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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561화 (559/1,567)

561화. 그러게, 사람이 초지일관해야지. (1)

스으으읏! 스으으으읏!

“오…….”

스으으읏! 스으으으으으읏!

임소병이 마른침을 삼켰다. 미세하게 푸른빛이 도는 한철 솥 안에선 형용하기 힘든 오묘한 빛깔의 걸쭉한 액체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선 청명이 솥을 저을 때마다 소리가 일정하게 울렸다. 표정은 심드렁하기 짝이 없지만 어쨌든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

청명의 얼굴을 힐끔 본 임소병이 슬그머니 말을 건네었다.

“이거 얼마나 더 해야…….”

“물!”

“옙!”

임소병은 병자라 믿기지 않을 만큼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그러더니 이내 물이 든 병을 들고 청명의 바로 앞까지 부리나케 뛰어왔다.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청명은 물병을 보자마자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이거 말고 시원한 거! 얼음 동동 뜬 시원한 물!”

“어, 얼음물이요?”

당황한 임소병이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그러자 청명이 무섭게 눈을 부라렸다.

“아니, 이 양반이 영단 망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나?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몰라서 그래요?”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조금만 배합이 어긋나도 바로 조지는 거야, 바로! 병 고치기 싫으시나? 나 그냥 확 다 엎어?”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뛰어!”

“옙!”

임소병이 다시 벼락같이 달려 나갔다.

잠시 후,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온 그의 손엔 정말로 얼음이 동동 뜬 물병이 들려 있었다.

“호오. 얼음은 어디서 캐 온 거예요?”

“저, 저 아래 있는 동굴에서 캐 왔습니다! 문도 분들에게 물어서 찾아갔습죠!”

“거기 꽤 먼데 빨리 다녀왔네요. 이리 줘 봐요.”

“여기! 여기 있습니다.”

임소병이 얼른 공손하게 내밀자 청명이 한 손으로 솥을 휘저으며 받아 들었다.

그러더니 주저 없이 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벌컥! 벌컥! 벌컥!

“…….”

“크으으으으! 시원하다!”

“…….”

기대에 부풀어 있던 임소병의 얼굴에서 영혼이 파스스 흩어졌다.

네가 처먹는……. 아니, 도장이 드시는 거였습니까…….

나는 또 영단에 넣는 건 줄 알았지…….

“왜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임소병이 눈가에 차오르는 물기를 억지로 내리눌렀다.

하지만 청명의 요구는 끝날 줄을 몰랐다.

“아, 배고파서 힘 빠지는데?”

“당과라도 좀 가져다드릴까요?”

“아니, 이 사람이? 내가 매일 당과만 먹고 사는 줄 아나?”

“……죄, 죄송합…….”

“전병도.”

“…….”

임소병의 볼이 깊은 빡침으로 푸들푸들 떨리기 시작했다.

“왜요?”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칼 든 놈이 벼슬인데.

지금 청명이 만들고 있는 혼원단은 그의 병세를 고칠 유일한 방법이나 다름없었다. 청명이 영단 제조를 조지는 순간 임소병의 인생도 한 방에 조지는 것이다.

그러니 더럽고 아니꼬워도 참을 수밖에.

‘병만 치료하면 내가 아주 그냥…….’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

“히이이이이익!”

그때 솥이 옆으로 기우뚱 기울었다. 화들짝 놀란 임소병이 몸을 날려 솥을 온몸으로 부여잡았다.

“조, 조심 좀!”

“아, 역시 배가 고파서 그런가? 손에 힘이 영 안 들어가네.”

“끄으으으. 조,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에이, 뭐가 그리 급하다고. 천천히 다녀오세요.”

“이런 개…….”

“네?”

“……아닙니다. 제가 금방, 지금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임소병이 다시 부리나케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가만 보던 화산의 제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하다하다 녹림왕을 부려먹네.”

“……그러게요. 자그마치 녹림왕을.”

청명의 마수 앞에서는 북해빙궁주라는 드높은 이름도, 녹림왕의 악명도 딱히 의미가 없었다. 적어도 청명이 놈에게는 말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녹림왕을 종처럼 부리는 청명이 놈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게 화산에는 왜 와서…….”

“목숨이 경각이라지 않느냐.”

“사숙, 그럼 청명이 만나기랑 그냥 죽기 중에 택일해 보십시오.”

“……나는 그냥 죽으련다.”

“그렇죠?”

모두가 임소병의 처지를 동정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퀭한 눈.

부르튼 입술.

핏기 없는 얼굴.

“…….”

임소병은 마치 병자……. 아니, 원래 병자지만 한결 더 병자 같은 몰골로 솥 앞에 주저앉았다.

반면에 솥을 젓고 있는 청명은 그동안 잘 마시고, 잘 먹었는지 얼굴에 반질반질 윤기가 돌았다.

“크으, 목이 또 마른데.”

“……여기 있습니다.”

“응? 미리 챙겨 뒀어요?”

“……예. 도장께서 좋아하시는 술입니다.”

연단을 하면서 술을 퍼먹어도 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은 이미 임소병의 머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청명이란 놈에게 그런 걸 따지는 건 너무도 무의미한 짓이다.

임소병이 내민 술병을 본 청명이 입술을 삐쭉거렸다.

“다 식었네. 난 시원한 게 좋은데.”

“……기다리십쇼.”

임소병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움켜잡고 한기를 밀어 넣었다.

그러자 병에 순식간에 서리가 어리며, 술에 살얼음이 동동 떴다.

“여기 있습니다.”

“크으, 편리하네. 역시 삼음 하고도 반의반 절맥. 한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네! 한여름에도 시원하겠네요. 좋겠어요.”

“…….”

대충 지껄이며 술병을 낚아채 간 청명이 그대로 병을 입에 꽂았다. 꿀꺽꿀꺽 소리와 함께 목젖이 크게 움직였다.

“크으! 이 맛이지! 이 맛이야!”

임소병은 조금 더 퀭해진 눈으로 그 모습을 그저 바라보았다.

그냥 네가 산적 해라.

내가 도사 할게.

하늘은 도대체 생각이라는 게 있는가. 생각이 있었다면 저놈을 산적으로 태어나게 하고 임소병을 도사로 태어나게 했을 것이다.

뭔 일 처리를 이따위로 한단 말인가.

“……더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음, 뭐가 더 있을까나?”

손을 움직이며 골똘히 생각에 빠진 청명의 모습에 임소병의 눈가가 움찔움찔했다.

‘왜…….’

왜 저 빌어처먹을 영단은 완성될 기미가 없는가?

사흘 내내 연단을 하고 있는데! 주구장창!

덕분에 그도 사흘 내내 잠 한숨 자지 못하고 이곳에서 온갖 수발을 다 들고 있지 않은가!

“……저기, 청명 도장.”

“네?”

“완성이 되기는 하는 겁니까……?”

“거참?!”

참다못해 물었건만 청명은 눈을 부라리며 신경질을 부렸다.

“쌀이 익어야 밥이 되지! 재촉한다고 그게 뚝딱 밥이 돼요? 산적이라 생쌀만 퍼먹어서 그런가? 인내심이 없어도 너무 없으시네!”

……뭔 쌀을 삼 일 동안 끓이냐. 그 정도면 죽도 다 탔겠다.

그리고 산적도 밥 해 먹거든…….

그때 청명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요. 거의 다 됐어요.”

“저, 정말입니까?”

“속고만 사셨나?”

“…….”

임소병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어쩌다가…….’

산적답지 않게 인의예지와 충효를 지켜 온 산적은, 생전 그런 걸 지켜 본 적 없는 도사의 손에 걸려 인생을 배우는 중이었다.

“읏차아아아!”

그 순간이었다.

사기는 밥 먹듯이 칠지언정 거짓말은 하지 않는……. 아니, 거짓말은 아주 가끔씩만 한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 솥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

동시에 다 죽어 가던 임소병의 얼굴에 화색이 번지기 시작했다.

뿜어져 나오던 오색의 빛깔이 일순 자색으로 변하더니, 더없이 상서로운 보랏빛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

“됐다!”

“오오오오오오!”

임소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시선은 솥 안 가득 찰랑이는 보랏빛 약액(藥液)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이게 혼원단입니까?”

“더 좋은 거예요.”

“오…….”

임소병은 마른침을 삼켰다.

더 좋은 거라는 말이 조금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그가 보기에도 지금 눈앞의 약액은 범상치가 않았다.

‘이건…… 진짜다!’

그가 지금까지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먹은 영약이 얼마나 많았는가?

심지어 그중에는 천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영약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영약도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 그를 사로잡지는 못했다.

게다가 코를 뚫고 들어오는 이 청아한 향은 또 어떤가!

이게 혼원단이든 아니든 분명 천하를 뒤져도 구하기 힘든 천고의 영약임이 분명했다.

“읏차.”

그 순간 청명이 솥을 뻥 걷어차 허공으로 날렸다.

“히익! 무, 무슨!”

가득 차 있던 걸쭉한 약액이 튀어 올랐다. 심장이라도 뽑힌 듯 놀란 임소병과 달리, 청명은 태연하게 검을 뽑아 솟아오른 약 덩어리를 베어 냈다.

파아아아아앗!

순식간에 수백 조각으로 잘린 약 덩어리들이 동글동글하게 말려 바닥으로 차르륵 떨어졌다.

‘드, 드디어!’

마침내 영약이 완전한 단환의 형태를 갖추어 바닥에 정렬했다. 임소병은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이제 먹으면 되는 겁니까?”

“네. 완성됐으니까요.”

“가, 감사합니다, 도장!”

눈물겨운 인고의 시간 끝에 드디어 영약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는 당장 그 결과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어어, 그거 아니에요.”

“예?”

“그쪽 건 이거.”

임소병은 청명이 가리킨 쪽을 향해 슬쩍 시선을 틀었다. 줄지어 있는 영약과 조금 떨어진 곳에 몇 개의 단환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거요?”

“네.”

“아니, 왜 저것만 따로?”

청명이 빙긋 웃었다.

“다른 건 그냥 영약이고, 저건 약이니까요.”

“그게 뭐가 다릅니까?”

“에헤이! 비슷한 환자라고 하더라도 몸 상태에 따라 처방이 다 다른 법인데, 아픈 사람과 멀쩡한 사람한테 같은 약을 쓸 수야 있나요! 이건 의술의 기본이죠.”

“…….”

“헤헤. 그래서 특별히 작은 솥 하나 따로 써서 만들었어요. 제가 이렇게 세심하다니까요.”

“…….”

어쩐지 솥이 두 개더라.

임소병은 의혹 가득한 눈으로 자기 몫(?)의 자소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기…… 도장?”

“네?”

“이것만 빛깔이 조금 옅은 것 같은데요.”

“기분 탓이죠.”

“……향도 조금 약한 것 같은데.”

“킁킁. 나는 똑같은데?”

“……그냥 저걸로 먹으면 안 됩니까?”

“거 자꾸 의심하시네. 속고만 사셨나?”

결국 임소병은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다.

‘세상에 믿을 놈이 따로 있지.’

너를 어떻게 믿냐, 너를……. 내가 차라리 만인방을 믿지…….

그 와중에 청명은 어디선가 가져온 자루에 만들어 놓은 자소단을 쓸어 넣었다. 마치 임소병이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듯 쾌속한 움직임이었다.

“바로 드실 거죠?”

“…….”

“얼른 드세요. 제가 도인해 드릴게요.”

의심이 넘실거리는 눈으로 청명이 내민 영단과 자루를 번갈아 보던 임소병은 이내 체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이것만 먹으면 정말 병이 치료되는 거죠?”

“잔말 말고 빨리 먹어 봐요.”

“……믿겠습니다.”

그는 포기한 얼굴로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었다. 긴장에 온몸이 잔뜩 곤두선 느낌이었다.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귀에 크게 울릴 정도였다.

‘제발!’

이내 단호한 얼굴로 받아 든 영단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진기를 도인하기 시작했다.

“제가 이끄는 대로 돌려요.”

입을 열지 못하는 임소병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청명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가볍게 진기를 유도해 주었다.

고오오오오오!

이윽고 임소병의 몸에서 청아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 뿜어졌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화산의 제자들이 놀랍다는 듯 속삭였다.

“사기가 아니네?”

“그럴 리가 없는데?”

“쉿. 조용히 해라. 주화입마 온다.”

고오오오오오.

천천히 휘몰아치던 기운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그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세찬 기운이 임소병의 몸을 바닥에서 한 치 정도 밀어 올렸다.

무색투명하던 기운이 점점 더 자색으로 물들어 가고, 동시에 임소병의 전신에서 땀이 비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흐읍!”

그 청명조차도 어울리지 않게 잔뜩 집중하여 진지한 얼굴로 그의 기운을 도인했다.

콰아아아아아!

순간 임소병의 몸에서 새하얀 한기가 눈사태처럼 흘러나와 자색의 기운과 함께 뭉쳐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오!”

“저, 저거!”

그의 내부를 좀먹던 음기가 마침내 몸 밖으로 배출된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무섭게 휘몰아치던 기운들은 천천히 안정을 되찾아 가더니, 이내 도도히 흐르는 강처럼 임소병의 몸을 휘감고 돌았다. 그리고 느리게 임소병의 몸 안으로 다시 흡수되기 시작했다.

“됐다.”

청명이 작게 숨을 내뱉으며 임소병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이제 전각 안에 들리는 것은 임소병의 낮은 숨소리뿐이었다.

잠시 후.

운기를 모두 마친 임소병이 두 눈을 번쩍 떴다. 동시에 눈부신 광망이 뿜어져 나왔다.

주변을 가만히 둘러본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와…….”

“오…….”

그 모습을 구경하던 화산의 제자들은 모두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임소병의 기세가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세를 과하게 내뿜고 있는 것도 아니건만, 이전과 다른 무게감과 존재감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항상 핏기 없이 병색이 완연하던 얼굴에 생기와 혈색이 돌고 있었다.

“……과연.”

임소병의 입가에 자신감 어린 미소가 맺혔다.

“천고의 영약이라더니, 그 말이 과언이 아니었군. 화산에 더없는 감사를 표하는 바다.”

“……엥?”

말투가 좀 달라졌는데?

청명이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몸은 괜찮아요?”

“활력이 넘치는군. 기운이 끊이지 않고 돈다. 가슴을 가로막고 있던 지독한 음기도 거의 사라졌다! 과연 약선의 혼원단이야. 그 가치가 만금이 아깝지 않구나!”

청명이 살짝 뚱한 얼굴로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거 말투가 너무 달라지셨는데?”

“하하하핫! 걱정하지 마시게, 도장! 내 은혜를 모르는 후안무치한 인간은 아니니. 내 화산을 은인으로 알고, 그 예를 지키도록 하겠소! 으하하하하하핫! 으핫! 으……. 쿨럭! 으?”

자신만만하던 임소병의 얼굴이 조금 굳어진다 싶더니 이내 크게 당혹한 듯 왈칵 일그러졌다.

“쿨럭! 아니, 이거 왜……. 쿨럭! 으흐허어, 쿨럭! 아, 아니! 쿨럭!”

허리를 부여잡고 몸을 웅크린 그의 입에서 피가 주르륵 새어 나왔다. 그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황망한 얼굴로 청명을 돌아보았다.

청명은 조금 겸연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낫긴 나았는데…….”

그러더니 입맛을 쩝 다셨다.

“이제 한 일음절맥쯤 되겠네.”

“……와, 완치는?”

“걱정 마세요. 원래 치료라는 게 한 번으로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두어 번만 더 먹으면 깔끔해질 거예요.”

“…….”

임소병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청명의 얼굴과 그의 손에 들린 자소단을 번갈아 바라보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듯 물었다.

“당연히…….”

“네.”

“돈은 따로 더 내야……?”

“네.”

“허허, 그렇겠지.”

임소병이 빙그레 웃었다.

“개새끼.”

털썩.

행복과 좌절이 뒤섞인 얼굴로 혼절해 버린 임소병을 보며 청명이 뿌듯하게 웃었다. 그리고 화산의 제자들을 향해 턱짓했다.

“어디 창고에라도 던져 놔.”

“……응.”

“그러게, 사람이 초지일관해야지. 쯧.”

조걸의 손에 들려 나가는 임소병을 보던 백천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청명아.

너는 참 초지일관하긴 해.

너무 초지일관해서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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