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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170화 (171/225)

170화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다고

170화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다고

나도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천주성주가 검후라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그녀의 정체를 알았을 때는 진기도인을 했을 때였다. 자연스레 나는 그녀의 진신 내공을 봤고, 그건 한유림이 가지고 있던 내공의 결과 다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나만큼 내공에 예민하지 않기에 몰랐을 거고, 한유림을 보지 못했으니 검후이기 알기는 어려웠을 거다. 그렇게 보면 천주성주를 고치고, 또 검후라는 걸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중원에 나밖에 없던 셈이었다.

“그 신옥주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밝혀라.”

천주성주, 검후는 내게 기세를 쏘아내고 있었다. 옛날 고수였던 때의 내공은 그대로 가지고 있어 피부가 따끔거렸다.

나는 검후를 바라봤다. 확실히 얼굴에 한유림이 좀 보인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한유림도 나한테 처음 이렇게 기세를 뿜어냈다. 모녀가 같은 기질을 가진 셈이다. 그리고 그건 내가 원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그 몸상태로 절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내 말에 검후의 안색이 변했다. 지금 검후, 천주성주의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알았다. 심지어 검후 본인보다 내가 더 잘 알 거였다.

“아직 고독에게 당한 후유증이 남아계실 겁니다. 고독이 뿜어낸 탁기(濁氣)가 가시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칠주야간 폐관을 하신 것 아닙니까.”

내 말에 검후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한 말 중에 틀린 말이 있었다면 그녀가 반박을 했을 것이다.

“···그래. 칠주야간 운기조식을 해도 외형을 복구하는 게 전부더군. 근육과 뼈는 바로 잡았지만, 내공은 여전히 불순한 상태지.”

“그러실 겁니다. 그나마 태원지기가 있어서 그만큼이나 회복하신 겁니다. 진신 내공으로는 어림도 없죠.”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 자연의 힘을 빌리니 회복이 잘 될 수밖에. 또한 자연은 아무리 파괴되어도 재생하는 성질까지 가지고 있다. 치유에는 무엇보다 좋은 기일 터였다.

“그래. 내가 실례를 범했군. 그대가 누구든, 내 은인인건 변함이 없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 신옥주는 원래···”

“물론, 검후님의 딸이 가지고 있어야하죠.”

내 말에 검후가 흠칫하다 못해 멈춰버렸다. 내가 한유림까지 알지는 몰랐다는 걸까. 난 걱정하는 검후를 위해 진실을 빨리 알려주기로 했다.

“유림이는 지금 황금세가의 금원대라는 곳에 속해있습니다. 제가 거둬들였죠.”

“···딸, 내 딸이 살아있다고?”

검후의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아마 한유림이 죽은 줄 알았을 거다. 중원은 구음절맥인 어린 소녀가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물론 한유림이 날 만나지 않았다면 죽을 확률이 높았을 거다.

난 그간 한유림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줬다. 내게 어떻게 거둬들여졌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째서 내 손에 신옥주가 있는지도 말이다. 그러면서도 난 그녀가 믿을 수 있게끔 한유림이 옥녀단마신공을 얻게 된 것도, 신옥주를 어떻게 얻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못 믿겠다는 눈빛을 하던 검후는 이제 숨도 못 쉬고 듣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내 말이 끝나고 검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그랬군···”

고개를 숙인 그녀는 몸을 떨었다. 아무리 무공이 고강하고 사람들에게 숭상을 받는 검후라도 딸 얘기를 들을 때만큼은 평범한 어머니였다.

“고맙네, 고마워. 정말,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할지···”

검후의 감사는 이쪽이 훨씬 더 진심에 가까웠다. 물론 자신의 몸을 고친 것도 고마웠겠지만, 한유림을 거두고 살렸다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던 거다.

나는 검후에게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후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붉어져있고 눈은 충혈 되어 있었다.

“잠깐 추태를 보였군.”

“가족 일인데요.”

고개를 숙이기 전의 검후의 눈빛과 지금의 눈빛은 확연히 달랐다. 전에는 경계를 했다면, 지금은 완전히 신뢰하는 눈빛이었다.

한유림의 구음절맥, 그녀의 성격, 생김새, 보타암의 비동, 옥녀단마신공을 덧붙여 설명했으니 그녀가 못 믿으려야 못 믿을 수 없었다.

이제야 서로가 진실을 얘기할 수 있게 됐다. 이 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 모른다. 난 그렇게 얻은 귀중한 기회를 최대한 알뜰하게 사용할 생각이었다.

난 바로 내가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그럼 이제 알려주시죠. 어떻게 살아난 거죠?”

“글쎄. 여전히 그때 기억은 흐릿해. 그때 나는 거의 모든 힘을 소진하고 부상도 많은 상태였지. 그렇게 쫓기고 쫓기다가 난 회계산 정상에 올랐고, 그곳의 폭포로 떨어졌어. 폭포로 떨어지기 전까지 암벽에 세 네 번은 부딪쳤던 것 같군. 체감 상 한 천 척(尺)은 떨어진 것 같았어.”

그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졌다면 그녀의 얼굴이나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던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런 정도라면 내공을 돌려서 회복력을 높이는 게 아니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당장 지금도 우아한 모습을 갖추고는 있지만, 부은 곳이 보였다. 검후 정도의 고수가 칠주야 동안 회복에만 집중했는데 저 정도로 후유증이 남았다는 것이 그 당시 상황을 말해준다.

“난 죽었다 생각했지. 미쳐있는 도중에도 죽음이 다가오니 정신이 살짝은 돌아오더군. 그때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깨달았고,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근데 내 몸은 그렇지 않더군. 무의식적으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친 거야. 그래서 태원지기와 감응했고, 그 기운으로 간신히 목숨을 보전한 거야. 어떻게 물 밖으로 나왔는지는 기억도 안 나네. 내 무의식이 움직였겠지.”

검후는 그때의 고통이 생각난다는 듯 얼굴을 움찔했다.

“그리고 굴속으로 기어가 몇 달을 이슬과 벌레를 먹고 살았지. 태원지기 때문에 광기가 덮치지는 않았지만 고독의 고통은 도무지 견디기 힘들었어. 몸의 상처도 너무 심했고 말이야. 정말 억지로 살았지. 그러다가 남궁 선배가 날 발견한 거지.”

“그렇군요.”

그러고 보면 검후의 나이는 아직 불혹도 안 된 것으로 보였다. 물론 한유림 정도의 딸이 있으면 지천명은 됐을 터. 남궁연화는 까마득한 후배를 성주로 모셨던 거다. 물론 미래를 말하고 다녔으니 숭상했던 것도 이해는 된다. 난 계속 질문을 던졌다.

“검후님은 고독에 먹혔던 그간 십 년의 정세를 알고 계십니까?”

“정세라. 내가 본 것이 아니면 거의 모르네. 그런 것까지 신경 쓰기에는 너무 아팠으니까.”

“실제로 미래를 보실 수 있군요.”

검후는 내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까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나?”

“믿기 힘든 이야기니까요.”

“내가 볼 때는 지금 자네의 존재가 더 믿기 힘드네. 그 나이에 그 정도 무위라니, 말이 되는가.”

검후는 헛기침을 했다. 잠깐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였다. 나는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왔다.

“그럼 예언 이외에는 기억이 드문드문 하시겠죠?”

“잘 아는군. 그 고통에 기억이 온전할 수는 없지. 잠깐씩 돌아올 뿐. 심지어 고독도 더 깊이 파고들어서 가면 갈수록 고통이 심해졌어. 태원지기도 한계가 있었던 게야. 그런 와중 난 내가 죽는 미래까지 봤고.”

나도 그 칠색고에 당해봤으니까 잘 알고 있다. 또한 칠색고가 뇌에 붙으니 기억을 제대로 못하는 건 당연했다.

아마 당주들은 천주성주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넸겠지만 거의 다 무용했던 셈이다.

“근데 어떻게 미래를 볼 수 있게 된 겁니까? 보타암에 있던 시절부터?”

“그러면 내가 이러고 있지 않았겠지.”

하긴, 미래를 알고 있는데 고독에 걸린다니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검후는 지체하지도 않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

“여기야. 고통 때문에 상단전이 큰 충격을 받고 열린 거지.”

“음.”

“내가 추측하기로는 자네도 상단전이 열려있을 거야. 그게 자네 강함의 핵심일 거고. 맞나?”

검후도 상단전이 열려있으니 내가 상단전이 열려있다는 걸 알고 있을 터. 이건 숨겨봤자 되는 일이 아니었다. 난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했지. 여기에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다고. 우리를 제외한 다른 인간들도 이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거야. 물론 이런 경험을 겪고 살 수 있으면 말이지. 실제로 태원지기도 상단전이 열려있었기에 찾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

“그렇군요.”

검후의 추측은 아마도 정답일 것이었다. 만약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깊이의 무의식에서 찾아낼 수 있는 힘이라면 화종도나 종리운 같은 사람은 무조건 가지고 있어야 했으니까.

“그러나 자네는 열린지 얼마 안 된 것 같더군. 다루는 게 그리 익숙지는 않아보였어.”

“그랬던가요.”

“그래. 난 그래서 의문스러워. 보통 상단전이 열렸다 함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음을 뜻해. 비유를 하자면 혈뇌장벽이 사라진 거랑 같달까. 상단전의 잠재력을 끌어내면서도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데, 난 그게 태원지기였다는 말이야. 근데 자네는 태원지기로 상단전을 보호한 것도 아니란 말이지.”

“글쎄요.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흠. 상단전이 열려있다는 게 자네에게는 기연으로 작용했지만, 자네가 상단전이 보호되고 있는 이유를 모른다면 곤란해.”

“그런 걸까요.”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다. 회귀를 하면서부터 난 상단전이 열려있었고, 난 그걸 전생에서 겪었던 무지막지한 고통의 자그마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상단전 자체를 자그마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위험이 있다면 제대로 된 보상도 아니었던 거다.

“칫.”

“왜 그러나?”

“아닙니다.”

세상이 너무 아니꼬워서 볼멘소리가 자동으로 나와 버렸다. 괜한 소리를 낸 것일까. 검후는 살짝 내 눈치를 봤다.

“내가 괜히 겁을 준 건 아닌가 모르겠군. 가설일 뿐이니까 말이야.”

“네. 그렇죠.”

내가 그렇게 대답해도 여전히 검후는 미안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떠오른 듯 손가락을 튕겼다.

“아. 종남파에 청라보패(淸羅寶貝)라는 기물이 있어. 그걸 지니면 정신이 매순간 맑고, 두통이 사라진다고 하지. 그거를 지니면 확실하게 보호될 거야.”

“청라보패요?”

난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잠시 생각하니 그게 무엇인지 떠올랐다. 그건 중원칠종신기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 위치가 확실한 중원칠종신기는 소림의 멸마선장, 명경, 무당의 수호의밖에 없었다. 아, 거기서 보타암의 신옥주와 남궁세가의 혈기린반지는 나한테 있지.

“그게 종남파에 있나요?”

“그럼 어디에 있나?”

검후는 도리어 거기 있는 게 당연하다는 듯 되물었다. 그 정도로 확신을 가지는 거면, 다른 칠종신기의 위치도 알고 있다는 걸까.

“풍화륜(風火輪)은 그럼 어디에 있습니까?”

“개방에 있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죠?”

“음, 당연히 그곳에 있는 건데. 가주는 혹시 중원칠종신기가 왜 중원칠종신기인지 모르나?”

검후가 물었다. 중원칠종신기는 출처 없이 구전으로 전해져오는 전설인 줄 알았는데, 뭔가 다른 사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네.”

“중원칠종신기는 옛날 숭산지약에서 모인 일곱 곳이 나눠가진 물건들을 뜻해.”

내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이건 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소림사, 무당파, 보타암, 황금세가, 종남파, 남궁세가, 개방이 한 맹약이지. 의협심 있는 중원을 만들 책임을 지닌다는 의미로 신기들을 나눠가진 거지.”

중원칠종신기에 그런 비사가 얽혀있었나. 남궁연화가 내게 줬을 때의 말이 그제야 이해가 됐다. 남궁세가는 혈기린반지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럼 그녀는 내가 의협심이 있다고 판단해서 준 것일까.

검후는 설명을 더했다.

“대신 황금세가는 제외됐지. 무가가 아니라서 지키기 힘들다고 말이야. 그래서 소림이 두 개를 가지고 있는 거야. 멸마선장, 명경. 엄밀히 따지면 명경은 황금세가의 것인데 소림사가 맡아두고 있는 거지.”

진권이 내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없는데. 물론 안 물어봤으니까 안 했겠지. 일부러 숨기지는 않았으리라.

“그랬군요. 그럼 어쨌든 청라보패는 종남파의 것인데 저한테 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렇군.”

뭐야. 그냥 당황해서 막 던진 건가. 어쨌든 중원칠종신기의 기원을 알았으니 남는 장사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 제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검후의 정체와 한유림의 이야기 때문에 잠깐 분위기가 변하긴 했지만, 천주성은 여전히 정파를 불신하고 있었으니까. 그건 내가 천주성주한테 엄청난 은인이라고 해도 돌리기는 힘든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직접 본 미래니까.

“이야기가 좀 헛돌았군. 아무튼 당주들은 데려가게나. 난 그런 미래를 본 적은 없지만 말이야.”

결국 천주성과 반목, 아니, 더 나아가서 융화를 하려면 그녀의 방식대로 납득시킬 수밖에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유림이를 혹시 볼 수 있겠나? 시험을 던져두고 이런 부탁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검후가 민망해했다. 그녀는 정파의 명숙이기도 하지만, 한유림의 어머니기도 했다.

“그럼요. 지금 부르면 보름 안에 올 겁니다.”

“고맙네, 고맙네.”

검후는 내게 고개까지 숙이면서 연거푸 감사함을 전했다. 난 그런 것까지 빌미로 삼아서 협박할 생각은 없었다.

“대신 이 태원의 기라는 걸 다루는 걸 좀 알려주시죠.”

검후가 흠칫했다. 난 아직, 협을 행하고만 다니기에는 수련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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