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귀환-472화 (472/1,567)

472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2)

“콜록! 콜록! 어허허어어이!”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은 임소병이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가 오려나.”

이 젊은 나이에, 그것도 한 문파를 이끄는 고수가 날씨를 몸으로 미리 느낀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사실인 것을.

임소병은 저려 오는 손끝을 꽉꽉 주물렀다.

‘빌어먹을 절맥.’

최근 들어 증상이 한층 더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몸 안의 음기가 너무 강해져서 무학을 익히는 데도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졌다.

벌컥.

그때 문이 과격하게 열렸다. 약사발을 들고 온 번충이었다.

“약 드실 시간입니다.”

“그 쓸모도 없는, 쿨럭! 약! 콜록!”

“그래도 드셔야지요.”

“끄응.”

임소병이 죽을상으로 약을 받아 들었다. 꼬박꼬박 먹는다고 절맥이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증상을 조금 완화시켜 주는 건 사실이라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명의가 지어 준 약이 아닙니까.”

“하아, 그래. 그렇지.”

이 개미 눈곱만큼 효과가 있는 약을 찾아내기 위해서 쓴 돈이 수십만 냥이고, 약값으로 드는 돈이 일 년에 십만 냥이 넘는다.

얼굴을 잔뜩 구긴 임소병이 약을 쭉 들이켰다.

탁!

그리고 약사발을 던지듯 내려놓은 뒤 호랑이 가죽으로 치장된 의자에 천천히 등을 기댔다.

“화산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더냐?”

“예.”

“……늦는구나.”

임소병이 앓는 소리를 내자 녹립십병 중 하나인 구쇄겸(九鎖鎌) 나곡(羅谷)이 슬쩍 운을 뗐다.

“그것들, 혹시 먹고 튄 것 아닙니까?”

“그…….”

“이 새끼가?!”

임소병이 막 입을 떼려는 찰나 번충이 눈에서 불을 뿜더니, 우레와 같은 고성을 내질렀다.

“어디 감히 그딴 소리를 지껄인단 말이더냐! 형님께서 사람을 속이는 그런 졸장부라는 말이냐! 이리 나오거라! 당장 그 아가리를 찢어 버리겠다!”

부모의 욕이라도 들은 양 흥분하는 번충을 보며 나곡이 찔끔하여 뒤로 물러섰다.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겁니까?”

“말하면 속만 썩는다.”

임소병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믿을 놈이 없다, 믿을 놈이.

이럴 때일수록 그가 더욱 건재해야 하는데 날이 갈수록 몸이 안 좋아지니 통탄할 노릇이 아닌가?

“……그래도 명색이 정파인 놈들이다. 제 입으로 한 말을 그리 쉽게 어기지는 않겠지.”

“듣자 하니 산적 같았다던데…….”

“…….”

“사기꾼 같다는 말도 좀 들었습니다만.”

이어지는 말들에 임소병이 영혼이 가신 얼굴로 나곡을 돌아보았다. 나곡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닙니까?”

“……틀린 말이 아니라서 그래.”

임소병은 속이 갑갑하여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영단 하나 때문에 녹림과 척을 지려 하지는 않겠지. 그러니 이제는 슬슬 도착을 해야…….”

그때였다.

“녹림왕이시여!”

문밖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이 벌컥 열렸다.

“……그럴 거면 그냥 열어 둬라.”

이 산적 새끼들은 문을 열기 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난초처럼 섬세한 임소병이 살아가기에, 이 녹채는 너무 거칠고 황량한 곳이었다.

다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온 건 흑야호였다.

“화산에서 서찰이 왔습니다!”

“오?”

임소병이 눈을 크게 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왔구나!”

서찰이라니, 이건 예상하지 못했지만 방법이야 뭐든 좋은 것 아닌가?

“그래, 서찰과 함께 무엇이 왔느냐?”

“……예?”

흑야호가 고개를 갸웃하자 임소병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

“다른 건 같이 온 게 없느냐? 목함이라든가?”

“없습니다.”

“……없어?”

“네.”

“없다고?”

“예.”

“……쿨럭.”

“…….”

한차례 몸을 들썩인 임소병이 살짝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

“서찰 안에 뭐 볼록한 게 들어 있거나 하지는 않고?”

“아주 납작합니다.”

“……가지고 와 봐.”

“예.”

흑야호가 들고 있던 서찰을 공손히 임소병에게 바쳤다.

임소병은 떨떠름한 얼굴로 봉투를 뜯어내고 안에 든 서찰을 펼쳐 들었다.

“…….”

그리고 동시에 임소병의 눈과 입이 크게 벌어졌다.

“끄윽…….”

그는 이내 가슴을 움켜잡고는 옆으로 휘청거렸다.

“녹림왕이시여!”

“의원! 의원을 불러와라, 당장!”

“무, 물……. 의, 의원이고 나발이고, 물……. 빨리!”

“예! 여기 있습니다!”

흑야호가 부리나케 물병을 집어 바치자 임소병이 낚아채어 단숨에 꿀꺽꿀꺽 물을 들이켰다.

“케에에에엑! 쿨럭! 으아아!”

그러다 사레들었는지 격렬하게 기침하며 물을 도로 뿜어냈다.

‘저러다 진짜 죽겠네.’

흑야호가 바닥에 떨어진 서찰을 집어 들었다.

대체 뭐라고 적혀 있…….

흑야호의 눈이 임소병처럼 커다랗게 확장되었다.

북해 가서 혼원단 재료 구해 올 테니 좀 기다려.

아, 나 없는 사이에 사고 치면 재미없어.

“이, 이게 뭔…….”

흑야호가 입을 쩌억 벌리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미, 미친놈이…….”

“쿨럭! 쿨럭! 크하윽, 으악취!”

임소병은 숫제 폐라도 토해 낼 기세로 기침했다. 그러다 급기야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자 녹림십병들이 기겁을 하여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임소병이 서글픈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씨, 혀 제대로 깨물었네.”

“…….”

“…….”

“근데…… 저 미친놈이…….”

임소병이 허탈하기 짝이 없다는 얼굴로 서찰을 바라본다.

북해라니. 이게 뭔 개소리란 말인가? 준다던 혼원단은 어쩌고?

“이건 참아 넘길 일이 아닙니다! 당장 화산으로 달려가 그 죄를 물어야 합니다!”

나곡이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인 채 노호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에게 호응해 소리를 높여야 할 번충과 흑야호는 그저 뚱하기만 했다.

나곡은 그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언성을 높였다.

“녹림왕께서 직접 그 청명인가 뭔가 하는 건방진 놈의 목을 쳐서 감히 녹림을 농락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너.”

“예?”

임소병이 지친 얼굴로 그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이리 와 봐. 이리.”

“예?”

나곡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퍼억!

“꺽!”

임소병이 나곡의 정강이를 냅다 걷어 차 버렸다. 그로도 모자란지 아예 양손을 다 동원해 쓰러진 나곡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뭐? 직접 목을 쳐? 이 새끼가 내 자리를 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 싶더니 누굴 죽이려고! 너 내가 아예 목이 잘려 돌아왔으면 좋겠지? 이 산적 새끼야!”

“악! 아악! 제, 제 말은 그게 아니옵고! 저는! 아아아악!”

“죽어! 죽어!”

임소병이 격렬하게 나곡을 까 대자 번충이 슬그머니 다가와 만류했다.

“그러다 진짜 죽습니다. 진정하십시오.”

“이거 맞는다고 죽어?”

“아니요. 주군께서.”

“…….”

헐떡이던 임소병이 납득했다는 듯 허리를 펴고 숨을 골랐다.

“……저 새끼 광에 가둬 두고 사흘 동안 굶겨.”

“예.”

영문을 모르고 두들겨 맞은 데다 감금까지 당하게 생긴 나곡이 흐느끼며 밖으로 나갔다. 잔기침을 하며 의자에 앉은 임소병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사람 속 뒤집어 놓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도장이로군.”

“어떻게 하실 겁니까?”

“쯧.”

서찰을 집어 든 임소병이 가만히 글씨들을 내려다보다 삼매진화로 불태웠다.

“그 능구렁이 같은 인간이 아무 생각 없이 북해에 갔을 리가 없지. 뭔가 이유가 있을 거다. 기다리라고 했으니 기다리는 수밖에.”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 내가 북해까지 찾아가기라도 할까?”

“…….”

“끄응. 큰 길을 보는 사람이다. 이유가 있겠지! 아암! 있을 거야! 이유가!”

핏발이 선 그의 두 눈을 본 번충은 어쩐지 자신의 주군이 도사 형님께 호구 잡혔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 * *

“이씨.”

“왜 그래?”

“귀가 자꾸 가렵네. 누가 자꾸 내 욕 하나?”

“……이상하네. 그런다고 귀가 가려울 거면 너는 하루 종일 가려워야 하는데.”

“…….”

청명이 막 눈을 까뒤집으려는 찰나, 앞쪽에서 호들갑 소리가 들려왔다.

“사숙!”

백천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침상에 누워 내도록 힘없이 눈을 감고 있던 사람이 속눈썹을 떨며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일어난다!”

백천과 윤종, 조걸, 혜연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의식을 찾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눈을 뜨고도 잠깐 초점을 찾는 듯 멍하니 천장을 보다 힘없이 말했다.

“……엄마.”

“그래! 정신이 좀 드니?”

“배고파.”

그 짧은 한마디를 너무나 기다려 왔던 아이의 어머니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아이를 끌어안았다.

백천은 이제야 한시름 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차도가 있네. 차도가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사숙!”

“아미타불. 이게 다 부처님의 공덕이외다.”

하지만 뒤에 서 있던 청명이 눈을 가늘게 떴다.

“병은 소소가 찾았고, 물고기는 내가 잡아 왔는데 부처님이 뭘 했다고 부처님을 찾아 대? 태상노군이면 몰라도!”

“……시주.”

“응?”

“지옥이 무섭지도 않소?”

“지옥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청명은 혀를 끌끌 차며 콧방귀를 뀌었다. 환자들은 이제 하나둘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날 음식을 먹인 지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정말 당소소의 말대로 환자들은 급격하게 좋아지고 있었다.

“미음 쒀 왔습니다!”

“뜨겁지 않게 식혀서 환자들에게 먹이세요! 급하게 먹으면 탈이 날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요!”

“예, 의원님!”

환자들이 의식을 찾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마을 사람들은, 이제 당소소의 말이라면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 기세였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들의 입장에서 그녀는 온갖 방법을 써도 고칠 수 없던 괴질을 며칠 만에 해결해 버린 의원이었다. 신뢰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소소야. 이제 날 음식만 더 먹이면 되는 거냐? 다른 치료는 필요 없고?”

“네, 사숙. 그런데 전체적으로 너무 굶주린 상황이에요. 음식이 더 필요해요.”

“……가져온 곡식이 슬슬 동이 날 판이다.”

“먹을 수 있는 거면 뭐든 좋아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생선을 조금 더 먹으면 좋을…….”

“히익! 아미타불! 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별안간 경기를 일으키는 혜연을 보며 당소소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스님이 갑자기 왜 저러시죠?”

“……세상에는 모르는 게 나은 일도 있는 법이다.”

막내에게 그런 험한 일을 굳이 알려 주고 싶지 않은 백천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구나. 이리 간단히 해결되는 것을…….”

“예전이었다면 걸리지 않았을 병이에요.”

“음?”

당소소의 얼굴이 살짝 분노로 굳어졌다.

“전에 한 어르신께 들었던 것처럼, 이분들도 겨울에는 으레 낚시를 해서 신선한 음식을 먹었을 거예요. 하지만 최근 북해의 상황이 이분들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거죠.”

“으음.”

“그래서 지역을 다스리는 이들은 항상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하는 거예요. 그들의 작은 행동 하나가 그 지역을 살아가는 민초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거든요.”

당소소는 성도의 왕이나 다름없는 사천당가의 여식이다. 북해의 빙궁만큼은 아니겠지만, 사천당가 역시 성도의 백성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기에 이 상황이 곱게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벌컥!

그때 마침 문이 거칠게 열리며 일전에 보았던 촌장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손에 든 지팡이가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 촌장이 얼마나 격정에 휩싸였는지 말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의식을 찾은 환자들을 확인한 노인은 손을 파르르 떨더니 당소소를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당소소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앙상한 어깨가 떨린다 싶더니 반쯤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화산의 제자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일전에야 그들을 박대했던 촌장이지만, 그가 이 상황에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지 이 행동 하나로 모두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촌장의 눈가에 뿌연 물기가 번진 것을 본 당소소는 어색하게 웃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겁니다, 촌장님.”

“아닙니다. 이게 어찌 당연한 일이겠습니까.”

촌장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냥 가셔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굳이 저희를 설득하여 병을 고치라 하시고, 이 척박한 북해를 나게 해 줄 곡식까지 베푸셨으니……. 대체 이 감사를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당소소가 무어라 대꾸할 말을 찾으려 할 때, 당소소의 옆에 있던 청명이 흐뭇하게 웃으며 대신 대답했다.

“뭘요. 화산파의 도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죠.”

“아니, 저게?”

“지가 뭘 했다고?”

뒤에서 백천과 그 일행이 눈을 부라렸지만, 청명은 그들의 말을 콧구멍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저 화산파의 도사들이 이 마을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 기억해 주시면 됩니다.”

“소, 소림도…….”

“뭐래. 한 것도 없는 게.”

혜연이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윤종이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저희는 압니다. 너무 실망하지 마십시오, 스님.”

“…….”

촌장은 더없이 황송하다는 얼굴로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이제 다들 치료가 된 겁니까?”

“영양이 좀 부족하긴 하지만, 금세 다들 회복할 수 있을 거예요.”

당소소는 이 질병이 돌게 된 원인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모두 들은 촌장은 안타까운 얼굴로 탄식했다.

“……그런 일이.”

워낙 상황이 흉흉하여 바깥출입을 막아 왔는데, 그로 인해 병이 돌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제 탓이었군요…….”

“자책하지 마세요. 촌장님은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예요. 문제는 촌장님이 아니라 빙궁이죠.”

빙궁이라는 말이 나오자 노인의 주름진 얼굴에 일순 두려움이 어렸다.

그런 촌장을 물끄러미 보던 청명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자, 그럼 이제 값을 한번 받아 볼까?”

“응?”

“엥?”

화산의 제자들이 황급히 청명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값? 대가를 받을 셈이냐?”

“당연하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하기에는 매우 적절치 않은 말이었다.

백천이 무어라 쓴소리를 하려는데, 촌장이 굽실대며 말했다.

“도움을 받았으면 은혜를 갚는 것이 사람의 도리일 것입니다. 하나…… 보시다시피 저희가 그리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라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에이,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돈을 받으려는 게 아니거든요.”

“예?”

“저희는 부자라서 돈은 괜찮아요.”

청명이 배를 쭉 내밀며 씩 웃었다.

왠지 오늘따라 그 빵빵하게 나온 배를 쿡 찔러 터뜨려 버리고 싶은 백천이었다.

“그럼 뭘 드려야…….”

노인이 살짝 난처한 얼굴로 묻자 청명이 신이 난 듯 웃으며 말했다.

“촌장님.”

“예.”

“따뜻한 차라도 한잔하시며 대화 좀 하시죠.”

청명의 눈이 살짝 가라앉았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이죠.”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