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귀환-269화 (269/1,567)

269화. 진짜 사고가 뭔지 보여 줘? (4)

화산과 해남이 한판 붙었다는 사실은 소림 전체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해남이 일을 벌였다고?"

"화산? 화산이 어디야?"

"거 있잖아. 예전에 구파일방이었던."

"아! 매화검문! 그 화산이 해남과 붙었다고? 그것참 공교롭게 되었구만."

화산과 해남의 관계를 아는 이들은 이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구파일방에서 쫓겨난 화산과 그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간 해남.

누가 봐도 흥미가 솟구치는 관계가 아닌가? 서로 악감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일단은 만나면 반갑다고 주먹질을 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그런 이들이 서로 맞붙었다니 일단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가?"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

"그야 당연히 해남이 화산을 뭉개 버렸겠지?"

"이 사람아. 그럼 내가 이리 호들갑을 떨겠는가? 반댈세! 화산이 해남을 박살내 버렸다는구만?"

"뭐?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듣고 온 겐가?"

"쯧쯧쯧. 그 싸움을 목격한 이들이 백 명이 넘네. 그 사람들이 뭣 하러 다 같이 입을 맞춰 거짓말을 하겠는가? 진짜 화산의 제자들이 해남의 제자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넣고 두들겨 팼다더구만!"

"허어. 세상에."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말대로라면 구파일방 중 하나인 해남을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화산이, 말 그대로 때려잡았다는 뜻이 아닌가?

"화산이 그렇게 강하단 말인가?"

해남이 약할 리는 없으니 당연히 이리 묻게 된다.

"글쎄. 그게 미묘하다니까."

"응? 그건 또 무슨 말인가?"

"화산의 제자들이 압승을 거둔 건 사실이지만, 이번 싸움에서는 양측 다 검을 쓰지 않았다더군.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 아무리 혈기가 끓어 넘친다지만 감히 소림의 경내에서 검을 뽑을 담량이 있었겠는가?"

"검문과 검문이 싸움을 벌이는데 검을 뽑지 않았다? 그럼 뭘로 싸웠다는 말인가?"

"주먹질을 했다는군. 그리고 그 주먹질에서 화산이 해남을 이겼다는 게야."

"쯧쯧쯧. 난 또 뭐라고. 그럼 그리 대단할 일도 아니잖은가?"

"대단한지 대단하지 않은지는 지켜보면 알 일이지. 검을 뽑지 않았어도 해남은 해남일세. 적당히 서로 드잡이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면 검을 뽑은 화산 역시 기대해 봐도 되지 않겠는가?"

"그 말도 맞군. 그건 비무 대회에서 확인하면 될 일이겠지."

소식을 들은 이들은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논하며 이 화제에 빠져들어 갔다.

누군가는 감히 소림에서 일을 벌인 화산과 해남의 무도함을 욕했고, 누군가는 이 승부가 가져온 결과에 흥미를 느꼈다.

누군가는 아직은 명문의 힘을 되찾았다 하기 힘든 화산의 선전에 희망을 품었고, 누군가는 견고하게 고착되어 있는 강호의 세력도를 뒤흔든 화산의 행위에 눈을 찌푸렸다.

여러 가지 입장이 종횡했지만, 그 모든 이들이 같은 의견을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확실히 이번 비무 대회는 예측을 할 수 없겠군."

"과거 마교의 발호 이후로 처음으로 명문들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자리가 아닌가? 백 년은 긴 시간이네. 전혀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

"그렇지. 그렇고말고."

다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산의 움직임을 그저 찻잔 안의 태풍 정도로만 평가했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 * *

"억울하다."

물론 청명이 죄를 지은 것은 사실이다.

대충 궤변으로 틀어막아 넘기기는 했지만, 소림에 도착한 첫날 타 문파 놈들을 늘씬하게 두드려 팬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물론 그 모든 일이 단순히 열받아 저지른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겉으로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유가 될 수 없는 법이다. 그러니 적당한 벌을 받는 것은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거기까지는 청명도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다.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건 합당하다.

하지만.

"억울하다."

지은 죄보다 더한 벌이 떨어지고, 공범들은 죄를 받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억울해하지 않겠는가?

청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젖혔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백천 무리의 시선이 날아와 꽂혔다.

"……."

"……."

진검까지 차고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뭔가 뜨뜻미지근한 것이 스멀스멀 솟구친다.

"배신자들!"

"……."

백천이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뭐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장문인께서 너를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게 막으라 명하셨으니, 우린 그저 따를 수밖에."

"내가 뭘 어쨌다고! 사고는 사숙이 쳤잖아!"

"크흐흐흠!"

백천이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헛기침을 했다.

사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사람이 백천이라는 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일이다.

물론 청명이 옆에서 신나게 찌르기는 했지만, 옆구리 좀 찔렀다고 주범 취급받는 것은 너무도 가여운 일이 아닌가.

하지만 마음이 약해져선 안 된다!

"나한테 이리 말해 봐야 소용이 없다. 장문인의 지시라니까……."

"장문인이 나를 내보내지 말라 했다고? 왜?"

"그야 사고 칠 게 뻔하니까."

"사고? 내가 진짜 사고가 뭔지 보여 줘?"

청명이 획 눈을 까뒤집자 백천 무리가 후다닥 어깨를 맞대고 뭉쳐들었다.

"여하튼 안 돼! 절대 못 나가, 인마! 좀 참아라. 너 감시한다고 우리도 여기서 하루 종일 죽치잖아! 너만 벌 받는 거 아니라니까."

"그래. 뭐 그렇다 치자고."

"응?"

청명이 빙그레 웃는다.

"그러니까 장문인이 사숙더러 나를 막으라 했다 이 말이지?"

"……."

"사숙더러?"

"……."

백천이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거 시킬 만한 일을 시키셔야지.'

하지만 어찌되었든 명을 받은 몸!

지은 죄를 갚기 위해서라도 뼈가 부러져도 이놈을 여기에다가 묶어 두어야 한다!

"들어가라, 청명아!"

"싫다면?"

백천이 눈을 부라렸다.

"그럼 피를 보는 수밖에!"

"호오? 내 피를 보시겠다?"

"아니. 내 피."

"……."

"……."

"그러니까 좀 들어가라."

황당한 얼굴로 청명이 입을 벙긋거리는데, 그때 저 아래에서 백상이 헐레벌떡 뛰어 올라왔다.

"사형!"

"무슨 일이냐?"

"장문인께서 청명을 데리고 내려오라고 하십니다."

"응?"

백천이 의아한 듯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청명을 방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그런데 청명을 데리고 내려오라고?

"사실이냐?"

"설마 제가 장문인을 들먹이며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그렇겠지."

백천이 구겨진 얼굴로 슬쩍 청명을 돌아보았다.

"하.

하.

하. 거 내려가기 귀찮은데. 에휴. 왜 부르고 그러시나."

'아오.'

저 주둥이를 아주 진짜 콱! 마!

백천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길을 열었다.

"내려가라."

"예이."

청명이 발걸음도 가볍게 팔랑팔랑 아래로 내려갔다. 백천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그 뒤를 따랐다.

현종은 아래 층 중앙 탁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오!"

청명이 부리나케 달려가 그의 손을 움켜잡았다.

"가주님!"

사천당가의 가주 당군악이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오랜만이군."

"그 먼 사천에서 여기까지 웬일이세요?"

"……당연히 무림 대회에 참가하러 오지 않았겠는가?"

"헤헤. 그렇죠? 저는 또 저 보러 오신 줄."

"그 말도 그리 틀리지는 않네."

당군악이 쓴웃음을 짓는다.

"자네는 변한 것이 없군."

"뭐 며칠이나 지났다고요."

현종이 크게 헛기침을 했다.

"청명아."

"네?"

"호들갑 떨지 말고 거기 좀 앉거라."

"넵!"

청명이 의자를 빼고 냉큼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현종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당군악을 향해 말을 건넸다.

"잘 와 주셨습니다. 가주님. 이번엔 제가 먼저 찾아뵀어야 하는 건데 이리 먼저 발걸음을 해 주시니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장문인. 늦게 온 이가 먼저 온 이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리고 화산과 당가가 그런 것을 가릴 사이는 아니잖습니까?"

현종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당군악이 이런 말을 해 줄 때마다 그는 기꺼운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수십 년간 천대만 받아 왔는데, 저 사천당가가 스스로 몸을 낮추고 친우를 자처해 주니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먼 여정에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가주님은 그렇다 치고, 아이들이 힘이 많이 들었을 텐데."

"이 정도 여행에 힘겨움을 논하는 이는 감히 당씨 성을 쓸 자격이 없습니다."

그 단호한 목소리에 현종은 내심 감탄했다.

'과연.'

여기선 부드럽고 예의 바른 모습만을 보이지만, 당가 내에서는 엄정하기 짝이 없는 사람일 게 분명하다. 괜히 사천당가의 가주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예?"

당군악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리 젊어지신 건지?"

"아아."

현종이 고소를 머금었다. 당군악은 그가 자소단을 먹은 뒤의 모습을 처음 봤으니 의아할 만하다.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경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당군악이 굳이 깊게 따져 묻지 않고 적당히 덕담을 건넸다.

"그런데 무슨 일로 들르셨어요. 오늘 도착하셨으면 이것저것 할 일이 많을 텐데."

"으음. 딱히 이유는 없다. 그냥 겸사겸사……."

당군악이 어색하게 말을 얼버무리며 주변을 슬쩍 살폈다.

청명이 씨익 웃었다.

"아아."

그리고 옆에 있는 다른 제자들에게 말했다.

"누가 가서 소소 좀 불러와."

"당소소?"

"응."

제자들 중 하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 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크흐흠."

당군악이 머쓱한 듯 낮게 헛기침을 했다.

현종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딸이 보고 싶은 것이야, 아비 된 이의 당연한 마음 아니겠습니까?"

"송구합니다, 장문인. 출가를 시켰으니 이리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화산은 도가이긴 하지만 가족과 인연을 끊으라 권하지 않습니다. 이어진 인연을 끊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일이지요. 마음이 가족과 이어져 있다면 그를 소중히 여기는 것 또한 도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심려치 마시고 얼마든지 찾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당군악이 가만히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아버님!"

그때 이 층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온다.

당군악이 살짝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소소야.'

거의 일 년 만에 보는 딸이다.

품 안의 자식으로 키워 온 아이를 화산으로 보내고 남들 몰래 얼마나 속을 끓였던가.

사천당가의 가주로서 내보이지 못했던 감정을 다시금 곱씹으며 아릿한 눈으로 계단을 바라보았다.

"아버님!"

"그래, 소소……. 소소? 소소야?"

당군악의 눈이 뒤흔들린다.

그의 딸.

바람 불면 날아가랴, 비 맞으면 시들랴. 곱게 또 곱게 키워 온 딸이 아닌가.

한 떨기 수선화 같은 그 모습을 보며 훗날 사천제일미가 될 것이라 칭송한 이들이 어디 한둘이었는가?

그런데…….

다다다닥!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당소소의 모습에, 그는 크게 움찔하고 말았다.

시커먼 무복.

아무렇게나 대충 휘휘 감아 묶은 머리.

백옥같이 하얗던 피부는 어디서 논이라도 매다 온 듯 까무잡잡하게 그을었고, 늘 수심을 담은 우미인 같던 눈에는 뭔가 형용할 수 없는 독기가 묻어난다.

'전쟁터에라도 다녀왔나?'

어쩌다가 내 딸이 산 도적이 되어 버렸단 말인가?

"소, 소소야?"

"예! 아버님!"

현종이 눈짓하자 당소소가 당군악의 바로 앞으로 가 허리를 직각으로 꺾었다.

"소소! 아버님께 인사 올립니다!"

"……."

배꽃 같던 그의 딸이 연못에 들러붙은 엉겅퀴가 되어 나타났다.

이 기막힌 변화에 당군악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어, 어찌……. 아니, 거……. 소소……. 어?"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

패기가 흘러넘치는 인사였다.

당군악이 슬쩍 고개를 돌려 청명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청명이 씨익 웃었다.

"잘 컸죠?"

"……."

그, 그래.

얼마나 잘 컸는지 애가 힘이 넘치는구나…….

당군악이 멍한 눈으로 당소소를 바라보았다.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는 이내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소소야."

"예, 아버님."

"행복하더냐?"

당소소가 입을 다문다.

가만히 아버지를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더없이 환하게 웃었다.

"예. 행복해요, 아버님."

"그래."

당군악의 입에 그제야 미소가 걸렸다.

"그거면 됐다."

그가 알던 모습이 아니면 어떤가? 모습이 변한 게 무어가 대수겠는가?

당소소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의 딸이란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사랑하는 딸은 과거 꽃처럼 아름답던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편안해 보였다.

그럼 된 것이다.

"그래. 화산에서 많이 배웠더냐?"

"예, 아버님! 이번 비무에서 다른 문파 놈들의 대가리를 깨 화산과 당가의 이름을 드높이겠습니다!"

"……잠깐. 뭘 깨?"

"대가……."

텁.

어느새 다가온 유이설이 당소소의 입을 틀어막은 뒤 질질 끌고 갔다.

"……."

"……."

당군악이 떨떠름한 시선으로 현종을 바라본다. 그러자 현종이 내 탓이 아니라는 듯 슬쩍 청명에게로 눈짓을 한다. 당연히 당군악도 청명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왜 보시죠?"

"……아무 것도 아닐세."

내 속만 터지지, 내 속만!

그는 속을 진정시키려 차가운 차를 몇 잔씩 연거푸 들이켰다.

그러고 나서야 그의 시선이 냉정하게 가라앉았다.

비로소 그에게서 사천당가의 가주다운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장문인."

"예, 당가주님."

"제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소소를 보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보아하니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군악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무한에서 종남과 무당이 은밀히 회합을 가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현종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비무 대회를 앞두고 그들이 만났다면 이유야 하나밖에 없겠지요."

"저희를 견제하기 위함이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저는 그 이유밖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으음."

현종이 슬쩍 미간을 찌푸리며 침음성을 흘렸다.

당군악은 조금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사 그 이유 때문에 만난 게 아니라 해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아마도 지금 구파일방은 화산을 눈엣가시처럼 여길 것입니다."

"그렇겠지요."

쫓아낸 이가 다시 돌아와 구파를 위협한다. 그건 구파의 보는 눈이 틀렸다는 것에 대한 증명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구파일방은 화산의 활약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장문인께서 원하신다면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자리요?"

"화산은 구파 소속이 아니니 오대세가와 친분을 다진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럼 화산의 운신이 조금은 편해질 겁니다."

"으으음."

현종은 깊게 고민에 잠겼다. 틀린 말은 아닌 데다 좋은 제안이지만, 가볍게 받아들일 만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혀 고민하지 않는 이도 하나 있었다.

"에이. 뭐 하러요. 괜찮아요."

"음?"

청명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쟤들이 우릴 견제한다고 해서 비무장에 두 명씩 올라올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차피 실력으로 결판이 날 거예요. 그런데 뭐가 겁나서요."

"하하. 그야 그렇긴 하지."

"그리고 오대세가도 말씀은 고맙지만 괜찮아요. 친하지도 않은데 친한 척할 필요는 없죠. 친구는 당가로 충분하니까요. 그렇지 않아요?"

뜻밖의 대답에, 당군악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전히 묘한 녀석이지만…….

'확실히 듣기 나쁜 말은 아니군.'

그는 슬쩍 웃으며 청명에게 물었다.

"우승은 당연히 자네의 것이다, 이 말인가?"

"아니요."

청명이 딱 잘라 말했다.

"그럼?"

"우승은 제 것이 아니라 화산의 것이죠."

"……."

"다들 알게 될 거예요. 화산이 돌아왔다는 걸(華山歸還)."

그래, 과연 그렇군.

당군악이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리될 걸세."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