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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154화 (155/225)

154화 아마 그들이 찾아올 겁니다

154화 아마 그들이 찾아올 겁니다

“함정이 아닐까?”

“아니라니까요.”

함정은 무슨. 금월상은 쓸데없는 걱정이 과했다. 내가 볼 때는 그는 아직도 약자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강자다. 강자인 이유는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다.

지금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봐라. 우리는 용봉지회와 달리 딱히 황금세가라는 걸 티내면서 가고 있지 않았다. 그저 남색 바탕에 황금색 테두리 옷. 그게 전부였다.

“···와, 황금세가다.”

“저 큰 사람이 도룡이고, 앞에 있는 게 가주인 옥룡인가보군.”

“죽립을 썼는데도 뭔가 잘생긴 것 같군.”

“아니면 약선께서 굳이 옥룡이라는 별호를 붙였겠나.”

내 형제들. 금월상, 금화청, 금수린은 어안이 벙벙한 것 같다. 딱히 사람을 푼 것도 아니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신기할만하다.

특히 우리와 처음 함께 나가본 금화청은 신경을 안 쓰는 척하면서 꽤 신경을 쓰고 있다.

“어머, 저 공자님 진짜 잘생겼다.”

“저 사람이 가주인가?”

“아니야. 가주는 조금 더 예쁘게 생겼다고 해야하나···”

지금 우리는 섬서 서안(西安)으로 가는 중이었다. 당연하지만, 신단회가 열리는 곳이었다. 원래 칠주야 뒤에 열리기에 며칠 뒤에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소림의 서한이 와서 일찍 출발하는 것이었다.

-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조금 일찍 와주기를 부탁하네. 소림사 방장 진권.

그리고 금월상은 그걸 못 믿어서 함정이라고 하는 거고.

하긴 우리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아는 하북팽가, 해남파를 제외하고 명가라는 것들에 대해서 인식이 좋을 리가 없다. 뭐만 하면 상계라고 비하를 받은 것도 있었지만, 당장 구파일방이 그들이 말하는대로 정파의 정의를 지키는 곳이었다면 황금세가를 유린받게 놔둬서는 안 됐으니까.

우리 아버지가 마교의 간자를 추적하다가 독에 당할 때도, 그들은 이전투구를 하고, 서로 견제를 하고 쓸데없는 곳에 심력을 낭비하고 있지 않았는가.

당장 지금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도, 이렇게 구파일방의 태만에 피해를 본 곳들이 많아서다.

“함정은 아니야. 지금 우리가지고 장난치면 중원 전체가 몸을 돌릴 수도 있으니까.”

금화청이 말했다. 내 생각도 그것이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지탄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반대급부로 신흥대체 세력인 우리와 무림맹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고 있었다.

“당장 신단회에 무림맹이 남궁세가 대신 참여하는데, 어떻게 장난질을 치겠습니까.”

내가 덧붙였다. 무림맹을 억지로 무시하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갈헌에게 듣기로, 이제 무림맹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적어도 두, 세 군데는 동시에 꺾을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고 했다. 우리의 무지막지한 금력과 무림맹의 행보, 명가들의 실책이 여기까지 일을 키운 거다.

“그러면 왜 일찍 오라는 거야?”

“그거야 모르죠. 서안을 구경시켜줄 수도 있고요.”

“···그런 한심한 이유로 부른다고?”

“그럴 수도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서안에 도착했다.

중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사와 초대를 받고,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던 문파나 세가가 많았는지 얘기하려면 사흘 밤은 새야될 것이다. 당장 신단회를 가야했기에 모두 거절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서안에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단체로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시끄러운 소리가 서안 전체를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원에 고독을 뿌린 화산파는 구파일방에서 내려와라!”

“같은 섬서에 있으면서도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한 종남파는 무능을 인정하라!”

종남파와 화산파가 있는 섬서. 종남산과 화산이 서안과 좀 멀리 떨어져있다고 해도, 가장 가까운 성도인만큼 화산과 종남의 제자가 많은 곳이라는 건 당연한 사실. 여기서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그들에게 부담이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을 거였다.

“···어우, 이게 뭐람.”

금수린이 질린다는 듯 귀를 막았다.

우리는 사람들을 최대한 피하려고 작은 관도만을 이용해 와서, 이렇게 커다란 도시에 온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런 소란도 처음 겪는 것이었다.

만약 서안이 이렇다면, 하북의 북경과 천진, 하남의 정주, 호북의 양양 등도 똑같이 명가들의 잘못을 성토하고 있으려나.

이러한 여론이 중원에 많이 형성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실제적으로 커다란 규모로 행동하고 있는 건 처음 알았다.

“음.”

소림사가 우리를 빨리 부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대충 예상하기는 했지만.

“···흠, 근데 목환아. 소림사가 서안 어디에 있다고 했지?”

나는 접힌 소매를 품에서 꺼냈다. 소림이 보낸 그 서한이 맞았다. 이 서한에 그들이 어디 거처하고 있는지 적혀있기는 했다.

“몰라도 될 것 같습니다.”

“응?”

그러나 나는 그것을 잘게잘게 찢어 날려버렸다. 곽진도와 형제들이 멍하니 바람에 실려가는 종이를 바라봤다.

“아마 그들이 찾아올 겁니다.”

*

종이가 찢기고 찢겼다. 잘게 찢겨진 종이들은 태워졌다. 그 불꽃은 거칠어 시전자의 분노를 오롯이 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종이는 곧 검은 먼지가 되어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

“이렇게나 마교의 간자가 많았다고.”

“네.”

“···하. 가죽을 신경쓰느라 내장을 돌보지 못했다니.”

무당파의 장문인, 목진(木盡). 목송의 사형이자 현 무당파의 장문인. 그가 바로 종이를 삼매진화 시켜버린 장본인이었다.

“해검지에 있는 간자들은 다 처리됐는가?”

“처리할 것도 없습니다. 다 도망갔습니다.”

“허허.”

목진이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모든 이의 고개가 숙여져 있었다. 여기서 역병처럼 퍼져있던 마교의 간자들에 대해 책임이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목진은 욕지기가 금방이라도 올라올 것 같았지만, 사실 가장 큰 책임은 본인이었다. 본인이 장문인이니까. 그것을 알고 있었다.

“다른 문파들 상황은 어떤가?”

“똑같습니다. 다들 내외로 혼란스러워하죠.”

목진이 한숨을 쉬었다. 바깥에서는 농성을 하고, 내부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지금 일단, 다른 문파들과 간자 수와 피해량을 비교해보는 게 맞지 않는가. 어쩌면 우리는 이 파란에서 벗어날 수도 있으니.”

“젠장! 그게 지금 할 말인가? 정파의 기둥이라는 무당에게 책임 회피를 하라고 하는 거냐!”

“사형, 그럼 어쩌란 말이오? 이대로 선조님들이 지켜오신 명예를 일거에 무너뜨릴 거요?”

“네놈들의 체면 차리기를 선조님들이 좋아하실 것 같나? 자기 잇속을 챙기면서 어찌 선조님을 파는가!”

목진의 사제, 장로들인 목송과 목화(木華)가 고성을 내질렀다. 지금 이러한 상황도 다른 문파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이걸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부분적으로만 인정하고 체면을 지켜볼 것이냐.

그때, 바깥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라.”

“소림사 방장께서 서한을 보내셨습니다.”

“진권이?”

시동은 목진 앞으로 가 서한을 넘기고, 뒷걸음으로 빠져나왔다. 서한에는 봉인 처리가 되어 있어서 시동에게 물어도 나올 건 없어보였다. 목진은 시동에게 손사래를 쳐서 내보냈다.

소림사 방장의 서한이라. 싸우던 장로들도 잠시 휴전하고 서한에 주목했다. 목진은 서한을 읽으면서 천천히 눈으로 읽어나갔다. 많은 이들의 눈이 목진의 눈에 붙어있었다.

목진은 읽는 도중 점점 얼굴을 구겨갔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구겨지는지 몰랐다.

허나 곧, 그들은 서한의 내용을 알 수 있게 됐다. 목진이 서한을 반대편으로 돌려 모두가 볼 수 있게끔 공개한 것이다.

내용을 다 읽은 목송이 바로 분개의 소리를 내뱉었다.

“이 땡중 놈이 정파 망신은 다 시키는군!”

“···진정해라. 사제.”

“이게 고정한다고 될 일입니까? 장문인! 대 무당파가 이런 서한을 받을 정도로 초라했습니까?”

목진은 고개를 숙였다.

구파일방과 남궁세가를 제외한 오대세가의 수장들이 황금세가에게 사과를 하고 현 사태를 진정시켜달라고 하자니. 진권이 치매라도 온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굴욕적인 서한이었다.

“이런 생각을 한 진권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오히려 진권을 방장 자리에서 끌어내려야겠군. 소림사는 더 이상 구파일방의 태두를 맡을 자격이 없는 거다.”

목송이 말했다. 황금세가가 지금 당장 위세가 좋다고 해도, 잠깐일 게 분명하다. 목송은 그리 생각했다.

“사형. 그래도 확실히 지금 분위기를 가라앉히는데는 황금세가가 필요하기는 합니다. 당장 황금세가가 오대세가를 거부하면 기름에 불을 쏟는 꼴이 될 겁니다.”

목화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목화를 지지하는 장로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제일 안전하고,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당장 무당산 바깥에도 무당파를 지탄하는 사람들이 한 가득 모여있습니다. 다른 문파들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이건 예의 몇몇 소수의 불만과는 다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전통이 있는 무당파라고 해도 중원의 지지가 없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입니다.”

“무슨 소리! 무당파는 장삼봉 조사께서 개파하실 때부터 명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네. 아랫것들이 우리를 위로 올려준 게 아니라, 애초에 위에 있었다는 말이네.”

“그 부분은 사형과 내 의견이 다르군요.”

목화는 가만히 눈을 감고 목송의 말에 대답했다.

사제, 장로들의 다툼에 목진은 한숨을 쉬었다. 그라고 황금세가가 필요한 걸 왜 모르겠는가. 근본적인 문제라면, 마교의 간자가 없었어야 하는 것을.

무림맹이 조사를 같이 하자고 할 때 순순히 하자고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그만. 그만하지. 방장의 말을 따라 사과를 하지.”

“네?”

강경파였던 목송의 목소리가 허무하게 바뀌었다. 허무했던 목소리는 곧 분노로 변했다.

“어떻게 대 무당파가 고개를 숙인다는 말입니까. 말도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황금세가 가주를 무당파로 불러 말을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됐네. 내 마음은 정해졌네. 황금세가에 서신을 보내게. 무당파 장문인, 목진이 직접 할 말이 있다고 말이야.”

목송은 얼굴을 붉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장문인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장로회의실을 나가버렸다.

신단회 나흘 전. 무당파의 매가 황금세가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뒤 이어, 열 마리가 넘는 매가 일시에 날았다.

*

하북팽가는 조용했다. 현재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집어삼키는 중원의 흐름에서, 해남파와 함께 유이하게 벗어난 집단이었다.

이미 그들은 무림맹 조사를 내부적으로 마쳤고, 간자들을 전부 솎아냈기 때문이었다.분노를 한 사람들도, 미리 마교의 간자들을 모두 잡아놨다고 하니 할 말이 없을 거였다.

“끔찍하군.”

팽의석이 몸을 떨었다. 만약 금목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본인들 세가 주변에도 농성하는 사람들이 낮밤을 지킬 거다.

그때 팽의석의 자리로 두 마리의 매가 날아왔다.

대충 예상은 됐다. 황금세가에게 이 불길을 진화시킬 속셈일 거다. 자신이 진권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지금은 그 방법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역시 하나는 소림사 진권의 서한이었고, 내용도 팽의석이 예상한 그대로였다.

“좀 심심한데.”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니 이리 심심할 수가. 팽의석은 슬쩍 웃으며 다른 서한을 꺼냈다.

그 서한은 어떤 예상에도 있지 않았다.

- 천주성주(天主城主).

서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웅장한 필체의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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