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뭐가 열린다고? (2)
"케엑! 켁! 이것 좀 놓고!"
"어디 있어요?"
"놓고 말하라니까, 이놈아! 숨넘어가겠다!"
"에이!"
청명이 홍대광의 멱살을 잡은 손을 거칠게 놓았다. 홍대광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연신 기침을 해 대다 눈을 부라리며 삿대질을 했다.
"이놈아! 너는 장유유서도 없느냐? 내가 그래도 너보다 동냥밥을 먹어도 십 년은 더 먹었는데!"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그러지 맙시다."
"에라!"
분을 못 이기고 씨근덕거리는 홍대광을 보며 청명은 속으로 혀를 찼다.
'내가 이런 놈들한테까지 어린놈 취급을 받아야 한다니.'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었다.
본래대로라면 개방 방주한테 할아버님 소리를 들어야 할 나이이건만……. 끄응.
"여튼 그래서 그 배첩 어딨냐고요! 설마 이 새끼들이 화산을 빼놓은 건 아니겠지?"
"이제 막 들어온 따끈따끈한 소식이다! 배첩이 날개가 달려 날아오지 않는 이상은 며칠은 더 걸리겠지!"
"그렇죠?"
빼놓기만 했어 봐.
소림 방장 민둥머리에 대머리라고 써 버릴 테다.
"지금 화산의 기세야 모르는 사람이 있겠느냐? 특히나 중원의 서부에서는 그……."
주절주절 떠들던 홍대광이 돌연 말끝을 흐렸다. 청명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그래요?"
"……생각을 해 봤는데 말이다."
"네?"
홍대광의 표정이 아까보다 사뭇 진지해 보였다.
"그…… 소림은 워낙 외부에 관심이 없는 문파인 데다가…… 그, 좀 동쪽에 있지 않느냐?"
"그렇죠?"
"그, 그럼 화산이 예전과는 그 기세가 다르다는 걸 모르지 않을까?"
"……그게 뭔 소리죠?"
"아, 아니, 그러니까…… 소림에서 화산이 여전히 망해 가는 문파라고 생각하면, 그 배첩을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청명의 고개가 점점 삐딱해진다.
온 얼굴에 살벌한 기세가 번지자 홍대광이 진저리를 치며 순간 몸을 물렸다.
아니나 다를까, 청명이 입에서 불이 뿜어졌다.
"이 땡중 새끼들이…… 감히 화산을 무시해?"
"지, 진정해라, 화산신룡!"
"아니, 이 새끼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잘나갔다고?!"
화산신룡.
소림은 원래 잘나갔다. 잘 생각해 봐라.
"배첩? 배첩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뭐, 뭘 어쩌려고?"
청명이 눈을 희번덕대며 이리저리 굴렸다.
"고민 중이에요."
전혀 고민하는 얼굴이 아닌 것 같은데? 이미 답은 정해진 것 같은데?
"뭐, 뭘 고민하는데?"
"별것 아니에요. 소림에 쳐들어가서 깽판을 칠까……. 아니면 배첩을 받은 다른 문파를 찾아가서 정중하게 양도를 받을까."
"……."
어느 쪽도 그리 제대로 된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이게 진짜 도사라는 놈이 할 수 있는 생각인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더니, 청명을 만날 때마다 매번 인성의 새로운 경지를 확인하는 홍대광이었다.
"……소림은 멀고. 그래, 종남. 종남 그 새끼들이 좋겠다. 좋게 말하면 배첩을 내놓겠지!"
좋게 말한다면서 주먹은 왜 움켜쥐고 그러냐…….
이쯤 되니 홍대광의 고민은 다른 곳으로 튀었다.
'화산이 옛 영화를 되찾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
이 새끼가 그 중심에 있을 텐데?
이놈을 장문인으로 내세운 화산이 강호를 선도하는 것보단, 차라리 마교가 지배하는 세상이 낫지 않을까?
그때 청명이 고개를 획 돌리는 바람에, 고민하던 홍대광이 다시 움찔했다.
"종남에는 배첩이 도착했을까요?"
"지, 진정해라, 화산신룡!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급박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아니! 지금!"
"소림에서 개최하는 무림대회지 않느냐. 준비하는 데 최소 석 달은 걸린다! 배첩이 날아오는 것도, 못해도 일주일은 더 걸릴 것이다!"
"으으음."
청명이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결국 홍대광이 최대한 베푸는 마음으로 말했다.
"그리고 혹여 화산에 배첩이 날아오지 않으면 내가 윗선에 건의해서 반드시 받을 수 있게 해 주마!"
그런데 청명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의심스럽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아저씨가요?"
"……너, 나를 대체 뭐로 보는 거냐?"
"거지?"
"……."
어…… 거지 맞지. 거지는 맞는데…….
"내가 개방의 분타주다! 윗선에 그 정도 건의할 힘은 있다 이 말이야!"
"흐음. 영 믿음이 안 가는데."
"끄으으응."
홍대광의 눈가에 물기가 차올랐다.
'내가 화음에는 왜 와 가지고.'
그냥 낙양 분타 분타주로 머물렀으면 이 서글픈 꼴은 안 당했을 텐데.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먼 섬서까지 와서 동냥밥 탐내는 거지 취급을 받는다는 말인가?
이 무도한 놈 같으니!
"여하튼 며칠만 기다려 보거라! 배첩이 도착할 테니까 말이다."
"일단 알았어요."
청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 된 거지?"
홍대광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난 놈 옆에 있으면 정 맞는다더니, 이놈은 자기가 직접 정을 들고 설치는 놈이다.
일단 이럴 때는 빨리 이놈 곁에서 떨어져야…….
"아, 맞다!"
"응?"
청명이 무언가 생각난 듯 홍대광을 향해 고개를 획 돌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거지새끼 하나 잡아다 두라고 했던 건 어떻게 됐어요? 그 새끼 잡아 왔어요?"
"……."
홍대광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와, 그걸 안 까먹고 있었네?'
이 정도면 거의 병적인 집착 아닌가?
"자, 잡아 왔었지. 그런데 네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서 일단은 돌려보냈다."
"뭐? 누구 맘대로 그걸 돌려보내?"
"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으냐. 그리고 그놈도 아마 소림에 올 것 같으니까 용무가 있으면 거기서 처리하거라."
"그 거지새끼, 꼴에 운도 좋지!"
청명이 눈을 부라렸다.
그 눈빛을 보며 홍대광은 진지하게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소림이나 종남에 뭔 일이 나는 것 아닐까?'
특히나 종남은 좀 많이 불안해 보이는데……. 불쌍한 것들 그러게 왜 이놈이랑 척을 져서는…….
그리고 종남에는 무척 다행(?)스럽게, 그로부터 사흘이 지나기 전에 화산에 한 사람이 방문했다.
* * *
"소림에서 오셨다 하셨소?"
"그렇습니다, 장문인. 소승은 소림의 혜방(慧訪)이라 합니다."
"화산에 오신 것을 환영하외다."
가벼운 인사를 마친 현종이 무거운 눈빛으로 객을 바라보았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 담담한 표정.
거기에 몸에 두른 붉은 승포까지.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중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과연 소림이로다.'
이만한 이가 이런 심부름을 하다니, 대체 소림에는 고수가 얼마나 많다는 이야기인가?
과연 소림. 강호의 북두(北斗)로 불릴 만한 곳이었다.
"그래. 소림에서 무슨 용무로 화산을 찾아 주시었소?"
그 말에 혜방이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소림의 방장께서 장문인께 전하는 배첩입니다."
"배첩이라……."
봉투를 받아 든 현종이 그 자리에서 바로 개봉하여 배첩을 꺼낸다.
[천하무림대회(天下武林大會)]
뻔하디뻔한 이름이다.
하지만 이 이름이 소림의 입에서 나왔다면 그건 결코 뻔하지 않은 일이 된다.
현종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동봉된 서찰을 펼쳤다.
현종이 가만히 서찰을 다시 접었다.
더없이 정중한 어투였지만, 아마 이와 똑같히 적힌 서찰이 다른 곳에도 똑같이 전해지고 있을 것이다.
'하나, 무당이나 종남에는 조금 다른 서찰이 갔겠지.'
이 서찰 하나만으로도 지금의 소림이 생각하는 화산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배첩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현종은 미묘한 씁쓸함을 지우기 힘들었다.
"무림 대회라면?"
"각 문파의 장문인들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고자 하신다 들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친교와 발전을 위한 비무 대회 역시 개최할 것입니다."
"장문인들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비무 대회의 참가는 이립 이하로 제한할 생각입니다."
'서른이라…….'
현종이 미묘한 미소를 걸고 혜방을 바라보았다.
"참 좋은 일입니다. 한데…… 구파일방에서 밀려난 저희 화산이 감히 이런 곳에 참가할 자격이 되겠습니까?"
"아미타불.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 무림 대회에는 구파일방뿐 아니라 오대세가, 그리고 다른 주요 문파들 역시 모두 참석할 것입니다. 그러니 심려치 마십시오."
"헹!"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쪽에서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뜬금없는 소리에 혜방이 고개를 슬쩍 돌려보니, 뒤쪽에 앉은 이들 중 하나가 벽에 등을 기댄 채 삐딱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려 보이는데?'
그에 대한 적대적인 시선이야 이해할 수 있다. 화산은 구파일방에서 축출된 문파고, 그 축출을 거행한 이들 중 소림도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곳이 다름 아닌 화산 장문인의 처소라는 점이다.
소림에서 온 손님을 받는 중요한 자리에 어린 제자가 함께한다는 것도 이상한데, 그 어린 제자의 태도가 차마 눈으로 봐 줄 수 없을 지경이다.
더 이상한 것은, 함께 자리한 화산의 어른 중 누구도 그의 행동을 제지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장문인인 현종조차.
'명문의 이름이 아깝구나.'
혜방의 미간에 패인 골이 좀 더 깊어지기 전에 현종이 슬쩍 입을 열었다.
"그래. 비무 대회를 한다고 하셨소?"
"그렇습니다."
"어떤 형식이오? 그 많은 문파의 모든 제자들이 참여할 수는 없을 텐데."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조금의 차등을 두었습니다."
"차등?"
"배첩의 색을 봐 주십시오."
현종이 슬쩍 시선을 내렸다.
"……은색이구려."
"배첩은 모두 네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백금(白金)첩. 백금첩을 받은 문파는 모두 오십여 명이 초대받아 스무 명의 제자들이 비무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현종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런 식으로 금첩은 마흔 명에 열 다섯. 은첩은 서른 명에 열. 동첩은 스무 명에 다섯이……."
"아니,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청명아!"
"아이고, 인마! 참아라! 참아야 한다!"
청명이 결국 눈을 까뒤집자 옆에서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던 운자 배들이 그를 단숨에 덮어 눌렀다.
하지만 눌린 채로도 사냥감을 본 개처럼 으르렁대더니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은첩? 은처어어업? 금첩도 아니고 은처어업? 아니, 이 새끼들이 화산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그 무시무시한 기세에 혜방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아니, 그런데 잠깐만.'
방금 청명이라고 했는가?
그럼 저자가 그 화산신룡?
'어찌 저런 자가……?'
방정맞기가 끝이 없고, 때와 장소를 가릴 줄 모르는 망나니가 아닌가?
저런 이가 천하제일 후기지수로 불린다니.
'강호의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된다더니 과연 그렇구나.'
"어이! 거기!"
"……."
"땡……. 아니, 스님!"
잠깐 들리다 만 단어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며, 혜방이 헛기침을 했다.
"나를 부르셨소?"
"종남은 뭐 받아요?"
"……예?"
"종남은 무슨 배첩을 받았냐고."
"……백금첩이요."
"아니, 근데 진짜 이것들이!"
청명이 다시 꿈틀대자 운검과 운암이 다시금 그를 꾹꾹 내리눌렀다.
"워워. 진정하자. 진정하자."
"당과! 누가 당과를 가져와라!"
청명이 바닥에 꽉 눌린 채로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거기, 스님!"
"……."
여기에 스님이라고는 혜방밖에 없었지만, 차마 그 사실을 지적할 엄두를 내지 못한 그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종남 후기지수 애들이 화산에 처발린 거 들었어요, 못 들었어요?"
"확실히…… 종화지회에서 화산이 승리했다는 소식은 들었……."
"종화지회?"
"아, 아니 화종. 화종지회."
"그런데요?"
"……무슨 말씀이신지?"
청명이 한심하다는 듯 쯧 하고 혀를 찼다.
"화산의 후기지수들이 종남의 후기지수보다 뛰어다는 걸 뻔히 증명했는데, 그놈들은 백금첩을 받아서 스무 명이 참가하고. 우리는 은첩을 받아서 열 명이 참가한다고? 여보쇼, 지금 장난하쇼?"
"……."
혜방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긴 했다. 저 태도는 좀 그렇지만, 논리에는 빈틈이 없다.
"생각을 하고 배첩을 돌려야 할 것 아냐, 생각을! 야, 이놈의 땡……. 읍! 읍읍! 으으음……."
현영이 능숙하게 청명의 입 안에 떡을 밀어 넣었다. 입 안 가득 씹을 게 들어가니 청명의 눈이 살짝 온화해졌다. 그리고 잠시간 말없이 떡을 씹기 시작한다.
"자, 차도 여기 있다."
청명의 앞에 찻주전자까지 내려놓은 현영이 슬쩍 현종을 돌아본다.
눈짓을 받은 현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입을 열었다.
"다소 거칠긴 했지만 이 아이의 말은 틀리지 않소. 이 천하무림대회가 그저 회합의 자리라면 모를까, 후기지수의 비무를 함께 하는 대회라면 화산은 종남과 대등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소이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미타불. 그건……."
현종이 빙그레 웃었다.
"소림은 공명정대한 곳으로 이름이 높지 않소. 우리의 체면을 헤아려 주길 바라오."
그 순간 떡을 꿀꺽 삼킨 청명이 다시 소리를 질러 댄다.
"우리가 가서 종남 애들 다 때려잡으면 니들 눈깔은 옹이구멍 되는 거야! 생각을 하고 배첩을 돌……."
"자, 하나 더 먹자꾸나."
"우웁!"
현영이 다시 청명의 입 안에 떡을 밀어 넣었다.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본 혜방은 굳은 얼굴로 고심하는 듯하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인다.
"장문인의 말씀이 틀리지 않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오."
"하지만 백금첩은 그 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오직 금첩뿐입니다. 그러니 장문인께서도 저와 소림의 사정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더니 그는 품 안에서 금색의 배첩을 꺼내 현종에게 내밀었다.
현종이 가만히 그 금첩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든다.
"감사하외다."
"아미타불. 별말씀을."
합장을 한 혜방이 말을 이어 갔다.
"대회는 지금으로부터 반년 뒤에 열릴 것입니다."
"왜 그리 멀리 잡으신 것이외까?"
"먼 곳에 있는 문파들까지 모두 참석시키려다 보니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그리고 소림 역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으음. 하긴 적은 수가 아니지요."
"아미타불. 그럼 저는 이만."
혜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종이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벌써요?"
"돌려야 할 배첩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급히 떠나는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상."
"예. 장문인."
"손님을 배웅해 드리거라."
"예!"
현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혜방이 사방을 향해 합장을 해 예를 표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현상과 혜방이 나가고, 장문인의 처소에 남은 이들은 모두 침중한 눈으로 다탁 위의 배첩을 바라보았다.
"천하무림대회라."
현종의 시선이 자연히 청명에게로 향한다.
"어찌 생각하느냐? 청명아?"
"……종남이고 나발이고가 문제가 아니네요."
"응?"
그 순간 현종은 보았다.
청명의 눈이 불타오르는 모습을 말이다.
"이 땡중 새끼들이, 감히 화산을 무시해? 니들 대가리는 안 깨지는지 보자!"
눈으로도 모자라 거의 입으로 불을 뿜어내는 청명을 보며 현종은 그저 인자하게 웃었다.
'쟤를 데려가도 될까?'
고민일세.
……정말 고민이야.
화산 장문인 친전.
강호에는 다툼이 끊이질 않고, 서로 질시하는 마음이 가득하니, 세상이 어지럽기가 가없습니다.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소림은 이 모든 것이 서로 간의 회합이 부족하여 벌어진 일이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과거 마교가 난을 일으키기 전에는 강호의 문파들이 다수 참여하는 무림 대회가 있어 서로 친교를 나누고,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무림맹이 유명무실해진 지금, 부족하지만 소림이 그 역할을 대신하여 무림 대회를 열고자 합니다.
그러니 부디 장문인께서는 소림의 청을 마다하지 마시옵고 제자들과 더불어 참가하여 자리를 빛내 주시길 바랍니다.
숭산에서 장문인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