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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408화 (408/1,567)

408화. 아니! 알겠는데 못 참겠다고! (3)

"이제 별 문제는 없으실 거예요."

당소소의 말에 운검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처가 완전히 아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긴 하지만, 이젠 무리만 안 하시면 덧날 위험은 없다고 보셔도 돼요."

"고맙구나."

"무리만 안 하시면요."

당소소가 칼날 같은 목소리로 덧붙이자 운검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막내 제자에게 구박을 받는 입장이 되었지만, 저지른 일이 있어 변명도 쉽지 않았다.

"환자는 쉬어야 해서 환자예요. 병상에서 일어나자마자 무리하시지만 않았으면 두 배는 더 빨리 회복하셨을 거예요. 왜 그러셨어요?"

운검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그런 그를 보며 당소소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청명도 그렇고, 운검도 그렇고 다들 의원의 입장에서 보면 골칫덩어리들이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무리하시면 안 돼요. 최소 보름 동안은 검을 잡는 것도 금지예요."

"그건 조금 어렵겠구나."

"사숙조!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어요. 마음이 급하신 건 알겠지만, 무리하시다가는 정말로 다시는 검을 잡지 못하게 되실 수도 있어요."

운검은 가만히 웃었다.

그의 조용한 고집에 당소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사숙조. 청명 사형도 바보는 아니에요. 사숙조가 애써 멀쩡한 척하지 않아도, 일을 저지르지는 않을 거예요."

"내 마음이 급해서 그렇단다."

"……진짜……."

어느새 의복을 갖춰 입은 운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구나."

"어딜 가시려고요?"

"장문인께서 회의를 하자고 하시더구나. 나도 가 봐야지. 부르지는 않으셨다만 부르지 않았다고 가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으냐?"

"……."

운검이 웃으며 의약당을 나서자 당소소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화산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보들뿐이다.

"하여……."

홍대광의 눈이 불안한 듯 연신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그게 어…… 제가 그러니까…… 사실 일신의, 그……."

목소리도 불안한 듯 미묘하게 떨리……. 아니, 대놓고 떨려 나왔다.

"그…… 아시다시피 제가 뭐 그렇게 대단한 무위가 있는 건 아니라서…… 그, 어설프게 왔다가 방해만 되는 것보다는, 어……."

홍대광이 어색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었다.

"어떻게든 개방의 고수들을 데리고 오는 쪽이 좀 더 도움이……."

"에라이!"

그 순간 청명이 달려들어 그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꺄울!"

괴상한 비명과 함께 아이가 찬 공처럼 붕 날아간 홍대광은 벽에 처박혀 스르르 흘러내렸다.

"이 양반이 보자 보자 하니까!"

청명이 눈을 까뒤집으며 거품을 물었다.

"그새 어디 갔나 했더니! 남들 다 싸우러 가는데 슬그머니 토끼더니 이제 와 슬금슬금 기어들어 와서는! 뭐? 고수를 끌고 와? 고수? 저 밖에 있는 것들이 고수냐? 어? 뭔 잔칫집에 동냥 오는 것도 아니고! 거지새끼들만 단체로 끌고 와 놓고 뭐? 고수우우? 확 그냥 마!"

"그, 그럼 개방 거지가 거지를 끌고 오지 뭘 끌고 오냐?"

"그런데 진짜 이 인간이?"

청명이 으르렁대며 다시 홍대광을 덮치려고 들자 백천 일행이 일사불란하게 몸을 날려 붙잡고 늘어졌다.

"청명아! 진정해라!"

"그래도 어른 아니냐, 어른!"

"거지새끼가 어른이 어디 있어? 그래 봐야 거지지!"

"아무리 그래도 당사자가 앞에 있는데 이러는 거 아니다!"

사형제들을 주렁주렁 매단 채로 청명은 이를 뿌득뿌득 갈며 홍대광을 노려보았다.

"뭔 개방 거지새끼가 싸움박질 앞두고 도망을 가? 내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보네!"

"도망간 거 아니라고!"

홍대광이 소리치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얼굴에 억울함이 울컥울컥 솟아올랐다.

실제로 그는 억울했다.

'아니, 이렇게 일방적으로 털어 버릴 줄 내가 알았나?'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화산이 만인방을 이렇게 쉽게 처리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인간 같지도 않은 화산신룡 놈이 활약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겨우 박빙이나 이루면 다행이라 여겼다.

그러니 크게 도움 안 될 그의 조막손을 더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한 사람이라도 더 데리고 오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게 그리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화산이 홍대광의 생각과는 다르게 별다른 피해도 없이 그놈들을 모조리 잡아 버렸다는 점이었다.

'대체 그새 얼마나 강해진 거야?'

화산신룡이 강한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화산오검이 강한 것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문파가 다른 문파와 전쟁을 벌인다는 건 그것과는 좀 다른 문제였다.

비록 절대고수 하나가 지배하는 게 강호의 전쟁이라지만, 그것도 기초적인 전력이 어느 정도 비등함을 유지할 때의 이야기가 아닌가?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명맥이 끊겨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평가되던 화산이다. 그런 문파가 저 만인방을 맞아 선전하는 걸로도 모자라 아예 털어 버릴 수 있을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강호사를 통틀어 화산보다 강했던 문파야 까마득하게 많겠지. 하지만 과연 화산보다 빠르게 강해진 문파가 있었을까?'

이 질문에는 쉽사리 대답을 할 수 없는 홍대광이었다.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합리적으로! 어? 합리적으로 생각한 거라니까! 내가 거기 합류해 봐야 칼 맞고 뒈지기밖에 더하겠냐?"

"그렇지! 잘 아네! 어차피 칼 맞고 뒈졌을 거, 지금 한번 뒈져 보자!"

청명이 허리춤을 더듬으며 검을 찾자 백천과 그 무리는 더욱 사색이 되어 청명을 붙잡고 늘어졌다.

"아, 제발 좀 진정하라고!"

"아니, 이 새끼는 뭐 변하는 게 없어!"

"당과! 누가 가서 당과 좀 가져와라! 잔뜩 가져와!"

백천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 있는 그때.

벌컥.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이는 상황을 한번 보고는 가만히 고개를 꺾었다.

"……."

"……."

모두가 말을 잃은 채, 안으로 들어온 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청명아."

"네?"

조금 전까지 발악하던 게 거짓인 것처럼 청명이 다소곳하게 대답했다.

"……적당히 하자꾸나."

"넵!"

청명이 몸을 획 돌려 제자리에 가 앉았다.

"……."

간신히 목숨을 구한 홍대광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그런 청명을 바라보았다.

'저거 완전 미친놈이네.'

뭔 놈이 감정 변화가 저렇게 급격한가. 지켜보는 사람 힘들게.

방 안으로 들어온 운검은 말없이 제자리를 찾아 앉았다.

잠깐의 정적 후에 현종이 입을 열었다.

"운검아."

"예, 장문인."

비어 있는 운검의 소매를 바라보는 현종의 눈에 얼핏 아픔이 스쳤다.

"괜찮겠느냐, 벌써?"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괜히 무리해서 몸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 테니, 너무 심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알겠다."

의연하게 말하는 운검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현종은 안쓰러운 표정을 감추질 못했다.

하지만 이내 외인이 있는 자리란 것을 떠올리고 표정을 가다듬었다.

"앉게나."

"예? 아…… 예!"

홍대광이 재빨리 자리에 다시 앉았다.

상석의 장문인을 필두로 화산의 주요 인사들이 좌우로 나눠 앉아 있었다. 그 사이에 홀로 앉아 있으려니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특히나 상석을 차지한 현종에게서 느껴지는 위엄은 홍대광을 전율하게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아니, 자리가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 업적이 자리를 만드는 거겠지.

그가 현종을 마주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껏 봐 온 현종과 지금 그가 보고 있는 현종은 같은 사람이되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다.

현종이 변했는가?

그건 아니다.

변한 것은 그를 대하는 홍대광의 마음가짐이었다.

이전의 현종도 천하에 손꼽히는 후기지수들을 보유한, 장래가 유망한 문파의 장문인이었지만, 저 만인방의 공격을 격퇴하고 스스로의 힘을 증명한 지금은 격이 달라졌다.

그런 홍대광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종은 예전과 다름없는 온화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애써 준 것에 감사하네."

"아닙니다. 장문인! 어찌 그런 말을 하십니까! 화산과 개방 화음 분타는 한 식구나 다름없잖습니까!"

격정이 차 오른 홍대광의 목소리가 절절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말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었다.

"식구 좋아하시네. 한 것도 없으면서."

옆에서 들리는 청명의 구시렁거림을, 홍대광은 필사적으로 외면했다. 앞으로 고정한 그의 고개가 미동조차 하지 않는 이유였다.

"본도 역시 개방 화음 분타를 남으로 생각하지 않네."

"감사합니다, 장문인!"

홍대광이 다시 고개를 격하게 숙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람은 줄을 잘 타야 하는 법이지!'

그가 처음 낙양 분타를 발로 차 버리고 화음으로 옮긴다고 했을 때,

'저 거지새끼가 드디어 미쳤구나.'

하고 손가락질하던 놈들의 면면이 떠올랐다.

그놈들이 지금의 화산과 화음 분타를 보며 얼마나 배가 아프겠는가?

이래서 사람은 될성부른 떡잎을 미리 보고 선점할 줄을 알아야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화산을 택한 것은 홍대광의 인생을 통틀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뿌듯함으로 가득한 홍대광의 가슴에 찬물을 끼얹는 목소리가 또 끼어들었다.

"아니, 장문인. 그건 상의를 좀 해 봐야……."

……저 새끼가 화산에 있다는 것만 빼면 정말 완벽한데.

정말…….

현종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화음 분타도 화산을 남으로 여기지 않는다니, 내 무리한 부탁을 하나 하겠네. 알다시피 상황이 이리된 이상 '저들'이 어찌 나올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네. 할 수 있다면 개방이 힘을 빌려줄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장문인! 그게 어찌 무리한 부탁이겠습니까! 이미 제가 광서에 거지들을 쫘악 깔아 놓았습니다!"

물론 허세다.

정확하게는 개방 본타에 만인방을 감시해야 한다고 호들갑 섞인 보고를 해 놓은 정도에 불과하지만…….

'딱히 거짓말도 아니지.'

섬서에 만인방이 치고 들어온 걸 본 개방 본단은 완전히 뒤집혀 버렸으니까.

아마 홍대광이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특급 경계령이 떨어졌을 것이었다.

"흐음. 그렇게 '저들'을 감시할 수만 있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긴 한데."

응?

근데 왜 자꾸 아까부터 만인방을 '저들'이라고 부르지?

홍대광이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예. 저도 만인방이……."

"……으르르르르."

"……."

내내 반강제로 고정되어 있던 홍대광의 고개가 천천히 옆으로 돌아갔다.

백천과 유이설에게 양어깨를 잡힌 청명이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만인방이……."

"으르르르르."

"……."

화산신룡.

사람답게 굴자. 사람답게.

제발.

"크흐흐흠."

어색하게 헛기침을 한 홍대광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섬서에 사파가 병력을 이끌고 들어온다는 건, 다른 문파들에게도 크게 경계가 되는 일입니다. 이번에는 기습처럼 벌어진 일이라 대처가 늦었지만, 혹여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저들이 섬서에 도착하기 전에 타 문파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으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아무리 만인방이라고 한들……."

"끄윽."

"……."

또다시 '만인방'이라는 말이 나오자 급기야 청명이 뒷목을 잡고 넘어가기 시작했다.

"주, 죽여야 돼. 이 새끼들! 만인방 이 새끼들!"

청명이 눈을 새하얗게 뜨고 벌떡 몸을 일으키려 하자, 옆에서 백천 무리가 다시 그를 잡아 눌렀다.

"워워, 청명아!"

"발작하지 않기로 했잖느냐!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제발, 좀! 어? 제발!"

하지만 청명은 짓눌린 채로 여전히 눈을 희번덕댔다.

"아니! 알겠는데 못 참겠다고! 놔 봐! 내가 가서 딱 한 놈만 조지고 올게! 만인방주인지 뭔지 하는 그 새끼 딱 한 대만 후려치면 된다니까?!"

"아, 가만히 있으라고 이 새끼야!"

또다시 벌어지는 난장판을 보며 현종이 흐뭇하게 웃었다.

'달라지는 게 없구나.'

사람이라면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조금 더 나아가고 달라지는 면이 있어야 하는데, 어찌 된 게 저놈은 그만한 일을 겪고도 조금도 변하질 않았다.

그때 옆에서 현영이 손주 재롱이라도 보는 양 허허,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상록수 같은 녀석."

'그거 그럴 때 쓰는 말 아니다, 현영아…….'

사람을 두고 상록수 같다 함은 본디 좋은 뜻을 품고 있다. 하지만 청명에게 상록수란 말을 붙이면 그 순간 변하지 않고 지치지도 않는 개망나니란 뜻이 되고 만다.

상록수라는 표현이 가엾지 않은가…….

청명은 시종일관 눈을 희번덕대며 이를 박박 갈아붙였다.

"생각할수록 빡치네? 이 새끼들 지금 두 발 뻗고 잘 거 아냐! 뻗지도 못하게 발모가지를 아주 잘라 버려야 돼!"

"……청명아, 우리가 이겼다."

"선빵 맞아 놓고 이겼다고 좋아할 일이야? 맞았으면 죽을 때까지 패 줘야지!"

"……."

원시천존이시여. 이 새끼가 도삽니다.

대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대체.

그런데 그때 점잖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청명아."

"네?"

"정신이 사납구나. 진정하거라."

"넵!"

청명이 거짓말처럼 다시 조용해졌다.

청명을 말리느라 진땀을 쏟던 장내의 모든 이들이 놀란 눈으로 운검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저 미친개를 말 한마디로.'

'저게 바로 위엄이라는 건가?'

'쩐다.'

청명이 화산에 들어온 이후로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업적을 운검이 단번에 이뤄 낸 것이다.

방 안이 조용해지자 그는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장문인."

"그래. 말하거라, 운검아."

"화산은 대승을 거뒀습니다."

담담한 목소리.

그래서 더욱 힘 있게 다가오는 목소리였다.

"저 만인방을 상대로 큰 희생 없이 승리했다는 건 화산의 역사에 남을 쾌거입니다."

지금껏 감히 누구도 저 말을 입에 담을 수 없었다.

오로지 운검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기뻐해야 할 일은 제대로 기뻐하고 지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가 너무 무겁습니다. 장문인께서 좀 더 즐거워하시고, 장로님들께서 기쁜 기색을 더욱 내보이셔야 아이들도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있습니다."

"……으음, 그렇지."

"성과는 보람으로 이어져야 무언가를 남기는 법입니다. 아이들에게 이번 승전은 큰 경험이자 자극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얼굴을 푸셨으면 좋겠습니다."

"으응? 내가 안색이 굳었더냐?"

현종은 너스레를 떨며 얼굴을 더듬었다.

운검이 그 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훨씬 낫습니다, 장문인."

앉아 있는 것만으로 힘이 드는지 운검의 뒷머리가 축축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종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고맙구나.'

운검의 부상을 알기에, 모두가 대승을 거두고도 마음껏 기뻐할 수가 없었다. 누가 감히 팔을 잃은 검수 앞에서 승전을 논하겠는가?

하지만 운검이 이리 나와 준 덕분에 모두가 한시름을 덜게 되었다.

누구 하나 뺄 수 없이, 하나하나가 모두 화산을 지탱하고 있단 것을 새삼 실감하는 현종이었다.

살짝 목이 잠기는 탓에 헛기침을 한 그는 입을 뗐다.

"제자들은 듣거라."

"예, 장문인!"

"우리는 적을 훌륭히 격퇴해 냈다. 물론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룬 일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이다."

제자들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이뤄 낸 승리에는 솔직하게 기뻐하고, 저지른 실수는 뼈아프게 반성하면 된다. 어깨를 펴라. 너희는 모두 훌륭했다."

현종이 제자들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현영."

"예."

"하루쯤은 풀어져도 괜찮겠지. 아이들에게 술을 내어 주거라. 오늘 저녁은 실컷 먹고 마시자꾸나!"

"예!"

모두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

화산이 완전한 승리를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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