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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귀환-147화 (147/1,567)

147화. 내 물건 건드리는 놈들은 다 뒈지는 거야! (2)

윤종의 눈이 쉴 새 없이 경련했다.

그의 앞에 보이는 강호인의 수가 못해도 수백이다. 빽빽하게 선 강호인들이 이를 드러내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뭐야!"

"막아! 저 새끼들부터 막아!"

흥분한 강호인들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청명 일행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두렵냐고?

물론 두렵지. 그런데 달려오는 이들이 두려운 게 아니라, 저 인간이 무슨 짓을 할까 두렵다!

"으라차아아아아!"

선두에 선 청명이 검집을 휘둘러 달려드는 놈들을 후려쳐선 날려 버린다.

빠아아아아악!

'히익!'

"아아아아아아악!"

청명의 검집에 얼굴을 얻어맞은 이가 하늘 높이 튕겨 올랐다. 청명의 검집에 얻어맞는 게 얼마나 아픈지 아는 윤종으로서는, 지금 하늘을 새처럼 날아가는 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한 달은 고기를 못 먹겠네.'

아니, 어쩌면 평생 동안 죽만 먹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신병을 얻기 위해 이곳에 온 대가치고는 너무 가혹한 일이지만, 뭘 어쩌겠는가?

청명은 천재지변 같은 놈이다.

태풍에 휩쓸린 사람이나 벼락에 맞은 사람은 '왜'를 논하지 않는다. 그저 재수가 없음을 한탄하고, 대비가 부족했음을 아쉬워할 뿐.

하필이면 이곳에 와서, 하필이면 청명의 앞에 있었던 것이 잘못이다.

퍼억! 퍼어억! 퍼어어억!

청명의 검집은 쉴 새 없이 눈앞에 보이는 이들을 후려치고 날려 버렸다.

"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검집에 얻어맞아 날아가는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비명을 지르는 것밖에는 없었다. 윤종은 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살짝 눈을 감아 날아가는 이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저들에겐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왜냐면 청명이 지금 반쯤은 정신을 놓아 버렸으니까.

"검총! 검총! 영약! 내공!"

한 명을 후려칠 때마다 청명의 입에서 튀어 나오는 말들이었다.

'하기야 오래 참았지.'

애초에 그리 인내심이 깊은 놈이 아니다. 그런 놈이 판을 깔고 무당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으니, 얼마나 갑갑했겠는가?

청명은 그 갑갑함을 이곳에서 모두 풀어 버리겠다는 듯이 폭풍처럼 주변을 휩쓸어 갔다.

화산의 등장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이들도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이들을 보고는 금세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사람이 왜 날아다녀?"

중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람이 새처럼 하늘을 나는 모습을 어디서 또 보겠는가? 그 어이없는 광경은 순간적으로 검총에 대한 집착마저 잊게 만들 정도였다.

'대체 저게 뭐지?'

대부분의 감상은 그러했다.

앞쪽에 있는 이들은 뒤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볼 수 있는 거라고는 사방으로 튕겨 나가는 이들의 모습뿐이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모두가 웬만큼은 강호에서 굴러먹던 이들. 당황은 잠시일 뿐, 곧 모두가 상황을 파악했다.

정체는 몰라도 강함은 모를 수가 없다. 선두에 서서 검집으로 사람을 쳐 날리는 청명의 신위만 보더라도 강력한 경쟁자가 출현했음은 자명하다.

"내버려 두고 검총으로 진입한다!"

그들은 지금 중요한 것이 화산을 막는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강자들은 순식간에 포위망을 뚫고 검총 안으로 진입했다. 그저 기회만을 노리고 온 이들은 강자들에 떠밀려 검총으로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당연히 화산은 강자에 속했다. 적어도 이곳에 몰린 이들 중에서는 말이다.

"으라차아아아아!"

청명이 재차 눈앞에 보이는 이들을 쳐 날린다.

"정신 차리고 똑바로 따라와!"

"알았어!"

청명의 바로 뒤에 선 윤종은 금세 눈앞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포착했다.

'길이 열린다?'

앞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던 이들이 청명의 기세에 눌려 좌우로 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여하튼 이 새끼는!'

윤종의 시선이 청명의 뒤통수에 가 꽂혔다.

어설프게 진입을 시도했다가는 강력한 반발을 각오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등장과 동시에 화려하게 주변을 휩쓸어 버리니 검총을 포위하고 있던 이들이 알아서 몸을 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싸워야 할 이들은 화산뿐만이 아니니까.

검총 안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검총에 진입한다고 해도 얼마나 더 많은 것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굳이 시작부터 강력한 적과 싸워 피해를 입으려 들지 않았다. 자연히 길을 열고 체력은 보존하는 길을 택한다.

'이것까지 미리 생각하고 이리 화려하게 난리를 친 건가?'

청명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결과는 그렇다는 게 확실하다. 그리고 윤종의 생각이 옳은지는 곧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길이 열리자 청명이 목소리를 높였다.

"진입한다! 진입하고 입구는 부숴 버려!"

"엥?"

그런 말은 없…….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윤종이 채 청명의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반응하는 자들이 있었다. 주변 곳곳에서 숨을 죽이던 강자들이 갑자기 가공할 속도로 검총 안으로 뛰어든다.

윤종이 눈을 크게 떴다.

'뭘 어떻게 할 작정이야, 이놈!'

지금 검총으로 뛰어든 이들은 이곳에 모인 이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일 게 틀림없다. 달려드는 속도만 봐도 너무도 확연하다.

그렇다면 당장 저들의 진입을 막아도 시원찮을 판인데, 왜 경쟁자들을 검총 안으로 몰아넣는단 말인가?

"진입해라! 지금 당장!"

소수의 강자들이 진입하자 문파들이 뒤를 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검을 휘두르면서도 앞으로 달려들기를 멈추지 않는다. 우세를 점한 문파 한둘이 주변을 밀어 내며 검총 안으로 속속들이 진입했다.

"야, 저거 막아야 하는 거 아냐?!"

길이 뚫렸음에도 검총으로 향하는 청명의 속도는 변함이 없었다.

"왜?"

"그래야 경쟁자가 줄어들지."

"사형."

"응?"

"사형은 장문인 되려면 한참 멀었다."

뭔 소리야?

윤종이 막 뭔가를 물으려는 순간 청명이 검을 한 번 떨치고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윤종은 입을 꾹 다물고는 청명의 뒤에 따라붙는다.

"쭉정이들은 비키시고!"

간간이 청명을 막으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이내 가을바람에 날아가는 낙엽과도 같은 신세로 청명의 검풍에 휩쓸려 나갔다.

"따라붙어!"

윤종이 고함을 지르며 청명을 뒤쫓는다. 그의 뒤를 지키던 조걸과 유이설, 그리고 최후미에 선 백천이 좌우로 검을 휘두르며 청명의 뒤로 악착같이 따라붙었다.

그때, 윤종이 안색을 굳혔다.

내딛는 발에 뭔가가 찰박하고 닿았다.

피.

어느새 이곳의 바닥이 피로 흥건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건 비무가 아니야.'

전신의 털이 한 올 한 올 곤두서는 느낌이다. 청명이 선두에 서 주었기에 느끼지 못했을 뿐, 이미 이곳은 서로 죽이고 죽는 아비규환이다.

윤종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청명에게 바짝 붙는다.

청명에 기세에 눌렸다가 후미를 노리고 들어온 이들은 백천의 검에 모조리 차단당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화산의 제자들은 어느새 검총의 입구에 거의 다다랐다.

청명이 힐끗 주위를 돌아본다.

'들어갈 만한 것들은 거의 들어갔고.'

이 이상은 의미가 없다.

"다들 뛰어 들……."

하지만 그때였다.

"화산신료오오오오오오옹!"

청명이 움찔하고 고개를 돌린다. 수림 속에서 익숙한 얼굴의 거지가 튀어나오더니, 말 그대로 거지 발에 땀나도록 득달같이 달려왔다.

"야, 이! 양심도 없는 놈아아아아! 그렇게 벗겨 먹었으면 데려가기라도 해야지이이이이이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오는 거지를 보니, 청명의 가슴속에서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측은지심이 슬그머니 머리를 내민다.

"끄응."

청명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고는 백천에게 눈짓했다.

"사숙! 애들 데리고 먼저 들어가요. 저 거지들 데리고 갈 테니까."

"괜찮겠느냐?"

"걱정 붙들어 매쇼!"

"알았다!"

백천도 더 이상은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견이 옳은가 그른가는 중요하지 않다. 지옥 불에 뛰어들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가 떨어지더라도 눈 딱 감고 들이밀 수 있는 추진력이 있어야 뭐 하나라도 건지는 법이다.

"내가 선두에 선다! 유 사매가 후미를 맡아!"

"네!"

검은 아가리를 쩌억 벌린 검총의 입구로 백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뒤로 윤종과 조걸, 그리고 유이설이 연속으로 뛰어든다.

"어딜!"

그 틈을 타 검총의 입구를 노리고 달려들던 이가 청명의 발길질에 얻어맞고는 튕겨 나간다.

청명이 쓰읍 하고 이를 갈았다.

"빨리 와요! 빨리!"

"아, 아니! 이 빌어먹을!"

홍대광이 다급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안달했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화산 놈들에게는 잘도 길을 열어 주더니! 우리가 만만하냐! 개방을 뭐로 보고!"

청명에게는 길을 트던 이들이 홍대광의 앞은 막아서고 나선 것이다. 겹겹이 쌓여만 가는 인의 장막을 바라보며 홍대광은 환장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 빌어먹을 거지 놈들아! 빨리 길을 열란 말이다! 검총! 검총이 바로 저기 있다고!"

"허억! 허억! 분타주님! 여기까지 오느라 힘을 너무 뺐습니다!"

"그게 할 말이냐, 그게?! 화산의 어린놈들은 벌써 저기까지 가 있는데?"

"아이고. 저희는 못 합니다!"

홍대광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아니, 저놈들은 용 뼈라도 삶아 먹었나?'

대체 이 말도 안 되는 인의 장막을 무슨 수로 뚫고 들어갔단 말인가? 아무리 화산신룡이 답도 없는 놈이라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때였다.

"으라차아아아!"

뒤쪽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청명이 자신이 어떻게 이곳을 뚫었는지 알려 주겠다는 듯, 순식간에 들이닥쳐 홍대광의 앞쪽을 막고 있던 이들을 밀어 낸다.

'저거 진짜 걸물이네.'

검집을 휘두르는 청명의 모습을 본 홍대광의 눈이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절대 만만히 볼 수 있는 이들이 아니다.

무당의 제자들이라고 해 봐야 아직은 강호 전체로 본다면 영글지 못한 열매와도 같다. 청명이 그들을 이겨 낸 건 대단한 일이지만, 그건 후기지수끼리의 싸움일 때의 평가다.

하지만 이곳에 보이는 이들의 면면은 홍대광에게조차 부담스러운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떼거지로 달려드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길을 뚫어 내고 있지 않은가?

홍대광의 머릿속에 화산과 청명에 대한 평가가 급상승하기 시작…….

"뭐 해요! 거긴 주워 먹을 것 없으니까! 빨리 오라고요!"

아니. 급하락하기 시작했다.

"간다! 이 요망한 놈아!"

평가고 나발이고 지금은 일단 돌진할 때다.

"뒤에 애들까지 데리고 가야 돼!"

"쯔읏."

청명이 영 마뜩잖다는 듯 혀를 차더니 앞으로 달려들었다.

엥?

달려들어?

그는 거지들을 한 손으로 움켜잡고 뒤로 던져 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악!"

"아니, 왜 던져……. 으아아아아아아!"

홍대광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충 휙휙 던지는 것 같은데 날아간 놈들이 하나같이 검총의 입구로 쏙쏙 빨려 들어간다.

'공놀이하는 것 같네.'

지금 날아 들어가는 것들이 제 수하들만 아니었다면 정말 즐겁게 봤을 것 같다.

그렇게 순식간에 거지들을 입구로 던져 넣은 청명이 고개를 획 돌려 홍대광을 바라본다. 그 눈에 어린 무시무시한 광망을 본 홍대광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아챘다.

"가, 간다고!"

홍대광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검총의 입구로 몸을 던졌다.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저 흉악한 놈에게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개방의 거지들이 모조리 검총으로 들어가자 청명이 검총의 입구에 서선 주위를 둘러보았다.

"흐음."

쓸 만한 것들은 다 들어간 것 같고, 남은 건 쭉정이뿐이다.

'조금 더 기다리면 더 쓸 만한 것들도 오겠지만.'

이건 신속함 역시 중요한 일이다.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건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청명이 입구를 막고 서자 폭풍 같은 돌진에 당황했던 이들이 일순 숨을 죽이며 청명을 바라본다. 그러다 이윽고 청명이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청명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여기에 모인 모든 이들을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는 법. 눈빛을 교환한 이들이 천천히 청명을 향해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청명은 그들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 주변을 찬찬히 살피더니 미간을 좁혔다.

'여긴 마치 비무장 같은데.'

울창하게 우거진 숲 한가운데에 둥그런 공터가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그 공터의 흙이 살짝 붉은빛마저 띤다.

마치 수많은 이들이 싸운 비무장 같은 느낌이 아닌가?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청명이 무심한 얼굴로 검집에서 검을 뽑아낸다.

챙!

그 섬뜩한 울림에 다가오던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초대는 여기까지예요."

청명이 씨익 웃는다.

"자, 그럼 다음에 보자고요."

청명이 끝도 없이 뚫린 구멍으로 훌쩍 뛰어내린다. 그와 동시에 그의 검이 좌우로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얼핏 듣기에도 둔탁하기 짝이 없는 절삭음과 함께 청명이 모습이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우르르르릉!

청명이 돌입함과 동시에 검총의 입구가 그대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아, 안 돼!"

"막아라!"

사색이 된 이들이 뒤늦게 달려들었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검총의 입구가 완전히 무너져 바위와 흙으로 막혀 버린 뒤였다.

"파! 빌어먹을 당장 파내야 한다!"

"저 간악한 놈이!"

남겨진 이들이 악을 쓰며 입구로 달려든다. 하지만 한번 무너진 입구를 다시 파려면 적어도 몇 시진은 필요할 것이다.

모두가 허망한 눈으로 막혀 버린 구멍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뇌리에는 검총의 입구를 무너뜨린 어린놈의 얼굴이 더없이 깊게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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