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9화. 내가 그쪽은 전문가거든. (4)
탈탈탈탈탈.
수레가 쉼 없이 관도를 달렸다.
화산의 제자들은 지치지 않는 짐말처럼 수레를 끌고 나아갔다. 이전 사천행 때 수레에 실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짐을 실었음에도 수레가 나아가는 속도는 오히려 더 빠른 듯싶었다.
“으라차!”
“읏차!”
선두에서 수레를 끄는 조걸과 윤종이 서로서로 경쟁하듯 기합을 내질렀다.
“그렇게 끌어서 수련이 되겠느냐?”
“그러는 사형은 벌써 다리가 후들거리시는 것 같습니다만?”
윤종과 조걸이 서로를 노려보고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선두에서 성난 황소처럼 달려 나가는 둘을 보며 백천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얘들아.”
“네, 사숙!”
“옙!”
“기운찬 건 좋지만, 그렇게 시작부터 진을 빼다가는 북해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 쓰러질 거다.”
윤종은 살짝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사천행에선 차라리 빨리 고생하고 빨리 쉬자고 누누이 말했던 백천이다. 실제로도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피하지 않고 빨리 해치우는 게 그의 성격에 더 잘 맞았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었단 말인가?
“북해가 그렇게나 먼 곳입니까?”
“멀지.”
“얼마나 멉니까?”
“음. 그러니까…….”
백천은 골똘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황 소단주님 말씀으로는, 대충 육천 리쯤 된다는구나.”
“……예?”
윤종이 살짝 귀를 두드리고 벅벅 문질렀다.
“몇 리요? 잘못 들은 것 같습니다.”
“육천 리.”
“…….”
윤종의 눈이 크게 확장되었다.
“사, 사천 성도까지가 천 리 조금 넘는 거리 아니었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몇 리요? 육천 리?”
“그렇다니까.”
그 순간 짐수레 위에 타고 있던 청명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몇 리라고?”
“……얘들이 전부 귀가 먹었나. 육천 리라니까?”
청명의 눈이 지진을 일으켰다.
“이런 미친! 중원을 한 바퀴 돌아도 그만큼은 안 되겠다! 그 땡중 놈이 어쩐지 돈을 많이 주더라니!”
“…….”
그러자 옆에 타고 있던 혜연이 기겁하며 외쳤다.
“시, 시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장문방장께 땡중이라니…….”
“뭐래!”
청명이 다짜고짜 혜연을 뻥 걷어찬다.
“아아악!”
짐 더미 위에서 나가떨어진 혜연이 땅에 처박혔다.
“이 새끼는 아까부터 끌라는 수레는 안 끌고, 편하게 앉아서 가더니 어디서 딴죽을 걸고 난리야! 머리털을 확 다 뽑아 버릴라.”
“……애초에 없는 머리털을 어떻게 뽑겠다고…….”
고꾸라진 혜연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부처는 어디에 있는가?’
이러다간 불법을 찾기도 전에 화병으로 죽을 판이었다.
백천은 조금 놀란 것처럼 청명에게 물었다.
“너도 북해가 어디 있는지 몰랐던 거냐?”
“거기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사람이 거기 가 볼 일이 어디 있어?”
청명이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과거 마교와의 전쟁 당시 전 중원을 제집처럼 누볐던 청명이지만, 새외로는 나가 본 적이 없었다.
“북해빙궁, 북해빙궁 하기에 기껏해야 운남 정도일 줄 알았지. 뭔 육천 리라는 살아생전 듣도 보도 못 한 숫자가 나오는데 왜 중원이랑 엮어!”
“……그래서 새외(塞外) 아니냐.”
“끄으응.”
청명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육천 리면 대체 얼마나 가야 하는 거냐?”
“하루 종일 말처럼 달리면 대충 이백 리 정도는 될 테니까…… 그렇게 꼬박 한 달은 가야지.”
“……한 달?”
청명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하루하루가 바빠 죽겠는데, 이렇게 한 달을 가야 한다고?”
“청명아, 일단 진정하고…….”
“아니, 이 미친 마교 새끼들은 뭐 한다고 거기까지 가서 발악질이야! 십만대산에 옹기종기 모여 뒈질 것이지!”
발악을 시작하는 청명의 모습에, 백천이 빠르게 물었다.
“여기 당과 파는 데 아는 사람?”
“……있겠습니까?”
있을 리가 없었다.
백천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막 출발한 참인데 벌써부터 청명이 놈이 패악을 부려 대는 걸 보니 참 쉽지 않은 여정이 되겠구나 싶었다.
“하여튼 마교 새끼들은 다 패 죽여야 돼!”
청명은 아예 눈에서 불을 뿜었다.
슬금슬금 수레를 끌던 백천이 조걸에게 턱짓했다.
“걸이는 일단 혜연 스님 다시 싣고.”
“예.”
혜연까지 싣고 다시 출발했지만 수레의 속도는 아까보다 조금 낮아졌다. 윤종은 슬쩍 백천을 보며 입을 뗐다.
“그런데, 사숙.”
“응?”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대체 마교는 어떤 곳입니까?”
“……마교?”
“예.”
그는 슬쩍 겸연쩍은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제가 그동안 마교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는 다 조금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말뿐이라……. 무지하게 강하다든가,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악적들이 모인 곳이라든가, 생사람의 피를 빤다거나, 뭐 그런 것들 말입니다.”
“음, 그렇지.”
“그런데 이제 정말 마교 놈들과 조우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놈들에 대해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백천이 흐음, 하고 소리를 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마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구나.”
“예?”
“확실히 좀 이상해. 마교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한 이가 없을 정도로 많이 퍼져 있는데 그들이 정확히 어떤 이들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들어 본 바가 없다.”
백천은 짐 더미 위에 다시 얹힌 혜연을 올려다보았다.
“혜연 스님은 마교에 대해 아는 것이 있으십니까? 그래도 나름 소림인이시니.”
“……왜 ‘나름’이 붙는 겁니까, 시주?”
“……실례했습니다.”
혜연이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처량하게 한숨 쉬었다. 그리고 느릿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소승도 마교에 대해서는 크게 아는 바가 없습니다.”
“스님도요?”
“소림에서 수련을 할 때는 딱히 밖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터라…….”
그는 이 사실이 부끄러워 슬쩍 얼굴을 붉혔다.
소림 안에서 살던 때의 그가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는지 새삼 다시 깨달은 것이다. 소림에서 그저 한 발짝 벗어나는 것만으로 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데.
그런데…….
그 우물 안이 행복했었다는 생각도 드는 건 어째서일까?
“이상하네. 왜 마교에 대해 아는 이들이 이렇게나 없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청명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딱히 알 필요가 없으니까.”
“응?”
화산의 제자들이 청명을 돌아보았다.
“왜 알 필요가 없다는 거야? 지피지기면 백전불패 아냐?”
“……지피지기라.”
청명이 피식 웃었다.
“마교는 모두 열일곱 개의 교구로 이루어진 종교 집단이야.”
“엥?”
갑자기 마교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니 화산의 제자들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청명이 놈이 저렇게나 관심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니, 그런데 열일곱 개? 그렇게나 많아?”
“뭐, 예전에는 그랬다는 거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고.”
그 대부분의 교구를 청명이 직접 작살내 줬으니까.
“그런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남들은 모르는데.”
“……남이 모르면 나도 몰라야 하냐?”
“너는 모를 것 같아서.”
“확 그냥!”
청명이 눈을 부라린다.
“귀는 뒀다 뭐하고 눈은 뒀다 뭐 해? 모르긴 왜 몰라! 알 생각이 없고 알아볼 생각이 없으니 모르지!”
“……거, 좀 안다고 유세는.”
“카아아악!”
청명이 또다시 몸을 들썩이며 발작하려 하자 혜연이 가만히 그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잠깐 씩씩거린 청명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설명을 이었다.
“마교 놈들은 기본적으로 종교 집단이야. 그 근본만 보자면 불교를 기반으로 한 소림과 그리 다를 게 없어.”
그러자 청명의 어깨를 붙들었던 혜연의 손아귀에 힘이 콱 들어갔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청명이 빠르게 손을 뻗어 혜연의 입을 턱 막아 버렸다.
“좀 듣고 말해라! 이놈의 땡중은 어째 날이 갈수록 성격이 급해지네.”
“……내 다른 시주들이 그 말을 하면 이해하겠지만, 어떻게 시주께서 성격 급하단 비난을 하실 수가 있소이까! 양심은 어디다가 팔아 드셨소!”
“소림 불전함에 던져 놓고 왔다, 왜?”
“……끄으윽!”
청명이 혀를 쯧쯧 찼다.
“여하튼 그런 의미에서는 소림뿐 아니라 화산과도 그리 큰 차이가 없어. 일단 화산도 도교를 숭상하는 문파니까.”
“그렇지.”
어느새 수레를 세운 백천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머지 제자들은 여전히 그 말을 인정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마교와 화산을 비교하는 게 말이나 되냐?”
“근본은 그렇다는 거야, 근본은.”
청명이 혀를 찼다.
“저 봐. 지피지기면 백전이 어쩌고 하더니, 막상 알려 주니 눈 까뒤집고 그럴 리가 없다잖아. 이러니 의미가 없다니까!”
“……아니. 그, 그게 아니라…….”
“시끄러워!”
할 말이 없어진 조걸이 입을 조개처럼 합 다물었다.
청명이 언짢은 기색을 보이자 백천이 피식 웃으며 그를 재촉했다.
“계속해 봐.”
“음.”
청명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입을 열었다.
“근본이 같다고 해서 결과까지 같은 건 아니지. 마교는 다른 종교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거든.”
“그게 뭔데?”
“사람을 따른다는 거.”
청명의 말에 조걸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을 따른다고? 왕처럼?”
“아니. 신처럼.”
청명이 말하다 보니 살짝 짜증이 치미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마교는 천마를 신으로 모시는 종교야.”
“……사람을 신으로 모신다고? 살아 있는 사람을?”
“그래. 그게 관건이지.”
청명이 혜연의 반질반질한 머리를 손으로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도가든 불가든 사람을 신으로 모시지는 않아. 사람으로서 신에 가까운 깨달음을 얻은 이들을 모시기는 해도 그건 이것과는 다른 경우지. 뭐, 물론 가끔 지들이 부처의 화신이니, 태상노군의 현신이니 하는 것들이 있긴 하지만 그걸 사람들이 진지하게 믿지는 않잖아.”
“그렇지.”
“그런데 마교 놈들은 정말 천마를 신 그 자체라고 믿어.”
청명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아까 왜 마교에 대한 정보가 세상에 퍼지지 않았냐고 물었지?”
“그래.”
“말 그대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야. 종교의 경전이나 교리라는 건 모시는 신을 대면하지 못하는 이들이 그 가르침을 잊지 않기 위해 신의 말을 엮어 전하는 거지? 그런데 눈앞에 신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교리가 필요 없어지겠지.”
“맞아.”
청명이 눈을 가늘게 떴다.
“당장 어제까지는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던 이가, 오늘부터는 사람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혼란이 오지 않을까?”
“그게 정상이지. 하지만 마교는 그렇게 되지 않아. 왜냐면 그건 신의 말이니까. 그저 따르면 될 일이지.”
“…….”
“마교는 천마를 신으로 모신다. 그리고 천마는 살아 있는 인간이지. 그럼 그 인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신언(神言)이 되는 거야. 그러니 의심하지 않고, 주저하지도 않고 그저 따른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청명이 피식 웃었다.
“그러니 마교가 무서운 거지. 그게 가능한 인간만 모여 있으니까.”
“…….”
“의심하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만큼 무서운 건 없어. 신의 말을 따르다 죽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이에게는 용기라는 게 필요하지 않거든.”
백천이 표정을 굳혔다.
저 말을 들으니 마교가 얼마나 광신적일지 이제야 어렴풋이나마 상상이 갔다.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광신자들이 스스로 신이라 생각하는 이의 명령을 받고 달려든다?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달리 말하자면…….”
“음?”
“마교라는 곳은 그 천마 놈이 어떤가에 따라서 극과 극으로 바뀔 수 있는 단체라는 거로군.”
“그렇지. 그렇기 한데…… 사실 거의 비슷할 거야.”
“왜?”
“천마라는 놈이 제정신인 적이 없었거든.”
“…….”
그때 윤종이 손을 들었다. 청명이 턱짓했다.
“네네. 말씀하세요.”
“네 말대로라면 마교는 천마를 살아 있는 신으로 섬기는 곳인데, 지금은 천마가 없는 거잖아. 그럼 어떻게 유지가 되지?”
“기다린다.”
“……기다려?”
청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천마가 나타날 때까지. 그들에게 있어서 천마는 신이자 인간이야. 신이기에 절대적이지만, 인간이기에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죽더라도 다시…….”
청명이 살짝 입을 닫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먼 남쪽을 바라보았다.
남쪽.
십만대산이 있는 곳.
“다시 돌아온다고 믿지. 새로운 천마이자, 다시 태어난 천마가.”
“……이해가 될 것도 같고.”
윤종의 중얼거림에 청명이 눈살을 찌푸렸다.
“전혀 이해 못 한 거야.”
“응?”
“이걸 듣고 알아야 할 건 단 한 가지뿐이거든.”
청명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가라앉아 있음을 알아챈 모두가 진중한 눈으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게 뭔데?”
“아까 물었지? 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신으로 받들며 의심하지 않을 수 있냐고.”
“……그랬지.”
“천마는 그걸 가능하게 만든다.”
“…….”
“신이라는 게 뭐야, 결국? 인간이 할 수 없는 걸 능히 해내는 존재잖아. 다시 말하자면 인간의 몸을 뒤집어쓰고 있다고 해도, 감히 인간이 따를 수 없는 능력을 보인다면 신으로 떠받들릴 수 있다는 뜻이지.”
윤종이 입을 닫았다.
“모두가 이성이 없기 때문에 천마를 믿는 게 아니야. 이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일말의 의심도 품지 못하고 광신하게끔 만드는 거야. 무학이 무학을 넘어 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존재. 그게 천마다.”
청명이 나직하게 이를 갈았다.
천하의 누구에게도 무위로 뒤진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천하삼대검수니, 화산제일검이니 하는 말로 치장되었지만,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천하제일검수로 불리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차원이 달랐어.’
천마는 그런 그가 손도 대 볼 수 없을 만큼 강했다.
중원 무림의 모든 힘을 집결시킨 결사대가 전멸하고서야 가까스로 그놈의 목을 베어 낼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직접 천마를 대면하고서야 어떻게 마교 놈들이 그리 광신적일 수 있었는지 이해했다.
무학을 익힌 무인들에게조차, 그건 무공이 아니라 기적으로 보였을 테니까.
“……그럼 그 천마가 지금도 세상에 존재한다는 거야?”
“모르지.”
청명이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그걸 알아보러 가는 거니까.”
“…….”
화산 제자들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이 일이 단순히 북해빙궁과 연을 트고 상황을 알아보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제야 완전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알아볼 수 있어?”
“응.”
“어떻게?”
“내가 그쪽은 전문가거든.”
청명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광신자고 나발이고, 사람이란 건 일단 죽기 직전까지 패고, 깨워서 또 패고, 다시 또 패면 대부분은 말을 하더라고.”
“…….”
그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백천은 빙그레 웃었다.
네가 천마보다 더 무섭다, 이 새끼야.
“여튼.”
청명의 시선이 북쪽을 향해 움직였다.
“확인해 봐야지. 천마가 정말 돌아왔는지.”
그런 그의 눈빛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