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화. 저는 화산의 장문인이 될 사람입니다. (2)
싸늘하게 굳은 얼굴.
화종지회에서 봤을 때보다 말라서인지, 진금룡의 얼굴은 더없이 차갑게만 느껴졌다.
항상 여유가 넘쳤던 얼굴은 얼음이라도 한 겹 씌운 듯, 차갑게 굳어 있었고, 느릿했던 걸음걸이도 날카롭게 변했다.
칼날 같은 기세란 이런 것이라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형님.'
백천은 조금 복잡한 마음으로 진금룡을 바라보았다.
그의 형.
그리고 한때는 그의 목표였던 이.
한때 그에게 있어 진금룡은 넘을 수 없는 벽이자, 언젠가는 뛰어넘어야 하는 목표였다.
하지만 불과 삼 년이란 시간 만에 그들의 관계는 너무도 많이 변해 버렸다.
저벅. 저벅.
비무대 위로 올라오는 진금룡의 시선이 백천에게……. 아니, 정확하게는 백천의 옆에 앉은 청명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지금 어딜 보는 거요?"
비무장에 먼저 올라와 대기하고 있던 상대가 불쾌감을 표하며 퉁명스레 일갈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었음에도 진금룡은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열기가 들끓는 눈으로 청명을 노려볼 뿐이었다.
"이보시오! 진금……."
진금룡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싸늘하게 일갈했다.
"방해하지 마라, 조무래기."
"……뭐라?"
조무래기라 불린 청성의 왕상보가 격노한 눈으로 진금룡을 노려보았다.
"오만하기 짝이 없군! 내 검을 상대하고도 그 말이 다시 나오는지 확인해 봐야겠소."
그제야 진금룡의 시선이 그의 상대에게로 향한다.
그러더니 입가를 뒤틀며 웃었다.
섬뜩하기 짝이 없는 미소였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은 왕상보는 저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진금룡의 입술이 열렸다.
"확인해 봐."
"이……."
"걱정할 것 없어. 제대로 상대해 줄 테니까. 나도 알거든."
진금룡의 시선이 다시 청명에게로 향한다.
심드렁하게 월병(月餠)을 집어 먹고 있는 청명을 본 그의 입꼬리가 더욱 말려 올라간다.
"너를 이기고 올라가야…… 만나는 놈들을 모조리 이기고 올라가야, 저 마귀 놈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걸."
"……."
진금룡의 싸늘하고 오싹한 기세에 눌린 왕상보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손에 든 검을 꽉 움켜잡았다.
비무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공초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종남의 제자가 어찌 이리 살기가 짙단 말인가?'
마치 흑도의 살귀들에게서 풍기는 살기 같다.
공초는 살짝 밀려드는 불안감을 애써 외면했다. 어쨌든 고작 이런 이유로 비무를 중단시킬 수는 없었다.
"시작!"
대신 신호를 준 뒤 전처럼 뒤로 확 물러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비상시엔 비무대로 곧장 뛰어들 수 있도록 말이다.
진금룡이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르릉.
단순히 검이 뽑혀 나오는 소리일 뿐인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섬뜩하게 귀를 파고들었다.
그 거슬리는 느낌에 왕상보의 어깨가 조금 더 움츠러들었다.
"단아!"
왕상보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청성의 무인들이 격려의 말들을 외쳤다.
그제야 왕상보도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잡았다.
몸이 마음을 따르듯, 마음 역시 몸을 따르는 법. 익숙한 검세를 취하자 억눌렸던 마음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겁먹을 것 없어.'
상대가 그 종남의 진금룡이라고는 하나 그가 명성을 날린 지도 벌써 이 년이 지났다.
화산신룡에게 패한 이후로 이제는 더 이상 이름조차 들려오지 않던 이가 아닌가?
'이 년이면 세상이 뒤흔들리고도 남을 시간이다.'
이 년 전의 명성 같은 건 그들의 나이대에서는 허명이나 다름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실력이다.
자꾸만 밀려드는 섬뜩함을 애써 밀어내고 외면했다.
마침내 그도 검을 들어 진금룡을 겨누었다.
"한 수 배우겠……."
"네가 내게 배울 건 없어."
진금룡이 검을 늘어뜨렸다.
"어떻게 지는지도 모를 테니까."
왕상보가 얼굴을 굳히고는 내력을 끌어올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이와 굳이 말을 섞을 필요는 없으니까.
그가 막 진금룡을 향해 달려들려는 찰나였다.
"꽃잎의 바다를 본 적이 있나?"
"……."
뭐라는 거지?
왕상보가 눈을 찌푸렸다. 아무리 봐도 이자 정상적이지가…….
"보여 주지."
진금룡이 검을 들어 왕상보를 겨눈다.
파르르르.
그와 동시에 진금룡의 검 끝이 낭창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꽃잎?'
그 순간 왕상보는 보았다.
진금룡의 검 끝에서 새하얀 꽃잎들이 피어나는 모습을 말이다.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난 꽃들이 허공으로 두둥실 솟아오른다.
'검기? 종남에 저런 검이……?'
하지만 더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피어오른 꽃잎들이 맹렬한 강풍과 함께 왕상보를 향해 일제히 날아왔기 때문이다.
"억!"
왕상보가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순간적으로 눈앞이 모두 새하얀 꽃잎으로 뒤덮여 버린 것이다. 당황하여 물러서려 하자 등 뒤에도 어느새 하얀 꽃잎들이 가득하다.
전후좌우.
보이는 모든 곳에 꽃잎이 있다. 마치 세상이 꽃잎으로 가득 차 버린 듯이 말이다.
'아, 안 돼!'
이대로 가면 손도 써 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왕상보가 이를 악물고 눈앞에 보이는 꽃잎의 소용돌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나.
카카캉!
여리고 가벼워 보이는 꽃잎들이 마치 강철로 만든 것처럼 그의 검을 튕겨 냈다.
왕상보의 두 눈이 충격으로 부릅뜨였다.
'어, 어떻…….'
그 순간.
화아아아악!
그를 포위한 꽃잎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날아든다.
"아아아아아악!"
처참한 비명이 울렸다.
왕상보의 몸 곳곳에 새하얀 꽃잎 형상의 검기가 박혀 들었다.
"갈!"
파아아아아앙!
커다란 고함과 함께 어디선가 날아온 권풍이 왕상보를 공격하던 꽃잎을 날려 버렸다.
"끄윽……."
왕상보는 초점이 풀린 눈으로 두어 번 휘청이다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그의 푸른 무복이 순식간에 시뻘건 피로 물들어 갔다.
"이……."
비무대로 난입한 공초가 두 눈에 노기를 담고 진금룡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질책은 나중 일이었다.
일단은 부상자의 상세를 살피는 게 우선이었다.
"으음……."
왕상보의 상세를 살핀 공초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 광경을 보던 진금룡이 싸늘하게 웃었다.
"피륙의 상처 정도로 그리 화내실 것 없잖습니까?"
"……."
공초는 노기가 여실한 눈으로 진금룡을 노려보았다.
진금룡의 살기는 진짜였다. 그리고 비무임에도 상대를 봐주지 않은 독심 역시 진짜다.
하나 그의 말대로 왕상보는 그저 가볍게 베인 상처만 수두룩하게 입었을 뿐이다.
공초가 난입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만으로 실격을 주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종남은 패도를 걸으려 하는가?"
"조무래기 하나 잡는데 패도까지 논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저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공초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진금룡이 슬쩍 입꼬리를 비틀며 여유롭게 물었다.
"결과는?"
"……이 승부는 종남의 진금룡의 승리요."
선언이 떨어지자 커다란 환호성이 비무대로 쏟아진다.
공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환호하는 관중을 탓할 일은 아니다. 저곳에서는 보이지 않을 테니까. 진금룡의 독심도, 그의 수법에 담긴 잔혹함도.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그저 진금룡이 더없이 화려한 검으로 왕상보를 단숨에 쓰러뜨렸다는 결과만이 보일 것이다.
쏟아지는 환호를 담담히 듣던 진금룡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가 닿은 곳엔 당연히 청명이 있었다.
칼날 같은 눈빛.
증오와 악의가 넘실대는 그 눈빛을 받으며 청명이 어깨를 으쓱하곤 피식 웃는다.
곁에 있던 윤종이 말했다.
"널 보는 것 같은데?"
"그렇네."
"화종지회 때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지 않냐?"
"그렇겠지, 뭐."
"신경도 안 쓰이냐?"
"내가?"
"……."
윤종이 고개를 내젓는다. 하기야 이놈이 진금룡을 신경 쓰는 게 더 이상하다. 종남 장문인이 와도 신경 쓰지 않을 놈인데.
청명이 월병을 집어 입으로 던져 넣었다.
입 안에 들어온 월병을 와그작와그작 씹으며 그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어 버렸다.
'완전히 망가졌군.'
진금룡의 검은 전보다 배로 화려하고, 배로 날카로워졌다. 겉으로만 본다면 화종지회 때보다 몇 배는 강해졌다.
'겉으로는 말이지.'
하지만 그건 허상을 좇은 결과다.
종남의 검은 결코 화려하지도, 날카롭지도 않다.
우직하게 정도를 지키는 검. 그게 종남의 검이다.
화산의 껍데기를 흉내 낸 검으로는, 식(式)의 강함은 추구할 수 있을지언정 결코 도(道)에는 이를 수 없다.
종남의 무학이 품은 본의(本意)를 잃은 이상, 종남은 천천히 그 빛을 잃어 갈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명문의 이름조차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청명이 심어 놓은 독은 생각 이상으로 종남을 물들였다.
'살짝 찔리는데.'
물론 종남이 화산에 한 짓을 생각하면 산 채로 씹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망해 가는 종남을 보고 있으니 아무리 청명이라 해도 양심에 살짝 가책이 느껴졌다.
- 네가 양심이 어디 있냐, 이놈아!
"아, 안 부르면 나타나지 마쇼!"
"응?"
"아냐."
청명이 가볍게 손을 저었다.
진금룡이 몸을 돌려 비무대에서 내려가는 게 보였다.
"나름 노력은 한 모양이지만……."
청명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저래서는 동룡이도 못 이길 텐데."
"……."
"그렇지? 동룡……."
백천이 벌떡 일어나 청명의 양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꽉 눌렀다.
"사숙! 사숙, 이놈아! 사숙!"
"아아! 동룡이가 사람 잡는다! 아아악!"
"끄으으응."
백천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가 살면서 저지른 실수가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이놈에게 이름을 알려 준 것은 그중에서도 치명적인 실수였다.
백천에게서 빠져나온 청명이 억울한 듯 눈을 부라렸다.
"부모가 주신 이름을 부끄러워하다니!"
"……제발 그 주둥아리 좀 닫아라. 제발."
백천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대가리이이이이이이이이!"
"히익?"
콰아아아아아앙!
"……."
바닥에 쓰러진 상대를 슬쩍 일별한 당소소가 고개를 획 돌려 공초를 바라본다.
"이, 이 승부는 당소소! 화산의 당소소의 승리요!"
"우와아아아아아아!"
"화산이 또 이겼구나!"
"나 방금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방금 대가리라고 하지 않았나?"
"에이, 설마. 잘못 들었겠지. 설마 이곳에 나온 명문의 제자가 그런 말을 입에 담겠는가?"
"그렇겠지?"
"그건 그렇고 화산의 여협들도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아까 그 유이설이라는 여협도 상대를 완전 박살 내 놓던데."
"……화산 검객 중 제일 과격한 것 같던데?"
"그렇지?"
씩씩하게 비무대를 내려온 당소소가 유이설의 바로 앞에 와서 허리를 직각으로 꺾었다.
"사고! 이기고 왔습니다!"
"잘했어. 앉아."
"예!"
당소소가 유이설의 옆의 빈자리에 재빨리 앉았다.
그러자 유이설이 비무대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옆구리에 빈틈."
"네!"
"왼쪽으로 보법을 밟을 때. 허리 비어. 다음부터는 의식하도록."
"네! 명심하겠습니다, 사고!"
"네 사형들이 너보다 강해. 네가 대표로 뽑힌 건 가능성 때문이야. 일찍 떨어지면 네 사형들이 억울해져.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져서라도 이겨."
"죽어도 이기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백천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얘들아…….'
이상하게도 저 두 사람의 대화에는 끼어들기가 어렵다.
'그런데 정말 대단하긴 하네.'
물론 당소소는 이곳에 대표로 온 화산의 제자들 중 가장 약하다. 본산에 남은 이들 중에서도 당소소보다 강한 이는 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무력만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실력으로 줄을 세웠다면 윤종과 조걸을 비롯한 청자 배들은 대표에 들지 못했을 것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백자 배들이 아직은 청자 배들보다 강하니까.
그럼에도 청자 배들을 대표로 뽑은 것은 이곳이 증명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또한 경험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당가의 딸로 좋은 영약을 먹으며 꾸준히 수련을 해 왔다고는 하지만, 불과 육 개월 만에 청자 배들 중에서도 무시 못 할 실력자가 된 당소소다. 경험을 통한 성장을 노린다면 그녀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현종이 마지막까지 고심한 끝에 당소소를 대표에 넣은 것이다.
'아직까지는 잘해 주고 있고.'
물론 다른 화산의 제자들에 비해 힘겹게 승리했고, 대진운도 굉장히 좋은 편이었지만, 어쨌든 승리라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은 대단한 일이다.
"사고! 칠성보를 밟을 때 발끝이 영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뭔가 잘못하는 걸까요?"
"상상결(上上結). 밟는 게 아니라 미끄러진다. 바닥을 허공이라 생각하고 밟는다."
"아! 그거였군요!"
당소소가 유이설의 곁에 찰싹 붙어 이것저것 물어보는 모습을 보며 백천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좋은 일이지.'
당소소가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어 주는 덕분에 유이설도 과거보다 좀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이리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나아가는 게 문파겠지.
그러니…….
"배고픈데! 우리 밥 언제 먹어?"
"……."
아.
저 새끼는 빼고.
* * *
천하비무대회의 이 일차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첫날보다 좀 더 과격한 비무가 치러졌고, 상황을 주시하며 몸을 웅크리고 있던 각 문파의 강자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남궁세가의 단악검 남궁도휘.
종남의 진금룡.
무당의 진현도 승리를 거두었고, 하북팽가의 도룡(刀龍) 팽철성(彭鐵城)이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그 격전 속에서도 다행히 화산의 제자들은 단 한명도 패하지 않고 승리를 거두었다.
"……이거 진짜 이러다 우리가 전부 본선에 진출하는 것 아닙니까?"
조걸의 말에 윤종이 피식 웃는다.
"보통 그럴 때는
'이러다가 우리가 우승하는 것 아닙니까?'
라고 말하는 것 아니냐?"
"아니. 우승은 어차피 저놈이 할 테니까."
조걸이 말한 '저놈'을 바라본 윤종이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그건 그러네."
오룡이고 나발이고 이대제자 수준에서 청명을 막을 놈이 있을 리 없다.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백천이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는 도전자다. 비무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잘 풀린다는 보장은 없다. 아마 내일부터는 패하는 이도 나올 것이다. 다들 정심(正心)을 지키도록 노력해라."
"예, 사숙!"
백천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던 바로 그때였다.
똑똑똑.
누군가 전각의 문을 두드린다.
백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형, 제가……."
"아니다. 내가 나가마."
백천이 가볍게 걸어 입구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누구십……."
백천의 입이 다물렸다.
입구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하나는 진금룡.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버지."
종남의 장로이자 진금룡의 아버지인 진초백(陣初伯)이었다.
가라앉은 눈으로 백천을 응시하던 진초백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잠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
백천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