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화. 고개 숙이지 마. (5)
“하아아아압!”
청명은 검에 꿰뚫린 채 축 늘어진 시신을 방패 삼아 적들을 밀어붙였다.
“마, 막아!”
“물러서지 마라!”
마교도들은 어떻게든 청명을 막아 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정순하기 짝이 없는 내력에서 만들어지는 힘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쿠우우웅!
청명은 그들을 향해 검을 떨쳐 시신을 던져 버렸다. 그 갑작스런 움직임에 마교도들이 분분히 뒤로 물러났다.
이십사수매화검법 매화토염(梅花吐艶).
동시에 뱀의 혀처럼 요사스러운 검기가 그들을 향해 쏟아졌다.
서걱. 서걱. 서걱!
마교도들의 전신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온몸으로 피를 쏟으면서도 그들은 어떻게든 청명을 막아 내기 위해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하나 부상 입은 몸으로 청명을 막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파아아앗!
선두에 선 마교도의 목을 대번에 날려 버린 청명은 공중으로 도약하며 주변 적들의 몸을 한꺼번에 찌르며 꿰어 버렸다.
그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전황을 냉정하게 살피고 있었다.
이쪽은 확실히 주도권을 잡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곳은 슬슬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비록 마교도들이 한차례 기세에 눌려 뒤로 밀려났지만, 애초부터 실력의 차이가 나는 이상 계속 밀릴 이유는 없었다.
“천마재림! 만마앙복!”
“불신자들을 죽여라아아아!”
빙궁의 무사들과 마교도들이 마주한 곳은 되레 빙궁도들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린 공간은 동굴에서 쏟아져 나온 마교도들로 들어찼다.
하지만 청명은 그 광경을 보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렇지.’
확실히 이들은 어설프다.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른다. 이들 역시 제대로 된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
쾅!
앞쪽으로 장력을 내뿜은 청명이 다시 한번 몸을 뒤로 띄워 올렸다. 그의 눈에 확연하게 헐거워진 전면이 훤히 보였다.
동굴에서 나온 이들이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다 보니, 오히려 집중해 막아야 할 정면이 더없이 빈약해진 것이다.
“혜연!”
“예, 시주!”
저 뒤쪽에서 혜연이 커다랗게 대답하여 청명을 향해 몸을 날려 왔다.
“선두에 서서 길을 뚫어! 사숙, 사고! 혜연의 좌우를 받쳐!”
“알았다!”
백천이 달려왔고, 유이설은 대답도 없이 벌써 혜연의 옆에 서서 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딱히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조걸과 윤종, 그리고 당소소가 제자리를 찾아냈다.
가장 뒤쪽에 선 청명이 고개를 돌려 설소백과 한이명을 바라보았다.
“맡긴다!”
“예!”
설소백이 더없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한이명 역시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것은 마교도를 무찌르는 게 아니라 천마의 부활을 저지하는 것.
“뚫어라, 땡중!”
“아미타불!”
혜연이 금광을 뿜어내며 앞으로 돌진했다. 그건 마치 황금빛의 서광이 대지를 가르는 광경 같았다.
그 뒤를 따라 검은 무복을 입은 화산의 제자들이 노호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돌아보지 말고 전진해! 등 뒤에서 쏟아지는 공격은 내가 맡는다!”
청명이 외치며 앞쪽으로 뛰어올랐다.
파라라락!
그의 검 끝이 순간 연검처럼 흐늘흐늘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붉은 매화검기를 세차게 뿜어 냈다. 순식간에 피어오른 매화가 길을 뚫는 화산 제자들의 좌우로 쏟아졌다.
“큭!”
“흐읍!”
빙궁에 쳐들어왔던 마교도들에게야 익숙할 법도 한 매화검기지만, 이들은 이전에 청명을 상대한 적 없었다.
돌연 꽃의 형상을 한 검기가 비처럼 쏟아지는데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막아 내고 피하느라 헐거워진 방어선을 혜연이 선두에서 거세게 뚫었다.
“하아아아압!”
우우우우우우우웅!
거대한 범종을 때리는 것과 같은 진동음과 함께 혜연의 앞을 막은 이들이 뒤로 주르륵 밀렸다.
머리 위에 태산을 인 듯한 무거움이 그들의 전신을 짓누르고 깔아뭉갰다.
“끄으으윽…….”
압력을 이기지 못한 몸뚱이가 괴로움을 호소했다. 입과 코는 물론이고, 눈과 귀에서도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물론 마교도들은 그 와중에도 쉬이 물러서지 않았지만, 이 공격으로 찰나간 숱한 빈틈이 생겼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것은 당연히 유이설이었다.
파아아아앗!
섬전처럼 튀어 나간 유이설의 검이 압력에 눌린 마교도들의 심장에 빠르게 콱콱 쑤셔 박혔다.
서걱!
심장이 갈라지며 뿜어져 나온 피가 유이설의 얼굴을 흠뻑 적셨다. 하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무감하게 검을 찔러 댔다. 무표정한 얼굴로 일 검에 적 하나의 목숨을 끊어 내는 모습은 얼핏 섬뜩했지만, 또한 더없이 믿음직스러웠다.
“이 간악한!”
마교도들의 조기가 유이설의 전신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사매!”
하지만 그 순간 달려온 백천이 그녀 대신 빠르게 막아 내었다.
서걱!
그럼에도 완전히 막지 못한 손톱 끝이 유이설의 상완을 길게 가르고 지나갔다. 그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표정 한 번 일그러뜨리지 않고 무심한 얼굴로 상대의 숨통을 끊었다.
“아미타불!”
유이설과 백천의 도움으로 시간을 번 혜연이 기운을 끌어 올려 앞쪽으로 백보신권을 날렸다.
콰앙!
한 번 더!
콰아아앙!
연이어 날아든 백보신권이 마교도들의 진영을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그리고 마침내 동굴 앞이 뚫렸다.
“따르십시오!”
혜연이 그답지 않은 커다란 고함을 내지르며 먼저 달렸다. 그리고 윤종과 조걸, 그리고 당소소가 그런 그의 등을 지켰다.
이윽고 화산의 제자들이 가공할 속도로 동굴 안으로 돌진했다.
……한 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
뒤쪽에 혼자 남겨진 청명이 멍한 눈으로 그런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니…….”
사람을 데리고 가야지?
얘들아?
응? 얘들아?
“허허.”
황당한 얼굴로 웃던 청명은 고개를 두어 번 내젓고는 종종걸음으로 동굴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 달려드는 마교도들을 베어 낸 그는 설소백을 돌아보았다.
딱히 아무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설소백은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남아 있는 마교도들을 무찌르겠다는 듯이.
“여하튼 요즘 것들은.”
빨리도 큰다니까.
피식 웃은 청명이 동굴 안으로 몸을 날렸다. 어느새 그의 눈에선 새파란 귀화(鬼火)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가 있는 이상 너희 마음대로는 안 돼.’
* * *
우르르릉!
공동이 진동했다.
밖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기운의 충돌에 주교의 눈썹이 살짝 꿈틀댔다. 무심함을 가장한 그의 얼굴이 점차 미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백 년을 기다려 온 대계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은 그들에게 마지막까지 시련을 내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하늘조차 천마를 두려워해 어떻게든 천마의 부활을 막으려 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천마의 부활을 위한 염원은 하늘조차 막을 수 없다. 이제 곧 저 하늘이 무너지고 새로운 마의 하늘이 열릴 것이다.
그때였다.
“주교시여!”
누군가 다급하게 공동으로 뛰어 들어왔다.
“마동(魔洞)으로 불신자들이 진입했습니다!”
주교는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짧게 답했다.
“막아라.”
“최, 최선을 다해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입한 이들의 무위가 생각 이상이라, 끝까지 막아 낼 수 있을…….”
“막아 내라.”
“…….”
다급한 목소리는 주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섬뜩한 음성 앞에 잠잠해졌다.
“천마께서 이 땅에 강림하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네 목숨이 끊어진다 해도, 더러운 불신자들의 발이 이 신성한 곳에 닿지 않게 하라.”
이내 마교도의 눈에 지독한 독기가 어렸다.
“천마재림! 만마앙복! 마도천하를 이루십시오!”
“훌륭하다.”
그 칭찬에 감복한 마교도는 비장한 얼굴로 말없이 뛰쳐나갔다. 죽음도 기꺼이 불사할 의지가 그 뒷모습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주교의 시선은 오로지 전방에 있는 아수라의 형상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천마재림 만마앙복.”
알고 있다.
동굴 안까지 진입을 허용했다는 것은, 저들 중에 교도들의 힘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강자가 존재한다는 뜻. 시간을 끈다고 해도 결국은 뚫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도들을 지키는 게 아니다.
교도들에게 천마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건, 죽음보다 못한 일.
천마만 부활할 수 있다면 저들 역시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칠 것이었다.
“천마시여. 이 많은 교도들의 피와 울분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실로 긴 세월이었다.
하지만 그 기다림도 마침내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근.
아까보다 한층 뚜렷해진 심장 소리가 주교의 심장마저 울리고 있었다.
“아……. 아아…….”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르르르르릉!
뒤쪽에서 거대한 진동음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비명도 작게나마 들려왔다.
우르르릉!
동굴 전체를 울리는 진동은 차츰 더 가까워졌다.
“천마재림 만마앙복.”
주교의 두 눈에서 새파란 살기가 흘러나왔다.
“하아아아압!”
콰드득!
혜연의 주먹이 마교도의 턱에 꽂혔다. 대번에 턱뼈가 으스러진 마교도는 경련을 일으키더니 바닥으로 스르륵 거꾸러졌다.
파앗!
하지만 혜연은 쓰러진 이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앞으로 내달렸다. 화산의 제자들이 그런 그를 재빠르게 뒤쫓았다.
하나 그 순간.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마교도가 손을 뻗어 백천의 다리를 덥석 움켜잡았다.
화들짝 놀란 백천이 아래를 바라보았다.
갈라진 배에서 내장이 흘러나오고 턱이 완전히 으스러져 흐물흐물하게 무너진 상황에도, 두 눈에 핏발을 세운 채 다리를 잡고 늘어지고 있었다.
손에 실린 힘은 결코 강하지 않았다. 내력도 실리지 않은, 그저 손길일 뿐.
하지만 그 손에 어린 절박함만큼은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처마……림…….”
“…….”
“……앙…….”
서걱.
상대의 목을 베어 낸 백천은 쓰러지는 이를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목숨이 끊어졌음에도 그의 바지춤을 잡은 손에선 힘이 빠지질 않았다.
강제로 그 손을 뜯어 낸 백천은 이를 악물며 앞서간 이들을 쫓아 달렸다.
‘지독하군.’
마교도들은 마치 굴을 지키는 짐승의 어미처럼 제 목숨을 돌보지 않고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이제는 마교도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이해한 백천마저도 치를 떨 정도로 필사적이었다.
‘대체 이들에게 천마란 무엇이란 말인가?’
이토록 지독한 광신이라니.
백천은 어떤 방식으로도 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종교가 있고, 제 자신보다 중요히 여기는 존재가 있다고 해도, 어찌 스스로의 목숨을 이리 가치 없이 버릴 수가 있는가?
단 한 번도 마주해 보지 못한 천마의 존재가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할 수 있는가?
‘알 수가 없어.’
진득한 혐오감이 온몸을 타고 기어올랐다. 어째서 마교와 중원이 그토록 서로를 증오하며 싸워 댔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분명 같은 사람이건만.’
대체…….
“잡념 비워.”
그때 그의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은 나중에 해도 충분해.”
“……그래.”
백천이 청명의 말에 수긍하며 다리에 내력을 밀어 넣었다.
“사숙! 앞쪽에!”
“봤다!”
이를 악문 그는 앞을 노려보았다. 저 동굴의 끝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저기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바로 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가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고함을 내지른 백천은 이내 선두로 튀어 나가며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동굴 벽이 이지러지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의 속도였다.
이윽고 그들은 순식간에 커다란 공동에 도달했다.
“이, 이거?”
“……뭐야?”
화산의 제자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다들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전면을 꽉 메울 만큼 거대한 천이 걸려 있고, 그곳에 아수라의 상이 그려져 있었다.
그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광경이 뿜어내는 불길함은 사선을 헤쳐 온 그들마저 움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첫 시선은 아수라의 형상에 꽂혔지만, 마지막으로 시선이 멈춘 곳은 그 앞쪽이었다.
노인.
커다란 공동에 홀로 가부좌를 틀고 앉은 노인의 뒷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박히기라도 한 듯 떨어질 줄을 몰랐다.
체구가 살짝 큰 것을 제외한다면 딱히 이상할 것이 없는, 그저 노인이었다. 새하얗게 서리가 내린 머리가 비스듬히 꽂은 비녀로 고정되어 있고, 붉은빛의 장포는 색이 바래 낡아 보였다.
어떻게 보아도 그저 평범한 노인의 모습일 뿐이었다.
하지만…….
‘뭐 저런…….’
백천은 입술을 짓깨물었다.
더없이 불길하고 음습한 기운이 발목을 타고 기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온몸을 쥐어뜯고 긁고 싶을 만큼 거부감이 끼쳐 왔다.
그저 저 뒷모습을 두 눈에 담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맹수의 거대한 아가리에 목을 내민 것처럼 위기감이 엄습했다.
‘저자가…….’
화산의 제자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주교. 마교의 잔당을 이끄는 이.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손을 섞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자는 지금까지 본 마교도와는 그 격이 다르다는 것을.
아니.
지금까지 그들이 본 그 어떤 적과도 달랐다.
심지어 소림의 방장인 법정에게서도 이만한 존재감을 느껴 보지 못했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혜연의 얼굴 역시 핏기 없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주교라는 존재가 주는 충격에 모두가 신음하던 바로 그때였다.
“천마재림 만마앙복.”
가부좌를 푼 노인이 동공의 바닥에 천천히 엎드렸다.
오체투지.
뒤쪽에 있는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아수라의 상을 향해 더없는 공경을 전한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제야 느리게 몸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섬뜩.
그저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화산의 제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너희는 이곳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됐다.”
그의 눈에서 새파란 광망이 흘러나왔다.
“감히 천마께서 부활하시는 성스러운 공간을 더럽힌 죄. 그 목숨으로도 갚지 못하리라.”
이마에서 배어난 식은땀이 턱을 타고 떨어졌다.
싸운다고?
이자와?
모두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 가는 그 순간.
“늙은이가 너무 오래 살더니 아주 미쳐 버린 모양이군. 뭘 부활시키겠다고?”
그들의 등 뒤에서 태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심드렁한 얼굴로 걸어 나온 청명은 주교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잘 모르는 모양인데…….”
스르릉.
그리고 씨익 웃으며 검을 뽑아 주교를 겨누었다.
“그건 내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이야.”
“하하하핫…….”
주교의 입에서 나지막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웃음은 점점 더 커지더니 이내 귀를 찢는 듯한 커다란 광소로 바뀌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공동 안에 주교의 광소가 터질 듯 울려 퍼졌다.
주교의 전신에서 시커먼 마기가 마치 검은 물처럼 울컥울컥 넘쳐났다. 마치 악신(惡神)이 세상에 강림한 것 같은 그 모습에 화산의 제자들이 반사적으로 검을 콱 틀어쥐었다.
“육신의 터럭 한 톨조차 세상에 남기지 못할 것이다! 이 더러운 불신자들이여!”
주교가 뿜은 마강(魔剛)이 폭풍처럼 공동 안을 휘몰아쳤다.
백 년의 세월 전, 천마의 수족이 되어 세상을 짓밟았던 마교의 주교.
그 힘이 지금 이곳에서 재현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