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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431화 (431/1,567)

431화. 저 매화검존 아닌데요? (1)

붉게 달아오른다.

마치 붉은 해가 뜨는 것처럼 붉게, 또 붉게.

동그란 보옥이 붉게 달아올…….

“으으으으.”

동그란 머리를 시뻘겋게 물들인 혜연이 오만상을 찌푸렸다.

‘뭔 놈의 내력이…….’

내력 하나만은 동 나이대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이 자신감은 결코 근거 없는 오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의 사문은 내공으로는 천하제일의 자리에서 단 한 번도 내려와 본 적 없는 소림이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 그의 양옆에 서 있는 화산의 제자들은 이 막대한 내력을 밀어 넣고 있음에도 되레 혜연보다 여유가 있어 보였다.

‘조걸 도장과 윤종 도장의 내력이 이토록 강했던가?’

어디서 만년설삼이라도 뜯어 먹은 게 아니라면, 이 내력을 대체 어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저 중대가리, 저거! 어디서 피죽만 먹었나? 뭐 저리 힘을 못 써?!”

“……네가 풀만 뜯어 먹으라고 했잖아.”

“그럼 중이 풀 뜯어야지! 고기라도 먹일까?”

“……그런 의미가 아니잖으냐.”

뒤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혜연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물론 그마저도 화로의 열기에 금방 날아가 버렸지만.

‘마귀 같은 인간.’

부처께서 진정으로 현실을 굽어살피시는 거라면 어째서 저 마귀를 저렇게 내버려 두신단 말인가.

아니, 이건 부처께 따질 일이 아니다. 저 인간은 도사지 않은가?

대체 원시천존은 뭐 하시기에 이 사태를 그냥 지켜만 본단 말인가! 벼락이든 뭐든 내려서 해결을 봐야지! 해결을!

“저, 저! 딴생각하는 거 봐라, 또!”

움찔.

혜연이 재빨리 내력을 불어넣는 데 집중했다.

“옛날 소림 놈들은 한번 참선에 들어가면 머리에 새가 둥지를 틀어도 모를 정도로 집중했는데! 요즘 소림 놈들은, 에잉!”

“머리가 매끈매끈한데 거기 어떻게 새가 둥지를 짓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옛날에는 새들도 근성이 있었어!”

“……미친놈.”

대화를 듣던 혜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닌가. 대놓고 사람을 핍박하고 괴롭히는 청명보다 그 옆에 붙어서 맞장구를 쳐 주는 백천이 더 미웠다.

콰아아아아아아!

눈을 뜬 혜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화로를 응시했다. 살이 익을 것 같은 열기에 숨이 턱턱 막혔다.

‘얼마나 더 해야 하지?’

잠도 안 자고 교대하며 불을 피운 지도 벌써 이틀째.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녹초가 되어 있…….

“크으으으으! 이거 술 죽이는데!”

“…….”

아, 싫다. 진짜 싫다.

청명이 호리병을 거꾸로 뒤집어 탈탈 털었다.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입 안으로 밀어 넣은 그는 옆으로 손을 뻗었다가 눈살을 확 찌푸렸다.

“없어?”

그의 옆에 놓인 탁자는 어느새 텅 비어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청명이 당군악을 보며 헤헤 웃었다.

“당가주님. 술이 떨어졌는데.”

“……이보게.”

당군악은 대놓고 오만상을 찌푸렸다.

“남들은 지금 용을 쓰고 있는데, 지금 그게 할 짓인가?”

“네? 뭐가요?”

“…….”

청명의 물음에 당군악은 대답 대신 슬쩍 시선을 내렸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커다랗고 편안한 의자에 반쯤 드러누워 술병을 흔드는 청명을 보고 있자니, 속이 뒤집어지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다.

아니, 의자는 좋다 이거다.

하지만 바닥에 잔뜩 널브러져 있는 술병들은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이보게 화산신룡!”

“네?”

결국 그는 얼굴을 굳히며 위엄 넘치게 말했다.

“내 굳이 자네의 일을 지적하고 싶은 마음은 없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정도를 넘은 것이 아닌가. 당가의 장로들뿐 아니라 화산의 제자들, 그리고 소림의 혜연 스님까지 저리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꼭 이렇게 술을 마셔야겠는가?”

“아……?”

청명은 이내 시무룩하게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에 살짝 누그러진 당군악이 타일렀다.

“술은 나중에 일이 다 끝나거든 원 없이 마시도록 하게. 나는 당가의 가주로서 더는 이곳에서 술을 허락할 수 없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청명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군악은 그런 그의 반응이 살짝 의외라고 생각했다.

‘의외로 말을 잘 듣네?’

이 녀석 어쩌면 강하게 나가는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약할지도…….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아평아!”

“예에에에에이! 검존 어르시이이이인!”

“…….”

당군악의 눈썹이 크게 꿈틀했다.

청명의 부름에 앞쪽에서 공방을 지켜보던 당조평이 거의 네 발로 달릴 기세로 전력 질주를 해 왔다.

“부르셨습니까!”

청명이 턱짓으로 바닥에 널린 술병들과 탁자를 가리켰다.

“이거 다 치워라.”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가주께서 여기서 술판 벌이는 게 예의에 어긋난다는구나. 내가 실수를 저질렀어.”

그 순간 당조평의 고개가 꺾이듯 당군악에게로 돌아갔다.

움찔.

그 눈에 어린 살기에 당군악이 자라처럼 목을 움츠렸다.

“조, 종조부님. 그게 아니오라…….”

“네 이노오오오오옴!”

“…….”

당조평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거품을 물었다.

“지금 이분이 어떤 분인 줄 알고! 감히이이!”

“…….”

아니, 제대로 못 알아볼 거면 당가주가 누구인지도 모를 것이지. 왜 이번엔 또 제대로 알아보면서 청명의 말은 믿는단 말인가?

왜 자꾸 정신이 반만 돌아온단 말인가?

“이분이! 어? 이분이! 그 매화! 매화검존! 저 사특한 마교의 무리들이 벌벌 떠는 화산제일검이시고, 사적으로는 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와 형제나 다름없는 분이신데! 뭐? 술판? 술판이라고 했느냐?”

“……그, 그건 제가 한 말이 아닙니다, 종조부…….”

“닥치지 못할까!”

당군악의 눈앞이 눈물로 부옇게 흐려졌다.

서럽다.

이건 너무 서럽다.

“어딜 감히 이분께 술이 어쩌고 하는 삿된 망발을 일삼느냐! 이분은 소림의 대웅전에서도 술을 드실 자격이 있으신 분이다!”

당조평의 일갈에 안쪽에서 고통받던 혜연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획 돌렸다.

아니, 어르신. 그건 소림 입장도 들어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내력을 불어넣느라 말을 못하는 게 천추의 한이었다.

당조평의 매화검존 찬양은 끝이 날 줄을 몰랐다.

“저 간악한 마교의 마두들을 수없이 벤 천고의 영웅이시자!”

“헤헤헤헤.”

“천하제일검! 어? 천하제일! 천하제에에에일!”

“헤헤헤헤헤헤!”

“그리고 사천당가의 가장 큰 손님이신 분인데 뭐가 어쩌고 저째? 네 고조할아버님도 감히 이분께 그런 말씀을 하지 못하셨는데! 가문의 법도가 거꾸로 가는구나! 내가 정녕 회초리를 들어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꺄르륵! 꺄르르르륵!”

창명이 자지러지며 웃어 댔다. 그 모습을 보는 당군악의 가슴에는 천불이 일었다.

‘아니, 왜 네가 좋아하는데? 왜!’

그때 당조평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버럭 소리쳤다.

“대답은!”

“죄, 죄송합니다.”

“당장 제대로 술상을 봐 오지 못하겠느냐?”

어느새 다시 의자에 드러누운 청명이 넌지시 거들었다.

“소흥주(绍兴酒)도.”

“그래, 소흥주도!”

“달달한 죽엽청도.”

“그래, 죽엽청도! 에이. 아니다! 있는 술은 다 가져오너라! 종류별로 다!”

당군악이 머뭇거리자 당조평이 눈을 번뜩 부라렸다.

“왜? 내가 가랴?”

“아, 아닙니다, 종조부님! 당장 술상을 대령하겠습니다!”

“뛰어!”

“예!”

당군악이 부리나케 달리려 하자 기겁을 한 당패와 당잔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아, 아버님. 저희가 가겠습니다!”

“여기 계십시오, 여기!”

두 사람이 부리나케 달려가자 당군악은 공방 밖으로 보이는 먼 하늘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

저 망종 놈이 매화검존을 사칭하겠다고 했을 때 말렸어야 했는데. 어쩌자고 그걸 허락해서 이 험한 꼴을 본단 말인가?

당군악이 그러거나 말거나 청명은 당조평에게 물었다.

“그래서, 아직 멀었어?”

“이제 거의 됐습니다.”

“뭐 이렇게 오래 걸리지?”

“그냥 녹이는 거면 벌써 끝났을 일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한철괴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 이제 슬슬 마무리 단계이니 어르신께서 다시 한번 도와주셔야 합니다.”

“응? 내가?”

“예. 마지막에 화력을 확 높여야 해서.”

“끄응.”

청명이 앓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차라리 빨리 끝나는 게 낫지. 가자.”

그리고 성큼성큼 화로를 향해 걸어갔다.

“사숙! 사고!”

“알았다!”

백천과 유이설이 재빨리 그의 뒤로 따라붙었다.

“다들 나와 봐!”

청명이 소리치자 혜연과 조걸, 그리고 윤종이 헐떡헐떡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났다.

청명이 후욱 숨을 내뱉고는 화로를 움켜잡았다.

유이설과 백천도 각각 화로를 잡고 내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당조평이 다시 화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최대로 밀어 넣어 주십시오! 최대로! 화로가 아주 타 버리도록!”

“으라차!”

청명의 내력이 밀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백천과 유이설도 그에 호응하고 보조하며 죽어라고 밀어 넣었다.

당군악이 탄성을 내질렀다.

‘청명 소도장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화산의 다른 제자들 역시 내력이 어마어마하구나.’

그는 숨을 헐떡이며 공방에서 걸어 나오는 윤종을 향해 물었다.

“화산의 제자들은 다들 이렇게 내력이 강한가?”

윤종이 잠깐 뒤를 흘끗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다들 내력이 강한 편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소소 정도입니다.”

“소소 정도라.”

당군악은 슬쩍 고개를 돌려 당소소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공방 입구 쪽에서 그녀와 백상이 안을 연신 기웃거리고 있었다.

둘은 다른 제자들보다 내력이 약하여 화로를 데우는 일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 그게 정상이지.’

아니. 그게 정상도 아니다. 소소도 본디 내력이 또래에 비해 낮지 않았고, 화산에 다녀온 이후로는 과거와는 비할 바 없는 높은 내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토록 차이가 난다는 것은 역시…….

“영약이 효험이 있었던 모양이로군.”

“아셨습니까?”

“나는 당가의 가주일세. 자네들이 운남까지 가서 무엇을 했는지 어찌 모르겠는가?”

윤종이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그 태도가 당군악을 기껍게 만들었다.

‘소소 쪽으로는 시선도 돌리지 않는구나.’

그들이 숨기려 했던 것을 당가주가 안다면 일반적으로는 당소소를 의심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말을 듣고도 당소소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좋은 곳이야.’

왜 소소가 그리도 화산에 목을 매는지 알 것 같았다.

“하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쿠르르르릉!

공방에서 거대한 소음이 터져 나왔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화로에서 뿜어져 나온 백색의 화염이 굴뚝 위로 승천하듯 솟구치고 있었다.

“……정도를 모르나, 진짜.”

열기에 처마 끝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공방 안에선 잔뜩 신명이 난 당조평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틀을 가져와라!”

“예!”

당가의 식솔들이 부리나케 틀을 들고 날랐다. 그리고 당조평의 지시하에 화로 앞에 조심히 내려놓았다.

“더 바짝 붙여라, 이놈들아!”

“예!”

당조평의 눈에는 거의 광기에 가까운 열기가 들끓고 있었다.

“비켜라!”

식솔들을 모두 물린 그는 긴 쇠막대를 들고 화로 아랫부분을 쑤시기 시작했다.

“쇳물 나간다!”

쿵! 쿵! 쿵! 쿵!

몇 번이고 고로 아래를 후려치자, 화로 아랫부분의 구멍이 뚫리며 백색에 가까운 쇳물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큭!”

“세상에!”

멀리 떨어져 있던 당가의 식솔들이 저마다 감탄사를 터트렸다.

쇳물에서 불꽃이 솟구쳤다. 길게 늘어뜨린 틀을 따라 마치 불꽃의 강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그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적어도 삼 장 이상을 물러섰음에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극! 그그그극!

마지막 쇳물까지 긁어낸 당조평은 쇠막대를 내팽개치고 소리쳤다.

“다 됐다!”

화로에서 손을 뗀 청명이 쪼르르 달려 나왔다. 그리고 긴 틀에 고인 백색의 쇳물이 열기를 내뿜는 걸 물끄러미 보았다.

어쩐지 보는 것만으로도 정화가 되는 기분이었다.

“이제 식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냐?”

“예, 검존 어른. 틀에 맞춰 뒀으니 식기만 하면 한철괴가 완성이 됩니다. 그럼 이제 그걸 두드려 펴서 검의 형태를 잡으면 됩니다.”

“흐음. 이게 생각보다 양이 많지는 않네. 많이는 못 만들겠는데?”

“아닙니다. 만년한철 검이라고 해서 오직 한철로만 만들면 생각보다 좋은 물건이 나오지 않습니다. 제 나름의 비법이 있습지요. 묵철과 백련정강(百鍊精鋼). 그리고 운남에서 나는 자철(磁鐵)을 겹쳐 넣을 겁니다. 게다가 화산의 검은 일반적인 검보다 얇고 낭창하지 않습니까. 무척 많이 나올 겁니다.”

“오? 그래?”

청명이 그럼 됐다는 듯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도 더 뛰어난 장인이네.’

“오! 벌써 식는다고?”

어느새 공방 안으로 들어와 보고 있던 당군악이 틀의 끝부분이 식어 가는 모습에 감탄했다. 그도 이만한 양의 한철을 만드는 광경은 난생처음 보았다.

“세상에, 이토록 맑은 은빛이라니.”

고로에서 쏟아진 쇳물을 식히면 으레 검고 거칠기 마련이다. 그 쇠를 두드리고 갈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보통인데, 이 만년한철은 식는 그 순간부터 눈처럼 맑고 깨끗해 보였다.

“이게 진짜 만년한철이다. 어설프게 반쯤 녹여 만든 물건들은 한철의 이름만 단 반편이들이지!”

당조평이 어깨에 힘을 주며 말한다.

“제대로 녹이고 주조해 낸 한철은 한철(寒鐵)이라는 말 그대로 음기를 띄고 찬 기운을 내뿜지. 그러니 이리 빨리 식는 것이다.”

“과연……. 대단하십니다, 종조부님.”

“별것 아니다.”

당조평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청명은 뭔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예.”

“이걸 왜 이렇게 길게 뺐지? 그 말대로라면 검 하나 만드는 데 주먹보다 더 작은 쇠만 필요하다는 뜻인데, 이리 길게 만들어 버려서 어떡하려고?”

“자르면 되죠.”

“……팔뚝보다 굵어 보이는 데 저걸 어떻게 잘라? 심지어 벌써 다 식었는데?”

“허허허. 무슨 농담을 그리하십니까.”

“응?”

청명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자 당조평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말을 듣는다는 듯 낄낄 웃었다.

“한철이 최고의 쇠라지만, 그래 봐야 쇠 아닙니까. 어르신께 내공도 싣지 않은 쇠 따위는 진흙이나 다름없잖습니까.”

“…….”

“자, 이제 이걸 말씀하신 대로 한 마디씩 잘라 주시면 됩니다. 정확한 길이는 제가 표시해 드리겠습니다.”

“…….”

청명의 눈가가 경련을 일으켰다.

자르라고?

뭘?

한철을?

일전에 그 얇아 빠진 한철도 자르다가 허리가 나갈 뻔했는데, 지금 저 팔뚝보다 굵은 걸 자르라고?

당조평은 그런 청명의 속은 알지도 못한 채 신나게 붓을 들고 한철 위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촥. 촥. 촥. 촥. 촥. 촥촥촥!

“…….”

사람 다섯은 누워도 될 듯한 길이의 한철괴 위에 손가락 하나 길이로 선이 그어졌다.

“자! 검존 어르신! 이대로 잘라 주시면 됩니다.”

“……제가요?”

“물론이지요.”

“저 매화검존 아닌데요?”

“하하하하. 농담이 과하십니다. 얼른 시작해 주십시오. 저는 그럼 한철검을 만들 준비를 하겠습니다.”

“……진짠데.”

“하하하하하. 재미있어지셨습니다. 재미있어지셨어.”

아니, 인마!

농담 아니라, 나 매화검존 아니라고!

……돌겠네. 진짜.

천망회회 소이불실.

결국 업보는 돌아오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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