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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543화 (541/1,567)

543화. 장문사형. 애들이 엄청 잘 컸어요. (3)

꼴꼴꼴꼴꼴.

“…….”

“크아아아아아! 이거 좋구나아아아!”

한이명의 얼굴에 핏기가 사악 가셨다.

‘저게 어떤 술인데…….’

설로정(雪露精).

이는 빙궁에서도 극소수의 상류층만이 마실 수 있는 술이다. 전전대 궁주조차도 저것을 마실 때는 특별히 제작된 작은 잔으로 음미만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도사 놈은 그 귀한 술을 병째로 나발을 불어 젖히고 있었다.

“이야, 이 집 술 잘하네. 한 병 더!”

“여기 있습니다, 도장!”

“…….”

하지만 한이명의 속을 본격적으로 뒤집어 놓는 것은 설로정을 물처럼 처마시는 청명이 아니라, 그 옆에 찰싹 붙어 시중을 들고 있는 설소백이었다.

‘빙궁 궁주의 권위는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나마 이곳에 다른 빙궁도들이 없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크으. 술맛 좋고.”

연이어 병을 비워 내는 청명을 보고 있자니, 과연 저 인간이 도사가 맞긴 한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런 청명의 옆에서는 새하얀 털 뭉치가 연신 고기를 뜯어 대고 있었다.

촵촵촵촵!

“이게 내 걸 다 처먹네?”

청명은 무섭게 눈을 부라렸지만, 이내 고개를 얼굴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너도 이번에 나름 활약했으니까.”

그 말을 들은 백아가 몸을 바짝 곤두세우더니 빵빵해진 작은 배를 쭉 내밀었다.

“그래. 먹어라, 먹어.”

두 놈……. 아니, 한 인간과 짐승이 다시 술과 고기를 시원하게 비워 댔다.

그때 한이명의 옆에 앉은 조걸이 백천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사숙.”

“왜?”

“저 새끼 그래도 아직은 환잔데, 저렇게 술을 퍼먹어도 되는 겁니까?”

“내버려 둬.”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은 겁니까?”

“아니. 저러다 죽겠지.”

“…….”

이건 또 대체 무슨 대화란 말인가.

한이명은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청명이 하는 꼴을 보면 속이 터지고, 화산 제자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디 보자아아.”

마침내 술병을 옆으로 치운 청명이 손에 든 책자를 활짝 펼쳤다.

빙궁의 재산 목록이 적힌 책자였다.

‘궁주님…….’

한이명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장로들을 닦달하고 윽박질러 재산 목록을 파악하던 설소백의 모습이 두 눈에 선했다.

-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적으란 말입니다! 모조리! 아시겠어요?

‘다 내 업보로구나.’

궁주가 되기 전까지는 말 잘 듣고 마냥 착한 아이였던 설소백이 이제는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노인들을 닦달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물론 그 변화에 한이명의 책임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헤헤. 모조리 조사해 왔습니다.”

“크으. 궁주가 뭘 좀 아는군. 아주 기꺼워.”

“감사합니다, 도장!”

“…….”

근묵자흑이라.

본디 검은 먹이 있는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검댕이 묻기 마련이라지만, 한이명이 보기에 청명이라는 도사는 검은 먹이 아니라 먹물의 강 그 자체였다.

먹물이 흐르는 강에다가 사람을 집어 던져서 염색해 버리는 수준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설소백의 변화를 어찌 설명하겠는가?

“흐으으음.”

그런 한이명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명은 빙궁의 재산 목록을 더없이 신중한 눈으로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책장이 한 장씩 넘어갈수록 청명의 얼굴은 눈에 띄게 심드렁해졌다.

“……소백아.”

“궁주님이라고 하라고! 이 호랑말코 자식아!”

“문파 망신은 지가 다 시키고 있어!”

“동룡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사숙, 지금 그거 아닙니다.”

“아, 그래?”

옆에서 뭐라고 쫑알대건 그 말이 청명의 귀에 들릴 리 없었다. 그는 더없이 심드렁한 얼굴로 설소백을 바라보았다.

“니들 뭐 땅 파먹고 살았니?”

“…….”

“……아니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청명이 한숨을 푸욱 내쉬며 손에 든 책자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이게 한 사람도 아니고 한 문파의 재산 목록이라니.’

이건 뭐 그가 처음 도착했을 무렵의 화산과 별다를 바가 없다. 아니, 책임져야 할 사람의 수가 훨씬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화산보다 더한 꼬락서니다.

하기야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얼음밖에 없는 땅에 뭐가 있어서 돈을 벌겠는가?

기존에야 북해에서만 나는 산물들로 중원과 교역하여 돈을 벌고, 곡식을 수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설천상 그 등신 새끼가 중원과의 교역을 끊으며 물 건너갔으니, 재정이 이렇게 악화될 수밖에.

“끄으으응.”

세상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청명이 북해에 해 준 것을 생각한다면 북해빙궁의 기둥뿌리를 통째로 뽑아 간다고 해도 과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놈의 문파에 기둥뿌리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겨우 천장을 지탱하고 있는 벽도 낡아 빠져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점이다.

청명이 넋이 나간 눈으로 망연하게 책자를 넘겼다.

“……수레가 열두 개. 개썰매가 서른하나. 거기에…… 개가 쉰 마리?”

“아주 명견이라던데요.”

“……환장하겠네.”

청명의 입으로 영혼이 빠져나왔다.

이건 뭐 털어먹으려고 해도 먼지밖에 안 나온다. 오히려 북해로 오면서 가져온 물품들이라도 적선하고 가야 할 판이었다.

‘이런 걸 앞으로 무슨 수로 운영하지?’

설소백을 보는 청명의 두 눈에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현종이야 나름 연륜도 있었고, 본인 스스로도 화산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 그러니 어찌어찌 그 험난한 나날들을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어린놈은 다르다. 대체 무슨 수로 이 끔찍한 재정 상태를 감당하겠는가?

앞으로 설소백이 겪어야 할 일들을 생각하니 눈가가 절로 젖어 드는 느낌이었다.

“……이건 됐고.”

“네? 거기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으십니까?”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여하튼 일단은 됐어.”

“혹여 빠진 물건이 없는지 확인을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돼, 됐다니까.”

청명은 손사래를 치며 식은땀을 흘렸다. 화산의 제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갸웃했다.

“저놈이 왜 저러는 겁니까, 사숙?”

“글쎄. 저거로는 영 부족하니 더 큰 걸 처먹고 싶어서 저러는 게 아닐까?”

“아……. 그럼 그렇지. 저는 설마 저놈이 빙궁을 염려해서 털어먹는 걸 포기한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내가 근 몇 년 동안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재미나고 웃기는 이야기로구나.”

“그렇죠? 헤헤.”

아니…… 근데 저 새끼들이?

청명의 이마에 푸른 핏대가 돋았다.

“끄응. 내가 말을 말아야지.”

고개를 휘휘 저은 청명이 설소백 너머에 앉아 있는 한이명을 바라보았다.

“아저씨. 아니, 한 총관님.”

“예, 도장.”

“그래서 이제 어쩌실 셈이에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뭘 먹고 사실 셈이냐고요. 보아하니 이젠 다 굶어 죽게 생겼는데.”

한이명의 입가에 쓴웃음이 스쳤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설소백이야 저 목록을 보고도 딱히 별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빙궁의 총관이었던 그의 눈에는 끔찍하다 못해 참혹해진 빙궁의 재정이 똑똑히 보였다.

“안 그래도 고민 중이었습니다. 설마 설천상이 이렇게까지 빙궁을 망쳐 놓았을 줄이야…….”

빙궁은 단순한 문파가 아니다.

빙궁은 북해를 대표하는 문파이자, 북해인들의 삶을 돌보는 지역의 패자다. 그러니 빙궁은 빙궁도들뿐만 아니라, 북해인들의 생계 역시 책임져야 한다.

마교와 설천상의 폭거 때문에 북해인들 역시 지독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겨울까지야 어떻게든 난다 쳐도, 다음 수확기가 돌아오기 이전에는 식량이 완전히 바닥날 게 분명했다.

한이명은 잠깐 고민하다 입을 뗐다.

“북해인들은 새로 바뀐 궁주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죠. 일단은 먹고사는 게 최우선이니까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네?”

결연한 얼굴로 청명을 바라보며 한이명이 말했다.

“중지되었던 중원과 북해의 교역을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청명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은 그게 최선인 게 사실이다.

다만…….

“근데 뭐 파실 건 있고요? 이거 들여다보니까 남은 게 없는 것 같은데?”

“……그게 제일 문제인데…….”

한이명은 죽을상을 하고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설천상 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놈 같으니.’

궁주 자리는 단순히 무학이 강하다고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특히나 빙궁 같은 곳은 더더욱 그렇다. 경제관념을 갖추지 못한 이들은 절대 빙궁의 궁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설천상이 전전대 궁주보다 더 뛰어난 무위를 갖추었음에도 끝끝내 궁주가 되지 못했던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래서 부탁을 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부탁이요?”

“예.”

한이명은 깊게 심호흡을 한 후 말을 꺼냈다.

“염치없지만, 혹 화산에서 곡식을 조금 빌릴 수 있겠습니까?”

“호오?”

내내 뚱하던 청명의 눈이 재미있는 걸 발견한 듯 빛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창고가 텅 비었으니 드릴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시일이 지나면 빙정도 다시 날 것이고, 한철도 더 수급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외에도 여러 북해의 특산물을 교역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금세 갚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겠죠.”

“그러니…… 올 한 해를 날 정도의 식량만 융통해 주신다면 저희가 최대한 빠르게 갚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한이명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들은 이미 화산으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었다. 그럼에도 곡식까지 꿔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정말이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염치가 없는 짓이었다.

하지만 지금 빙궁은 기댈 곳이 화산 말고는 없었다. 일방적으로 중원과의 교역을 중지하며 기존의 거래선과의 관계가 모조리 끊어졌고, 새외의 동맹들 역시 빙궁만큼은 아니더라도 먹고살기가 팍팍한 상황이니까.

초조한 마음으로 대답을 기다리던 한이명의 귀에 청명의 단호한 목소리가 꽂혔다.

“에이. 그건 아니죠.”

“…….”

역시나.

그는 씁쓸한 얼굴로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괜한 부탁을 했다며 사과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말이 들려왔다.

“우리가 뭐 남도 아니고, 그거 곡식 얼마나 된다고 빌려주고 말고 하겠어요? 그 정도야 그냥 드릴게요!”

한이명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예?”

“그냥 드린다고요. 어차피 곡식은 남아돌던 참이었으니까.”

“다, 다음 해까지 북해인들을 모두 먹여 살릴 식량이면 저, 적지 않은 양일 텐데…….”

적지 않은 양이라는 말로도 모자라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라 일컬어야 옳다.

그런데 그걸 빌려주는 것도 아니고, 아예 그냥 주겠다고?

당황한 한이명의 눈동자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흔들렸다. 청명은 어깨를 으쓱하며 배를 쭉 내밀었다.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제가 돈이 좀 많거든요.”

“…….”

“아아, 오해는 마세요. 무슨 다른 생각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북해랑 화산은 이제 친구잖아요. 그렇죠?”

“무, 물론입니다, 도장!”

황급히 답한 한이명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 들었다.

차마 말은 못 했지만, 북해의 재정 상태를 확인한 이후로는 통 잠을 이루지 못하던 차였다.

이대로라면 수많은 이들이 굶어 죽는 꼴을 꼼짝없이 지켜봐야 할 판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들을 먹여 살릴 식량을 대가 없이 베풀겠다니!

‘내가 청명 도장을 오해했구나.’

생각해 보면 청명은 절대 나쁜 이가 아니었다.

언행이 거칠고 무례할 뿐, 저 도사가 그들을 이끌고 설천상을 몰아내고, 가장 선두에 서서 마교와 싸운 뒤 북해를 위기에서 구해 내지 않았던가?

그 업적만 두고 보면 성인도 이런 성인이 없을 판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도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한이명이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려 절을 했다.

“에헤이! 갑자기 왜 이러세요!”

청명 역시 다급하게 일어나 그런 한이명을 일으켜 세웠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러세요! 친구끼리는 어려울 때 돕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렇지요. 그렇습니다, 도장.”

한이명은 흘러내린 눈물을 소매로 연신 훔쳤다.

‘내가 이 좋은 사람을 오해했구나…….’

몸을 일으킨 한이명의 어깨에 팔을 툭 걸친 청명이 가만히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예?”

“이제 우리는 친구죠? 그렇죠?”

“물론이지요! 빙궁과 화산이 친구가 아니라면 세상 누가 친구일 수 있겠습니까? 두 문파의 우정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겁니다.”

“그렇죠. 그렇죠. 당연히 그래야죠.”

반색하는 한이명을 보며 청명의 얼굴엔 더없이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런데…… 총관님.”

“예.”

“그, 친구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서로 돕는 거.”

“그렇지요.”

“그런데 예를 들어 우리 동네에 친구가 주점을 열었는데, 내가 다른 데에 가서 술을 마시는 걸 보면 친구 기분이 어떨까요?”

“……그야 당연히 기분이 나쁘겠죠……?”

“그렇죠?”

“그, 그럼요. 그런데 갑자기 그런 말씀은 왜…….”

청명이 정말 눈부시게 환한 미소와 함께 본론을 꺼냈다.

“아니. 뭐 별건 아니고, 화산이 작은 상단을 하고 있거든요? 상단을 하는 김에 배송도 좀 하고. 아무튼 그 뭐냐, 물건을 떼다 가져다 파는 무역 쪽으로 집중을 좀 하고 있는데…….”

“…….”

“친구라는 양반이 다른 상단이랑 거래를 하면 제가 마음이 좀 아플 것 같아서 말이죠. 친군데. 우리가 친군데.”

“…….”

감동에 젖어 있던 한이명의 얼굴이 굳어졌다. 뺨이 푸들푸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 그러니까…….”

“헤헤. 뭐 대단한 건 아니잖아요? 어차피 교역할 거라면서요? 이왕이면 저희랑 하시면 서로 좋은 거죠. 괜히 다른 놈들 끼어들어 복잡하게 만들면 북해도 귀찮기만 하니까요. 안 그래요?”

“그러니까 도, 독점……. 독점권을 달라고 하시는 겁니까?”

“에이. 그렇게 말하니까 너무 삭막하고 팍팍하다. 그냥 친구끼리 우선적으로 거래를 하자는 거죠. 설마 저희가 값을 후려칠 것도 아닌데 이렇게 되면 서로 편한 것 아니겠어요?”

“…….”

“안 그래요?”

“…….”

“안. 그. 래. 요?”

또박또박 말하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콱콱 박히는 느낌이었다. 대놓고 눈에 불을 켜고 광망을 뿜는 청명을 보며 한이명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그, 그럼……. 그럼요, 도장.”

“하하하하핫! 역시 한 총관님이야! 말이 통하시네!”

청명이 그의 어깨를 팡팡 두드리며 호방하게 웃었다.

“친구끼리 이득을 따질 수는 없죠! 제가 장문인께 말씀드려 식량은 얼마든지 보내 드릴게요!”

“…….”

“왜 그렇게 보세요? 무슨 문제라도?”

“그……. 하하하……. 아니, 그저 하나 궁금한 건데.”

“네.”

“독점……. 아니, 친구끼리 우선 거래하는 건 언제까지…….”

“에이. 빤한 소리를 하시네.”

그 조심스러운 질문에 청명은 활짝 웃었다.

“제가 뒈질 때까지요.”

“…….”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우정은 영원한 법이니까!”

“…….”

“배신하면 뒈지는 거야. 콱 그냥.”

차라리…….

굶어 죽는 쪽이 좀 더 낫지 않은가 생각해 보는 한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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