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화. 그 거지 새끼 지금 어디에 있어? (5)
현종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쩌억 벌리고 비무대를 바라보았다.
"어……."
저거?
머리가 제대로 돌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 만들어지려고는 하는데 뭔가 명확하게 나오지를 않는다.
복잡하게 뒤엉킨 머리를 풀어 준 것은 그의 옆에 앉아 있던 당군악이었다.
"방장. 혹시 아라한신권(阿羅漢神拳)입니까?"
당군악의 질문에 법정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당가주의 식견이 생각 이상이시구려. 그렇습니다."
당군악은 경악한 듯 침음했다.
"칠십이종절예(七十二種絶藝)."
이전에도 혜연은 칠십이종절예 중 하나인 백보신권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평생에 걸쳐 하나 익히기도 힘들다는 칠십이종절예를 혜연은 벌써 두 가지나 사용한 것이다.
경악한 것은 당군악만이 아니었다.
"아라한신권이라니."
다른 장문인들도 부릅뜬 눈으로 혜연을 바라보았다.
저 나이에 칠십이종절예를 둘이나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단순히 재능 어쩌고 할 영역이 아니다.
소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천하제일문파.
천하각지에서 재능을 타고난 이들이 소림의 제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산문을 두드린다.
그 천하에서 몰려든 천재들도 칠십이종절예 중 한 가지를 익히기 위해선 평생을 바쳐야 한다. 그만큼이나 난해하고도 깊은 무학이 칠십이종절예였다.
한데 저 나이에 그걸 두 가지나? 이건 말도 안 된다.
무당의 장문인 허도진인이 안색을 굳히며 법정에게 물었다.
"방장.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혜연이 익힌 칠십이종절예가 몇 가지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법정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실례랄 것도 없지요. 아마 지금은 열두 가지 정도일 것입니다."
"……."
단상 위에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천하를 이끌어 가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장문인들조차 법정의 발언에 모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열두 가지?'
'세상에…….'
그 오싹한 분위기 속에서 허도진인은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 빌어먹을 화상 같으니.'
소림의 방장쯤 되는 인간이라면 뱃속에 구렁이 정도는 들어 있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자의 뱃속에는 구렁이가 아니라 이무기가 들어 있는 게 분명했다.
열두 가지라니.
소림제일인으로 불리던 이도 칠십이종절예 중 채 열다섯 가지를 익히지 못했다고 들었다.
물론 그 숙련도와 경지에서의 차이는 있겠으나, 애초에 칠십이종절예는 천하에서 가장 난해한 무공.
저 나이에 수박 겉핥기로나마 열두 가지를 이해하고 익힌다는 건 인간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괴물.
저건 천재라기보다는 괴물에 가깝다.
'절대 패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구나.'
허도진인이 지금까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법정이 화산을 지나치게 방치한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이 천하비무대회는 소림을 위해 준비된 것이 분명하다. 소림의 생각에 다른 문파들은 그저 소림을 빛내 주기 위한 곁다리쯤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대회가 열리자 소림이 받았어야 할 선망의 시선은 화산이 모조리 독차지해 버렸다.
그럼에도 법정은 딱히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 상황을 방조했다. 그 느긋함이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싶었는데…….
'이런 생각이었군.'
그리고 그 의도를 알아챈 것은 허도진인만이 아니었다.
당군악이 가라앉은 눈으로 법정을 바라보았다.
'화산이 한창 기세를 올렸을 때, 그걸 무너뜨리고 그 명성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건가?'
대회의 결과가 뻔하디뻔한 소림의 승리로 끝나서는 불이 붙지 않는다.
청명이 결승에 올라 만인의 기대를 모을 때, 저 혜연이 청명을 쓰러뜨린다면?
사람들은 소림의 강함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낄 것이고, 천하를 이끌어 갈 자격은 역시 소림에게 있음을 다시금 인정하게 될 것이다.
영웅의 등장에는 적절한 악역이 필요한 법이니까.
법정은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내걸고 있었다.
저 웃음 뒤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를 생각한 당군악은 일순 소름이 죽 끼치는 걸 느꼈다.
한편 법정은 자신에게로 쏟아지는 시선을 받으며 살짝 입꼬리를 더 끌어 올렸다.
'등골이 섬뜩하겠지.'
아마 그럴 것이다.
그도 혜연의 재능을 이해했을 때 똑같은 느낌을 받았으니까.
세상에는 기재라 불리는 이들이 수도 없이 많고, 천재라 불리는 이들도 수없이 많겠지만, 그들 중 진정으로 하늘이 재능을 내려 주었다고 칭할 이는 오직 혜연밖에 없을 것이었다.
진정한 천재란 평범한 범인의 이해를 뛰어넘는 존재.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한발 앞서 나가고, 해석했다 생각하면 더욱 복잡해지는 존재다.
법정은 혜연이야말로 그 '천재'의 범주에 걸맞은 인간이라 생각했다. 저 혜연이라면 천년소림의 새로운 중흥기를 가져오기에 부족함이 없을 터였다.
다만 한 가지.
법정은 살짝 아쉬운 눈으로 혜연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기에 혜연은 너무 완벽한 불자였다.
타인을 상처 입힐 줄 모르고, 다른 이를 억압하려 들지도 않는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소심한 성향은 아무리 무공을 익히고, 아무리 강해져도 도무지 달라질 줄을 몰랐다.
그렇기에 법정은 이 대회에서 한 가지를 더 노리고 있었다.
'저 아이가 호승심만 갖출 수 있다면 소림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혜연을 주시하는 법정의 눈에 묵직한 기운이 내리깔렸다.
조걸은 박살이 나 버린 전각과 혜연을 천천히 번갈아 보았다.
혜연은 자신이 전각을 무너뜨렸다는 사실에 당황했는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얼굴뿐 아니라 정수리까지 붉게 달아오른 혜연을 보고 있자니 뭔가 큰 서글픔이 밀려왔다.
'순진한 얼굴로 그런 권격 내뿜지 말라고, 이 새끼야!'
이건 청명과는 다른 의미로 기분 나쁘다.
실실 웃으면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검을 뿌려 대는 청명이나, 당황한 얼굴로 전각을 날려 버릴 권격을 내뿜는 혜연이나 둘 다 인간 같지 않은 것은 동일했다.
하지만 그 느낌은 명백하게 달랐다.
조걸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화산의 제자들이 그를 보며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죽겠지?"
"죽어야지."
"에이. 저건 못 살아 오지."
"윤종아. 어서 향 피워라!"
조걸이 눈을 질끈 감았다.
'저 망할 인간들.'
사제가 위기에 처했는데 걱정은 못 할망정 거의 축제를 벌일 분위기다. 이걸 어찌 도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낄낄낄낄낄."
웃고 있는 사형제들 사이에서 유난히 더 기쁜 듯 보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윤종 사형…….'
그 웃음을 마주한 순간 조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권하느니 죽는 게 낫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면 반만 놀릴 것을…….
화산의 제자가 창피하게 기권이나 하냐고 며칠 동안 놀려 댔으니 여기서 기권을 한다면 조걸은 그야말로 지옥을 보게 될 것이 분명했다.
"앓느니 죽어야지. 빌어먹을."
퇴로가 사라진 조걸은 결국 검을 들고 다시 혜연을 겨누었다.
"아, 아미타불. 시주, 괜찮으신지?"
"……."
자신에게 검이 겨눠졌음에도 혜연은 긴장하기는커녕 되레 조걸을 걱정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방장께서 이번부터는 최선을 다해도 된다고 하셔서 힘 조절이 조금……."
그 소심한 중얼거림에 조걸의 고개가 삐딱하게 꺾였다.
"이번부터는?"
혜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화, 화산의 제자 분들은 하나하나가 결코 얕볼 수 없는 분들이니 바, 방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걸이 흐뭇하게 웃었다.
'저 양반이 날 진짜로 죽이려고 하나?'
이놈이 방심도 안 하고 후드려 까면 맞아 죽는 결과밖에 더 남겠는가?
하지만 또 은근히 기분이 좋기도 했다.
다시 말하자면 저 소림의 방장이 화산을 위험한 상대로 인정했다는 뜻이니까.
조걸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
이길 자신이 있냐고?
글쎄.
하지만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싸우지 않고 물러날 수는 없다.
하다못해 이놈이 얼마나 강한지라도 밝혀내야 한다.
조걸의 눈이 다시 침착함을 되찾기 시작하자 혜연도 상기되었던 낯빛을 서서히 가라앉혔다.
이윽고 그는 한 손을 자연스레 아래로 늘어뜨리더니 다른 한 손은 가슴 앞에 반듯이 세웠다.
반장(半掌).
불가에서는 양손을 모아 예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지만, 소림만은 한 손으로 예를 표한다. 불법을 얻기 위해 스스로 한 팔을 잘라 내었다는 소림의 이조(二祖) 혜가를 기리기 위함이다.
하나 지금 혜연이 취한 이 반장은 예를 표하기 위함이 아니다.
소림 모든 무학의 기본이 되는 나한권(羅漢拳)의 기수식이 바로 이 반장에서 시작한다.
조걸이 그 모습을 보며 눈을 빛냈다.
'세상을 떨게 할 만한 위력의 무학을 지녔음에도 기본에서 시작한다라.'
보면 볼수록 청명과 닮았다.
청명 역시 모든 화산 무학의 기본은 육합(六合)이라 입이 닳도록 강조하지 않았던가?
조걸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혜연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선수필승!'
사실 그의 검은 화산에서도 조금 이질적이다.
다른 이들은 자신만의 매화를 피우기 위해서 애를 쓰지만, 조걸에게는 천성적으로 그런 검술이 맞지 않았다.
쾌(快), 그리고 강(强).
빠르고 강하게 상대를 노려 가는 실전적인 검술.
아무리 애를 써도 돌고 돌아 다시 여기다!
쇄애애액!
조걸의 검이 빛살처럼 혜연의 목을 노리며 파고들었다.
하지만 반개한 혜연의 눈은 그 어마어마한 속도의 검을 보고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활짝 펴진 그의 손이 간결하게 움직인다 싶더니, 이내 날아드는 조걸의 검면(劍面)을 가볍게 강타한다.
따아아아앙!
종을 치는 듯한 맑은 소리와 함께 조걸의 검이 진동하며 튕겨 났다.
"큭!"
조걸은 살짝 물러서며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뭐야, 이거?'
그저 손으로 가볍게 검을 후려쳤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손목에는 만근거암(萬斤巨巖)으로 내려찍은 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손목뿐 아니라 팔뚝, 그리고 어깨까지 모조리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간신히 경악을 추스른 조걸은 뒤로 물러난 채 태세를 정비하려 했다.
하지만 혜연은 그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쿵!
혜연의 발이 진각을 밟았다.
산뜻하고도 육중하게!
검을 튕겨 만들어 낸 틈으로 가볍게 파고든 혜연은 반사적으로 휘둘러지는 조걸의 검을 팔꿈치로 가볍게 튕겨 냈다. 그리고 회전하듯 몸을 뒤틀어 조걸의 가슴에 어깨를 박아 넣었다.
쿠우우우우우웅!
커다란 성문에 충차가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조걸의 몸은 아이가 던진 조약돌처럼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걸아!"
"이런, 미친!"
화산의 제자들이 기겁을 하여 소리를 내질렀다.
반사적으로 몸을 날리려는 백천의 어깨를 누군가가 꾹 내리눌렀다.
"청명?"
"기다려 봐."
청명이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저 양반이 실력은 몰라도 근성으로는 안 져."
"……."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허공을 가르던 조걸이 몸을 빙글 뒤집었다. 그리고 활강하는 비조처럼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터억!
아슬아슬하게 비무대에 착지한 조걸의 입에서 피가 울컥 게워져 나왔다. 두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서 있었다.
'뭐야, 저놈.'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니다.
압도적인 내력과 무시무시한 힘 앞에 휩쓸린 거라면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조걸은 기본적인 초식의 정교함에 압도당했다.
이건 숫제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부정당하는 느낌이 아닌가?
"퉤!"
조걸은 바닥에 피가래를 뱉었다.
"이래서 천재라는 것들은."
이를 갈아붙인 그가 살기를 내뿜었다.
단 일 초식의 경합만으로 상대와의 실력차는 확실히 알았다. 웬만한 무인이었다면 이 경합만으로도 의욕을 잃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벽을 보았을 테니까.
하지만 조걸은 되레 기세를 끌어 올렸다.
"너 엄청 센 건 알겠다. 그런데……."
그러더니 이를 악물고 혜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그런 놈이랑 싸우는 게 익숙한 사람이거든!"
파아아앙!
검 끝에서 채찍을 휘두르는 듯한 소리가 난다. 검이 공기를 찢으며 만들어 내는 파공음이었다.
살벌한 검기를 품은 검이 혜연을 향해 날아들었다.
쿵!
권기를 품은 혜연의 주먹이 어김없이 검을 튕겨 냈다.
하지만 조걸은 그가 검을 밀어 낸 힘을 역이용하여 몸을 빙글 회전시키며 다시 검을 휘둘렀다.
쇄애애액!
순식간에 열다섯으로 불어난 조걸의 검이 혜연의 전신을 난자할 듯 쇄도했다.
기괴망측!
머리를 노리던 검은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어 어깨를 노리고, 허리를 노리던 검은 빙글 꺾이며 배를 찔러 들어간다.
하나하나가 상대에게 반드시 치명상을 입히겠다는 살기로 가득한 검이었다. 정파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사파의 것에 가까운.
천하 모든 정공 중 가장 요사스럽고 가장 실전적이라 평가받는 화산의 검. 화산의 제자 중에서도 그 특성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 주는 이가 바로 조걸이었다.
그러나.
쿵!
혜연은 그 폭풍 같은 검격을 보고도 되레 앞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그의 우수가 새하얗게 물든다 싶더니 이내 연이어 뻗어지기 시작했다.
하나 위에 또 하나. 그 위에 또 하나.
눈 깜짝할 새에 수십 개. 아니, 수백 개의 장영이 벽을 만들어 냈다.
"천불수(千佛手)……."
청명의 입에서 신음 같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카앙! 카아아앙! 카앙!
조걸의 검은 새하얀 장영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장막에 모조리 막히고 말았다.
조걸의 눈에 경악이 피어났다.
'뭐, 이런……?'
그 순간.
쾅!
순간, 장영 속에서 긴 다리가 쭉 뻗어 나오더니 조걸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큭!"
황급히 검을 아래로 내려 막아 내기는 했지만, 그 힘을 모두 감당하는 건 무리였다.
조걸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던 그는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낀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소림의 기본자세.
양다리를 넓게 벌리고 허리를 곧게 편 혜연이 한 손을 옆구리에 붙이고, 다른 한 손을 가슴 앞에 모아 반장을 취하고 있었다.
"타아아아앗!"
곧이어 허리에 있던 손이 벼락같이 뻗어져 허공에 일권을 내질렀다.
작렬하는 금광(金光).
웅혼한 서기가 일시에 조걸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비, 빌어먹…….'
콰아아아아아아아아!
혜연의 손에서 재현된 소림의 신권(神拳), 백보신권(百步神拳)의 권력이 미처 자세를 잡지 못한 조걸의 몸을 휩쓸어 버렸다.
파도처럼 쏟아지는 권격에 휘말린 조걸의 몸이 허공으로 쓸려 나갔다.
"아악!"
"저!"
모두가 경악하는 그 순간.
휘이이이익!
누군가 허공으로 솟아오르더니 날아가는 조걸의 몸을 낚아채 바닥으로 내려섰다.
타악.
의식을 잃은 조걸을 안아 든 이.
청명이 가만히 품 안의 사형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비무대 위에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혜연을 노려보았다.
"……."
그의 차가운 눈을 마주한 혜연은 어색한 얼굴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청명의 시선은 흔들림 없이 그에게 머물러 있었다.
이윽고 청명이 시선을 움직였을 때, 단상 위 소림의 방장 법정이 미소를 짓는 모습이 보였다.
"……웃어?"
청명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래. 곧 죽어도 소림이다 이거지?"
걱정하지 마.
그 잘난 대가리 내가 곧 부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