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화. 끝은 또 다른 시작이지. (2)
"자자! 어서 거십시오! 시합이 시작되면 거실 수 없습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위립산이 악을 쓰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을 판이다. 모여든 이들이 저마다 돈을 들고 좌판 앞에서 소리를 질러 대고 있는 탓이었다.
"아니! 돈을 건다는데 왜 돈을 안 받아! 종서한에게 건다니까!"
"나는 백천에게 백 냥!"
"저리 비켜! 종서한에게 오백 냥 걸겠소!"
"어디 오백 냥 들고 이 판에 끼려고! 저리 꺼져! 이보시오! 나는 종서한에게 천 냥! 천 냥 걸겠소!"
"오십 냥! 오십 냥!"
"뭔 오십 냥이야? 가서 당과나 사 먹어!"
"시끄러워, 이 부자 놈들아! 나도 돈을 걸 권리가 있다고! 돈도 많은 놈들이 뭔 놈의 도박이야!"
"주인장! 표는 어디 있소?!"
사람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어 저마다 손에 든 돈을 흔들기 시작했다.
"소행아, 빨리 돈 걷고 표 나눠 주거라! 인장 찍는 것 잊지 말고!"
"예, 아버님!"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돈 건 사람들 인적사항도 기록해 두어라! 표를 빼앗길 수도 있으니까."
"예!"
위소행와 화영문의 속가제자들이 달려드는 이들의 돈을 받아 들고는 장부에 액수와 인적사항을 기입해 나갔다. 모두 정신없는 상황 탓에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빨리! 빨리 해 주시오! 이러다 비무가 시작되겠소!"
"이 새끼가, 어디 새치기를 하고 난리야! 네놈 배때기에는 칼이 안 박히냐?"
"아, 밀지 말라고 하지 않소! 밀지 말라고!"
흥분한 도박꾼들이 악다구니를 쓰며 난리를 쳤다.
그리고 그 정신없는 북새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어떠냐?"
"……."
백상을 데리고 좌판을 구경하던 현영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돈은 이렇게 버는 법이지. 어찌 생각하느냐?"
더없이 흐뭇해 보이는 현영과는 달리, 백상은 뭔가 기묘한 떨떠름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이래도 괜찮을까?'
도문에서 이렇게 돈을 벌어도 되나? 다른 곳도 아닌 도문에서?
"저어…… 장로님."
"음?"
"이, 이래도 괜찮은 겁니까? 그래도 화산은 도문인데, 도문에서……."
"도사는 밥 안 먹고 사느냐?"
"예?"
현영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산에 처박혀서 도를 닦는다고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너는 이제부터 칼 휘두르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밥버러지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편한 일, 고상한 일, 하고 싶은 일을 가리다가는 금세 나무껍질이나 벗겨 먹고 살게 될 게다."
"……."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뼈저림이 있는 말이었다.
"어떻게 벌든, 돈은 돈일 뿐이다!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게 이득이다!"
눈을 희번덕거리는 현영을 보며 백상이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장로님이 생각보다 더 많이 변하신 것 같은데.'
아마 이것도 그놈의 영향이겠지, 분명히!
"도(道)도 돈이 있어야 닦는다는 말씀이시군요."
"당연하지. 소림이 왜 천하제일문이더냐?"
"무공이……."
"돈이 많아서다!"
"……."
현영이 핏발이 선 눈으로 말했다.
"다른 곳은 경지에 오른 무인들이 돈 한 푼 벌어 보겠다고 보표(保標)를 서거나 의뢰를 해결해야 하지? 그런데 소림은 문만 열어 놔도 불전함에 돈이 쌓이니 아무 걱정 없이 수련만 할 수 있지 않느냐! 그러니 강할 수밖에! 빌어먹을, 부러워 죽겠네!"
"……."
"그러니 돈을 벌어야 한다! 명심하거라! 네가 돈을 얼마나 벌어들이느냐에 따라 화산이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네 역할을 쉽게 생각하지 말거라!"
"며, 명심하겠습니다!"
그 기세에 눌려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현상은 재경각의 일이 생각과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휘이이익!
터억!
어디선가 날아든 커다란 종이 뭉치가 좌판에 떨어졌다.
"응?"
날아든 걸 반사적으로 확인한 위립산의 눈이 찢어질 듯 커다래졌다.
종이에 빼곡한 숫자와 함께 커다란 인장이 찍혀 있었다.
'저, 전표?'
저 종이 뭉치가 전부?
'그럼 저게 대체 얼마란 말인가?'
차마 확인해 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위립산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또렷하게 파고들었다.
"화산의 백천에 만 냥."
주변이 순식간에 고요해진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향했다.
위립산이 놀라 소리쳤다.
"처, 청명 도장!"
청명이 히죽히죽 웃는 얼굴로 인파 속에서 걸어 나왔다.
"걸어도 되죠?"
위립산의 머리가 재빨리 회전했다.
"무, 물론입니다. 그런데 대체 이 많은 돈이 어디서 나셔서……?"
"제가 돈이 좀 많거든요."
당당한 그의 말에 위립산이 입을 쩌억 벌렸다.
그리고 입을 벌린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좌판 앞을 채우고 있던 사람들, 그리고 뒤쪽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백상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저 미친놈이!"
도사가 도박을 해?
아, 아니. 물론 화산이 지금 도박판을 벌이고 있으니 그걸 탓할 주제는 못 되지만…….
'그래도 우리는 화영문의 이름 뒤에 숨어서 일을 벌이고 있는데.'
화산의 매화가 새겨진 무복을 입고 도박질을 한다고?
"저 정신 나간 놈! 장로님 제가 저놈을……!"
"후후후후. 만 냥이면 수수료가 얼마더냐. 역시 우리 청명이구나! 판을 키울 줄 안다니까. 저 귀여운 놈!"
"……."
장로님?
눈에 뭐가 씌신 것 같은데…….
귀여운 놈이라고요?
"마, 말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왜냐니요? 다들 보는데……."
백상이 우물쭈물하자 현영이 코웃음을 쳤다.
"소림에서 도박판이 벌어지는데 도사가 도박 못 할 건 뭐가 있느냐!"
"……."
"게다가 봐라."
"네?"
현영이 가리킨 쪽으로 백상이 고개를 돌렸다.
좌판으로 몰려든 이들이 전표 더미를 보며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저, 저거 확실한 거요?"
"예?"
"진짜 제대로 된 전표가 맞느냐 이 말이오!"
위립산이 대답하기도 전에 누군가 앞으로 와락 달려들더니 말릴 새도 없이 전표 뭉치를 집어 들고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 이거 대륙전장의 전표요! 진품이외다!"
"당신은 누군데?"
"내가 전장 일로 먹고사는 사람이요! 하북전장의 직원이란 말이오!"
"어, 그러고 보니 나 저 사람 하북전장에서 본 적 있어!"
그 짧은 대화가 상황을 종식시켰다.
백천에게 걸린 만 냥의 전표가 진품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사람들의 눈이 미친 듯 들끓기 시작했다. 숫제 광기가 돌았다.
만 냥!
단숨에 판이 몇 배로 커졌다. 승부에서 이겼을 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한 도박꾼들의 눈이 뒤집어진 것이다.
'화산의 백천에게 만 냥이라고?'
'백천의 상대는 종남의 종서한! 백천의 명성이 더 높기는 하지만 종남의 종서한도 이름깨나 날리는 이가 아닌가. 꼭 백천이 이긴다고 볼 수는 없어.'
'종남도 천하제일검문을 다투는 문파다. 가능성은 있다.'
마침내 폭동이 일어났다.
눈치만 보던 이들까지 게거품을 물고는 좌판으로 달려들었다. 먼저 돈을 건 이들도 더 많은 돈을 들고 달려왔다.
"으아아! 닥치고 내 돈 받아라!"
"백 냥! 백 냥 더!"
"이게 대체 배율이 얼마야! 당장 확인하지 못해?!"
현영이 그 광경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그래. 얼른 퍼부어라.'
판이 커질수록 수수료가 늘어난다. 잘하면 오늘 하루 장사로 화산의 몇 달치 운영비가 나올지도 모른다.
"판은 저렇게 키우는 게지. 네가 재경각을 이끌어 볼 생각이라면 청명이가 하는 짓을 잘 봐 둬야 할 것이다."
"……."
현영이 청명을 왜 예뻐하는지 새삼 실감하는 백상이었다.
그러는 와중 판이 정리되어 가기 시작했다. 비무 시작이 임박한 것이다.
"여, 여기까지만 받겠습니다!"
"내 돈까진 받아 주시오!"
"여기서 끊는 게 어디 있소!"
"시합이 시작되기 전에 멈춰야 합니다! 다음 판도 있으니 이번에는 이해해 주십시오!"
"아직 시작 안 했잖소!"
"이 사람이 도박 한두 번 하나! 칼 들기 전까지는 받아 줘야지!"
"이것만 받으시오! 에헤이, 이것만!"
위립산이 식은땀을 흘리며 슬쩍 청명의 눈치를 살폈다. 청명이 자애롭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위립산도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 계신 분들까지만 받겠습니다!"
아비규환이 한차례 더 지나가고 어찌어찌 판돈이 정리되었다.
위립산은 땀을 닦으며 청명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청명 도장 덕분에 판이 커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청명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현영이 흐뭇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청명은 히죽 웃었다.
"뭘요. 다 좋자고 하는 일인데요."
이 판을 운영하는 것은 화영문이지만, 이 판을 벌인 것은 사실 화산이다. 화산은 수수료를 떼 소림과 나눠 먹는다. 판이 커지면 화산이 버는 돈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현영이 저리 좋아할 수밖에.
"그런데 청명 도장, 진정 괜찮겠습니까? 지기라도 하면 저 돈이 다 날아갈 텐데?"
"져요?"
청명이 피식 웃었다.
"백천 사숙이?"
"물론 백천 도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승부라는 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 아닙니까."
"그건 그렇죠. 둘이 비슷한 급일 때는요."
"……예?"
"호랑이가 감기에 걸려 콧물을 질질 흘린다고 해서 토끼한테 지지는 않죠."
"그렇게나……."
"그리고 뭐, 져도 괜찮아요. 그럼 사숙을 팔아서라도 내 돈을 회수할 테니까!"
청명의 번들거리는 눈을 본 위립산이 고개를 내젓는다.
"그런데 저 많은 돈은 대체 어디서 나셨습니까? 혹시……?"
"아. 저는 원래 부자예요."
"……예?"
정확하게 말하면 장문사형이 부자였지.
하지만 뭐 어떤가? 이 기특한 사제가 돈 좀 쓰겠다는데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할 만큼 쪼잔한 사람은 아니지, 우리 사형이!
그렇죠? 장문사형?
- ……너는 나중에 두고 보자.
거봐. 좋아하시잖아?
청명이 낄낄대며 비무대를 바라보았다.
"자, 이제 사숙이 돈을 벌어다 줄 차례네요."
비무대 위.
종서한이 으르렁대듯 백천에게 쏘아붙였다.
"그 주둥아리를 비틀어 주지. 네가 사형의 동생이라 해서 봐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터무니없는 그 말에 백천은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누구의 동생이라 봐준다고?
"그렇게 오래 붙어 있었으면서 아직도 형을 모르는 모양이군."
"……무슨 소리냐?"
"저 사람은 피가 이어졌다고 봐줄 이가 아니야. 오히려 피가 이어졌기에 더 가혹할 수 있는 사람이지."
진금룡은 그런 이니까.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백천과 맞지 않을 뿐이다.
'내 가족은 화산이다.'
백천은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종서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말은 이쯤 하지. 검수는 검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법이니까."
종서한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백천이라는 인간에게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저 말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 역시 한 명의 검수니까.
종서한이 가볍게 검을 떨치며 기수식을 펼쳤다.
그 검의 궤적을 확인한 백천이 검 손잡이를 꽉 움켜잡았다.
'설화십이식인가?'
이미 몇 번 견식 한 적 있는 검이다.
진금룡이, 그리고 종남의 이대제자들이 화산의 백자 배를 무너뜨릴 때 사용했던 그 검식.
'그리고 청명에게 완전히 박살이 났던 검이기도 하지.'
하나 그렇다 해서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는 청명이 아니니까.
백천은 낮게 심호흡했다.
삼 년 전의 그는 진금룡이 펼친 설화십이식에 저항도 해 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패배했다.
아니, 사실 패배라는 말조차 과분했다. 정확하게는 일방적으로 몹시 두들겨 맞았다.
그러니 이제 증명해야 한다.
'화산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저 설화십이식을 뛰어넘어서!
"타아아아앗!"
고함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종서한의 검 끝에서 새하얀 꽃봉오리가 넘실넘실 피어나기 시작했다.
'과연.'
완전히 전개되지 않은 검식이지만 확연히 알 수 있다.
지금 종서한의 검에서 피어나는 꽃은 과거의 진금룡이 보여 주었던 것보다 더 선명하고 날카롭다.
요요히 피어나는 새하얀 꽃잎이 바람과 함께 백천을 덮쳐 왔다.
더없이 화려하다.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는 검초였다. 분명 예전이었다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넋을 놓았을 것이다.
하나…….
'……뭐지?'
백천이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화려하고 아름답다. 눈에 보이는 광경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날카로운 검세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종서한의 검에서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꼈다.
백천의 검에서 순식간에 붉은 검기가 솟아올랐다.
촤아아아아아악!
백천이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비단 폭 가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날아드는 꽃잎들이 대번에 찢어발겨졌다.
"이, 이게……!"
달려들던 종서한은 너무 놀란 나머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훌쩍 물러났다.
그런 그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백천은 고개를 내저었다.
"공허하군."
"……이, 이놈이?"
"청명의 말뜻을 이제 알겠다. 사람들은 매화의 아름다운 꽃에 주목하지만, 그 매화를 피워 내는 것은 대지를 파고든 단단한 뿌리라고 했지."
화산은 그 뿌리를 만들기 위해 고되고 지난한 수련을 하고 또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 아니라, 그 화려함을 떠받치는 무거움을 갖추기 위해.
하지만 종남은 아니다.
저들은 그저 피어나는 꽃을 더욱 화사하고 아름답게 꾸밀 뿐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무가 앙상하게 말라 가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 종남은 끝났어.
'무서운 놈.'
청명의 그 짧은 말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이제야 이해한 백천은 서서히 어깨에 힘을 뺐다.
그리고 땅을 디딘 하체에 더욱 힘을 실었다. 저들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보여 주지."
"……."
"본다고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백천의 검이 천천히 허공을 내리긋는다.
화산의 매화는 피고, 지고, 또 피어난다.
매화가 지고 다시 필 수 있는 이유는 매화나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좇아야 할 것은 화려하기 짝이 없는 꽃이 아니다. 그 꽃을 피워 내는 나무.
생명 그 자체다.
종서한을 겨눈 백천의 검 끝에서 붉은 꽃잎이 피어난다.
한 송이. 또 한 송이.
쉴 새 없이 피어난 꽃잎은 번지고 또 번져 나가(梅花漸漸) 이내 비무대 전체를 붉은 꽃잎으로 가득 메웠다.
압도적이고 붉은 검기가 넘실거린다.
'이, 이거?'
종서한이 두 눈을 부릅뜬다.
비슷하다.
그가 펼친 설화십이식과 분명 비슷한 초식이었다.
하지만 다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확연히 뭔가가 달랐다. 그가 펼친 검에는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가 저 검에는 담겨 있었다.
'뭐가 다르단 말이냐?'
종서한이 이를 악물고 검을 떨쳤다.
그의 검 끝에서 피어나간 새하얀 꽃잎들이 그를 조여 오는 붉은 매화에 부딪쳐 간다.
하지만 그의 백화는 화산의 매화를 당해 내지 못했다.
매화와 부딪힌 새하얀 꽃잎들이 마치 따뜻한 봄볕을 맞은 눈처럼 스르르 녹아내렸다.
"이, 이럴 리가 없다! 빌어먹을!"
종서한이 검을 움켜잡고 괴성을 내지르며 매화의 숲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