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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414화 (414/1,567)

414화. 내가 성질이 뻗쳐서, 내가! 아오! (4)

“이 할.”

북해의 만년빙보다 시린 눈빛이 건너편을 날카롭게 응시했다.

“흐음.”

낮디낮은 목소리.

듣는 이를 절로 숨 막히게 하는 묵직한 침음성이 그 눈빛에 대한 대답으로 흘러나왔다.

“오 할.”

“…….”

용과 범.

신수와 맹수의 눈빛이 허공에서 맞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호구는 빠졌고, 이제 남은 것은 진정한 고수들의 대결이다.

“소도장.”

황종의의 눈이 평소의 그답지 않게 서느러니 빛났다.

“이 할은 너무 적소. 은하상단이 투자할 돈을 생각하면 오 할은 보장해 주셔야 하오.”

은하상단의 후계자다운, 강단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를 상대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다름 아닌 청명, 산전수전에 공중전, 지하전까지 모두 겪은 역전의 마귀였다.

“투자요?”

청명이 눈을 부라린다.

“거 상인답지 않은 말을 하시네. 있는 돈 써서 돈 먹는 걸 누가 못 해요? 중요한 건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는 거죠.”

“하지만 자본이라는 건…….”

“돈은 화산도 많아요.”

황종의가 움찔한다.

“정 안 되면 화산에서 하면 되죠. 의리로 은하상단까지 끼워 드리는 건데 이렇게 나오시면 저도 실망스럽네요.”

아프다.

약점을 찔린 황종의가 낮게 신음했다.

하지만 그도 은하상단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몸. 이 정도로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화산이 자금이 있다고는 하나, 유통망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닙…….”

“아, 그건 괜찮아요.”

“……예?”

“딱 좋은 집 아들내미가 화산에서 공밥 얻어먹고 있거든요. 본인은 별 쓸모가 없지만, 저 양반 집이 나름 잘나가는 상인 집안이라서.”

청명의 시선이 구석자리에 앉은 조걸에게로 향했다. 조걸은 살짝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밥값은 하지 않냐?”

“뭐로?”

“……아니다.”

할 말은 많았지만, 조걸은 의외로(?) 눈치라는 게 있는 사람이었다. 이 자리에서 감히 함부로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으으음.”

황종의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졌다.

‘확실히 조걸 도장의 집은 사천 십대상가 중 하나였지.’

그만한 곳이라면 은하상단 못지않은 유통망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었다.

자신감은 좋지만, 자만심은 좋지 않다. 은하상단이 할 수 있는 걸 다른 상가가 못 할 이유는 없다.

“아니면…….”

그때 청명이 살짝 눈을 희번덕거리며 다시 입을 뗐다.

“화산이 은하상단이 아니면 다른 곳과는 거래를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

“그, 그럴 리가 있겠소이까?”

황종의는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협상을 하는 건 좋지만, 어설프게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특히나 저 화산신룡만큼은 말이다.

‘독사 같은 인간 같으니!’

아군일 때는 이보다 더 든든한 이가 없지만, 갈라서면 저만큼 무서운 이도 없다. 어설프게 조금 더 먹으려다가 협상이 결렬되면 은하상단만 닭 쫓던 개가 될 수 있다.

“끄응. 그렇지만 소도장. 아시다시피 이번 일은 고관과 거부들과의 왕래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니 은하상단이 사천에 있는 상가보다는 훨씬 도움이 될 것이오.”

“그러니 이 할이나 드리는 거잖아요.”

찻잔을 잡은 황종의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돈은 우리가 다 대고, 일도 우리가 다 하는데, 너희가 가만히 앉아서 팔 할이나 처먹겠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이 산도적보다 더한 도사 놈아!’

심지어 일에 필요한 중개소나 지부 따위의 인력도 은하상단이 대야 할 판이다.

청명의 주장에 따르면, 화산은 그저 판을 짰다는 것만으로 앉아서 공돈을 우걱우걱 퍼먹겠다는 것이었다.

속이 뒤집어지다 못해 천불이 끓었지만…….

“싫으면 관두시고.”

“누, 누가 싫다고 했습니까! 어떤 놈이 그런 망발을!”

황종의는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그 반응에 청명이 씨익 웃으며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그럼 계약하시죠.”

“끄으으응.”

조건이야 지옥 같다. 하지만 이건 잡지 않을 수 없는 동아줄이었다. 죽어도 먹고 봐야 했다.

“에이, 왜 그런 표정을 짓고 그러세요. 은하상단은 돈보다 더 중요한 걸 얻는 거잖아요.”

“…….”

황종의는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청명의 말이 그리 틀리지 않았다. 이곳에서 나는 수익이 얼마나 커질지는 알 수 없으나, 은하상단에게 중요한 건 수익이 아니다.

‘이쯤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동안 은하상단은 화산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투자의 열매를 은하상단이 아니라 화산만 날름 먹어 치우고 있는 실정이었다.

‘돈은 아무래도 좋아.’

중요한 건 위치!

천하제일상단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상가들은 할 수 없는 일을 추진하고, 그걸 성공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은하상단이 다른 곳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습니다!”

황종의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조건으로 계약을 한다면 큰 수익은 물 건너가겠지만, 더 큰 것을 위해서는 돈 정도는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었다.

다만…….

“크으! 잘 생각하셨어요!”

……저 개운하고 즐거운 표정을 보는 게 속이 쓰릴 뿐이지.

그렇다 한들 뭘 어쩌겠는가? 저 청명과 얽힌 일인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대신 유령문도에 대한 관리는 화산에서 잘해 주셔야 합니다.”

“아. 그건 걱정 마세요. 완벽하게 해 드릴 테니까.”

자신감 넘치는 그의 말에 황종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를 꺼냈다. 청명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미리 준비하셨네요?”

“……확실한 게 좋지 않겠습니까?”

네놈이 계약서를 작성하게 뒀다가 또 무슨 뒤통수를 맞으라고!

“쳇. 철두철미하시네!”

저 봐. 저 봐.

분명히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지, 저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기에 평범한 양민보다 도사 놈을 더 못 믿을 판이냐! 도사 놈을!

황종의가 한숨을 쉬며 계약서에 비율을 기입한 뒤 인장을 찍었다. 그리고 청명에게 곧장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흐음.”

청명은 계약서를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그 꼼꼼함이 여간하질 않아서, 한 자 한 자 음미라도 하는 듯 보였다. 황종의가 미간을 찌푸렸다.

“……소도장?”

“기다려 보세요. 이게 여기, 으음……. 겉보기에는 괜찮은데…….”

이 새끼가?

청명은 황종의의 얼굴이 일그러지든 말든 계약서와 그를 번갈아 힐끔대었다. 딱 봐도 계약서에 숨겨진 독소 조항이 없는지 확인하는 눈치였다.

세상에.

그동안 화산에 퍼 준 게 얼만데, 다른 곳도 아니라 은하상단을 의심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소단주가 직접 준비한 계약서를!

그 후로도 한참을 힐끔거려 가며 계약서를 모두 확인한 청명은 이내 환한 웃음을 지으며 호탕하게 계약서를 내려놓았다.

“하하하. 뭐, 이런 거 꼼꼼히 볼 필요가 있겠어요? 우리 사이에?”

“……랄한다.”

“예?”

“아, 아닙니다.”

황종의가 환한 업무용 미소를 내걸었다.

어쨌거나 이 계약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어떻게든!

“장로님.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요?”

“어디 보자꾸나.”

현영이 큰 관심이 없다는 듯 심드렁한 얼굴로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 그러더니 청명과 똑같이 한 자 한 자 뚫어져라 확인하기 시작했다.

두 노소가 하는 짓을 보고 있으면 친할아버지와 손자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검토를 끝낸 현영이 마침내 계약서를 현종의 앞에 내밀었다.

“장문인. 여기에 인장을 찍으시면 됩니다.”

현종은 떨떠름한 얼굴로 계약서를 내려다보았다.

“현영아.”

“예, 장문인.”

“이게 정말 잘하는…….”

“거 청명이가 하는 일입니다. 어련히 알아서 벌어 오겠습니까? 그냥 도장이나 찍으십시오.”

“끄으응…….”

계약서를 내려다보는 현종의 얼굴엔 서글픔이 깃들었다.

남의 문파 장문령부를 빼앗아 일을 벌이더니, 이제는 화산 전체가 휘말려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정말 이놈들을 믿어도 될까?’

과거에는 현영과 청명의 말이라면 우물에서 용이 승천했다고 해도 믿었던 현종이지만, 이제는 사사건건 불신이 가시지를 않았다.

“끄으으응.”

앓는 소리를 낸 그는 마지못해 계약서 두 부에 도장을 찍고 내밀었다.

“잘해 보죠!”

“물론입니다.”

황종의와 청명이 양손을 맞잡았다.

계약 전까지는 적이지만, 계약을 한 이상 한 길을 걷는 동지다. 두 사람 모두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일의 성공을 위해선 유령문의 관리가 필수입니다.”

“걱정 마세요. 그렇잖아도 제가 직접 갈 생각이니까요.”

“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황종의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요. 그런데 소도장, 괜찮으시겠습니까? 바쁘실 텐데.”

“괜찮아요. 다행히 유령문이 사천 근처에 있더라고요. 안 그래도 사천에 한번 들를 참이었거든요.”

“사천이요?”

황종의가 고개를 갸웃하자 청명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네. 당가에 들러야 할 일이 있어서요.”

“예?”

황종의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

“당가는 왜?”

화산의 제자들이 장문인의 처소 뒤편으로 몰려들었다.

이곳 역시 화산이니 화산의 제자들이 모이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하나, 기이한 것은 모여든 이들이 모두 손에 삽을 하나씩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윤종이 백천을 향해 물었다.

“사숙.”

“……왜?”

“그런데 삽은 왜 들고 오라고 한 겁니까?”

“난들 알겠느냐? 또 뭔 괴이한 짓거리를 시키겠지.”

두 사람은 이내 서로를 마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는 청명이 놈이 뭘 시켜도 딱히 거부감이나 의문이 느껴지질 않았다. 다른 사람이 이런 짓을 시키면 이상해서라도 물어볼 텐데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불러 놓고 정작 청명이 놈은……. 아, 저기 오네요.”

저만치서 이쪽을 향해 휘적휘적 걸어오는 청명의 모습이 보였다.

“다 모였어?”

“그래. 그런데 여기는 왜 모인 거냐? 삽은 또 뭐고?”

“뭐 뻔한 걸 묻고 있어. 삽을 어디다 쓰는데?”

“땅 파는 데?”

“잘 아네.”

청명은 턱짓으로 장문인의 처소 뒤에 봉긋하게 솟아 있는 동산을 가리켰다.

“까.”

“…….”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동산으로 향했다.

일순 정적이 흘렀다.

뭘 까라고?

저 산?

아니겠지?

황당함과 놀라움, 공포로 뒤범벅이 된 시선이 다시 청명에게로 일제히 돌아왔다.

“……뭐라고?”

“까라고.”

“……뭘?”

“아니, 이 양반들이 귀가 막혔나? 저거 까라고. 저거! 저 산!”

“…….”

결국 역정을 내는 청명을 백천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청명아.”

“왜?”

“저거 산이다.”

“알아. 내가 말했잖아. 산이라고.”

“…….”

아니, 이 미친놈아!

멀쩡히 잘 있는 산을 갑자기 왜 까?

“……지금 내 머리가 이상한 건지, 네 머리가 이상한 건지 잘 모르……. 아니지. 네 머리가 이상한 거겠지.”

그건 확실하지.

“갑자기 저걸 왜 까라고 하는 건데?”

“밑에 있는 거 파내려고.”

“저 밑에? 저 밑에 뭐가…….”

백천의 눈동자가 격하게 뒤흔들렸다.

‘그러고 보니?’

가만 머릿속에 그려 보니 저 동산 아래에 있는 것은 그것이다. 화산의 비고, 그러니까…….

“만년한철 비고?”

“응.”

“그, 그걸 파내서 뭘 하려고?”

이번에는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인마?

“당가에 가져갈 거야.”

백천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비고를 당가에 가져간다고? 개조라도 하게?”

“쯧쯧쯧. 가끔씩은 생각이란 것도 좀 해라, 동룡아.”

“이 새끼가!”

백천이 발끈해서 달려들려고 하자, 윤종과 조걸이 자연스럽게 그의 양팔에 팔짱을 꼈다.

“가만히 좀 있어 보십시오, 사숙.”

“뭐 매번 있는 일인데 새삼 발끈하고 그러십니까.”

“놔! 이거 안 놔?”

백천이 눈을 희번덕댔지만, 그를 붙든 팔들은 자물쇠처럼 단단하기만 했다. 청명이 혀를 찼다.

“달려들면 뭐? 목검으로 싸우게?”

“…….”

백천은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린 목검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슬그머니 눈을 돌리며 잠잠해졌다.

“쯧쯧쯧.”

청명이 혀를 차더니 말을 이었다.

“이게 다 사형들을 위한 거야.”

“……우리가 뭐?”

“사형들이 약해 빠져서 자꾸 검 해 먹잖아. 그러다가 제대로 된 고수 만나면 한 방에 검 날아가고 모가지 잘리는 거지.”

“…….”

“그러니까!”

청명의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애초에 절대 안 부러지는 검을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지! 저거 뽑아서 당가에 가져간다. 그리고 한철검 만들어 달라고 할 거야!”

“……뭘 만든다고?”

“만년한철검.”

청명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거까지 잘라 낼 놈 만나면, 그냥 죽으면 돼. 억울할 것도 없지.”

“…….”

백천은 입만 쩍 벌린 채 청명을 응시했다. 할 말을 찾지 못한 까닭이었다.

한참 후에야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러니까 사문의 비고를 뽑아서 그걸로 검을 만들겠다고?”

“응.”

“…….”

딴죽을 걸 의욕조차 생기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걸고 넘어져야 할지도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대체 무슨 말로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지 그가 고민하던 그 때였다.

“어? 그럼 우리 만년한철 검 하나씩 받는 거야?”

조걸의 말에 모두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그거 엄청 비싸잖아. 웬만한 문파 장로들도 엄두를 못 내는 건데.”

“……그러고 보면…….”

만년한철이 조금만 섞인 검도 보물로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그 비고 크기면!’

‘무상지보다!’

화산의 제자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기 시작한다.

“자, 잠깐만! 얘들…….”

“파라!”

“저거 까!”

조걸이 가장 먼저 삽을 들고 용맹하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다른 제자들 역시 우렁찬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간격 유지하고! 단숨에 판다!”

“오늘 내로 끝낸다!”

“지껄일 시간에 한 삽이라도 더 떠! 허리 펼 생각은 다 파고 나서나 해라!”

“만년한철검! 만년한철 매화검!”

“오오오오오!”

광기 어린 눈으로 삽질을 해 대는 화산의 제자들의 등 뒤로 거대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백천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때 곁에 와서 선 청명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 해?”

“으, 으응?”

“사숙이 검 제일 많이 해 먹는데, 아직도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 얼른 가서 파.”

“…….”

백천이 몇 번이고 입을 달싹이다 물었다.

“저, 정말 이거 괜찮은 거냐? 검수는 검에 연연하면…….”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응?”

“그딴 소리 하다가 검 부러져서 뒈지면 누가 칭찬이라도 해 준대? 그건 좋은 검 없는 놈들이 배 아파서 하는 소리고! 장비는 무조건 좋을수록 좋다! 실력이 안 되면 무기라도 좋아야지!”

“…….”

“잔말 말고 가서 까!”

“넵!”

먼지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동산을 보며 청명이 흐뭇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넣을 보물도 없는데 비고가 있어서 뭐 해.”

쓸 데다 써야지!

그렇지 않수, 장문사형?

- 맞는 말이지! 이번에는 잘했다!

엥?

오늘은 웬일로 또 긍정적이시래?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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