“네. 저게 그 대별채에서 가져온 재물들이죠.”

중인들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눈치 빠른 이들은 대충 이들이 뭘 하려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쯧. 이걸 저희가 꿀꺽 먹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겠지만, 사실 이 재물들이 다 호북 분들이 대별산을 오가며 강탈당한 것들 아니겠어요?”

“그, 그렇지요.”

“그래서!”

쾅!

청명이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화산의 장문인께서 말씀하시길, 이 재물들을 우리가 화산으로 가져가는 것은 도의가 아니다! 이것은 산적들이 주인에게서 강탈한 물건이니, 당연히 그 주인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도리다!”

청명이 고개를 홱 돌리자 기다리고 있던 백천과 윤종이 자루를 묶고 있던 끈을 풀고 자루를 아래로 슬쩍 던졌다.

촤아아악!

그러자 바닥에 떨어진 자루에서 곡식이 확 쏟아져 나왔다.

중인들의 시선이 하나도 빠짐없이 자루에서 나온 곡식으로 쏠렸다. 그들의 눈이 옅게 떨려 왔다.

“그러니 지금부터!”

청명이 산처럼 쌓인 곡식들을 가리켰다.

“무한의 여러분께 이 곡식들을 나눠드리겠습니다!”

사삭!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산의 제자들이 미리 준비한 됫박과 작은 자루 뭉치를 꺼내 들었다.

그 광경을 본 중인들이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연신 곡식과 청명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 그 말이 진짜입니까?”

“그동안 속고만 사셨나?”

“아, 아니 이런 경우는 처음 들어서.”

“뭐.”

청명이 혀를 찼다.

“다른 문파들은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화산은 원래 이렇게 해요.”

“…….”

“그러니까 보고만 있지 마시고 다들 오십시오! 그리고 여기 없는 사람들도 다 불러오세요! 지금부터 나눠 드릴 테니까!”

촤아아아아악!

화산의 제자들이 미리 깐 돗자리 위에 곡식 자루를 하나씩 엎어 붓더니, 됫박으로 작은 자루에 곡식을 옮겨 담기 시작했다.

“나눠 드려!”

“여기 있습니다!”

“받아 가십시오!”

우물쭈물 어찌할 바를 모르던 이들의 손에 화산의 제자들이 내민 곡식 자루가 쥐어졌다.

“가, 감사합니다!”

“이, 이걸 정말 받아도 될지!”

곡식 자루를 받아 든 이들이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자, 청명이 버럭 고함을 쳤다.

“감사하지 마세요! 이건 원래 여러분 거예요!”

“…….”

“그러니 빨리 가셔서 다들 불러오세요! 오늘 무한에 계신 사람들 모두 한 자루씩은 받아가야 하니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세상에! 진짜 협의행이구나!”

뭐든 시작이 어려운 법.

한두 사람이 곡식을 받기 시작하자,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화산의 제자들에게로 달려들었다.

“저, 저도 주십시오!”

“저도!”

“아아, 줄을 서 주세요! 충분히 있습니다!”

“다들 드릴 테니 서두르지 마십시오! 다치십니다.”

화산의 제자들이 만면에 웃음을 띠며 몰려드는 이들에게 곡식을 나눠 주었다.

그와 동시에 화산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떠나갈 듯 높아지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이 화산파, 화산파 하는 줄 알겠습니다.”

“목숨 걸고 산적들을 토벌해 주신 것도 감사한데, 이리 구휼까지 해 주시다니.”

“제가 꼭 화산의 협행을 알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몰려드는 이들과 곡식을 나눠 주는 화산의 제자들.

뒤에서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청명이 슬쩍 고개를 돌리고는 낄낄 웃어 댔다.

‘뇌물이 뭐 따로 있나.’

권력 가진 놈들에게 퍼 주는 것만 뇌물이 아니지. 재물을 나눠 줘서 원하는 걸 달성하면 그게 바로 뇌물 아니겠는가?

곡식이 산처럼 쌓여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곡식은 화산의 재정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다. 당장 팔아 재낀 재물에 비해서도 얼마 되지 않는 양.

‘그걸로 무당을 엿 먹일 수 있으면 남는 장사 정도가 아니라는 말씀.’

이 소식이 무당 말코 놈의 귀에 들어갔을 때, 그놈이 대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낄낄낄낄낄.”

청명이 가열차게 웃어 댔다.

“엄마. 저 아저씨 이상해…….”

“쉿. 이리와. 가까이 가면 안 된단다.”

청명이 약간(?) 깎아 먹긴 했지만, 화산의 이름이 곡식 자루와 함께 무한에 널리 퍼져 나가는 순간이었다.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