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화. 아니! 알겠는데 못 참겠다고! (4)
"으하하하하핫! 사숙! 제 잔 받으십시오!"
"오냐, 이놈아!"
술판이 거나하게 벌어졌다.
평소에는 잔치를 벌여도 적당히 식당에서 먹고 마셨지만, 오늘은 정말 날을 제대로 잡은 김에 연무장 곳곳에 화톳불을 피우고 바닥에 술과 음식을 깔았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제자들도 어느새 술에 거나하게 취했는지, 삼삼오오 둘러앉아 커다랗게 웃어젖히며 술을 쭉쭉 들이켜 댔다.
"산적이여?"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홍대광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 말았다.
술이 동이째 날라져 오고, 화톳불 위에선 고기가 노릇노릇 익어 간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웅장한 전각과 입고 있는 복장만 아니면 어느 산 깊숙한 곳의 산채에서 벌어지는 잔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어쭈? 쟤는 왜 웃통을 까고 있어?"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거나하게 취한 이들은 더없이 신나게 떠들며 흥을 내고 있었다.
홍대광은 고개를 내저어 버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자꾸 미소가 새어 나왔다.
'참 특이한 곳이야.'
다른 이가 보기엔 난잡하고 엉망진창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홍대광은 이들의 이런 모습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술을 마시며 떠들어 대는 면면들이 너무도 밝았다. 보는 이가 더 기분이 좋아질 만큼 말이다.
저런 모습은 동고동락하며 동냥 밥 한 그릇까지 나눠 먹는 개방의 작은 움막에서나 볼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이젠 그런 곳에서도 잘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화산은 개방의 움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음에도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자연스레 유지하고 있다.
"사형! 뭐 하십니까! 잔에 파리 앉겠습니다!"
"아이고! 우리 스님도 한 잔 받으셔야지요!"
"아미타불. 소승은……."
"자! 쭉쭉!"
"크, 크흠. 그럼 한 잔만……."
티 없는 분위기는 사람을 끌어들인다.
어느새 혜연은 물론이고 그가 이끌고 온 개방도들마저 화산 제자들의 사이에 끼어들어 술잔을 주고받고 있었다.
홍대광도 저들 사이에 끼어 시름일랑 모조리 내려놓고 술을 들이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이 분위기 속에서 고통받는 이가 딱 한 명 있었으니…….
"어딜!"
"손모가지!"
"어디 한번 마셔 봐요! 위장 뚫어서 술 빼 버릴 테니까."
"……."
은근슬쩍 술병을 집으려던 청명의 손이 백천과 조걸, 당소소의 고함에 힘없이 거두어졌다.
"아니……."
청명은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했다.
"남들 다 먹고 노는데 왜 나만……."
"미쳐 가지고!"
"저, 저! 또 불쌍한 척 입 터는 거 봐, 저거!"
"그러게, 누가 몸에 바람구멍 뚫고 오래요? 사형만큼 다친 사람이 누가 있다고!"
백천과 조걸까지는 어떻게 힘으로라도 누를 수 있다.
하지만 의약당이라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간판을 등에 인 당소소가 이마에 핏대를 세워 대니 천하의 청명이라도 감당하기 버거웠다.
"……아니. 다들 좀 가서 술도 먹고……. 어? 가서 좀 놀기도 놀고 그래야지. 왜 찰거머리같이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선, 사람 쉬지도 못하게……."
"개소리하지 마라. 내버려 두면 앉은 자리에서 술을 한 말은 처먹을 놈이."
"술은 금지예요! 꿈도 꾸지 마세요!"
백천과 당소소가 눈을 부라리며 위협했다.
청명은 서글픈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는 이 핏덩어리들한테 술 먹는 것도 감시를 받는구나.
"허허허. 청명이가 여기에 있었구나."
그런 청명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뒷짐을 지고 연무장을 돌아다니던 현영이 웃으며 다가왔다.
이때다 싶어 청명이 얼른 울상을 지으며 입을 뗐다.
"자, 장로님! 이 세 사람이 지금……."
"백천아."
"예, 장로님."
"청명이 입에 술이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네 책임이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쯧쯧. 몸뚱이도 적당히 굴려야지. 에잉."
혀를 끌끌 찬 현영이 몸을 획 돌려 멀어졌다. 순식간에 배신당한 청명이 입을 벙긋거리다 중얼거렸다.
"……약 올리러 오셨나?"
"어허! 어디 장로님께!"
"주둥아리 확!"
청명의 입에서 한숨이 푹 터져 나왔다.
'이것들이 아주 기가 살아 가지고.'
예전에는 그가 눈만 부라리면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던 것들이, 이제는 눈을 부라리면 손가락으로 찌르려고 달려든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들을 키운 이가 바로 청명인 것을.
청명이 슬쩍 주변을 둘러보며 서글픔을 달래려 할 때였다.
"그런데……."
윤종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더니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저는 조금 불안한데, 정말 이렇게 다 내려놓고 마셔도 되는 겁니까?"
"왜?"
"만인방과의 일이 아직 모두 정리된 것도 아니고요."
윤종의 말에 청명이 엣헴, 하며 막 입을 열려는 찰나였다.
"그건 틀린 말이다."
백천이 먼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군문에서도 대규모 전투 후에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풀어 사기를 올리는 건 흔한 일이다. 그 결과가 대승이든 참패든 간에 말이다."
"아……."
"결국 전쟁을 치르는 건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들 억누르고는 있었지만, 이번 전투에서 대부분이 처음으로 목숨의 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검에 피를 묻혔지. 동요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느냐?"
"그렇지요."
윤종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술이 모든 것을 씻어 줄 수는 없겠지만, 시름을 조금쯤 덜어 줄 순 있겠지. 장문인께서도 그걸 원하실 게다. 그렇지 않으냐? 청명아?"
"어……. 그…렇지?"
사숙.
알아서 참 잘하네.
그런데 사숙이 그걸 다 해 버리면 나는 뭔 말을 해야 하나?
사람이 사람을 베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는 평생 남을 고통이 될 수도 있었다.
실제로 강호의 많은 이들이 첫 살인의 충격에 오랫 동안 시달리지 않던가?
말은 하지 않지만 속이 썩어 가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었다.
청명은 먹고 마시기 바쁜 화산의 제자들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사람이 너무 긴장하고 있는 것도 좋지 않아. 만인방과 당장 붙지 않을 거면 조금 풀어 주는 것도 필요하지."
"나도 그리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종은 꽤 적절한 선택을 했다. 제대로 된 전장을 겪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말이다.
현종도, 운검도, 나아가 백천과 그 무리들까지도 청명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해 주고 있었다.
"사실 다 떠나서 충분히 잔치를 벌일 만한 일이지. 저 만인방을 꺾어 냈잖으냐."
백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 다른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겨우 그 정도가 아니지."
모두가 돌아보는 가운데 홍대광이 히죽 웃으며 다가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지금 화산이 이룬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가장 모르는 이들은 오히려 화산 사람들이다. 조금 더 좋아하고 어깨에 힘을 줘도 된다."
화산 제자들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기 시작했다. 외인의 입을 통해 들으니 조금씩 더 실감이 나는 것이었다.
만인방이라니.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언감생심 신주오패 중 하나인 만인방의 옆에 화산의 이름을 나란히 놓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과거의 화산이었다면 만인방의 세 개 대가 아니라, 단 하나의 대만 왔어도 본산을 버리고 도망쳐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들의 힘만으로 세 개 대를 격퇴할 수준까지 올라왔다.
상전벽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물론."
홍대광이 살짝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만인방주 패군 장일소는 절대 이대로 물러날 이는 아니다.
"……."
"그는 평생에 걸쳐 만인방을 신주오패로 키워 낸 이다. 자신의 이득에 대한 집착이 심하고, 당한 것은 반드시 되돌려 주는 것으로 유명하지. 이 말인즉슨……."
홍대광이 모두를 한차례 돌아보고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화산은 만인방과 계속 싸워야 한다는 뜻이지."
강호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부담이 될 만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화산의 제자들은 의외로 담담했다.
의외의 반응에 홍대광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겁나지 않나?"
"어째서요?"
"……엥?"
조걸이 씨익 웃었다.
"어차피 강호라는 게 그런 곳이잖아요. 강해지면 어쩔 수 없이 적이 생기는 곳. 저 소림조차도 경원하는 세력이 생기는데, 저희라고 모두와 잘 지낼 수는 없죠."
"호오?"
홍대광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조걸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백천이 말을 보태었다.
"맞는 말입니다. 만인방이라는 이름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화산이 정파를 표방하고 그 영향력을 넓혀 가는 이상 언젠가는 충돌해야 할 상대였습니다. 상대를 경시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굳이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담담한 말에 순간 압도되는 느낌을 받은 홍대광은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과연, 이런 게 영웅의 기상이라는 건가?
'화산에는 정말 좋은 인재들이 모여 있구나.'
동시에 그는 궁금해졌다.
이들이 완전히 성장하여 화산을 이끌 날이 왔을 때, 과연 어떤 모습의 문파가 되어 있을지.
"좋은 말이로군. 그래, 그럼 나도 한 잔 주겠나."
홍대광이 내민 잔에 조걸이 술병을 기울였다. 그 모습에 백천이 덧붙였다.
"청명이 너는 꿈도 꾸지……. 응?"
옆을 돌아본 백천은 눈을 끔뻑거렸다. 그리고 황급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처, 청명이 이 새끼 어디 갔어?"
"……헐."
"아니, 뭔 귀신인가? 분명 조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사, 사숙! 술도 몇 병 없어졌습니다!"
"끄으으으응."
백천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야, 안 돼! 내 책임이라 그랬단 말이야! 빨리 찾아봐! 빨리!"
"……사숙 책임인데 저희가 왜?"
"오늘부로 뒈지고 싶냐?"
시답잖은 일로 사질들과 옥신각신하기 시작한 백천을 보며 홍대광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영웅의 기상은 개뿔.'
잠깐 착각한 모양이다.
"끄응차!"
연회 자리를 몰래 빠져나온 청명이 연화봉의 정상에 올랐다.
"아오. 더럽게 가파르네."
여긴 어떻게 된 게, 올라도 올라도 익숙해지질 않냐.
잠깐 투덜거린 청명은 터덜터덜 걸어 절벽 쪽으로 다가갔다. 이미 어둑어둑해진 지 오래지만, 청명의 눈에는 가파른 절벽과 그 아래로 펼쳐진 화산의 정경이 훤히 보였다.
"쯧."
한 걸음 물러나 바닥에 앉은 청명은 품 안에서 술병과 잔 두 개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몰래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정말 좋은 자리였다.
같이 떠들고 즐기고 싶을 만큼.
하지만 오늘은 거기서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가 오늘 술을 마셔야 할 상대는 따로 있으니까.
"한 잔 받으세요."
졸졸졸.
청명은 건너편에 내려놓은 술잔에 술을 채웠다. 그리고 나지막이 입을 뗐다.
"생각해 보니까 장문사형 잔에 술을 따라 주는 것도 엄청 오랜만이네요."
대작도 잘 하지 않았다.
장문사형은 둘이 술만 먹었다 하면 날이 새도록 잔소리를 해 댔으니까.
졸졸졸.
그의 잔에도 술이 채워졌다.
평소에는 병째 마시는 걸 선호하지만, 오늘은 청문과 대작하는 기분을 내고 싶었다.
청명은 잔에 따라진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크으!"
도수 높은 화주가 목구멍으로 쭉 넘어갔다.
"사형."
술잔을 내려놓은 청명이 연화봉 아래로 보이는 화산의 정취를 보며 미소 지었다.
지금 그의 건너편에 청문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장문사형은 화산(華山) 같은 사람이니까. 화산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청문이 앞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애들이 많이 컸어요."
청명이 피식 웃었다.
"엄청 걱정했는데, 제가 좀 오지랖이 넓었나 봐요. 다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더라고요."
장문인인 현종도, 장로들도.
운자 배는 물론이고, 백자 배와 청자 배들까지도.
처음 청명이 화산에 올랐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거 좀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이래서 장문사형이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했었나 봐요. 애들 크는 걸 보고 있으니, 뭐랄까…… 좀 뿌듯하기도 하고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가만히 이야기하던 청명은 혼자 웃어 버렸다.
"아, 알아요. 벌써 감상에 젖을 때는 아니라는 거. 아직 가야 할 길이 구만리죠. 그건 아는데……."
졸졸졸.
청명이 다시 술잔에 술을 따르고는 단숨에 들이켰다.
"그냥 그랬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사형이 지금 여기 있었으면 이 모습을 보고 정말 기뻐했을 텐데. 우리 후손들이 잘하고 있구나 하고 기분 좋게 웃었을 텐데. 그냥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함께 기뻐해 줄 사람이 없다.
그의 복잡하고 벅찬 이 기분을 함께 느껴 줄 사람이 없다.
"오해는 마세요. 저 지금 충분히 즐거우니까. 외로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사람을 외롭게 못 내버려 두는 놈들이 있거든요. 지금도 보나마나 찾고 있겠지."
그저…….
말없이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던 청명이 손을 뻗어 청문의 잔을 잡았다.
"한잔하세요."
잔에 든 술을 화산을 향해 뿌린 청명은 히죽 웃으며 잔을 다시 바닥에 내려 두고 채웠다.
잠깐 정적이 흐르고, 청명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요."
아래로 내리깔린 눈에 살짝 어두운 빛이 스몄다.
"왜 그렇게 답답하게 구냐고 했던 것 미안해요. 내가 해 보니까, 이게 그렇게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더라고요. 사형도 제 뒤치다꺼리한다고 골치깨나 썩었겠다 싶었어요. 하하. 웃기죠?"
평생을 살고도 몰랐던 것을 이제 와서 알게 될 줄이야.
청명은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그렇게 누운 채로 술을 병째로 마시던 청명은 입가를 쓱 닦고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사형도 내가 만인방인가 어딘가로 뛰어갈 줄 알았죠?"
예전이었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겠지.
하지만 지금의 청명은 더 이상 과거의 매화검존일 수 없었다.
"참, 이게 그렇더라고요. 예전에 제가 그렇게 날뛸 수 있었던 건 사형이 있어서였나 봐요. 그런데 이젠 내가 없으면 안 된다 싶으니까…… 예전처럼은 굴 수가 없어요. 못 하겠더라고."
청명이 묘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이전처럼 서글프거나 답답한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뿌듯함이 살짝 내비치는 얼굴이었다.
"사형. 사형이 있을 때의 화산하고는 조금 다르지만……."
그는 하늘을 보며 물었다.
"지금도 꽤 괜찮죠?"
그렇다고 해 주면 좋겠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대답이지만 말이다.
"애들 칭찬해 주세요. 진짜 다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제 겨우 밥값이나 하는 거지만, 그게 어디예요. 나 이번에 정말 놀랐다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청명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 잘하고 있다, 이 녀석아.
"말로만."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피식 웃고 말았다.
말로만 그러지, 말로만.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술병을 쥐고 연화봉의 끄트머리로 향했다. 절벽 끝에 서서 가만히 화산을 바라보다가 술병을 뻗어 기울였다.
"거기 있는 사제들이랑 나눠 드세요. 선계에는 술이 없을 테니까. 아. 다른 한 병은 못 줘요. 이건 내 거거든요."
언젠가는.
나도 같이 마시러 갈게요.
술이 고요한 화산에 비처럼 흩뿌려졌다.
그리하여 독한 화주 냄새와 함께, 화산을 가득 매운 매화 향이 닿지 못할 하늘까지 널리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