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화. 내가 성질이 뻗쳐서, 내가! 아오! (3)
"……조금 전에 들어가신 분, 은하상단 소단주님 아니신가?"
"그런 것 같은데요."
"……대체 일을 어디까지 키울 셈이지?"
백천이 영 불안하다는 얼굴로 전각을 바라보았다.
청명과 현영이 유령문의 소문주를 끌고 간 자리에 황종의까지 참석했다.
"진짜 제대로 해 볼 생각인가?"
"……그러게요."
"이해 안 돼요. 왜 불안?"
유이설이 툭 묻자 백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 물론 화산에서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 건 환영할 일이지. 걱정할 일이 아니라."
"그렇죠."
"근데 그 사업을 주도하는 게 청명이 놈이란 게 문제지. 저놈이 벌였던 일이 소란 없이 평온하게 끝난 적이 있더냐?"
윤종이 심각한 얼굴로 말을 보탰다.
"그리고 그 피해는 보통 고스란히 저희에게 떨어졌죠."
"내 말이 그 말이다."
백천은 못내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전각을 물끄러미 보았다.
"이번에는 별일 없이 끝나야 할 텐데."
백천과 윤종이 동시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업성은 충분합니다."
고민 끝에 입을 연 황종의가 심각한 얼굴로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바라보았다.
"이게 참 뭐랄까……."
기발하다?
아니, 아니지.
기발이라고까지 할 건 아니었다. 이미 수많은 표국들이 물건을 나르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머리를 쥐어짜고 있으니까.
시간은 곧 돈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야 많았다.
하지만…….
'이건 확실히 남들은 못 할 발상이지.'
일반적인 표국들이라면 유령문 정도 되는 문파의 문도들을 고용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었다.
돈이니 뭐니 이익을 떠나, 무인들은 그런 하찮은 일에 뛰어드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니까.
이건 저 청명이기에, 그리고 화산이기에 말이라도 꺼내 볼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이걸 과연 유령문의 소문주가 이해할지가 문제로군.'
황종의가 자못 염려스러운 얼굴로 도운찬을 바라보았다. 그때 한참을 침묵하던 도운찬이 말했다.
"저……. 소도장."
"네?"
"아니. 제가 이해를 못 한 게 아니라, 이해는 했는데……."
"아닌데. 아직 이해 못 하신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제가 이해는 했습니다만……."
"아뇨. 이해 못 하신 것 같은데?"
심각하던 황종의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렸다.
'이해고 나발이고의 문제가 아니네.'
이 일을 추진하는 이가 청명이라는 걸 잠시 잊었다. 저 괴물 같은 추진력으로 어떻게든 하겠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이게 돈이 크게 되는 일이라는 걸."
"그 정도가 아닙니다."
하지만 지원사격 정도는 조금 필요한 법.
황종의가 도운찬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소문주께서는 아직 이 일이 얼마나 큰 이문을 가져올지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만, 이건 소문주가 생각하시는 이상의 금전이 오고 갈 만한 일입니다."
"……예?"
"이 일을 단순히 표물을 빨리 옮기는 일로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유령문의 문도들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들이 일반적인 표사처럼 일할 수는 없습니다."
도운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천금보다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화급을 다투는 일이라면 천금을 들여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물건을 옮겨야 할 때가 있지요."
옆에서 조걸이 동의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황종의의 설명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그게 바로 우리가 노려야 할 이들입니다. 가장 빨리 물건을 옮기고 싶어 하는 이들.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돈을 얼마든지 낼 수 있는 이들. 그리고 또……."
그는 잠깐 말을 멈추고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내가 이 정도 돈을 내고 물건을 옮길 수 있다는 걸 과시하고 싶은 이들까지."
"예?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하하. 이건 조금 어려운 이야기니 그냥 넘어가십시다."
황종의가 쓴웃음을 지었다.
가진 건 돈밖에 없는 이들의 과시욕을 이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었다. 아무리 설명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잘만 하면 표물 하나를 옮기는 데 기존 요금의 열 배는 물론이고, 백 배까지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죠."
"에이. 뭔 백 배까지."
그때 청명이 그건 과하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소도장. 이건 정말……."
"하하하핫. 황종의 소단주님께서 조금 과장을 보태셨네요. 물건 하나 옮긴다고 뭘 백 배까지. 하하하하핫!"
"아니, 이건……."
황종의는 말을 하다 말고 슬며시 입을 다물었다.
분명히 입으로는 웃는데, 청명의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아…….'
그제야 무언가가 번뜩 생각났다.
이 일이 막대한 이문을 남긴다는 걸 유령문주가 알게 되면 싹 돌변하여 자신들이 받을 돈을 과히 요구할 수도 있다.
'……그걸 벌써부터.'
상인인 그도 생각하지 않았던 걸 벌써 고려하고 있다니……. 어떤 의미에서는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여하튼!"
청명이 손을 쫙 펴 탁자를 팡팡 때렸다.
"이건 유령문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니까요! 정말로!"
그러자 곰곰이 생각하던 도운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아서 그러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면 왜 거부들은 직접 무인들을 고용해서 물건을 나르게 하지 않는 겁니까?"
"무슨 수로 고용할 건데요?"
"……예?"
"신법 빠른 고수가 길에 막 널려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런 이들이 쉽게 고용이 될 것 같았으면 표국에서 이미 쓸어 갔겠죠."
특히나 신법만 빠르고 다른 건 별 볼 일 없는 기괴한 무인은 더욱 흔치 않다. 하지만 이건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지.
"그리고 설사 고용한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황종의의 말에 도운찬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그건 또 무슨……."
"그런 이를 고용해서 옮기게 할 물건이라면 당연히 귀중하고 가치가 높은 물건이 됩니다. 아니면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 담긴 문서겠지요. 그런데 그 물건을 옮기는 이가 들고 빼돌린다면 어쩌겠습니까?"
"……망하겠죠."
"예. 아무리 관을 동원한다고 해도 이 넓은 중원에서 작정하고 도망친 한 사람을 찾아내기란 어렵습니다. 특히나 그가 더없이 빠르고 날랜 신법을 익힌 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도운찬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단순히 빠른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 일에 반드시 책임을 져 줄 이도 있어야 합니다. 혹여 물건이 분실된다 해도 몇 배의 금액을 배상할 수 있고, 물건을 나르는 이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허리를 분질러 버릴 곳이!"
전자는 모르겠지만, 후자는 확실히 이해가 되었다.
'죽겠지.'
도운찬의 시선이 청명에게로 향한다. 방긋방긋 웃고 있는 저 젊은 도사가 조금 전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생각하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에이. 뒈지고 싶지 않으면 그런 짓을 하겠어요?"
저 보라지.
황종의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배상에 대한 문제는 은하상단의 이름으로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혹여 문제가 터졌을 때 배상을 할 자금력은 충분합니다."
그리고 화산은 더하지.
화산이 사업장들과 차 무역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가늠해 보다 혀를 내두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마 화산은 앞으로 십 년이 지나기도 전에 섬서 최고의 거부가 될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은하상단에는 오랫 동안 고위 관료는 물론, 중원의 거부들과 쌓아 온 신뢰가 있습니다. 저희의 이름을 걸고 사업을 시작한다면 다들 믿고 물건을 맡겨 줄 것입니다."
그러니까 넘어와라.
넘어오라고 인마! 이거 떼돈 번다니까?
황종의의 눈에 욕망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건 그동안 다른 상단들과 표국들을 통틀어 단 한 번도 제대로 개척하지 못했던 사업이다. 이걸 잘 써먹을 수만 있다면 돈은 물론이고 중원 최고의 운송 업체라는 명성까지 따라올 것이었다.
명성이 얼마나 커다란 돈을 낳는지를 아는 황종의는 엉덩이가 절로 들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도운찬의 반응은 영 미적지근했다.
"정말 다 이해했습니다. 이게 참 좋은 기회라는 것도요. 하나……."
넘어가기는커녕 도운찬의 눈에는 전보다 더 확고한 의지가 어렸다.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소문주님?"
귀를 의심하는 황종의를 향해 도운찬이 고개를 내저었다.
"저는 유령문을 다시 키우는 데 제 평생을 바치기로 한 사람입니다. 지금 유령문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유령문이 과거와 같은 성세를 되찾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학이 중요합니다. 여러분도 무인이시라면 제 뜻을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뜻을 정중하고 단호하게 전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 도운찬이 뿌듯하고 환한 얼굴로 청명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도운찬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뭐래?"
"……."
"아니, 이 아저씨가 지금 꿈을 꾸시나?"
"청명아. 외인이시다."
"근데 꿈꾸잖아요."
"그건 그렇다만."
현영도 곱씹을수록 어이가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청명이 도운찬을 보며 혀를 차더니 말했다.
"아저씨. 아니, 소문주님."
"……예?"
"무인은 흙 파 먹고 살아요?"
"……."
아니지. 밥 먹고 살지.
"아저씨, 소림 가 봤어요?"
"가, 가 보지 못했습니다만."
"천하에서 제일 잘나가는 문파라는 소림도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서 향화객들 오는 자리 쓸고, 그 사람들 절할 자리 마련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거든요? 아저씨가 그 소림 애들보다 더 열심히 무학을 익혀요?"
"……."
"아저씨. 잘 들으세요."
"예?"
"문파는 돈이 있어야 커요."
"……."
"중원에 일인전승(一人傳承)이니, 신비지문(神祕之門)이니, 중간 중간 튀어나와서 명성을 날리는 문파가 어디 한두 곳이었어요? 그런 애들이 잠깐 떴다가 다시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그, 글쎄요."
"돈이 없어서 그래요."
"……."
도운찬의 눈이 거세게 뒤흔들렸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논리였다.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걔들이라고 소림처럼 전각 으리으리하게 짓고 잘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냐고. 그런데 무학이 어쩌고 하면서 폭포 밑에서 수련만 해 대니 아무리 세져 봐야 나무뿌리나 벗겨 먹고 사는 거 아니냐고!"
논리고 나발이고, 청명의 강렬한 주장은 도운찬의 마음을 한순간에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었다.
청명의 목소리는 점점 더 힘을 얻고 강해졌다.
"돈! 일단은 돈! 막말로 유령문이 잘나가려면 입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할 거 아니냐고요. 생각해 봐요. 옆 문파는 가면 삼시세끼 고기 뜯는다는데, 유령문은 풀뿌리만 뜯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면 누가 유령문에 입문해요? 나 같아도 안 가지!"
현영이 참 감동스러운 연설이라는 듯 연신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청명이 진지하게 도운찬을 응시했다.
"유령문을 부흥시키고 싶다고 하셨죠?"
"그, 그렇습니다."
"뭘로 부흥시킬 건데요?"
"……."
"그거 무공 좀 세진다고 부흥이 될 것 같아요? 그걸 누가 알아주는데? 유령문이 엄청 빠르다 소문나면 누가 거기 입문하겠다고 찾아가서 빌기라도 할 것 같아요?"
도운찬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잃은 채로 고개만 내저었다.
"일단 문파는 으리으리하게! 어? 대도시 땅값 비싼 데다가 전각하나 짓고! 어? 거기 현판에 유령문이라고 딱! 따악, 이렇게 붙여 놓으면 그 순간 끝나는 거지!"
아까부터 청명의 눈은 이상할 정도로 희번덕대고 있었다.
"문파를 부흥시키고 싶으면 일단 돈을 벌어야 돼요, 돈을! 돈 없는 문파는 뭘 해도 그냥 중소문파에서 끝난다니까?"
"……."
"구파일방 놈들이 얼마나 돈을 벌어 젖히고 있는지 알면 아저씨 아예 돌아가실걸요? 애초에 그런 산골에 처박혀서 아침부터 밤까지 무학만 익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뭐겠어? 그 새끼들이 부자라는 뜻이라니까! 딸린 입이 몇 갠데 그걸 다 거뜬히 먹여 살리잖아요!"
"……그, 그렇긴 합니다만……."
"따라하세요. 문파는 돈이다!"
"그, 무, 문파는 돈이다!"
"화산이 요즘 왜 잘나가는 줄 아세요?"
"……도, 돈을 많이 벌어서?"
"이제 아시네!"
청명이 그제야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린다. 하지만 고막을 터뜨려 버릴 것 같은 잔소리에 한참을 시달린 도운찬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이해했다.
'돈이구나.'
물론 이에 대해 아주 생각을 해 본 적 없는 건 아니다. 유령문 역시 과거에 비해 크게 쪼들리고 있던 차니까.
안 그래도 당장 이제부터 문도들을 어찌 먹이고 재워야 하는지 고민하던 찰나였다.
다만 당연하다 여겼던 순서가 완전히 뒤집혔다.
'강해서 부자가 된 게 아니라, 부자라서 강해진다니.'
하기야.
당장 입에 풀칠할 돈이 없는 이들이 어찌 하루 종일 무학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이건 정말 가슴을 넘어서 뼈에 와닿는 말이었다.
혹여 다른 문파에서 이런 제안을 했다면 의심부터 하고 봤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다름 아닌 화산이다. 지금 가장 기세가 좋고 저 만인방과 붙어 이긴 화산이 뭐 하러 한낱 유령문에게 사기를 치려 들겠는가?
"그…… 하, 하나만 더 물어도 됩니까?"
"얼마든지 물으세요."
"……저희가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서면 정말 막대한 돈을 벌고 문파를 부흥시킬 수 있는 겁니까?"
청명이 흐뭇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 도운찬의 어깨를 단단히 움켜잡았다.
"소문주님."
"예?"
"낚시를 처음 하려면 누구한테 배워야 하죠?"
"그야…… 낚시꾼이죠."
"오 년 전에 화산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 있으세요?"
"……없습니다."
"지금은요?"
"그야……."
온 세상이 화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그렇죠? 우리가 바로 전문가예요."
"……."
도운찬은 살면서 이렇게 강하게 신뢰를 불러일으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진짜 완전 바닥! 어? 아니지. 바닥도 아니고, 저 지하 시궁창에서부터 기어 올라온 문파라니까!"
"……청명아. 그래도 시궁창은 좀 심하잖으냐."
"딱 믿고 맡겨 보세요. 제가 유령문의 이름이 천하,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게 해 드릴 테니까! 이거 진짜 아무한테나 안 해 주는 거예요!"
그 말이 결정타였다.
"그, 그렇게 해 주시기만 한다면 저도 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지요."
"그렇죠. 그렇죠. 자자, 그럼 여기에 수결을 하시고. 장로님?"
"오냐. 장문령부 여기 있다. 이걸로 찍으면 되는 거지?"
"크으! 역시!"
눈 깜짝할 사이에 문서가 완성되고 수결과 인장이 찍혔다.
얼결에 수결까지 마친 도운찬은 살짝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 만면에 의욕이 가득 차올랐다.
'차라리 좋은 기회다.'
다른 걸 다 떠나서라도 이 화산이라는 문파가 그가 가장 바라던 일을 해낸 문파라는 건 분명하다. 설령 이 일로 큰돈까진 쥐지 못한다 해도, 이들에게 그 요령을 배울 수만 있어도 남는 장사…….
"청명아."
그때,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현종이 살짝 불안한 얼굴로 입을 뗐다.
"예?"
"……사기 치는 건 아니지?"
"에이. 제가요? 설마요? 헤헤."
청명이 겸연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순간 도운찬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진짜…… 믿어도 되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수결은 찍힌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