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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329화 (329/1,567)

329화. 화산은 화산의 길을 간다. (4)

"기권?"

"……기권을 한다고? 여기서?"

구파와 오대세가의 장문인들은 어느새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그리고 멍한 얼굴로 비무대를 바라보았다.

'이. 이게 대체 뭔……?'

'세상에……. 경우가 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

기권이라니.

이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기억을 더듬고 또 더듬어 봐도, 이만한 권위가 있는 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이가 기권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팔이 잘리고 다리가 부러져도 어떻게든 결승만은 치르려고 하는 게 기본이 아니던가?'

그런데 기권을 한다고?

그것도 다 이겨 놓은 상황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할 수 있는 각 파의 장문인들조차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사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요?"

누군가가 묻자 모두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허도진인에게로 향했다. 법정이 이곳에 없는 이상 장문인들을 대표하는 건 무당의 장문인인 허도진인이니까.

허도진인은 살짝 난감한 얼굴로 장문인들과 청명을 번갈아 바라보다 그만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어찌되긴 뭘 어찌됩니까. 혜연이 우승한 것이지요."

"……아니, 누가 봐도……."

"그럼 어떻게 하겠습니까? 승자를 선언하기 전에 기권해 버렸는데

'그게 아니고 사실은 네가 이긴 거다.'

라고 설득이라도 하겠습니까?"

"허어……."

모두 살짝 시선을 교환하였다.

"하나 비무를 지켜본 중인들이 그걸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럴 리 없지요."

"그럼……."

하지만 반박이나 질문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사실 이리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들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너무 황당하여 주변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었을 뿐이다.

결국 명확하게 보이는 상황은 이것뿐이다.

'……이런 개망신이 있나.'

'소림의 권위가 바닥으로 추락하겠군.'

자신이 주최한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는 것도 망신이다. 물론 다른 문파라면 체면치레는 하겠지만, 주최가 소림이니 문제다. 준우승만으로도 그 권위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런데 우승이 거의 확실시되었던 이가 소림이 주는 우승의 권위를 냅다 걷어차 버리고 돌아선다?

이건 소림의 얼굴에 썩은 거름을 퍼붓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허도진인은 황당함이 묻어나는 얼굴을 감추지도 못하고 청명을 보았다.

'이제껏 소림에게 이리 큰 망신을 준 이가 존재했던가?'

기억을 더듬어 봐도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저 소림의 체면을 나락까지 떨어뜨려 버린 이가 무당도 아니고 심지어 마교도 아닌, 화산의 어린 제자라는 사실이 너무 당혹스러웠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순간, 옆쪽에서 커다란 웃음이 들려왔다.

그쪽을 돌아본 허도진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당군악?'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천당가의 가주인 당군악이 배를 움켜잡고 웃고 있었다.

허도진인의 얼굴이 슬쩍 일그러졌다.

당군악은 무겁고 진중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는 이다. 그런 이가 아이처럼 웃어 대고 있었다. 눈물이라도 흘릴 기세로 말이다.

"아. 아……. 죄송합니다. 하하하."

그러더니 눈가를 훔치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림도 소림이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는 장문인들을 보고 있으니 자꾸 웃음이 나서 말입니다."

"……으음."

"크흐흠!"

장문인들이 일제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당군악의 말 속에 뼈가 있다.

망신을 당한 것은 소림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소림만의 망신이겠는가?

구파일방이 소림을 그들의 수장으로 받아들이고 그 명성과 함께해 온 이상, 이 일은 구파일방과 더 나아가서는 오대세가 전체의 망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증거로 그들은 이 단상 위에서 비무대회를 지켜보지 않았던가?

이 단상에 올랐다는 것은 그들이 이 비무대회에 자신들의 권위를 더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결국,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오랜 시간 동안 천하의 질서를 지켜 온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권위가 부정당한 것이다.

저 화산의 젊은 제자에게 말이다.

당군악의 말에 현실을 파악한 이들이 노기와 당혹감이 뒤섞인 얼굴로 화산을 응시했다. 당군악은 획 몸을 돌렸다. 다른 장문인들의 반응은 이제 더 볼 것도 없었다.

'시작될 것이다.'

저들에게 청명의 말은 그저 어린 천재의 치기로 들렸으리라. 하지만 당군악은 알고 있다. 저 아이가 아무런 계획 없이 움직일 이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그는 청명의 식견에 진정으로 놀란 적이 있지 않은가? 일단 검부터 휘두르고 보는 그 급박한 성정 뒤에는 그도 차마 따라갈 수 없는 깊은 혜안이 감춰져 있었다.

"쯧."

화산은 이제 단순히 섬서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화산이 구파와 다른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면, 천하는 반드시 요동친다. 그 혼란스러운 난세를 저들이 과연 버텨 낼 수 있을까?

그 사실이 벌써부터 흥미로운 당군악이었다.

'물론 당가도 이제 대비를 해야겠지.'

그는 사형제들 앞에 선 청명을 물끄러미 보았다.

'저 화산신룡이 만들어 낼 새로운 질서에.'

그 눈빛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

백천은 멍한 눈으로 청명을 바라보았다.

"너……."

"응?"

"하……."

하지만 뭔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몇 번 뻐끔대던 그는 결국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어 버렸다.

"아니……."

"비켜 봐. 지금은 사숙이 나설 때가 아니야."

"응?"

청명이 가볍게 백천을 밀어 냈다. 그리고 화산의 문하 중 유일하게 자리에 앉아 있던 현종의 앞으로 걸어갔다.

저벅. 저벅.

단호한 걸음으로 현종의 앞에 선 그는 뒷머리를 한차례 긁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깊고 힘차게 숙였다.

"멋대로 굴어서 죄송합니다!"

"……."

다시 고개를 살짝 들고 씨익 웃는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묻어났다.

"벌은 받겠습니다. 대신 면벽동에 가두지는 말아 주세요. 벽곡단은 지긋지긋하거든요."

현종이 그런 청명을 가만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청명아."

"예, 장문인."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한 것이더냐?"

청명은 곧장 대답하지 않고 허리를 폈다. 그리고 슬쩍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음이라…….

"네, 장문인."

청명의 입에서 부드러운 음성이 새어 나왔다. 현종은 그제야 한없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되었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청명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 다정한 손길에 반쯤 장난기 묻어나던 청명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현종은 말했다.

"나는 네가 결코 아무런 생각 없이 일을 벌일 녀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그러니 굳이 설명할 것 없느니라. 말하지 않았더냐. 네 뜻이 곧 화산의 뜻이다."

"장문인……."

"훌륭했다."

현종이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각 파의 장문인들과 관중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이쪽만 응시했다.

소림 쪽은 더 심각했다. 다른 제자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혜연은 아예 넋이 나간 채 비무대에 주저앉아 있었다.

현종은 청명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청명아. 너는 저들에게 화산의 검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그거면 된 것이다."

청명이 씨익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죠. 헤헤."

그 웃음을 보니 현종의 마음도 편안해졌다.

'참 여러모로 대단한 아이다.'

방식이야 어쨌건 지금 이곳에 모인 모두가 오로지 청명 하나에 집중하고 있다. 설사 우승을 하여 모두의 환호를 받았다 해도 이보다 더 주목을 받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때 곁에서 듣고 있던 백천이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그래도 정도가 있지 않습니까? 장문인!"

정말로 기가 막히고 화가 치미는 듯한 얼굴이었다.

평소 현종에게 우는소리조차 내지 않던 윤종도 드물게 언성을 높이며 말을 보탰다.

"지금 칭찬할 일이 아니잖습니까! 이는 혼을 내셔야 할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니, 물론 사고야 칠 줄 알았지. 그래, 솔직히 그것까진 예상했지! 그런데 사고도 적당히 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조걸 역시 백천의 등 뒤에서 삿대질을 해 대었다.

유이설은 말없이 뚱한 눈으로 청명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저어버렸다.

하지만 현종이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뒤에 있던 현영이 단호하게 일갈했다.

"시끄럽다, 이놈들아!"

"장로님!"

"장문인이 그러하다 하시면 그런 것이다. 어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이 장문인께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이냐? 운검! 운검이는 어디에 있느냐!"

"히익!"

"자,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백매관주 운검의 이름이 나오자 연신 구시렁거리던 제자들이 기겁을 하며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어느새 현영의 뒤에 숨어선 청명이 낄낄대며 웃었다.

'죽이고 싶다.'

'진짜 딱 한 대만 패면 소원이 없겠다! 진짜!'

저 망할 놈.

저 대책 없는 놈.

그리고…….

그런 청명을 노려보던 백천은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그래. 하기야, 저놈은 원래 그런 놈이었지.'

애초에 이 대회의 우승 같은 건 청명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것이다. 저놈은 그저 달라진 화산을 세상에 선보이고 저 구파일방의 대가리를 깨 놓는 걸로 만족할 놈이었다.

"……좀 과하게 깨긴 했지만."

그는 넋이 나간 혜연을 흘끗 보았다.

천재.

소림이 심혈을 기울여 육성한 인재.

그토록 대단해 보이던 자가 지금은 너무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무인에게 있어서 저보다 더 큰 굴욕이 있겠는가?

백천이 고개를 내젓고는 청명을 바라보았다.

"악귀 같은 놈."

"또 왜?"

"……아니다."

말해 뭣하겠는가?

그때 현종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돌아가자꾸나."

"이렇게 말입니까?"

현상이 당황하며 물었다. 그러자 현종이 어깨를 으쓱한다.

"본래대로라면 시상도 했어야 할 것이고, 이리저리 일이 많았겠지만……."

그는 말끝을 흐리며 슬쩍 주변을 향해 턱짓했다.

"뭘 할 상황이 아니구나."

"……그도 그렇습니다."

"그럼 가야지. 더 있어서 뭣하겠느냐? 돌아가자꾸나."

"예, 장문인."

현종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청명의 뒷덜미를 살짝 움켜쥔다.

"엥?"

"이리 오거라, 청명아."

"……예?"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앞에서 걷거라."

"에이."

청명은 냉큼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문파의 선두에는 장문인이 서셔야죠. 뒤에서 따르겠습니다."

"그럼 같이 서자꾸나."

"……네?"

현종이 그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너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다. 아니, 그래야 한다."

청명은 적잖이 당황했다. 장문인의 옆에 서는 건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움찔하여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살짝 발을 빼려는 순간 등에 무언가 와 닿았다.

"응?"

뒤를 돌아보니 백천 일행이 손을 뻗어 그가 물러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나가."

"앞에 서."

"못 물러나."

"……."

아니 이것들이?

눈으로 제압해 보려 했지만, 그들은 더더욱 단호한 눈으로 그를 몰아붙였다. 쉬이 물러서진 않을 게 분명했다.

결국 청명은 깊은 한숨과 함께 앞으로 나가 현종의 옆에 섰다. 그러자 장로들이 그 뒤에 서고 남은 화산의 제자들이 도열했다.

"가자꾸나."

현종이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그를 따라 화산의 제자들이 함께 걷기 시작했다.

비무장에서 빠져나가는 길의 좌우로 군중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우고 있다.

들어올 때, 화산은 저들의 환호를 받았다.

하나 지금은 뭔가 괴이한 것이라도 본 양, 다들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화산 제자들은 모두 자신도 모르게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저 면면들을, 반응을 보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조금 들뜰 정도였다.

그렇게 힘 있는 발걸음을 계속하여 옮기던 그때였다.

"멈추시오!"

화산 제자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쿨럭!"

"방장!"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놓거라!"

하늘이라도 무너진 양 주저앉았던 소림의 방장 법정이 이쪽을 향해 노기 띤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평소의 그 평온한 모습이 아니다.

창백한 안색, 그리고 붉게 젖어 있는 수염과 앞섶은 그가 얼마나 격노했었는지를 말해 주고 있었다.

"이대로 간단 말이오?"

"……."

현종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그럼 달리 뭐 할 것이 있겠습니까, 방장."

"어찌……. 어찌!"

법정이 입술을 파르르 떨며 노호했다.

"지금 그대들이 무엇을 하는지는 알고 있는 게요? 이건 소림뿐 아니라 천하를 무시하는 처사요!"

"……."

"화산의 오만함이 하늘에 닿았구려! 이런 행위가 감히 용납될 것이라고 생각하시오?"

현종은 슬쩍 시선을 돌려 청명을 보았다. 그러자 청명이 기다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왜 저희가 용납을 받아야 하죠?"

"……뭐라고?"

법정을 보는 그의 눈은 심드렁하기 그지없었다.

"착각하는 모양인데, 그건 용납을 받고 어쩌고 할 일이 아니에요. 오만한 건 우리가 아니라 소림이죠. 이런 일 하나조차 소림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요?"

"이……."

말을 잇지 못하는 노승을 향해 청명은 씨익 웃으며 손을 살래살래 저었다.

"보중하세요. 거 갑자기 피도 토하시는 걸 보니 건강도 안 좋아 보이시던데, 남한테 지적을 하기 전에 건강부터 챙기는 게 우선 같네요. 화산에 가면 남는 산삼 쪼가리라도 보내 드릴게요."

"이, 이 상종 못 할! 쿨럭!"

법정이 다시금 피를 토하며 몸을 웅크렸다.

"방장!"

"뭐 하느냐! 어서 방장을 의약당으로 뫼셔라!"

얼마나 울화가 극심하면 내상까지 입는단 말인가.

청명은 고개를 내저었다.

"무인으로서는 몰라도, 중으로는 정말 실격인 사람이네요."

그 말에 백천이 아주 나지막하게 말했다.

"……네 주둥아리가 과한 것이란 생각은 해 보지 않았느냐?"

"전혀요?"

"……그래."

백천이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종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걸로 소림과는 진정으로 틀어질 수밖에 없겠구나.'

우려가 안 된다고 하면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현종은 오히려 가슴을 폈다.

바른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현실을 보라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화산의 장문인이다.'

어른이 해야 할 것은 아이들이 바른 길을 걸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현실의 칼이 화산을 찌른다면 그가, 그리고 화산의 장로들이 그 칼을 맞을 것이다.

이 아이들이 올곧게 자라 언젠가는 화산의 거목이 될 때까지 말이다.

"가자꾸나."

"예, 장문인!"

모두의 어깨와 등허리가 곧게 펴졌다. 옮기는 걸음마다 힘과 자부심이 넘쳐난다.

모두가 안다.

이럴 때는 당당한 뒷모습을 남겨야 한다는 것을.

한 점의 미련도 없이 비무장을 벗어나는 그들의 모습에 관중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짝. 짝짝짝. 짝짝짝짝짝!

누군가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하나둘씩 손을 들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박수는 이내 소림을 모두 뒤덮어 버릴 정도로 커다란 소리로 화했다.

이때까지의 환호와는 달랐다.

응원이 아닌 '인정'이 담겨 있는 박수였다.

그 소리에도 화산의 제자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절로 올라가는 어깨.

꽉 쥐여지는 주먹.

상기된 얼굴.

이제 천하의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세상을 호령하던 매화검문, 화산파가 다시 강호로 돌아왔음을 말이다.

"어, 맞다! 나 판돈 챙기고 가야 하는데? 잠깐, 나 저기 갔다 오면 안 돼요?"

"……."

"장문인?"

"……에라, 이 망둥이 같은 놈아!"

조금…….

조금 묘한 모습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말이다.

매화검문(梅花劍門). 화산파(華山派).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 온 명문 화산파가 천하에 그 귀환을 선포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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