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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258화 (258/1,567)

258화. 뭐가 열린다고? (3)

화산의 산문 앞에서 시립하고 있던 사미승이 혜방을 발견하자마자 깊게 합장했다.

"일은 잘 마치셨습니까, 스승님."

혜방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 우선 가자꾸나."

"예."

산문에서 벗어난 두 사람은 가파른 화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화산은 어떠셨습니까?"

"아미타불……."

살짝 말끝을 흐린 혜방이 미묘한 표정으로 잠시 침음했다. 그러더니 눈을 감고 작게 중얼거렸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사미승이 그런 그의 표정을 보더니, 의문 어린 눈으로 다시 물었다.

"스승님께도 모호한 것이 있으십니까?"

"나도 사람인데 어찌 모든 것을 명쾌히 알겠느냐?"

"하면 저 화산이 스승님께서도 파악하지 못할 만큼 기이한 곳이란 말입니까?"

혜방이 고소를 머금는다.

"기이하다라……. 글쎄. 다만, 확실히 내가 듣던 것과는 다르더구나. 산내에 흐르는 분위기나, 문도 하나하나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몰락하는 문파의 것이 아니었다."

"화산이 부활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그리 틀리지 않다는 뜻이로군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묘한 대답이었다.

혜방이 잠시 뜸을 들이는 듯하더니 말을 이어 간다.

"화산의 기세가 생각 이상인 것은 사실이나,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기는 요원할 것이다. 거의 불가능하다 보아도 되겠지."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음. 크게 세 가지."

그는 살짝 생각을 정리하는 듯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첫째. 화산의 상승무학이 실전되었다는 점이다. 상승의 무학을 익힌 자와 그러지 못한 자는 흐르는 기세에서부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데, 화산의 장로들에게서는 상승의 무리가 느껴지지 않더구나."

"치명적인 일이군요."

잔인하다면 잔인한 말이지만, 명문의 가장 큰 조건은 누가 뭐라 해도 무학이다.

상승의 무학은 명문을 명문으로 존재하게 해 주는 근원이나 마찬가지니까. 한데 화산에는 그 근원이 없는 셈이다.

"둘째. 상승의 무학이 없어 윗대가 바로 서지 못했으니, 그 뒤를 잇는 이들도 성취를 얻기가 어렵다. 무란 스스로의 수양으로 완성하는 것이라 하나, 그 수양의 방향을 잡아 주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줄 스승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사미승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셋째. 화산은 힘은 되찾고 있을지 모르나, 과거의 엄정한 기강은 되찾지 못한 모양이다. 위계가 바로 서지 못하고 문파의 기강이 잡히지 않았으니, 과거 천하제일을 노렸던 매화검문(梅花劍門)의 위상은 되찾지 못할 것이다."

말을 마친 혜방은 살짝 안타깝다는 얼굴로 화산을 돌아보았다.

'안타깝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이렇다 할 답이 보이지 않는다.

"하면, 스승님."

"음?"

혜방이 고개를 슬쩍 돌려 사미승을 바라보았다.

"혹여 화산이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다시 명문으로 부활할 수 있겠습니까?"

"문제를 해결한다?"

"예. 실전된 무학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래도 무리일 것이다."

혜방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설령 화산이 과거의 그 고절했던 검들을 되찾는다 하더라도 화산엔 더는 그 무학을 이해하고 전수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다."

"화산에도 사형같은 천재가 등장할 수 있잖습니까?"

"그 녀석 같은 천재가 한 대에 둘씩이나 있을 리도 없거니와, 설사 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 천재가 화산의 모든 무학을 이해하고 누군가에게 전수할 수 있을 경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느냐? 그때가 되면 이미 화산은 많은 것을 잃은 뒤일 것이다."

"아아……."

사미승이 안타깝다는 듯 한탄했다.

"그럼 화산은 결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없다는 뜻이로군요."

"화산의 무학에 통달한 전대의 고수가 갑자기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실낱같은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산은 정기를 이어 주어야 할 이들을 과거의 혈사에서 모두 잃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미타불."

혜방이 허공을 응시하며 낮게 불호를 외웠다.

"흥망성쇠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의 소림이 더없는 힘을 구가한다고는 하나, 해가 지면 달이 뜨듯 언젠가는 이 힘도 쇠락할 날이 오는 법이다. 안타까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다. 모든 것은 결국 불법 안에 있는 것일 뿐."

선문답처럼 홀로 말을 늘어놓던 혜방이 부질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만 가자꾸나."

"예, 스승님."

사미승을 앞세워 걷던 혜방은 다시 한번 슬쩍 화산을 돌아보았다.

'흥망성쇠라…….'

지금 화산의 문풍은 여지껏 혜방이 한 번도 본 바가 없을 정도로 독특했다.

저 분위기에 훌륭한 무학이 더해진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덧없는 생각이지.'

지금은 하나의 문파라도 아쉬운 상황이지만, 화산이 그 '하나'가 되어 줄 확률은 높지 않아 보였다.

머릿속에서 화산을 깔끔하게 지워 낸 그는 천천히 산을 걸어 내려갔다.

* * *

혜방이 떠난 뒤, 장문인실에 남은 이들은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상석에 앉은 현종이 손에 잡은 금첩을 만지작거리며 나지막이 중얼댔다.

"천하무림대회라……."

그런 그의 눈은 몹시도 가라앉아 있었다.

"어찌 생각하십니까, 장문인?"

현영의 물음에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 한동안 사색하였다. 깊은 고민이 여실히 드러나는 얼굴이었다.

잠시 후 마침내 눈을 뜬 현종이 장로들을 돌아본다.

"장로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 천하무림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화산에 화가 되겠는가, 복이 되겠는가?"

역시 고민에 잠겨 있던 현상이 미간을 찌푸렸다.

"저는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으음."

실로 무거운 일이다.

천하무림대회에는 천하의 모든 명문 문파들이 모이게 될 것이다. 그런 곳에서 비무 대회를 한다?

'천하의 모든 명문 문파들 앞에서 그 실력을 검증받게 된다는 뜻이겠지.'

커다란 기회다.

하지만 동시에 큰 위기이기도 하다. 만약 이곳에 참가했다가 망신을 당한다면, 화산은 다시는 옛 위상을 회복하지 못할 테니까.

"현영은 어찌 생각하느냐?"

"……."

현영이 살짝 입을 다물었다. 언제나 명쾌하게 자신의 의도를 내어 놓던 현영도 고민이 되는 모양이다.

운자 배들마저 신중한 얼굴이었다.

"장문인."

오랫동안 침음하던 현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가 배첩을 받았다는 것은 이미 타 문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듣고 있던 현영이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인정이라는 말은 좀 그렇지요. 관심이라는 게 적절합니다."

"그래. 그 말이 더 맞겠구나. 여하튼 그런 상황에서 굳이 참가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음, 그렇지."

현종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우리 화산도 당당히 부활을 선언해야 합니다. 천하무림대회라면 더없이 좋은 자리가 되겠지요."

현상의 말에 현종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현영은 그 말에 찬성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그는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과시하는 맛이야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우리 화산이 여기까지 왔다고 어깨에 힘은 넣을 수 있을지 모르지요."

"흐음."

"하지만 그걸로 얻는 게 무엇이겠습니까? 지금 화산은 이름을 알릴 때가 아니라 내실을 도모할 때입니다. 굳이 그런 곳에 참가하여 다른 문파들의 경계를 자처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말을 하면서 현영은 슬쩍 청명을 돌아보았다.

"지금도 알아서 잘 돌아가는데…… 차라리 그 시간에……."

말끝이 점점 흐려졌다. 청명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뼛속까지 뽑아먹겠다는 다짐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크흠. 의견이 갈리는구나. 말이 나와서 말인데, 청명아.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현영의 시선을 외면해 버린 청명은 슬쩍 심드렁한 얼굴로 답했다.

"참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요?"

"으음?"

청명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가서 잘되면 좋은 거고, 설사 망신을 당한다고 해도……."

그리고 고개를 들어 모두를 둘러보았다. 눈살을 찌푸린 그의 입에서 으르렁대는 듯한 목소리가 나왔다.

"화산이 잃을 게 있어요?"

그 노골적인 질문에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잃었다.

"사람이 잃을 게 없을 때는 겁이 없는 법이죠. 그런데 슬슬 가진 게 생기기 시작하면 겁이 나죠. 지금 가진 걸 또다시 잃을까 봐서요."

목소리를 살짝 낮춘 청명은 현종을 보며 말했다.

"물론 장문인께서는 신중히 결정을 내리고 싶으시겠지만, 때로는 과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을 잃을까 봐 겁을 먹었다는 뜻이더냐?"

"꼭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그저 묻고 싶은 거죠. 왜 망설이시는지."

"허허. 왜 망설이느냐라……."

현종이 빙그레 웃었다.

그러더니 단호한 시선으로 운암을 바라보았다.

"제자들을 소집하거라."

"예!"

화산의 모든 제자들이 다시 연무장으로 모여들었다.

"또 무슨 일이야?"

"글쎄?"

갑자기 이뤄진 소집에 어안이 벙벙해진 그들은 연신 수군거리며 앞을 흘끔거렸다.

"누가 방문했다고 하던데, 그 일 때문인가?"

"글쎄. 어쨌든 장문인께서 전할 말씀이 있으시겠지."

"쉿. 저기 나오신다!"

도열한 화산의 제자들 앞으로 세 사람이 걸어 나왔다.

장문인 현종과 현상, 현영. 두 장로들이었다.

현종이 모두를 고루 응시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두 모였느냐?"

"예! 장문인!"

현종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소림의 승려가 다녀갔다. 근시일 내에 숭산에서 천하무림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는구나."

제자들의 눈이 살짝 커졌다.

현종은 그런 제자들의 반응을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그 천하무림대회에서 후기지수 비무 대회가 있다고 한다. 이립 이하라면 누구라도 참가할 수 있다. 하여 화산에서는 모두 열다섯이 참가하기로 했다."

웅성웅성.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었다.

현종은 소란을 부러 달래려 하지 않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기다렸다.

소란이 가라앉기를 기다린 그는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물론이고, 강호의 모든 유력가들이 참가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심지어 소림이 주최하는 일이니 거절할 곳은 많지 않겠지. 너희는 그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제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스함과 염려가 동시에 묻어났다.

"할 수 있겠느냐?"

도열해 있던 운자 배들이 일제히 백자 배와 청자 배를 바라보았다.

이립 이하만 참가할 수 있다면,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것은 저들이므로.

그때.

그들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백천이 말없이 앞으로 한 발짝 나섰다. 그리고 담담하게 답했다.

"화산에 여전히 매화가 피어 있음을 세상 사람들에게 증명하겠습니다."

담담한 말.

열기와 오기를 배제한 담백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백천을 보며 빙그레 웃은 현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이는구나. 혹여 불안한 이들이 있을지 모르나, 그럴 것 없다.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과거 화산의 검을 되찾았다. 너희가 남은 시간 동안 매화검존의 이십사수매화검법을 익혀 낼 수 있다면 천하의 누구도 너희를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예, 장문인!"

제자들의 눈에 기이한 열기가 들어찼다.

매화검존의 이십사수매화검법.

이미 소문이 쫙 퍼져 있기에 놀라는 이는 없었지만, 막상 장문인의 입을 통해 들으니 그 기대감이 더없이 강하게 증폭되었다.

"대회까지는 못해도 육 개월은 걸릴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앞으로 그 육 개월간 수련에만 매진하도록 해라. 가장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열다섯을 숭산에 데리고 갈 것이다. 알겠느냐?"

"예! 장문인!"

의욕에 가득 찬 제자들을 보며 현종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상."

"예!"

"다른 무학보다 우선적으로 이십사수매화검법을 전수하게."

"그리하겠습니다, 장문인."

현종이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께서 저들로 하여금 화산의 검을 선보이게 하시는구나.'

딱 좋은 시기에 대회가 열린다.

청명의 말대로 화산은 잃을 게 없다. 화산이 이십사수매화검법을 되찾았다는 사실만 알려도 세상의 시선이 달라질 테니까.

"너희의 어깨가 무겁구나. 나와 장로들 역시 최선을 다해 너희를 도울 테니, 성심을 다해 다오!"

"예!"

단호하게 선언하는 장문인과 그의 곁을 지키는 장로들. 자신들은 참가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는 일대제자들/과(. 그리고)/ 의욕에 불타는 이, 삼대제자들.

여기까지만 보면 참 아름다운 그림이지만…….

"그럼 가서 수련을 하도록 하거라!"

"예!"

"허허허허."

현종과 장로들이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운자 배들도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백자 배와 청자 배는 여전히 연무장을 떠나지 못한 채 우물쭈물 자리를 지켰다.

그때 백천이 저벅저벅 걸어 나와 백매관 쪽으로 턱짓했다.

"저쪽으로."

"……."

그러자 일순 백자 배와 청자 배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의욕에 불타는 야수 같던 눈빛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눈물 많은 소처럼 변해 간다.

"어서."

"……예."

백매관의 뒤쪽, 가장 으슥한 곳으로 터덜터덜 몰려간 이들은 미리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질겅질겅.

쭈그리고 앉아 당과를 꿴 작대기를 어금니로 씹던 청명이, 앞에 늘어서는 이들을 보며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흡사 동네 노는 형이 아이들을 집합시킨 모양새다.

"상황은 장문인께 들었지?"

"……어."

"퉤."

작대기를 입에서 뱉은 그가 목을 좌우로 우드득 꺾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하무림대회라……."

목소리에서 한기가 배어 나왔다.

그 기세를 읽은 이들은 일제히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물론 장문인께서는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여기시겠지만……."

청명이 고개를 획획 저었다.

"나는 좀 달라."

"……."

평소에도 광기 어려 있는 눈이건만, 이젠 아예 핏발까지 섰다.

"경험? 경험은 다른 데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 대회는 경험을 쌓는 데가 아니야.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를 증명하는 자리다! 이번 비무 대회! 무조건 우리가 우승한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

"저 썩을 구파일방 새끼들이 화산에 무슨 짓 했는지 모르는 놈들 있어?"

"어, 없지."

"안 그래도 언제 대가리를 깨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것들이 알아서 판을 깔아 주네. 이번 대회에서 무조건 다 상위에 입상하고, 화산의 부활을 만천하에 알려야 해. 다들 각오는 되어 있겠지?"

"무, 물론이지!"

"당연하다!"

"그래."

청명이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이었다.

잠자코 있던 백상이 살짝 손을 들었다.

"말해 봐."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정말 혹시나 해서."

"그러니까 물어봐. 시간 끌지 말고."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어렵게 입을 뗐다.

"호, 혹시 우리가 그 대회에서 다른 문파 놈들에게 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모두가 묻고 싶지만 차마 할 수 없었던 질문이었다. 주위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청명이 입을 헤벌쭉 벌리며 환하게 웃는다.

"알고 싶어?"

"아, 아니 내가 지겠다는 말은……."

"정말……."

음산한 목소리.

"……."

청명의 고개가 기이하게 옆으로 꺾인다.

"……정말 알고 싶어?"

"……."

아니.

모르는 게 낫겠다, 얘.

백자 배와 청자 배들이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

하늘 한번 우라지게 맑네.

하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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