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귀환-330화 (330/1,567)

330화. 화산은 화산의 길을 간다. (5)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 소문인 법. 천하비무대회가 소림의 우승으로 끝났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천하로 퍼져 나갔다.

처음 그 말을 들은 이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소림이지! 그럴 줄 알았어."

하지만 뒤이어 전해지는 상황을 들은 이들은 다들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응? 이긴 건 화산이나 다름없다고? 그게 무슨 소린가?"

그리고 마침내 모든 사정을 듣게 된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쩍 벌리며 경악했다.

"뭐? 우승을 제 발로 걷어차고 나갔다고?"

당최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세상에, 그 소림이 완전 개망신을 당했구먼."

"대체 화산신룡이라는 이는 뭐 하는 작자기에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허어, 소림……. 소림이……."

사람들은 소문을 좋아한다.

그중 특히나 좋아하는 건 누군가의 추문이나, 콧대 높던 이들이 망신을 당했다는 종류의 것이다.

수백 년간 천하의 태산북두 자리를 지켜 오던 소림이 망신을 당했다는 소문은 지금껏 퍼졌던 소문들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천하로 퍼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화산의 이름도 수없이 회자되었다.

"그런데 화산이라니. 어찌되었건 화산이 결승까지 올랐다는 말이 아닌가?"

"그뿐 아니지. 결승은 물론이고 이번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화산이라는군. 후기지수들로만 따진다면 화산을 능가할 문파가 존재하지 않는다지 않는가?"

"허허. 나는 화산이라는 이름을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이리 강한 문파였다니."

"과거에는 화산이 구파일방이었네. 그 자리에 해남이 대신 들어간 게지. 여하튼 저 화산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고 있으니 앞으로도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걸세."

"가만! 가만! 이 일을 나만 알고 있을 수는 없지! 나도 이 일을 빨리 알려야겠네!"

"어허! 그리 뛰다 다치네. 이 사람아, 거!"

소문을 들은 이들은 저마다 들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덕분에 화산에 대한 소문은 살까지 잔뜩 붙어 천하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 소문의 주인공인 화산파는 불편한 소림을 떠나 최대한 빨리 섬서를 향해 출발…….

* * *

"……했어야 했는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현상의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이래도 괜찮을까?'

물론 보기 나쁜 광경은 아니다.

우승을 거머쥔 것은 아니나, 천하비무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는 것도 보통 경사가 아니다. 이 대회에 처음 참가할 때 감히 그런 성적을 기대했었던가?

게다가 그 준우승이라는 것도 실질적으로는 거의 삼켰던 당과를 뱉어 낸 것이나 다름없다. 어쩌면 우승보다 더 값진 준우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저 고기들과 음식들이야 이해할 수 있지.'

현영은 제자들을 아낀다.

말투야 조금 날카로운 편이지만, 그가 제자들을 진정으로 아낀다는 것은 화산의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니 고생한 제자들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었겠지.

물론 거기까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저…… 장문인."

"으음?"

곁에 있던 현종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현상은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물론…… 축하하는 연회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그리고 연회에는 음식이 빠질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왜?"

"그런데……."

현상이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는 소림이 아닙니까? 정말 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현상의 눈이 주지육림이 보인다.

게걸스레 고기를 뜯는 제자들까지야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나름 어떻게든 고기를 먹이기는 했지만, 고기를 숨겨 들어오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으니까.

어차피 이리 떠나 버리면 소림으로 다시 올 일도 없으니, 고기 정도야 먹을 수 있겠지. 다만…….

전각 밖에 지펴진 모닥불과 그 위에 올라간 통돼지.

'……이건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절간에서 고기를 먹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도리를 벗어난 느낌인데, 통구이라니. 이건 불문에 대한 예의를 넘어서서 도사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버린 느낌이…….

'아니, 뭐 그래. 거기까지도 그렇다 치자.'

어차피 고기는 고기. 미리 구운 것을 먹으나, 이 자리에서 구워 먹으나 뭐 그리 다르겠는가?

문제는?

"크으! 한 잔 받으십쇼, 사형!"

"좋지! 좋지! 너도 받거라!"

"걸아! 팔강까지 가느라 수고가 많았다!"

"헤헤헤헤! 제가 따라 드리겠습니다, 사숙!"

꼴꼴꼴꼴.

"……."

꼴꼴꼴꼴.

"카아아아아아! 죽인다!"

"이게 얼마만의 술이냐! 크으으으!"

현상의 수염이 다시 파르르 떨렸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신성한 소림의 경내에서 저렇게 대놓고 술과 고기라니.

세상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는 법이 아니던가?

'통구이에 말술이라니, 여기가 산이라고는 해도 숭산인데.'

누가 보면 언제부터 산적이 숭산을 차고앉았냐고 삿대질을 해 댈 것이다.

영 속이 이상해진 현상이 슬쩍 현종을 설득하려 운을 뗐다.

"장문인, 저는 아무래도 이게 좀……."

하지만 그가 뭔가를 말하기도 전에 현영이 딴지를 걸어왔다.

"또. 또 무슨 고리타분한 소리를 하려고 그러십니까!"

"……."

"고생한 애들 좀 먹이겠다는데!"

"아니, 내 말은…… 애들이 고생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이제 와서 소림의 체면이라도 세워 주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그런다고 저놈들이 고마워하겠습니까?"

"끄으으응."

현상도 알고 있다.

청명이 비무대회에서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화산과 소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고 봐야 한다. 거기에 이런 술자리 하나 더하든 말든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럼에도 곤란해 보이는 현상을 보며 현종은 빙그레 웃었다.

"괜찮지 않겠느냐?"

"……장문인."

"저 아이들은 지금껏 정말 잘해 주었다. 하지만 그건 비무대회 이전부터 해 온 긴 수련으로 쌓인 피로를 풀 새도 없이 대회를 치렀다는 말과도 같지."

현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회를 치른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직접 비무를 한 적도 없는 현상마저도 몸이 녹는 것 같은 짙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데 저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섬서로 가는 길은 멀지 않으냐. 그 길을 떠나기 전에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풀어 주고 싶구나. 네가 조금만 이해하거라."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현상이 고개를 숙이자 현종이 빙그레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알고 있다. 문파에는 너처럼 말해 주는 이도 있어야 하는 법이지. 다만 오늘은 조금 내려놓자꾸나."

"예, 장문인."

"보거라. 저 아이들이 저리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깟 예의가 대수겠느냐?"

"그렇습……."

살짝 흐뭇해진 표정으로 현상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둥이에 아예 술병을 꽂고 고개를 한껏 젖힌 청명의 모습이 보였다.

"……."

꼴꼴꼴꼴꼴.

목울대를 타고 술이 삽시간에 넘어간다. 청명은 비어 버린 술병을 입에서 뽑아내더니 새 술병을 지체 없이 입에 꽂아 넣었다.

꼴꼴꼴꼴.

"……."

저러다 죽지 않을까?

"청명이가 기분이 무척 좋은 모양이구나."

네?

그냥 고주망태에 주정뱅이 같은데요?

장문인?

"하하하. 영웅은 본디 술을 좋아하는 법이지요."

응?

영웅?

저게?

현영의 말에 쉬이 공감하지 못하며, 현상은 청명을 다시 슬쩍 보았다. 평소라면 그 옆에서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그럴 텐데…….

"으히히히히힛!"

"……."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은 예외인 모양이었다. 평소라면 청명을 말렸을 윤종과 조걸이 오히려 더 크게 판을 벌이며 죽어라고 술을 마셔 대고 있었다.

'윤종이 저 아이까지……?'

이 화산에서 가장 도인의 본분을 지키려 하는 이는 누가 뭐라 해도 윤종이다. 무인으로서야 백천을 더 높이 평가하겠지만, 화산의 도를 지켜 나갈 도인으로는 윤종이 좀 더 맞는 그릇이라 할 수 있었다.

평소의 윤종이라면 다른 이들이야 술을 마시든 말든 적당히 자제하고 주변을 살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윤종은 허리끈을 풀어 놓고 술을 부어 대고 있었다.

조걸이야 그런 윤종의 두 배는 들떠서 연신 술을 넘기고 있고…….

"으응?"

유이설은 한쪽 구석에서 탁자에 머리를 박고 잠이 들어 있다. 그리고 당소소는 잠든 사람을 붙들고 내내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허허……."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있는 사람이 백천이었지만, 그도 딱히 멀쩡해 보이지는 않았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사형제들의 잔을 받느라 정신이 없는 듯했다.

"허……. 허허."

난장판을 보며 할 말을 잃고 만 현상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때 현종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다들 많이 힘겨웠을 게다."

"그야……."

"화산의 재건이 자신들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저 아이들이라고 해서 어찌 몰랐겠느냐?"

현상이 입을 다물었다.

현종의 목소리가 조금 씁쓸하다.

"다들 이제야 무거운 짐을 잠깐 내려놓은 게지. 그러니 저리 편히 웃고 떠들 수 있는 게다. 이제야 말이다. 이제야."

현종이 안쓰러운 얼굴로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위에서 제대로 짐을 짊어지지 못하여 죄 없는 아이들이 고생한다 생각하니, 속이 영 편치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그의 상념을 끊고 들어왔다.

"장문인께서도 혼자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십시오."

"으응?"

현영이었다.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짐이야 평소에는 고통이 되지만, 내려놓고는 보람이 되는 법입니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무거움을 짊어지지 않았더라면 지금 저리 기뻐할 수 있었겠습니까?"

"으음."

"물론 우리는 아이들에게 죄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저 아이들을 불쌍하다 말하지는 마십시오. 그건 오히려 저 아이들을 무시하는 일입니다. 천하비무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자랑스러운 아이들이 아닙니까."

현종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옳다."

자랑스럽지.

자랑스럽고말고.

현종이 가만히 눈가를 훔쳤다. 저 기특한 녀석들을 보고 있으니 자꾸만 눈가가 아려 왔다.

저 기특…….

"으히히히히히히힛!"

그 순간 청명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앞에 있는 백상의 입에 호리병을 쑤셔 넣었다.

"읍! 읍읍!"

"마셔! 마셔! 오늘 먹고 죽는 거야!"

"으으으읍!"

백상이 저항하며 버둥거렸지만 청명은 끝내 술을 그의 입에 꼴꼴 쏟아붓고는 낄낄대며 다음 희생자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마침내 한 명이 청명의 망에 걸려들었다.

"사숙?"

"……."

"동룡이?"

"……."

이미 술기운에 전신이 시뻘겋게 변한 백천이 떨리는 눈으로 청명을 바라보았다.

"아, 안 돼. 나 더 먹으면 죽……."

하지만 청명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에 술병을 꽂아 넣었다.

"괜찮아, 괜찮아. 안 죽어. 그리 쉽게 죽지 않아."

"끄르르르."

백천이 입에 술병을 꽂은 채 뒤로 넘어갔다.

그 순간 정신이 돌아온 듯 고개를 번쩍 든 유이설이 풀린 눈으로 청명을 빤히 바라보았다.

"꼰대."

쿵.

그러더니 다시 탁자에 머리를 박고 죽은 듯이 잠들었다.

'개판이네.'

현상이 빙그레 웃었다.

이게 어딜 봐서 도가 문파의 연회란 말인가. 평소 술을 즐겨 자셨다던 태상노군도 이 꼴을 보면 고개를 돌리고 말 것이다.

'장문인께서 뭐라 하셔도 너무 과해지기 전에 적당히…….'

그 순간이었다.

불그스름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청명의 고개가 우뚝 멈췄다.

"……."

"헤헤. 장문인?"

"……."

"장로님?"

악마……. 아니, 청명이 양손에 술병을 들고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의 입가에 더없이 환한 미소가 맺히는 순간 현상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 * *

"아미타불."

한 사내가 전각 앞에 서서 나직하게 불호를 외었다.

몇 차례 망설이던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무거운 손길로 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작은 목소리.

그래서인지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더 크게 내쉬고는 조금 더 세게 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음?"

사내, 법계가 고개를 갸웃하며 안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벌써 떠난 것인가?'

아닌데. 분명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는데?

잠깐 고민하던 그는 가만히 문을 밀어 보았다. 걸쇠가 잠기지 않았는지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아미타불. 소림의 법계이옵니다. 장문인 계시는……. 뭐, 뭐야 이거?"

안쪽으로 고개를 슬쩍 들였던 법계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전쟁이라도 났나?'

커다란 전각 안이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중앙으로 모아 놓은 탁자에는 쑥대밭이 된 음식 접시와 빈 술병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고, 바닥에는 습격이라도 받은 듯이 화산의 제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지, 진짜 습격은 아니겠지?'

가슴팍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으로 보아 다행히 죽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저…… 저?"

잠깐 멍하니 상황을 살피던 법계가 일순 눈을 부릅떴다.

이제야 안쪽의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보였다.

"술? 그리고…… 고기?"

그러고 보니 마당에 앙상하게 남아 있는 저건 돼지의 뼈가 아닌가?

마당에 남은 모닥불의 흔적을 발견한 법계는 뒷목을 탁 움켜잡았다.

"대, 대체 이 문파는……!"

무도한 것도 정도가 있지, 대체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그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지르려다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 절대 충돌해서는 안 된다. 절대!

이곳에 오기 전 법정이 했던 말을 가까스로 떠올린 것이다.

일단은 누구라도 깨워야겠다 생각하며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빼꼼.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것 중 하나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기분이 나쁜 건가?'

하지만 놈은 이내 소매로 자신의 눈을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 잠이 덜 깨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술 좀 먹었기로서니, 무인이 숙취로 앞을 못 봐?'

내공은 뒀다가 국 끓여 먹을 것도 아니고!

심지어 법계를 더욱 속 터지게 하는 건, 저 눈을 비비고 있는 놈이 '그' 청명이라는 점이었다. 혜연을 때려잡은 놈이 저런 꼴이라니.

청명은 여전히 반쯤 누운 채 고개를 갸웃하더니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어……."

"……."

"누구세요?"

"……."

법계의 입에서 또다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본승은 법계라고 하네. 장문인 계시는가?"

"어……. 장문인이 그러니까……."

청명은 잠깐 고개를 휘휘 돌리더니 손을 뻗어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계시네요."

"응?"

그 손끝을 따라 고개를 돌린 법계는 그만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봉두난발에 삐딱하게 도관을 쓴 현종이 계단 난간에 널려 있었다.

"……."

"깨워 드려요?"

"……아니. 기다리겠네."

"네. 그러세요."

법계는 속으로 연신 불호를 외어 댔다.

'아미타불.'

이런 놈들에게 졌다니.

소림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미타불!"

법계의 입에서 신경질적인 불호가 튀어나왔다. 그때 늘어지게 하품을 한 청명이 물었다.

"그런데…… 장문인은 왜 뵈려고?"

법계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방장의 말씀을 전하러 왔네."

청명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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