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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416화 (416/1,567)

416화. 솔직히 이젠 저도 감당이 안 됩니다. (1)

명문의 조건은 무엇일까?

과거 도운찬은 명문의 조건이 명성이라고 생각했다.

세인들이 그 문파의 존재를 알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명문으로 불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아무리 명성을 얻는다고 한들, 그 실력이 확고하지 않으면 절대 명문으로 불릴 수 없다. 그렇기에 도운찬은 유령문의 내실을 가하는 것에 전념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화산에 오르는 순간 더욱 확고해졌다.

보라!

지금 천하에서 가장 기세가 좋은 화산도 이리 열심히 수련을 하지 않는가?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감안한다면 조금쯤은 자만심을 가질 만도 한데, 화산의 제자들은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수련하고 있었다.

보라!

저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유령문의 제자들을 모두 끌고 와 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만…….

다만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래도 인간적으로 저건 좀 심한 것이 아닌가?’

도운찬은 저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끄으으으으으…….”

“죽여라……. 이 새끼야, 차라리 죽여라…….”

흙먼지가 풀풀 묻어 전신이 황토색으로 물들어 버린 화산의 제자들이 바닥을 꿈틀꿈틀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 와중에 목검을 손에서 놓지 않는 건 굉장히 칭찬해 줄 만한 일이었지만, 그 손이 파들파들 떨리는 걸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앞을 가렸다.

화산 제자들의 몸에 주렁주렁 달린 쇳덩이들은 또 어떤가. 얼마나 끔찍한 수련을 하고 있는지를 저보다 더 확실히 말해 줄 순 없었다.

“다들 빠져 가지고.”

겨우 숨을 할딱이는 제자들의 머리 위로 청명의 낭랑한 음성이 쏟아졌다.

“칼질 좀 해 보더니, 아주 근거 없는 자신감이 줄줄 새어 나오지. 검수는 평생 기본 수련을 빼먹으면 안 되는 거야. 다리에 힘도 안 붙은 양반들이 깔짝깔짝 기교를 부려?”

심지어 잔소리를 쏟아내며 눈을 희번덕거리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 화산의 검은 화려하지.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그 검에 빠지고 매몰되기 쉬운 거야! 검수라면 손끝은 화려하더라도 중심은 묵직하게 버틸 줄 알아야지! 어디서 엉덩이가 꿈틀대! 확 마!”

‘어느 놈이 기교 부렸냐?’

‘진짜 죽인다! 진짜!’

백천과 그 무리가 이를 갈았다.

간만에 지옥 같은 기초 수련에서 벗어나 칼 좀 휘둘러 본다고 쾌재를 불렀었다. 그런데 몇 초식 휘두르기도 전에 갑자기 저 마귀 놈의 눈이 돌아가더니 결국 이 지경까지 와 버렸다.

“어쭈, 요령 부리지? 안 내려가?”

“……또?”

“또? 또오오? 왜? 내가 직접 던져 줄까?”

“…….”

쇳덩이를 매달고 겨우 절벽을 기어오른 화산의 제자들이 눈물을 머금으며 까마득한 아래를 바라보았다.

“끄으으응.”

그리고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악! 여기 돌이 이제 바스러진다!”

“사형! 꽉 잡으십쇼! 그러다 진짜 뒈집니다! 이젠 밑에서 받아 주는 사람도 없잖습니까!”

“으아아아아! 저 개새끼!”

여기저기서 비명과 욕설이 마구 날아들었지만, 청명은 어디서 개가 짖냐는 듯 귀를 후빌 뿐이었다.

“하여튼 요즘 애들은 하나같이 빠져 가지고.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어? 나 때는, 어?

그냥 집채만 한 바위 하나씩 둘러메고, 어? 절벽에서 경주도 하고 그랬는데!

그러다가 발 디딘 곳이 바스러져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 한 번씩 해 봐야 사람이 이래서 경공을 배우는구나, 깨닫고 그러는 거지!

“쯧쯧. 너무 곱게 컸어.”

그 광경을 바라보는 도운찬의 이마에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화산 제자들이 하고 있는 수련 때문에? 아, 물론 공포스럽지.

그걸 태연하게 시키고 있는 청명? 그래, 물론 그것도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그를 가장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은, 청명이 지금 누군가의 등에 올라타 있단 사실이었다.

응?

그게 이상하냐고?

이상하지!

청명을 등에 태우고 엎드려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소림의 제자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땡중아? 어휴, 머리가 반짝거리는 거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나 본데?”

“……시, 시주!”

혜연이 엎드린 자세 그대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얼굴은 이미 비라도 맞은 듯 완전하게 젖어 있었고, 심지어 반들반들한 머리에서도 땀이 분수처럼 솟구치는 중이었다.

소림을 상징하는 황포는 그가 흘린 땀에 푹 젖어 갓 빨래한 옷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어쭈, 엉덩이 내려가죠?”

“끄아아아아!”

혜연이 비명을 내지르며 허리를 들었다.

“아니. 요즘 애들은 하나같이 왜 이러지? 야, 그래도 네가 명색이 소림승인데 이 정도로 앓는 소리 하기 쪽팔리지 않냐?”

“내, 내력도 안 쓰고 천근추를 어, 어떻게……!”

“내력? 내력?”

“흐으으읍!”

그새 청명이 공력을 더 끌어 올렸는지 혜연의 손과 발이 땅으로 더 파고들었다.

“소림 놈들은 이게 문제야! 내력만 주구장창 단련하니 몸뚱어리가 죄다 그 모양이지. 뭐? 여리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만근거력? 그게 자랑이냐? 자랑이야?”

청명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외쳤다.

“외공도 익히겠단 놈들이 하나같이 열흘은 못 처먹은 것처럼 삐쩍 곯아서는! 뭘 하든 내력에 의존하니까 그런 거지. 내력이 천 갑자가 있으면 뭐 하냐? 그걸 쓰는 건 몸인데! 소림승이면 소림승답게 일단 몸뚱이부터 단련을 해야 할 것 아냐!”

“소, 소림에서는…….”

“그럼 소림으로 가시든가!”

청명이 혜연의 민머리를 찰싹찰싹 때렸다.

“예전 너희 선조들은 팔뚝이 애들 머리통만 했어! 어디 그딴 몸뚱이를 가지고 소림승이라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혜연의 눈에 부연 습기가 차올랐다.

하지만 눈물을 흘릴 새도 없었다. 청명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었다. 천근추를 끌어 올린 청명을 감당하기에 그의 몸은 너무도 여렸다.

“어디 슬금슬금 내공을 써!”

찰싹!

“…….”

“너는 습관적으로 내공 끌어 올리는 것부터 고쳐야 돼! 마음이 가는 곳에 공력이 따라온다. 다시 말하면 내가 하고자 하면 공력을 안 쓰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단 거지. 그것도 못하면서 어디 고수인 척하고 있어, 이 쓸데없이 내력만 센 게!”

혜연은 이제 대답을 할 기력도 없다.

‘이, 이게 아니었는데.’

그가 화산으로 오면서 바란 것은 뭔가 좀 더 고차원적인 수련이었다.

그런데 설마 그 화산신룡이 다짜고짜 사람을 굴려 대는 이였을 줄이야.

“너는 앞으로 한 달 동안은 내력 쓰는 거 금지야. 밥 먹는 것부터 걷는 것까지. 네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부터 다시 배워. 어디 안 보는 데서 내력 쓰다 걸려 봐. 단전을 쪼개 버릴 테니까!”

“…….”

그 광경에 도운찬의 얼굴은 이제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흐음. 이런 식이로군.”

“…….”

도운찬의 옆에 서서 함께 참관하던 운검이 뭔가 깨달았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검도 검이지만, 일단은 검을 쓰는 사람이 완성되어야 한단 것이로구나. 과연.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일리요?

지금 일리라고 하셨습니까?

도운찬의 눈이 툭 튀어나왔다.

저기, 검수님 눈은 혹시 저하고 좀 구조가 다릅니까? 지금 저걸 보고도 그런 말씀이 나오십니까? 제 눈에는 사람 잡는 것밖에 안 보이는데요?

“청명아.”

“넵, 관주님!”

청명이 혜연의 등에서 뛰어내리더니 운검을 향해 쪼르르 달려왔다.

“어떤 식으로 수련을 시켜야 하는지는 알겠다. 하지만 절벽에서 떨어질 수도 있는데 너무 위험하지 않겠느냐?”

도운찬이 옆에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화산에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상식적인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따로 대책이 있더냐?”

“아, 그거요? 대책 필요 없어요.”

“……응?”

“안 죽거든요. 이제 사형들도 튼튼해져서 웬만큼 떨어져서는 팔다리 하나 부러지는 선에서 끝날 거예요.”

“…….”

도운찬의 눈이 다시 한번 툭 튀어나왔다.

‘그걸 지금 대책이라고……?’

“그렇구나.”

하지만 운검은 이번에도 이해했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면, 이런 수련은 얼마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예?”

청명이 이해가 잘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기초 수련이 아니냐. 언제까지 이것만 할 수는 없을 텐데.”

“에이. 기초는 평생 하는 거죠. 음……. 그래도 나름 기초 좀 줄이고 검술 수련을 늘릴 때까지는 한…….”

청명이 고민에 잠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삼십 년?”

“…….”

“아니. 부족한가? 사십 년?”

“…….”

“대충 그쯤은 해야 사람 되지 않을까요?”

운검이 감탄사를 흘리며 새삼스러운 눈으로 청명을 보았다.

“기초가 그렇게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확실히 나도 생각이 많이 잘못되어 있었구나.”

“그게 제일 어려운 거니까요. 여하튼 제가 없어도 이렇게 굴리시면 돼요.”

“알겠다. 내 확실하게 하마!”

도운찬은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냥 명문이 아니어도 행복하게 살면 되지 않을까? 사람이 사는 데 행복보다 더 중한 건 없지 않을까?’

도운찬이 평생 가져 온 가치관이 강제로 뒤틀리는 순간이었다.

“……죽을 것 같다.”

“……말할 힘도 없습니다…….”

음식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은 흡사 썩은 동태눈 같았다.

음식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음식은.

하지만 지금 그들의 입에는 뭐가 들어가도 마찬가지였다. 산해진미를 먹어도 모래알을 씹는 느낌이었다.

“저 새끼 요즘 부쩍 왜 저러냐?”

“청명이 놈이 미쳐 날뛰는 게 어디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걸 굳이 요즘이라고 하시면…….”

“요즘 특히 더 심한 것 같은데…….”

말끝을 흐린 백천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본디 배움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닌가?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워도 꾸준히 하다 보면 요령이 붙고, 요령이 붙다 보면 결국은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어째 저 망할 놈의 수련은 가면 갈수록 더욱 지옥 같다.

- 뭐? 즐거움? 즐거움? 배우는 게 즐거우면 그게 노는 거지, 배우는 거냐?

“애초에 사고방식이 우리와는 다릅니다.”

“……그러게.”

백천은 갈라진 입술로 힘없이 대답하곤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야 그나마 이제는 좀 익숙해져서 어떻게든 버틴다지만, 혜연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으응?”

백천이 살짝 눈을 크게 치떴다.

식탁 한구석에 앉은 혜연이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저 스님은 또 왜 저러시냐?”

“글쎄요.”

잠깐 주저하던 백천은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혜연에게로 다가갔다.

“저…… 스님. 괜찮으십니까?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그러자 혜연이 얼굴에서 손을 떼고 힘없이 시선을 올렸다.

커다랗고 순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시, 시주…….”

“예. 말씀을 해 보…….”

“푸, 풀만 먹고는 못 버티겠습니다.”

“…….”

백천의 시선이 자연히 혜연의 앞에 놓인 무성한 풀들로 향했다.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찼다.

‘힘들 만도 하지.’

매끼 고기를 퍼먹고 있는 화산의 제자들도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풀과 속 빈 만두만 먹고 있는 혜연이야 오죽하겠는가?

백천이 슬쩍 손짓해 윤종을 불렀다.

“예, 사숙.”

“주방에 가서 혜연 스님 처소에 삶은 계란이라도 좀 넣어 드리라고 해라.”

“부, 불자신데…….”

“일단 살고 봐야지.”

“…….”

이래도 될까 싶었지만, 윤종 역시 일단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먹을지 말지는 혜연이 결정하면 되는 거니까.

“……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겁니까?”

“이제 곧 청명이 놈이 사천으로 갈 테니, 그때까지만 버티면 될 거다. 그러니 조금만…….”

“아까 운검 사숙께서 수련을 아주 흥미롭게 보시던데요?”

“저, 저도 들었습니다. 이렇게만 시키면 되냐고…….”

백천이 움찔했다. 양팔에 일제히 소름이 돋아 올랐다.

‘이걸 계속 해야 한다고?’

그럼 둘 중 하나다.

수련하다 죽거나, 살아남아 철인이 되거나.

아마도 전자 쪽의 확률이 훨씬 더 높겠지.

제자들이 잠깐 침묵하다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럴 거면 차라리 청명이 놈을 따라서 사천으로 가는 게 낫겠습니다…….”

“그게 뭔 미친 소리냐? 그놈이 사람을 얼마나 괴롭히는데?”

“그래도 사천 가는 길에는 적어도 절벽은 없잖습니까.”

“응?”

듣고 보니…….

백천의 눈에 미묘한 빛이 스쳤다.

“흐음, 흠. 그럴 리가 있느냐. 당. 연. 히 청명이 놈을 따라 사천으로 가는 게 배는 힘든 일이지. 그런 험한 일을 너희에게 맡길 수는 없구나.”

“사형. 수작질하지 마십시오.”

짐짓 근엄하게 말한 백천을 향해 백상이 눈을 희번덕거렸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왜 매번 청명이 놈 일에 사형이 따라갑니까? 매번 그렇게 갔으면 한 번쯤은 양보할 줄도 아셔야지!”

“어허! 그게 어디 내가 독단으로 정한 일이냐! 다 장문인께서…….”

“그럼 이번에는 빠지십시오! 우리도 사천 구경 한번 해 봅시다!”

주변 다른 제자들의 눈에도 광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 반란의 기운을 확인한 백천이 얼굴을 굳혔다.

“내가 대사형이다!”

“하핫, 사형. 이상한 소리를 하시네요. 언제부터 화산에 위아래가 있었습니까?”

“이놈들이!”

백천이 눈에 힘을 주려는 순간, 한쪽에서 밥을 먹으며 이쪽에 귀를 기울이던 청자 배들도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 듣자 하니 사숙들께서만 해 드시려는 것 같은데.”

“저희도 좀 끼워 주십시오. 누군 사천까지 갈 발이 없습니까?”

백자 배들의 눈이 가느스름해졌다.

“애들은 빠져라.”

“방금 화산에는 위아래가 없다고 하셨던 분이 누구시더라?”

청자 배들의 얼굴에 속셈 가득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실력으로 하시죠? 청명이 놈도 좀 더 실력 좋은 이들을 데려가고 싶을 것 아닙니까?”

“……실력?”

백천의 고개가 삐딱해졌다. 그리고 기가 막힌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지금 실력이라고 했냐?”

“물론 백천 사숙이 센 건 압니다. 하지만…….”

청공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최근에는 제대로 붙어 본 적이 없을 텐데요? 혹시 압니까? 우리가 그동안 장닭 정도는 됐을지.”

“더는 병아리가 아니다, 이겁니다.”

건방진 소리들의 향연에 백천은 흐뭇하게 웃었다.

‘기특도 하지.’

어쩜 저렇게 막 자랐을까?

“그래. 물론 화산에는 위아래가 없지.”

“후후. 잘 아시…….”

“그러므로.”

우두둑!

백천의 손이 잡고 있던 식탁의 상판을 그대로 뜯어냈다.

“오늘 위아래 한번 만들어 보자, 이 썩을 놈들아!”

뜯어낸 상판을 청자 배들에게 집어 던진 그는 우렁찬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조져!”

“밟아!”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 버린 식당에서 혜연만이 홀로 풀을 오물오물 뜯어 대었다.

“잘들 논다.”

처마 위에 드러누워 있던 청명이 아래에서 이는 소란에 혀를 찼다.

애들이야 원래 싸우면서 크는 거라지만, 저래서야. 쯧쯧쯧.

끌끌 혀를 찬 그는 고개를 젖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치 별을 헤는 듯 할 일을 헤아렸다.

‘할 일이 많네.’

이번 사천행은 단순히 만년한철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에 관한 일은 이미 황종의와도 이야기가 끝났다.

‘더는 무의미해.’

이번 만인방의 사태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구파의 결속은 과거보다 느슨해졌고, 과거 같은 도움은 바랄 수 없다.

그렇다면 믿을 만한 이들로 주변을 다시 쌓을 수밖에.

“쯧. 이게 참 귀찮은 건데.”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다 화산을 위한 일인데.

“아이고, 진짜 귀찮아 죽겠네. 장문사형 내가…….”

콰아아아앙!

뭔가 말을 하려던 청명의 바로 옆 지붕이 굉음과 함께 꿰뚫렸다. 그리고 화산의 제자 하나가 비명을 내지르며 하늘로 치솟았다.

“…….”

청명이 슬쩍 고개를 빼 구멍으로 식당을 내려다보았다.

“죽어, 이 새끼야!”

“사숙은 뭔 놈의 사숙! 가는 데 순서 없어!”

“으라아아아아아아!”

청자 배와 백자 배가 완전히 덩어리처럼 뒤얽혀 아름답고 훈훈하게 주먹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고개를 다시 제자리로 돌린 청명이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형.

장문사형.

……솔직히 이젠 저도 감당이 안 됩니다.

……죄송해요.

* * *

그렇게, 사천으로 출발하는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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