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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471화 (471/1,567)

471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1)

조걸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얼굴로 얼음 호수 위를 바라보았다.

“……저거 뭐 하는 겁니까?”

“난들 알겠냐?”

“생선 좀 낚아 오라는데, 왜 저러고 있는 겁니까?”

“낚고 있잖아.”

“…….”

의자에 걸터앉은 청명은 낚싯대를 들고 있었다. 평범한 것보다 몇 배는 크고 굵다란 낚싯대 끝에는, 동아줄이 칭칭 감겨 물속으로 늘어져 있었다.

“……어느 물고기가 저걸 무는데요?”

“호수가 이만큼 넓으면 그 안에 미친 물고기 한 마리쯤은 있을 수도 있지. 청명이 같은 놈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죠.”

백천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본 건 있어서 그럴싸하게 흉내는 냈잖으냐.”

어쨌거나 낚싯대 같은 것과 낚싯줄 같은 것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조걸은 생각이 전혀 다른 모양이었다.

“그럴싸하게요? 사숙. 요즘 청명이 놈에게 너무 관대하신 것 아닙니까? 저게 그럴싸하게면 저랑 사숙도 비슷하게 생긴 겁니다.”

그러자 둘의 대화를 가만 듣던 윤종이 떨떠름한 얼굴로 조걸을 바라본다.

“걸아.”

“예?”

“비유가 너무 많이 나가서 공감이 안 간다.”

“…….”

“적당한 걸로 해라. 적당한 걸로.”

조걸이 조금 서글프고 애처로운 시선을 보냈지만, 윤종은 그런 그를 위로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 진짜 뭐 하는 겁니까?”

“끄응. 일단 가 보자꾸나.”

백천이 한숨을 내쉬며 청명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평소라면 청명이 놈이 무슨 짓을 하건 신경을 최대한 안 쓰는 쪽이 이득이니 일부러라도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기엔 상황이 너무 다급했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청명의 곁으로 다가갔다.

“청명아.”

“응?”

“지금 뭐 하는 거냐?”

“보면 몰라? 낚시하잖아.”

“낚시?”

“물고기 잡아 오라며?”

태연한 대답에 백천의 미간이 와락 일그러졌다.

“야, 이놈아! 지금 한시가 급한데 이게 뭔 신선놀음이야! 이렇게 해서 물고기가 잡히겠냐고!”

“당연히 잡히지. 낚신데.”

“아무리 물고기라지만, 저걸 물겠냐? 저걸?”

“쯧쯧쯧쯧.”

백천이 갑갑하다는 듯 가슴을 치자 청명이 혀를 끌끌 찼다. 그러더니 고개를 저으며 짐짓 해탈한 할아버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동룡아, 동룡아. 생각이 그렇게 짧아서 밥이나 먹고 살겠느냐?”

“…….”

“낚시란 서둘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세월을 낚는다는 느낌으로 느긋하게 기다려야지. 낚일 것들은 자연히 낚이게 된단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

그런데 그 순간, 청명의 낚싯대가 팽팽하게 당겨지기 시작했다.

굵은 나뭇가지가 훅 휘어지는 모습을 본 백천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크으! 딱 봐도 월척이네! 내가 말했지, 사숙?”

희희낙락하며 낚싯대를 콱 틀어쥐는 청명의 모습을 보며 백천의 얼굴이 파들파들 떨렸다.

“……이게 잡힌다고? 이게?”

아니, 이건 도를 넘었지!

아무리 물고기라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읏차!”

다리를 살짝 넓게 벌리고 선 청명이 잔뜩 힘을 주어 낚싯대를 끌어 올렸다.

저 튼튼하고 굵어 보이는 낚싯대가 저리 휘어지는 걸 보면 여간 월척이 아닌 모양이었다.

‘만년화리(萬年火鯉)라도 낚은 건가?’

잉어가 만 년을 살아 집채만 한 영물이 된 것을 만년화리라고 부른다. 예전 같았으면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냐고 했을 백천이지만, 두 눈으로 살아 있는 이무기도 봤는데 세상에 없을 게 뭐가 있는가?

그리고 이놈이면 정말 만년화리를 잡을지도…….

그 순간이었다.

“으라차!”

청명이 낚싯대를 잡고 힘을 주자 수면이 흔들리더니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왔다.

백천과 윤종, 조걸은 긴장한 눈으로 수면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윽고.

볼록.

“……응?”

마치 바다 안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뭔가 동그란 것이 볼록 솟아올랐다.

“엥?”

“어?”

물에 젖어 반짝거리는 동그란 무언가의 형태에 세 사람은 모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팔초어(八梢魚-문어)?!”

“바, 바다도 아닌데 웬 팔초어가?”

“……아니면 여, 영물인가?”

솟아오른 것의 정체를 확인해 보기도 전에, 청명은 잡고 있던 낚싯대를 힘껏 잡아당겼다.

“읏차!”

그리고 그 순간, 세 사람은 더 이상 벌어질 수 없을 정도로 입을 크게 쩍 벌렸다.

“푸아아아아앗!”

팽팽하게 당겨진 줄 끝에는 익숙한 형체가 매달려 있었다.

동그란 머리에 낯익은 황포…….

“혜, 혜연 스님!”

“혜연 스님이 왜 저기서 나와……?”

“아니. 저 미친 새끼가 진짜?”

월척……. 아니, 혜연이 한 손으로 낚싯줄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커다란 그물망을 잡은 채 끌려 올라왔다. 그물망 안에는 펄떡이는 생선들이 말 그대로 한가득 담겨 있었다.

털썩!

그물을 부여잡고 얼음 위로 쓰러진 그는 몸을 파들파들 떨어 대었다.

“추, 춥…….”

입술은 물론이고 온몸이 파랗게 질린 모습에, 세 사람은 기겁하며 허둥지둥 움직였다.

“담요! 빨리 담요!”

“으아아아아! 스님 괜찮으십니까!”

그들은 수레 위에 실려 있던 담요를 여러 장 챙겨 들고 혜연에게로 달려갔다. 하지만 청명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기 쓸 담요가 어디 있어! 이리 가지고 와!”

“뭐, 뭐 하려고?”

“생선 얼리지 말고 가지고 오랬잖아!”

“야, 이 미친놈아! 사람이 얼어 죽는데 지금 생선이 문제냐?”

“괜찮아. 안 죽어, 안 죽어.”

청명이 그들이 가져온 담요를 빼앗아 그물망을 통째로 감쌌다. 그리고도 안심이 안 되는지 수레에 실어 놓은 털가죽 위로 그물망을 통째로 올리고 꽁꽁 싸맸다.

“좋아!”

청명이 흐뭇한 얼굴로 수레 위에 실린 생선들을 바라보았다.

“스, 스님! 정신 차리십시오!”

“배, 백천 시주…….”

“예! 스님.”

“보았……. 보았습니다…….”

“뭘요?”

혜연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더없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꺼져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관음보살님께서 제게 손짓을…….”

“으아아아! 스님! 정신 차리십시오!”

“그거 따라가면 죽어요! 스님!”

셋은 의식을 잃어 가는 혜연을 황급히 흔들어 깨웠다.

“대체 왜 스님이 거기에 들어가 있었던 겁니까?”

백천의 물음에 혜연이 오들오들 떨며 답했다.

“사,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고…….”

“저 마귀 새끼!”

“악마 같은 놈!”

혜연의 답변으로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을지 파악한 셋은 원독에 찬 눈으로 청명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청명은 태연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뭐 대단한 일 했다고. 이 정도쯤이야.”

“야, 이 마구니 같은 놈아!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어허!”

청명이 단호하게 원성을 딱 잘랐다. 그리고 짐짓 엄한 목소리로 장황하게 말했다.

“모름지기 불자란 중생을 구원하는 데 제 목숨을 아끼지 않는 법! 병에 걸려 죽어 가는 사람들을 구하느라 목숨을 건다면 이보다 더 훌륭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불자의 길!”

“말이나 못하면! 말이나!”

“됐고.”

청명이 턱짓으로 수레를 가리켰다.

“힘들게 잡은 물고기 다 꽁꽁 얼리지 말고, 빨리 마을로 가져가.”

“끄응.”

얼굴을 일그러뜨린 셋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레로 달려갔다. 지금은 일단 마을 사람들을 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들이 수레를 잡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혜연이 비척이며 일어나 수레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그러자 청명이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물었다.

“어디 가?”

“……예. 저도 도와야…….”

“너는 아냐.”

“예?”

청명이 크게 뚫려 있는 얼음 구멍을 향해 턱짓했다.

“저 정도만 잡아서 되겠어? 한 번 더 다녀와야지.”

“…….”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잡아 준다니까? 줄만 잘 잡고 있으면 절대 안 죽어. 너 하기에 달린 거야.”

“…….”

“자, 입수.”

“…….”

어쩌면…….

청명을 마귀라 부르는 건 정말로 마귀에게 못 할 짓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는 혜연이었다.

* * *

모락모락.

젖은 몸에 열기가 돌며 옷에 증기가 피어오른다. 옷을 타고 올라와 머리끝에서 퍼져 나가는 증기가 마치 부처의 후광과도 같았다.

“결국에는…….”

“성불하십시오, 스님. 잊지 않겠습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저 안 죽었습니다, 시주들.”

혜연이 떨떠름한 눈으로 화산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한 번씩은 이 인간들이 같은 편인지, 적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안 죽은 게 용하지요.”

“대체 왜 그런 일을 하신 겁니까? 아무리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지만, 너무 무모하셨습니다.”

듣고 있던 백천이 공감하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청명이 놈에게 자꾸 그렇게 말리시면 안 됩니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니잖습니까?”

혜연은 조금 서글픈 눈으로 작게 말했다.

“……안 들어가려고 했는데…….”

“했는데?”

“……청명 도장께서, 그러면 백아를 미끼 삼아 물에 담그고 월척을 낚겠다고 하시기에 그만…….”

차마 믿지 못할 말에 백천과 그 무리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진짜 사람인가?”

“도문에서 어쩌다 저런 망종이…….”

“원시천존이시여.”

“아미타불…….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어찌 몸을 던지기를 마다하겠습니까.”

화산의 제자들이 눈가를 훔쳤다.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여기 생불(生佛)이 있다.

그런데 그 생불이 하필 마귀의 옆에 있다는 게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다.

혜연이 머리에 맺힌 물기를 닦아 내며 물었다.

“그래서 차도는 좀 있다고 합니까?”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백천이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당소소는 그들이 가져온 물고기를 생으로 환자들에게 먹였다.

의식이 없는 이들에게는 날 생선을 갈아서 미음처럼 먹였고, 의식이 있는 이들에게도 잘 저민 물고기를 먹였다. 최대한 소화를 편히 할 수 있게끔 아주 얇게 저민 고기였다.

매 끼니마다 날 생선을 먹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겨우 먹기 시작한 터라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끄응. 먹이는 걸 도울 수라도 있으면 마음이 좀 편할 텐데.”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워낙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극심한 이들인지라, 함부로 다가갈 수가 없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는 당소소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소소가 고생을 저렇게 많이 하는데…….”

“그러게나 말이다.”

모두가 일제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그때 마침, 문이 열리고 눈 밑의 음영이 턱 끝까지 내려온 당소소가 터덜터덜 들어왔다.

“소소야!”

“괜찮으냐?”

당소소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사숙.”

“환자들은 좀 어떠냐?”

“일단은 다 나눠 먹였어요. 정말 폐관병이 맞으면,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날 거예요. 폐관병은 원래 치료 효과가 빨리 나거든요.”

“그래?”

백천의 얼굴이 살짝 복잡해졌다.

저 말인즉, 만약 진단이 틀렸을 경우 그 결과도 빨리 알게 된다는 의미였다.

‘슬슬 한계인데…….’

아무리 당소소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원인도 모르는 병을 치료하는 건 무리였다. 게다가 홀로 저 많은 이들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더.

하지만 백천은 그런 속내를 감춘 채, 입을 열었다.

“그래. 일단 좀 쉬거라.”

“잠시 가져갈 게 있어서 왔어요. 조금만 더…….”

그때, 화로 앞에서 죽은 듯 웅크리고 있던 청명이 벌떡 일어나더니 그녀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사형?”

그러더니 당소소의 손을 움켜잡고는 제 눈앞으로 잡아당겼다.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런 그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쯧.”

당소소의 손끝을 확인한 청명이 짧게 혀를 차며 인상을 찌푸렸다.

예상대로, 그녀의 손끝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니, 좀 더 자세히 보면 붉은 기 속에 검푸른빛이 맴돌았다.

동상의 초기 증상이다.

“몰랐어?”

“…….”

“장갑도 안 끼고 침놓고 다니더니, 잘한다.”

“…….”

청명은 가볍게 당소소의 손목을 움켜잡은 채 기운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아…….”

손목을 타고 들어오는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감각에, 당소소가 살짝 움찔했다. 청명의 환한 기운이 손을 완전히 뒤덮고 몇 번이나 회전한 뒤 주인에게로 다시 돌아갔다.

“쉬어.”

“…….”

“혹시라도 환자들에게 차도가 없으면 그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돼. 그때 가서 피곤해서 못 하겠다고 할 셈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당소소가 단호한 눈으로 청명을 똑바로 보았다. 청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쉬어. 그게 맞아.”

“…….”

이쯤 되니 당소소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얌전히 화로 앞으로 갔다.

“그럼 조금만…….”

그리고 청명이 가져다 놓은 담요를 덮고 머리를 바닥에 대자마자 순식간에 잠에 빠졌다. 거의 기절을 했다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침상으로 옮기는 게…….”

“그냥 둬.”

청명이 백천을 만류했다.

“한숨이라도 더 자는 게 나아.”

화로 앞을 양보한 청명은 적당한 곳에 가 자리를 잡고 등을 기대며 앉았다. 그러더니 품 안에 얌전히 있던 백아를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저기 가서 덮어.”

백아가 까만 눈을 빛내며 재빨리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더니 도도도 달려가 당소소의 손 위에 앉았다.

“……그럼 이제 뭘 하면 되냐?”

“뭘 하긴.”

청명이 어깨를 으쓱했다.

“기다려야지. 내일 아침이면 대충 차도가 보일 테니까.”

“흐음.”

“그러니까 다들 빨리 자 둬. 차도가 없으면 내일부턴 진짜 지옥이야.”

그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는 적당히 자리를 잡고 누웠다. 그리고 잠시 후 규칙적인 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모두 고단했던 모양이다.

청명은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낮게 피식 웃었다.

정말이지 어려운 문제였다.

화산의 안위를 생각한다면,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하지만 화산의 본분을 생각한다면 마을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갈 수도 없다.

‘쉽지 않네요, 사형.’

청문은 매번 이랬을 것이다.

청명이 보기에는 별것도 아닌 작은 일조차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자신의 선택 하나가 화산의 미래를 바꿀지도 모르니까.

청문이 얼마나 훌륭한 장문인이었는지 새삼스레 생각하며 청명도 가만히 눈을 감았다.

“으음…….”

거의 죽은 것처럼 잠에 빠져 있던 화산의 제자들이 하나둘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아침인가?”

“소소는?”

“아직 잡니다.”

눈 뜨자마자 막내부터 확인한 화산의 제자들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간밤에 기승이던 눈보라가 그쳤는지 창틈을 뚫고 눈 부신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환자들은 어떻게…….”

그때였다.

벌컥!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낯빛이 새파랗게 질린 사람들이 안으로 허겁지겁 들어섰다.

“와, 와 보셔야겠습니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순간 화산 제자들의 눈에 긴장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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