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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311화 (311/1,567)

311화. 그 거지 새끼 지금 어디에 있어? (1)

백천이 피식 웃었다.

초삼(草三)이라니.

정말 거지스러운 이름이 아닌가?

아마도 같은 거지 일행을 찾는 모양…….

응?

근데 저 사람이 왜 이쪽으로 오지?

아직 얼굴에 어린 티가 남아 있는 거지가 화산의 제자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러더니 반색하는 얼굴로 말했다.

"초삼! 초삼이 맞지?"

"……응?"

여기에 대고 말하는 건가?

지금 누구한테…….

응?

청명?

그의 시선이 청명에게로 향해 있다는 것을 본 화산의 제자들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어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탁!

술을 나발 불던 청명이 술병을 내려놓고는 어린 거지를 올려다보았다.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뭔 소리야. 너 누군데?"

"나 모르겠어? 나 구칠(口七)이야! 예전에 같이 있었잖아!"

"응? 구칠?"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 같은데?

구칠이면…….

"어?"

청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흔들리는 눈으로 구칠을 보며 손가락질했다.

"너…… 너! 그때 그 거지!"

구칠.

청명이 이 몸으로 처음 깨어났을 때, 거지 굴에 있던 그 어린 거지다.

새로운 몸을 얻어 백 년 뒤로 와 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혼란을 겪던 청명에게 나름 도움을 준 이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이 몸의 주인과는 원래부터 꽤 친한 사이였던 것 같았지.

"초삼이 맞구나!"

구칠이 환하게 웃었다.

"이게 얼마 만이야! 너 화산으로 간다고 하더니 정말 화산의 제자가 되었구나?"

"그렇게 됐지."

돌아가던 상황을 파악하던 백천의 얼굴이 살짝 멍해졌다.

'진짜 거지 출신이었나.'

종종 제 입으로 그런 말을 했지만, 한 번도 믿지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게, 청명과 거지라니 이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란 말인가?

청명이 부티가 나서 거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리가 아니다.

얌전히 구걸을 해서 먹고살았다는 걸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놈이 어디 그럴 놈인가? 전직이 도둑이나 강도, 사기꾼이라고 했다면 일말의 의심도 없이 믿었겠지.

여하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이름이…….

"……초삼?"

"……."

"네 이름이 초삼이었어?"

화산의 제자들이 입을 틀어막고 몸을 떨었다.

초삼이라니.

이 얼마나 거지스러운 이름인가?

거의 경련하듯 몸을 떨던 백천은 청명의 떨떠름한 얼굴을 보고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하! 초삼이래!"

"……."

"우리 청명이 이름이 초삼이었구나! 초삼!"

"동룡이는 조용히 해."

"진동룡이 초삼보다는 낫지!"

"초삼이 낫거든?"

"그래, 그래. 초삼아."

"에라!"

청명이 탁자 위로 발을 뻗어 걷어찼지만, 백천은 슬쩍 고개를 틀어 피해 버렸다.

"세상에. 청명의 발차기는 날카로웠는데, 초삼의 발차기는 영 매가리가 없는걸?"

"으으. 내가 진동룡이한테 이름으로 놀림받는 날이 오다니……."

"초삼이면 그럴 만도 하지!"

서로를 조롱하고 비난해 대는 두 사람을 보며 남은 화산의 제자들이 빙그레 웃었다.

'그게 그거 같은데.'

'우열을 가리기 어렵도다.'

청명은 비척이며 구칠의 앞으로 나섰다. 그래도 나름 옛 인연인데 이렇게 대충 맞을 수는 없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왔어?"

"비무대회 구경하러 왔어."

"네가?"

청명의 물음에 구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이제 이결개(二結丐)거든."

"오?"

청명이 슬쩍 고개를 내려 구칠의 허리춤에 묶인 매듭을 바라보았다. 과연 두 개의 매듭이 눈에 띈다.

"개방에 입문했구나?"

"……너 진짜 좀 이상해. 원래 입문은 해 있었어. 그때는 무결개였던 거고."

"……아. 그렇지."

알 게 뭐냐. 그 전 기억이 없는데.

"뭐, 아무튼 잘 왔어. 그런데 개방에서 비무도 보여 주네."

"운이 좋았지."

청명이 미묘한 미소를 입에 담았다.

운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일이 아니다.

중원 천하에 널려 있는 거지들 중 이곳에 올 수 있는 거지는 개방에서 나름의 자질을 인정받고 시간을 들여 키울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이들 뿐일 테니까.

당시에는 워낙 경황이 없어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 녀석도 나름 개방에서는 인정받는 인재라는 의미다.

"그래. 잘 왔어."

"그런데 너 정말 용케도 섬서까지 갔구나. 나는 네가 그냥 도망간 줄 알았는데."

"……도망은 무슨 도망이야."

"어린애가 혼자 섬서까지 가는 건 쉽지 않으니까. 그때 네가 없어졌다고 왕초가 얼마나 난리를 쳤었는지. 어휴."

"그래. 그랬……. 잠깐만."

"응?"

"왕초?"

"응, 왕초."

"그러니까 그…… 그래. 그때 그 왕초?"

"응, 왕초."

청명의 얼굴이 미묘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왕초. 그래, 왕초…….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응."

"그 왕초 놈도 여기에 왔어?"

"응. 같이 왔지."

청명이 고개를 살짝 들어 구칠과 함께 온 이들의 면면을 확인했다.

없다.

여기에는 그 얼굴이 없다.

미미하게 경련하던 청명의 입꼬리가 쭈욱 말려 올라갔다.

"구칠아."

"응?"

"……어디 있냐?"

"뭐가?"

지하에서 흘러나온 듯 음산한 목소리가 청명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그 거지 새끼 지금 어디에 있어?"

* * *

종팔의 어깨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강호인들이 잔뜩 모여 있어서인지 그를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스쳐 지나가는 강호인들의 시선이 그의 허리춤에 있는 네 개의 매듭을 훑고 지나간다.

'흐흐흐흐.'

놀랄 만도 하겠지.

그는 사결개(四結丐)치고는 무척이나 어린 편이니까.

그의 허리에 매인 네 개의 매듭은 그가 개방에서 손꼽히는 후기지수라는 것을 증명하는 표식이나 다름없다.

강호인들이라면 이 매듭의 의미를 알아보겠지만, 평범한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그렇기에 이 매듭은 강호인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는 이 등봉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사결개로군."

"아직 어린 것 같은데. 벌써 사결개라니."

뒤에서 들려오는 말에 종팔의 몸이 뒤로 살짝 더 젖혀진다.

'탄탄대로로다.'

자질을 인정받아 얼마 전 사결개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더 고무적인 것은, 그를 이곳으로 부른 이가 다름 아닌 전(前) 낙양분타주인 홍대광이라는 점이다.

'방주 후보 중 가장 앞서가는 분이 나를 직접 불렀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겠지.'

어디 방주 자리가 인품이나 실력으로만 얻어지던가?

개방의 방주는 강호에 득실거리는 거지들을 모두 통솔하는 자리다. 구파일방 중 개방 이상의 평가를 받는 문파야 많지만, 그 영향력으로만 따진다면 소림의 방장 자리와 필적하는 것이 바로 개방의 방주 자리다.

때문에 개방의 방주가 될 사람은 자신만의 세력을 확고하게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홍대광이 그를 불러들였다는 것은, 이제 슬슬 자신의 사람을 선별하기 시작했다는 뜻.

'그리고 내가 간택되었다는 뜻이지.'

종팔의 입이 헤 벌어졌다.

훗날 홍대광이 방주가 된다면 당연히 그에게도 큰 자리가 떨어질 것이다.

'아니. 아니지.'

홍대광과 그의 배분 차이를 고려한다면, 단순히 거기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홍대광 다음 방주는…….

"헤헤헤헤헷!"

종팔이 좋아 죽겠다는 듯이 소리 내어 웃어 젖혔다.

지금이야 그냥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그가 하기에 따라서는 망상에 지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개방의 방주를 상징하는 옥색 타구봉(打狗棒)을 들고 거지들을 호령하는 자신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종팔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홍대광 분타주와 완벽한 관계를 맺어 둘 필요가 있어.'

최근 홍대광이 낙양분타주 자리를 버리고 사람이 얼마 있지도 않은 화음으로 자리를 옮겼다 했다.

몇몇 입 가벼운 이들은 홍대광이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되었다고 입을 놀려 댔지만, 종팔의 생각은 달랐다.

홍대광은 상부의 지시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화음에 갔다. 그 말은 그가 확실히 노리는 바가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섬서지부장 자리를 노리는 것일 수도 있지.'

일개 도시가 아니라 한 성을 총괄하는 자리.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만 있다면 방주 자리에 한층 더 다가가는 것이리라.

"그럼 일단 나는 분타주 한자리 정도는 먹겠지. 흐히히힛!"

기분이 한껏 고조된 종팔은 휘적휘적 앞으로 향했다.

"그런데 해월루가 어디지?"

분명 해월루로 간다고 했었는데?

고개를 쭉 빼고 두리번거리던 그는 인상을 쓰고는 지나가던 사람 하나를 잡았다.

"저기, 잠시만……."

"아! 돈 없어!"

"……그게 아니고, 여기 해월루가 어딥니까?"

"음? 해월루라면 저기 모퉁이 안쪽에 있소."

"감사합니다!"

히죽 웃은 종팔은 남자가 말해 준 쪽으로 휘적휘적 걸음을 옮겼다.

"내가 대회에 참가만 할 수 있었어도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었을 텐데."

쯧.

노개(老丐)들도 생각이 없다니까. 왜 그를 대표로 내보내지 않았을까? 소림으로 오라기에 당연히 참가할 줄 알았더니.

아무튼 상관없다.

이런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일단 확실한 자리를 차지하는 게 중요하니까.

허공에 뜬 기분으로 모퉁이를 돈 종팔은 다시 멈춰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니까 해월루가…….'

아, 저기!

응?

그런데…… 저거 뭐지?

종팔이 고개를 갸웃했다.

주루 앞에 사람들이 무리지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쪽은 그와 함께 소림으로 온 호북성의 거지들이고.

다른 한쪽은?

종팔이 눈을 가늘게 떴다.

'검은 무복. 가슴에 새겨진 매화 문양.'

화산?

순간 종팔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개방은 정보를 다루는 단체. 그러니 개방의 소속으로 살아가는 이는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소림에 도착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종팔은 이미 화산파가 천하비무대회를 석권하고 있다는 소식을 줄줄 꿰고 있었다.

그런데 그 화산이 왜 개방도들과 같이 있지?

'시비가 붙은 건 아닌 것 같고.'

분위기가 확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딱히 다투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는 건, 지금 그의 일행들이 화산의 제자들과 안면을 텄다는 뜻인데?

"흐흐흐흐. 일이 잘 풀리려면 이렇게도 풀리는구나."

강호는 정보와 인맥!

중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첫째요, 잘나가는 이들과 좋은 인연을 맺어 두는 것이 둘째다.

특히나 화산이라면 지금 전 강호가 주목하는 이들이 아닌가? 그런 이들과 인연을 맺어 두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이득이다!

종팔이 손을 싹싹 비비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구칠!"

"와, 왕초?"

그를 발견한 구칠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종팔은 그런 구칠의 기색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하하핫! 내가 없는 사이에 뭔가 좋은 인연이 맺어진 모양이구나. 내게도 화산의 영웅들을 소개시켜 주지 않겠느냐?"

"아, 아니, 왕초. 그게……."

당황한 구칠은 머뭇거리며 뭔가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입을 닫아 버렸다.

대체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사이 종팔은 눈치 없이 휘적휘적 걸어와 화산의 제자들에게 포권을 했다.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저는 개방의 사결개인 종팔입니다. 부끄럽지만 강호의 친구들은 저를 소화개(小火丐)라 부릅니다."

그러자 가장 앞에 서 있던 백천이 더없이 안쓰러운 눈으로 종팔을 바라보았다.

"작은 불이라……. 확실히 산불도 작은 불에서 시작하는 법이지."

"……그리고 자기 몸도 태우는 법이죠."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그러셨습니까……."

영문을 모를 반응에 종팔이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예?"

"차라리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게 낫지."

"나 같으면 접시 물에 코 박았다."

"불쌍해."

종팔의 고개가 옆으로 더 꺾인다.

'무슨 말이지?'

그는 도무지 이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상황을 봐서는 그를 보고 하는 말인데.

대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다는 말인가? 불쌍하다는 말은 또 뭐고?

종팔이 막 입을 열어 다시 물으려는 순간이었다.

스르륵.

어디선가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났다.

종팔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일행과 떨어져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던 화산 제자 하나가 천천히 그 몸을 일으켰다.

'누구?'

대충 위로 묶은 치렁치렁한 장발.

그리고 검은 무복.

나름 잘생긴 얼굴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뭔가 비틀린 듯한 짙은 미소였다.

정파의 제자가 지을 미소라기보다는 뒷골목의 왈패가 지을 만한 미소 같은데, 저거…….

"여어, 종팔이."

느리게 일어난 그가 종팔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종팔은 저도 모르게 살짝 말을 더듬고 말았다.

"저, 저를 아십니까?"

"알지. 잘 알지."

"……저는 뵌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뉘신지?"

"화산의 청명."

"아. 청명 도……. 청명?"

종팔이 움찔하여 사내를 새삼 다시 바라보았다.

'그럼 이자가?'

청명이라면 지금 천하에 그 이름을 떨치고 있는 화산신룡의 이름이 아니던가?

그럼 지금 눈앞에 있는 이이가 천하제일후기지수로 불리는 그 청명이란 말인가?

'확실히 용모는 들은 것과 일치한다.'

그런데 그 화산신룡이 이쪽을 안다고?

"저, 제가 그쪽을 뵌 적이 있었습니까?"

"있지. 그냥 보기만 했겠어?"

청명이 입꼬리를 쭈욱 말아 올렸다.

"같이 지내기도 했잖아. 왜 모른 척하고 그래. 서운하게."

"……네?"

청명이 환하게 웃었다. 정말로, 더할 나위 없이 환하게.

"아, 청명이라고 하면 잘 모르려나. 내 원래 이름이, 그러니까……."

"초삼."

굳이 옆에서 또박또박 이름을 대신 말해 주는 백천의 목소리에 청명이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그래. 초삼이라고 하면 알려나?"

종팔이 고개를 갸웃한다.

초삼?

초삼…….

"어? 초삼?"

종팔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고 보니 그의 움막에 있었던 어린 거지의 모습이 아직 저 외모에 남아 있었다.

"초삼? 네가 초삼이라고?"

"이제야 기억이 난 모양이군."

"하하하하! 세상에! 천하에 이름 떨치는 화산신룡이 초삼이라니! 그래, 너였구나! 이야! 정말 반갑다."

"아. 반가워?"

"당연히 반갑지! 그래, 그동안 어떻게……."

"반가워?"

"……."

청명의 고개가 삐딱하게 꺾이자 신나게 떠들던 종팔이 문득 입을 꾹 다물었다.

응?

분위기가 왜 이렇지?

"그렇지. 반갑지. 반갑겠지. 그런데 나만큼 반갑지는 않을 거야. 왕초."

청명이 환히 웃으며 양팔을 벌리고 종팔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종팔도 엉겁결에 양팔을 벌리고 그런 청명을 맞이했다.

"그, 그래 정말 반갑……."

"만나고 싶었다! 이 거지 새끼야!"

순간, 그 자리에서 도약한 청명이 비어 있는 종팔의 정수리를 뒤꿈치로 내리찍어 버렸다.

쿠우우우우웅!

마치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떨어진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종팔이 그 자리에 나무토막처럼 쓰러졌다.

풀썩.

움찔. 움찔.

바닥에 널브러진 종팔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도무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에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아, 아니 왜! 왜?"

억울한 기운이 가득한 그의 절규에 청명이 빙그레 웃으며 팔을 걷어붙였다.

"이유는 나중에 말하고."

눈이 새파란 빛으로 희번덕대기 시작했다.

"일단 맞고 시작하자."

청명이 미친개처럼 종팔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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