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화. 끝은 또 다른 시작이지. (3)
가열한 기세로 매화의 숲에 달려든 종서한은 이내 자신을 완전히 덮쳐 버릴 것만 같은 아득한 검기의 향연에 이를 악물었다.
숫제 눈앞이 모두 매화로 뒤덮인 것 같다.
"으아아아앗!"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넘실거리는 매화는 그저 그의 검풍에 스르륵 밀려 났다가 다시 밀려오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아무리 악을 써도 밀쳐 낼 수가 없다.
있을 수 없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종서한은 분노로 거의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종화지회.
그 끔찍한 기억이 종서한의 뇌리에 되살아났다.
저 빌어먹을 화산신룡 놈 때문에 단 한 번도 상대로 여겨 본 적이 없었던 화산에 처절하게 패배했던 바로 그 순간이 말이다.
그날 이후 종남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항상 여유가 넘쳤던 사형제들의 말수가 줄어들었고, 다들 신경질적으로 변해 갔다.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지독한 패배감이 그들을 짓누른 것이다.
그럴수록 종서한은 더더욱 검에 매달렸다.
검으로 당한 굴욕은 오로지 검으로만 갚을 수 있을 테니까.
미친 듯이 검에 매달려 수련을 하다 보면 이 굴욕을 갚을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이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단 한 번이라도 수련을 등한시했다면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종화지회 이후로 화산을 무시하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던 거라면, 그래서 방심했던 거라면 자신을 탓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말 그대로 침식을 잊어 가며 수련에 매달렸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가!
'아니야!'
종서한이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은 틀리지 않았다!
종남의 검이 틀릴 리가 없다!
검이 새하얀 검기로 뒤덮였다. 그려 내는 궤적을 따라 새하얀 꽃봉오리가 줄기줄기 피어났다.
눈부신 설화가 아름답게 피어난다. 백천이 그려 낸 매화보다 훨씬 더 생동감이 넘치는!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여 깎고 또 깎아 낸 설화였다.
하나.
백천의 매화에 부딪히는 순간 여지없이 힘을 쓰지 못하고 이지러졌다.
핏발 선 종서한의 눈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째서냐?'
왜 저 매화를 당하지 못한단 말인가?
설화십이식은 종남의 장로들이 수십 년 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만들어 낸 종남 검학의 정화(精華)다.
천하삼십육검에 안주하지 않고, 대천강검법(大天剛劍法)에 만족하지 않으며 더 나은 검법을 연구하고 또 연구한 끝에 만들어 낸 결과물이란 말이다!
그런 종남의 설화십이식이 구시대의 망령이나 다름없는 화산의 검법에 패한다고?
불합리하다.
이건 너무도 불합리하다.
"빌어먹을, 이건 말도 안 돼!"
종서한의 울부짖음이 비무대를 쩌렁쩌렁 울렸다.
백천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종서한의 비명과도 같은 울부짖음이 똑똑히 들려왔다.
그 울부짖음은 과거 진금룡의 앞에서 절망하던 백천의 비명과 닮아 있었다.
불과 삼 년.
그 삼 년 사이에 종서한과 그의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이 차이가 어디에서 왔을까?
백천이 슬쩍 비무대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좌판 앞에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청명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웃지 마라, 이놈아.'
청명이 마치 표정으로 묻는 것 같았다.
그 삼 년의 시간이 얼마나 가치 있는 시간이었는지 실감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백천이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같은 시간을 들이고,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지금 백천은 그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저 종서한을 넘어 종남에게 말이다.
백천의 검이 붉은 검기를 뿜어내었다.
백천이 만들어 낸 매화가 거듭 불어나 이내 종서한의 설화를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종서한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의 주변이 붉은 꽃잎으로 가득 찬 뒤였다.
"어, 어떻게……."
종서한의 눈이 경악으로 물든다.
화산신룡 청명도 아니고, 상대로도 여기지 않았던 백천에게 이리 절망적인 벽을 느껴야 한다는 말인가?
"빌어먹을! 으아아아아아!"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두른다. 형과 식마저 잊어 광인의 발악처럼 흐트러진 검식이 날아든 매화 꽃잎으로 감싸였다.
그리고.
서걱. 서걱. 서걱.
"……."
일순 봄의 훈풍을 담고 날아든 매화 꽃잎이 그의 전신 요혈을 스쳐 베고 지나간다.
그와 동시에 비무대 가득 피어났던 화산의 매화가 환상처럼 사라졌다.
종서한은 부르르 몸을 떨다가 고개를 들어 백천을 바라보았다.
스르르릉.
검을 회수하여 검집에 꽂아 넣은 백천이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뿌리를 잃은 나무는 말라 죽는 법이지."
아무리 화려한 꽃을 피운다 해도 공허할 뿐이다.
"너희가 그걸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털썩.
종서한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싸늘한 침묵이 비무대 위에 내려앉았다.
쓰러진 그에게서 시선을 뗀 백천은 고개를 돌려 종남이 있는 곳, 정확하게는 진금룡을 바라보았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서로 다른 길을 걷는 형제가 이제는 명백한 적의를 담고 서로를 응시했다.
단순한 적의가 아니다.
검을 든 자는 결국 검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법.
백천도 진금룡도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꺾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을 뿐이다.
잠시 후, 백천은 마침내 시선을 거두고 비무대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
검은 무복에 새하얀 영웅건을 두른 절세의 검수가 천천히 내려서는 광경이 모두의 눈에 틀어박혔다.
이윽고 뜨거운 환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최고다!"
"대체 뭐였지, 방금 그건?"
"마치 꽃이 가득 핀 산을 보는 것 같았어!"
"화산! 그래, 화산이구나! 매화검문 화산이야! 화산의 검이 매화를 그린다더니 그 말이 그저 비유가 아니었구나!"
"정말 굉장하다! 진짜 굉장해!"
관중들의 환성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지금까지 화산의 문도들이 연승을 해 왔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본선에 접어들기 전까지, 화산의 검을 제대로 본 적은 없었다.
그런 와중에 백천이 천하 모든 검술 중 가장 화려하고 가장 아름답다 평해지는 매화검법을 모두 앞에서 시연해 보였다. 그러니 반응이 뜨거운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매화검수! 그래, 매화검수구나?"
"그게 뭔데?"
"과거 화산의 매화검법을 익힌 검수들을 매화검수라 불렀다는구만."
"허허. 그것 참 재미있는 이름이군."
"어떻게 저런 검법을 가지고도 쇠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그야말로 환상적인 검법이 아닌가?"
"명문은 쇠락할망정 몰락하지는 않는 법이지! 보게! 다시 저리 살아나 꽃을 피우지 않는가?"
"말 그대로 꽃을 피우는군. 허허허허!"
중인들이 흥분 가득한 눈으로 백천과 화산의 문도들을 바라보았다.
무인들이 좋아하는 것?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즐기는 것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신진고수의 출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문파의 무사가 명문의 무사를 꺾는 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과거 몰락했던 이들이 다시 분전하여 제 이름을 되찾아 가는 과정이다.
공교롭게도 화산은 무인들이 좋아하는 그 세 가지를 모두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러니 화산에 대한 호오를 접어 두고 일단은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형!"
"사숙!"
백천이 열띤 환호 속에 자리로 돌아오자 화산의 제자들이 흥분하여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들의 얼굴은 모두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종남의 제자를 압도적으로 꺾어 냈다는 것은 화산에 있어서도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 일이다.
"경거망동할 것 없다."
하지만 백천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낮게 말했다.
"좋아하는 건 진금룡을 꺾고 나서도 늦지 않다."
그런 그의 눈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진금룡을 꺾기 전에는 종남을 꺾었다고 말할 수 없다.
"축배는 그때 가서 들자꾸나."
"예, 사형!"
"물론입니다, 사숙!"
화산의 제자들이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백천을 우러러보았다.
그들의 대사형이지만, 정말 객관적으로 보아도 믿음직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백천이 종서한을 꺾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있던 일말의 의심과 불안마저 확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백천이 이대로 진금룡마저 꺾어 낸다면 두 번 다시는 화산이 종남이라는 이름에 휘둘리는 일 따위 없을 것이다.
"악연은 여기에서 끊는다. 이 대회가 끝나면 종남은 더는 화산의 이름 위에 있지 못할 것이다."
진금룡이 차가운 눈으로 환호하는 화산의 제자들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나직하게 이를 갈아붙인다.
'백천.'
진동룡이 아닌 백천.
그의 동생이었지만, 이제는 적이자 반드시 꺾어야 할 이가 된 자의 이름이다.
'마음에 안 들어.'
백천에게 저리 으스대는 양은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만만한 척하지만 내심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린다.
"사, 사형……. 종 사형이……."
진금룡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사제들이 모두 의기소침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깨 펴거라."
"사, 사형."
"화산 놈들에게 기죽은 모습을 보이지 마라. 뭐 대단한 일이 벌어졌다고 겁을 먹는 것이냐! 그러고도 너희들이 대 종남파의 제자더냐!"
싸늘한 진금룡의 일갈에 모두가 움찔했다. 그러다 이내 억지로 어깨를 펴고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서한이가 진 것은 예상 밖의 일이지만 달라질 건 없다. 결국 내가 이기면 되는 것이다."
"예, 사형!"
진금룡의 시선이 다시 백천에게로 향했다. 이 정도는 시작이라는 듯 무표정한 그 얼굴을 본 진금룡의 눈이 한층 더 싸늘해졌다.
'건방 떨지 마라.'
애초에 백천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사이 꽤 성장한 모양이지만, 딱히 대단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와 같은 피를 받았으니 이 정도는 해 주어야 한다. 그동안 화산에 속해 제대로 된 수련을 하지 못했기에 약했던 것뿐이다.
문제는 백천 따위가 아니다.
'청명.'
진금룡의 눈이 도박판 앞에서 낄낄대는 청명의 모습을 쫓았다.
'아직 그럴 여유가 남아 있단 말이지.'
으드득.
이를 갈아붙인 진금룡은 낮게 중얼거렸다.
"걱정할 것 없다. 내가 저 화산신룡을 꺾어 종남의 명예를 되찾을 것이다. 그럼 저 멍청한 관중들도 누가 진짜 이 비무의 주인공인지 알게 되겠지."
"물론입니다, 사형!"
"당연히 사형께서 승리할 것입니다."
믿음 반. 그리고 아부 반.
귀만 간지럽히는 영혼 빠진 말이었지만, 진금룡은 딱히 그 사실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결과로 증명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단 한 사람.
"너는 왜 말이 없지?"
"……."
진금룡의 물음에 이송백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내내 침묵을 지키던 그를 진금룡이 빤히 보았다.
무심한 얼굴.
'나는 주변의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하고 표정으로 말하는 것 같다.
"어찌 생각하느냐?"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화산신룡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러자 이송백이 슬쩍 청명을 돌아보고는 다시 진금룡을 보았다.
"하나는 알겠습니다."
"뭐냐?"
"대사형의 다음 상대는 동생분이지요."
"……그래서?"
이송백이 담담하게 말한다.
"눈앞의 상대도 제대로 보지 않는 이가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그의 말에 종남의 제자들이 발끈하여 나섰다.
"이놈이?"
"어딜 감히 사형에게!"
진금룡이 손을 들어 그들을 만류했다.
"내버려 둬라."
"사형!"
그리고 차갑게 이송백을 바라보며 일갈했다.
"두고 보면 알겠지. 네가 옳은지, 내가 옳은지."
이송백은 대답 없이 고개만 숙여 보였다. 진금룡은 매몰차게 시선을 돌렸다.
사형제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이송백에게로 날아들어 꽂혔다. 그는 그저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이래선 안 되는 것을…….'
여유로울 때만 나오는 협의는 협의가 아니다.
이미 예전에 여유를 잃은 종남은 이제 더 이상 협의지문이라 불리기 어려울 만큼 편협해졌다.
'청명 도장. 도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의 시선이 저 멀리 있는 청명을 아련하게 쫓았다.
"이번 비무는 화산의 백천의 승리요. 백천에게 거신 분들은 이쪽으로 오셔서 배당금을 받아 가시면 됩니다."
"으히히히히힛!"
청명이 희희낙락하며 좌판을 향해 달려갔다.
위립산이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청명의 표를 회수했다.
"어디 보자. 청명도장이 거신 돈이 만 냥이니까……."
위립산이 모인 판돈 중 일부를, 말 그대로 정말 쥐꼬리만큼 떼어 내고는 모조리 청명에게 들이밀었다.
청명이 건 돈이 워낙에 많다 보니 다른 이들에게 나눠 줄 것을 빼도 판돈의 대부분을 먹어 버린 것이다.
"여기 있소이다!"
"헤헤헤. 여기요."
청명이 그중 금자 하나를 집어 위립산에게 내밀었다.
"아, 아니 이런 건 안 주셔도……."
"에이. 도박판에서 다 먹으려고 하면 배탈이 나는 법이죠. 이거 받으세요."
"그럼 감사히 받겠소이다. 그런데 이 많은 돈을 어찌 드려야할……."
위립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청명이 품 안에서 뭔가를 꺼내 펼쳤다.
"응?"
그가 꺼낸 건 커다란 천 포대였다. 위립산이 입을 헤 벌렸다.
"으히히히히힛!"
청명이 좌판 위에 있는 돈을 말 그대로 쓸어 담기 시작했다.
금자, 은자, 전표 할 것 없이 모조리 밀어 넣은 그는 끈으로 포대의 입구를 야무지게 둘둘 말아 묶었다.
그러더니 돌연 고개를 획 돌렸다.
"사형!"
"어?"
멀리서 청명을 바라보던 조걸이 움찔했다.
"받아!"
청명이 그에게로 냅다 포대를 집어 던졌다.
턱!
묵직한 무게에 놀란 조걸은 슬쩍 열어 본 뒤 다시 한번 움찔했다.
"야! 이걸 뭐 어쩌라고?"
"가운데에 잘 놔둬. 누가 못 훔쳐 가게!"
"……이것만 지키면 되는 거냐?"
"아니."
청명이 히죽 웃었다.
"뭔 소리야, 이제 시작인데."
아주 여기 있는 사람들 주머니를 다 털어 버려야지!
"와, 대박이네! 저걸 다 먹는다고?"
"대체 저게 얼마야?"
"마지막에 배당이 양쪽에 두 배까지 갔었으니까 저거 한 방으로 거의 만 냥 먹은 게 아닐까?"
"만 냥을 한 방에 먹는다고?"
사람들의 눈에 탐욕이 어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이 판이 더 크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챈 것이다.
도박에 크게 관심이 없던 이들도 청명이 포대를 날리는 모습을 보고는 호기심을 가지며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위립산이 목을 가다듬고 외쳤다.
"다음 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개방의 목오(木五)와 화산의 조걸의……."
"화산의 조걸에 만 냥!"
턱!
다시 좌판 위로 만 냥짜리 전표 더미가 날아왔다. 도박꾼들의 눈에 순간 핏발이 섰다.
거기에 불을 당기는 듯 청명이 슬쩍 턱짓하며 말했다.
"뭐 해요? 안 걸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인들이 다시 좌판으로 굶주린 아귀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목오에게 오백 냥!"
"목오에게 삼백 냥!"
"자네 아까 크게 잃지 않았나?"
"멍청한 소리 하지 마! 한 번만 이기면 그 몇 배! 아니 몇십 배도 벌 수 있는데 잃은 돈이 대수냐고!"
다시 한바탕 난리가 난 좌판을 보며 청명이 히죽 웃었다.
"돈 버는 게 이렇게 쉬울 줄이야."
비무대회가 열 번만 더 열리면 좋겠다. 그럼 천하제일거부도 꿈이 아닌데!
흐뭇하게 단꿈에 젖은 청명을 보며 조걸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리고 천천히 비무대로 향했다. 이제 준비해야 할 시간이었다.
그때 백천이 그를 불러 세웠다.
"조걸아."
"예, 사숙!"
조걸이 돌아보자 백천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일렀다.
"상대를 경시하지 마라. 절대 쉬운 상대들이 아니다. 전력을 다해서 이겨라."
"매화검법을 쓰라는 말씀이시죠?"
"써야 한다면 써야지."
"알겠습니다!"
조걸의 눈이 반짝였다.
최선을 다해 상대를 쓰러뜨리고 그도 백천처럼 관중의 환호성을…….
"사형! 사형! 사형한테 돈 걸었어! 지면 뒈질 줄 알아!"
"……."
너 말고, 인마! 너 말고!
끄으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