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화. 화산은 네가 지켜야 할 곳이 아니다. (5)
이제는 익숙하다 생각했다.
다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현종의 모습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만큼 낯설었다.
이 사람에게 이런 면모가 있었던가?
얼굴을 차게 굳힌 현종은 이제껏 없던 무게감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한다."
"……."
"내가 과연 너의 장문인이더냐?"
청명은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장문인이란 무엇이냐?"
"……문파를 이끄는 이입니다."
"틀렸다."
현종은 청명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장문인이란 문파를 이끄는 이가 아니라, 문파를 지키는 이다. 문파의 명맥을 잇고 의지를 이으며, 문파의 제자들을 지키는 게 장문인의 역할이다."
"……."
"하나!"
그의 목소리는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지켜야 할 화산의 제자가! 나를 지키려 하는구나! 내가 지켜야 할 화산의 제자가! 내가 지켜야 할 화산을 대신 지키려 하는구나!"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가 살면서 들었던 그 어떤 호통보다 청명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았다.
"청명아."
"……예, 장문인."
"나는 너를 모른다."
"……."
현종은 잠깐 말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에야 천천히 다시 입을 뗐다.
"네가 어찌 살아왔는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묻고 싶지도 않다. 네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건 화산에 입문하여 화산의 제자임을 자처하는 이상, 너는 그저 내가 지켜야 할 화산의 제자일 뿐이다!"
가슴 안의 무언가가 크게 울렸다.
청명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 검을 들고 어딜 가려 했느냐?"
"……."
"만인방에 쳐들어가 칼춤이라도 추려 했느냐? 눈에 보이는 놈들을 모조리 쳐 죽이다가 쓰러지면 그 가슴의 울분이 풀리기라도 한다더냐?"
"저는……."
"이 모자란 놈!"
현종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사형제들을 이끌고 가자니 그들이 죽을까 겁나고! 홀로 가려니 혼자 감당할 수 있다 설득할 자신이 없더냐? 그래서 남들 모르게 몰래 빠져나가 분풀이라도 할 셈이었더냐?"
노기와 울분.
아니, 그건 차라리 울음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차라리 당당하게 외치지 그랬더냐. 저 만인방 놈들을 용서할 수 없으니 모두 다 같이 쳐들어가자고 소리치지 그랬더냐! 치솟는 노기는 참기 힘들고, 사형제들이 다치는 건 또 겁이 나더냐? 그게 그리도 겁나더냐?"
"……."
"너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이냐?"
"제자는……."
청명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수많은 말이 목구멍으로 치솟았지만 꺼낼 수 있는 건 단 한 마디도 없었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현종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 홀로 화산을 짊어진 채 높은 곳으로 이끌고 나면 네게는 무엇이 남느냐? 화산을 지켜 내었다는 긍지? 이끌었다는 충만함? 화산을 위해 희생했다는, 누구도 알아 주지 않는 값싼 자부심?"
현종이 고개를 내저었다.
"착각하지 마라. 청명아. 화산은 네가 지켜야 할 곳이 아니다."
"……."
"네가 화산을 지키는 게 아니라, 화산이 너를 지키는 것이다. 너 역시 화산의 제자다. 그런데 어찌 너 홀로 화산을 짊어지려 하느냐."
"제자는……."
"만인방을 막아 냈다는 영광은 오롯이 화산이 가지고, 너는 또다시 홀로 가시밭길을 걸으려 드는구나. 그럼 내 묻겠다. 너의 사형제들은! 너의 사숙조들과 장로들은! 그리고 너의 장문인은 네가 가시밭길을 굴러 흘린 피를 밟으며 그저 즐거워할 인간들이더냐? 네게는 우리가 고작 그런 것들로밖에 보이지 않더냐?"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장문인."
현종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어린 제자는 다시금 홀로 모든 책임을 지려 한다.
"네가 그곳에서 죽는다면 네 사형제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 그놈들이 네가 만인방에 당했다는 말을 듣고도 제 목숨을 아끼려 들겠느냐 이 말이다!"
청명은 그 호된 꾸중을 듣다 눈을 감아 버렸다.
사실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뱃속이 불타는 것 같은 이 분노를 풀 곳이 필요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 끔찍한 자괴감을 어찌할 수 없었으니까.
"이게 네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더냐?"
"……."
"강호에 이름을 알린 순간, 언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각오가 없었다면 나는 화산을 다시 세상에 알리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각오조차 없이 어찌 영광을 논한다는 말이냐!"
현종의 호통은 가을의 찬 서리와도 같았다.
"이 일을 네 잘못이라 생각하여 속죄하려 든다면 너는 못난 놈일 뿐이다. 사형제들이 피를 흘렸다 해서 앞뒤를 따지지 않고 뛰어가려 했다면 더욱 못난 놈이고!"
청명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현종을 바라보았다.
늘 현기로 가득했던 현종의 눈에는 불 같은 노기가 어려 있었다. 청명은 그 눈이 무척 익숙하다 생각했다.
예전에 몇 번이고 본 적이 있었으니까.
- 이 멍청한 놈!
그가 피를 흘리고 돌아올 때마다 장문사형은 호되게 나무라고 꾸짖었다. 그때 보았던 그 눈빛이다.
"화산을 언제까지 네 품 안의 아이처럼 여길 셈이냐? 네 사형제들은 더 이상 나약하지 않다. 네가 피를 흘려 가며 뒤치다꺼리할 필요가 없단 말이다. 내 말이 무슨 소린지 알겠느냐?"
"……압니다."
"그래. 그걸 잘 알아서 혼자 피를 흘리러 가겠다 나선 것이로구나."
"장문인……."
현종이 숨을 고르듯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말없이 분을 삭이던 그는 천천히 눈을 떠서 청명을 응시했다. 조금 전보다 화가 가라앉았고, 그 자리를 슬픔이 메꾸고 있었다.
"청명아. 나를 조금 더 믿어 주어라."
"……."
"네가 보기에 내가 얼마나 못난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다."
"아닙니다. 장문인 저는 한 번도……!"
"끝까지 들어라."
"……."
현종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나는 못난 사람이다. 알고 있다. 네가 없었다면 화산은 진작 무너졌을 것이다. 장문인으로서 화산을 지키지 못한 내가 못 미더운 것도 당연하겠지."
그 목소리에는 자조도 서글픔도 없었다. 그저 담담할 뿐.
"하나 제자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나 역시 언제까지 과거의 나로 머무르지는 않는다. 나는 하루하루 화산의 어울리는 장문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다. 화산의 모든 제자들이 화산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알고 있습니다."
"한데 왜 믿어 주질 않느냐?"
"……."
청명은 현종의 시선을 차마 마주하지 못하고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이건 너와 만인방의 일이 아니다. 화산과 만인방의 일이다. 그 원한은 언젠가는 화산이 풀어야 하고, 그 대가는 언젠가는 화산이 받아야 한다. 네가 홀로 화산의 혈채를 받아 내겠다는 것은 네 스스로 화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임을 왜 모른단 말이더냐!"
고개가 자꾸 수그러들었다. 현종의 말에는 틀림이 없었다.
"안다."
"……."
"가슴이 찢어지겠지. 어찌 그렇지 않겠느냐. 하나 청명아. 때로는 묻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네가 만인방의 몇을 더 단죄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
현종의 말에 틀림이 없는 것을 알지만, 그렇지만 이 마음의 괴로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네가 정녕 나를 너의 장문으로 생각한다면, 사흘만 더 생각하거라. 그러고도 네가 참지 못한다면."
현종은 한없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아닌 내가 선두에 서서 만인방을 멸하러 갈 것이다."
"……."
"운검이의 곁에 있어 주거라. 그 아이도 그걸 바랄 것이다."
말을 마친 현종은 두말없이 몸을 돌려 산을 내려갔다.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서 현종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청명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컴컴한 하늘이 막막할 만큼 넓어 보였다.
"장문사형."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어렵습니다."
청명답지 않은, 작고 힘없는 목소리였다.
"괜찮을까요?"
"모르지."
"……은근히 여린 놈이라."
"사형, 그건 좀……."
"다물어라."
윤종의 말에 조걸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슬쩍 장난을 쳐 분위기를 풀어 보려고 했던 건데, 모두의 시선은 내내 의약당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걱정이 된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운검도, 그런 그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청명도.
벌써 사흘째였다.
"저 새끼 한숨도 안 자는 것 같던데."
"부상도 입었는데."
"……밥도 안 처먹고."
백천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정도 병이지.'
차라리 평소처럼 화를 내고 패악질을 한다면 이리 걱정이 되지는 않을 것을.
"제 잘못도 아닌데, 답답하기는."
"……그러니까."
백천을 비롯한 모두가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운검 사숙조가 잘못되셔서 청명이 놈이 만인방으로 뛰어간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말려야지."
"……말려집니까?"
"말릴 수 없다면 같이 간다."
"예?"
백천이 굳은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
"저 새끼 혼자 날뛰다 죽는 꼴은 못 본다. 옆을 지키다가 목줄을 잡고 달아나기라도 해야지."
"……사숙도 한 번씩 진짜 대책 없는 것 아십니까?"
"시끄럽다."
의약당에 시선을 고정한 백천은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멍청한 놈 같으니.'
그의 입에서 끝내 참지 못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쌔액. 쌔액.
숨소리는 점점 약해져만 갔다.
청명은 미동도 없이 그런 운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력을 아무리 불어넣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 하루하루 운검의 상태는 나빠지기만 하는 듯했다.
'사숙조.'
너무 많이 보았다.
너무 많이 잃었다.
그래서 단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걸 다 잃어 보았으니 모두 다 움켜쥐고 싶었다.
그게 그렇게나 헛된 바람이었을까?
"사형……."
어느새 다가온 당소소가 걱정 어린 눈으로 말을 걸었다.
"좀 쉬세요."
"괜찮아."
"그러다 사형이 먼저 쓰러지겠어요."
"괜찮아."
"……."
뭔가 더 말을 하려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어 버렸다. 지금 청명을 끌어내는 것은 그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그녀가 조용히 다시 나가는 동안에도 청명은 운검에게서 눈 한 번을 떼지 않았다.
"사숙조."
어쩌면 그리 나쁘지 않은 죽음일지도 모른다. 제자들을 위해 살아온 운검에겐, 제자들을 지키다 죽는다는 것이 어쩌면 더없이 만족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하나.
'아직은 안 됩니다.'
청명은 아직 운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해 주지 못했다. 그가 제자들을 지키고 싶었던 것처럼 청명 역시 화산의 후예들을 지키고 싶었다.
'아직은 안 돼.'
청명은 하나 남은 운검의 손을 가만히 움켜잡았다.
'아직은.'
그리고 기도하듯 침상에 고개를 기대어 낮은 숨을 토해 냈다.
청명이 불현듯 눈을 떴다.
'잠이…….'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평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연이은 격전을 치른 직후 사흘을 내리 지새운 상황이라 아무리 청명이라 해도 버틸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사숙조……!'
청명이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이내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없다.
운검이 있던 침상이 비어 있었다.
순간 머리가 희게 비어 버린 청명은 멍한 얼굴로 침상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홀린 듯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조용한 의약당에 그의 발소리만이 울렸다. 앞문 틈새로 새벽의 희미한 햇살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청명은 살짝 멈칫했다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끼이이이익.
가야 할 곳은 정해져 있었다. 머릿속이 텅 빈 것 같고 막막했지만, 의약당을 나선 그는 천천히 멈추지 않고 걸었다.
그의 발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백매관.
경공조차 펼치지 않은 채 느리게 백매관에 도달한 그는 넋을 놓은 모양새로 백매관의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
마침내 걸음이 뚝 멈추었다.
청명은 멍하니 아무 말도 못 한 채 앞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
새하얀 무복을 입은 한 사내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자세는 더없이 꼿꼿하나 허공으로 휘둘러지는 검은 어쩐지 어색하기만 했다.
어색한 것은 검만이 아니었다.
팔이 있을 자리가 비어 나풀대는 소매 역시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청명은 그런 어색함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쇄애애애액!
머리에서 아래로.
가볍게 내리쳐진 검이 허공에 멈춰 섰다.
다시 치켜들어진 검은 똑같은 궤적을 그리며 또다시 허공을 그었다.
한 번. 두 번. 또 한 번.
단순한 내려치기였다.
경건하기까지 한 자세로 쉼 없이 내려치기를 반복하던 사내는 이윽고 힘에 부치는지 검을 검집에 가만히 밀어 넣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
"왔느냐?"
"……."
사내의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심지어 붕대로 칭칭 감싼 몸 곳곳에선 옅은 혈흔이 비쳤다.
그 모습을 멍하게 보던 청명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뭘 하시는 겁니까?"
사내, 운검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보면 모르더냐? 수련을 하고 있었지."
"……."
말이 나오질 않았다.
아니, 하고 싶은 말이야 너무도 많았지만 그 어떤 말도 쉬이 나오질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넋을 놓고 운검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그런 청명의 심정을 아는지 운검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오른팔이 잘렸으니, 왼손으로 검을 휘두르는 법을 배워야지."
"……이제부터요?"
"그럼?"
운검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담담했다.
"검수의 배움은 끝이 없다. 물론 우수를 잃었다는 건 아쉽지만, 어찌 보면 잘된 일일지도 모르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청명은 그만 웃어 버렸다.
아니, 울어 버렸다.
웃음을 터트린 것인지, 울음이 터진 것인지 알 수 없도록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청명은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사숙조는……."
입을 떼고도 무언가를 참아 내는 듯 두어 번 입술을 질끈 깨문 그는 쥐어짜듯 목소리를 내었다.
"……진짜 답이 없는 분이시네요."
운검은 그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도와주겠느냐?"
"……."
"좌수검을 익히는 것은 내게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 어떠냐? 네가 도와주면 좀 수월할 것 같은데."
청명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른 아침. 밝아 오는 화산의 하늘이 너무 시리게도 푸르렀다.
"저는 사숙조라고 안 봐드립니다?"
"바라던 바다. 어디 사손 놈이 얼마나 엄한지 한번 보자꾸나."
청명은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얼굴로 연무장에 들어섰다.
"……사숙조."
"음?"
"……아닙니다."
"싱겁기는."
운검은 허리춤에 찬 검을 청명에게 던졌다. 청명이 검을 받아 들자 운검은 미소를 지었다.
"자, 어디 네 검을 보자꾸나."
"……원래 잘 안 보여 주는 검인데."
청명이 검을 왼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빤히 운검을 바라보다 다시금 고개를 돌려 버렸다. 더 보고 있다간 추한 모습을 보일 것만 같았다.
"제대로 보세요. 두 번은 귀찮으니까."
"고얀 놈 같으니."
가벼운 웃음이 스친 자리에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청명의 검이 너울지듯 춤을 추었다.
어린 사손은 검을 휘두르고 나이 든 사숙조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린 선조는 검을 가르치고, 나이 든 후예는 그 검을 바라본다.
아무도 모르게 흘러내린 한 줄기 눈물이 운검의 따뜻한 미소와 겹쳐졌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소담스레 피어난 매화들만이 말없이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