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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149화 (150/225)

149화 안휘대회전(安徽大會戰) (5)

149화 안휘대회전(安徽大會戰) (5)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리벙벙하다. 남궁세가 사람들은 바로 외쳤다.

“정파의 규율에 정면으로 도전한 금목환 가주에게 개인적인 징계가 필요합니다!”

“저런 망나니 같은 녀석!”

살다가 내가 망나니라는 소리도 다 들어봤다. 그러나 진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직접 끼어드는 게 개인적인 징계까지 갈 사안은 아니오. 불만이 있으신 분들은 회전 규율을 읽어보시오.”

다행히 내 행동이 회전 자체를 엎을 정도의 커다란 결격 사유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분개하는 건 남궁세가 사람들 뿐. 참관하는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날 어리벙벙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저 정도 무공 수준이었나?”

“경공만 봐도 일개 세가 장로급은 되는 것 같군.”

“저 나이에 그게 가능한가?”

“모르겠군.”

중간에 끊겨 흐름이 어색해진 연무장에는 그런 말만 나돌았다. 진권은 더 소란스러워지기 전에 진행하려는 듯 손뼉을 한 번 쳤다. 청아한 공명이 봉우리에서 뻗어져 나간다. 모든 사람들의 눈이 진권이 있는 쪽으로 모였다.

“딱히 비무장에 치울 게 없으니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소.”

건조한 진행이었다. 나는 그런 도중 남궁선우를 계속 바라봤다. 남궁선우도 진즉 내 눈빛을 눈치 채고 나를 마주 노려봤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의아함도 같이 있었다.

난 무의식 속에서 찾아낸 진기를 살짝 돌렸다. 바로 남궁선우의 표정이 일변했다. 많은 사람들은 못 느꼈겠지만, 그는 이제야 느꼈을 거다.

내 내공과 남궁선우의 내공이 반응한 것을 말이다. 남궁선우는 주먹을 꽉 쥐고 나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우리의 눈이 계속 마주치고 있을 때 화종도가 말했다.

“너희들 뭐하냐?”

“가주들끼리의 신경전이죠.”

“뭔가 이상한데. 방금 살짝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어.”

나는 속으로 흠칫했다. 역시 삼선은 삼선이었다. 하긴 그의 앞에서 기만을 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내가 진기를 돌릴 때 살짝 발출된 것 같았다.

하긴 발출될 정도도 아니었을 거다. 그저 화종도가 너무나 고수일 뿐. 앞으로 삼선 정도 되는 사람이 있으면 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화종도도 이 내공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으니, 그것도 또 하나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터다.

“일단 알았다. 다음 번에는 누가 나갈 거냐? 참고로 우리는 꽤 많이 졌다. 지금 나갈만한 인력이 마땅치 않은데···”

“많지 않아도 됩니다.”

난 화종도에게 말했다. 화종도는 내 말을 듣고 뒤를 둘러봤다.

“뭐, 또 누구 있냐?”

“아뇨. 제가 나갈 거니까요.”

“그래, 근데 너 말고 나갈 사람이 없다고.”

화종도는 내 대답에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답했다. 그렇지만 나는 문장을 잘못 이해한 게 아니었다.

“충분합니다.”

이제, 남궁선우의 눈이 고요해졌으니까. 상황 파악이 끝났을 거다. 남궁선우는 들켰다. 나한테, 마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게 들켰다면, 그가 할 일은 명확할 터였다.

“다음 비무자는 나오시오.”

진권이 말했다.

자연스럽게 비무장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저 맞은편에서 남궁선우가 굳은 표정으로 나오는 게 보였다.

이번 회전, 더 이상의 비무는 없을 것이다.

*

남궁선우. 그는 신강에서 내려온 간자가 아닌, 중원에서 마교에 감화된 사람이었다. 마교에서 흔히 말하는 중원동포.

여느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남궁선우 역시 문자를 먼저 뗐을 때부터 가르침 받은 건 마교에 대한 무서움이었다. 선생들은 마교의 교리를 들며 얼마나 어이없고 하찮은지 설명했다. 그러나 남궁선우는 그것이 하찮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그 교리에 마음이 잡혀버렸다.

하나의 존재를 믿으면 본인의 인생이 쭉쭉 풀린다니, 이 얼마나 매혹적인 교리라는 말인가.

그 이후로 남궁선우는 몰래 신강에 꾸준히 연락을 보냈다. 당연히 마교 입장에서도 믿지 않았다. 남궁세가의 도련님이 그렇게 연락을 할 일이 그들 생각에 없었으니.

마교는 남궁선우에게 본인의 아버지를 죽이면 교도로 받아주겠다고 답장을 보냈고, 남궁선우는 그리 했다. 그렇게 남궁선우는 중원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간자가 된 거다.

그렇게 마교에 입적을 한지 삼십 오년. 남궁선우는 삼십 오년 사이에서 가장 어이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허허.”

남궁선우는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다. 처음에는 금목환이라는 녀석도 신교의 사람인 줄 알았다. 신교의 간자라고 모두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러나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건 이상하게도 마기가 아니었다. 그저 비슷했을 뿐이다.

저 내공의 정체를 떠나서, 지금 저 내공을 돌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 내공을 느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럴만했다. 내공을 발출한 게 아닌, 내공과 내공의 인력이 생긴 정도니까.

그 뜻은 무엇인가.

‘내가 신교의 사람인 걸 알고 있다는 뜻이로군.’

대놓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난 당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며.

그걸 알게 된 이상, 이 회전은 무의미했다. 회전은 서로 멸문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최소한의 피해로 갈등을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회전에서 이긴다고 해도 황금세가는 망하지 않고, 본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여전히 살아있을 터였다. 그것만으로도 남궁선우는 중원에서 벗어나야 했다. 중원에서 신교의 사람인 걸 들키면 바로 빠져나와야 했으니.

‘근데 왜 굳이 내게 알렸는지가 궁금하군.’

제일 이상한 부분은 그것이었다. 왜 밝히지도 않고, 근처의 누군가에게 알리지도 않으며 본인에게 티만 내는 것일까.

‘미친놈이군.’

사실 그 정답은 명확하다. 그저 그 정답을 보고 있음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일뿐. 지금 도발을 하는 거다.

안 말할 테니 직접 나와서 싸워보자는 말. 진짜 미친 게 아닌가 싶었다. 남궁선우는 살짝 내공을 돌려봤다. 역시 마기가 금목환 쪽으로 당겨진다.

그때, 옆에서 아들 남궁홍학이 물었다.

“아버님. 이번에는 누가 나갑니까?”

“내가 나간다.”

“네?”

남궁홍학의 말을 무시하고 남궁선우가 앞으로 나아갔다. 맞은편에는 금목환이 나오고 있었다.

타닥, 타닥. 그때 남궁선우의 머리에서 문득 생각이 났다. 자신의 손에 있던 작은 검불, 그 위에 천으로 만든 인형이 있었다.

타닥, 타닥···

흩날리는 불티. 손에 있는 검불 안에서 불은 옅게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옅다고 해도 불은 불. 남궁선우는 내공도 일으키지 않고, 그 검불을 손 위에 올리고 있었다.

자신의 체형과 닮은 인형은 검불 위에서 타오르고, 그 불이 꺼질 때까지 남궁선우는 검불을 받치고 있었다.

다 타고 남은 뒤, 남궁선우의 손바닥은 보라색 흔적이 푸르뎅뎅하게 남아있었다.

약관 때 몰래 신강으로 가서 받은 입교(入敎) 의식. 문득 그게 생각이 났다. 입교 의식에 대한 생각은 이렇게 난데없이 불쑥 떠오르고는 했다.

그러나 그 다음 생각은 어떻게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입교 의식 이후에는 무엇을 했던가. 누군가의 중얼거리는 말소리만 어렴풋하게 기억났지만, 그 내용에 대한 건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아니다.

기억나는데 말할 수 없었다. 그뿐인가. 마치 무의식이 그 기억을 밀어내는 듯했다.

*

이 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는 모른다. 그저 마기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과 내 무의식에서 나온 기라는 걸 알 뿐이다.

“너.”

남궁선우가 앞에 있었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키여서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누구냐?”

“황금세가 가주 금목환.”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닌 걸 알지 않나.”

“그러나 이것밖에 대답할 게 없어.”

나는 대답했다. 남궁선우는 이해를 못했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실제로 난 저 말보다 나를 잘 표현할 수 없는 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어차피 알려줄 생각은 없었겠지.”

“당신도 질문 하나 했으니, 나한테도 하나 허락해주는 건 어떤가?”

내가 물었다. 지금 대화는 우리끼리만 하는 것이었다. 남궁세가와 내 기막이 우리를 반구형으로 덮고 있으니 말이다. 남궁선우의 내공은 순결하면서도 밀밀했다. 이 정도면 화종도도 못 들을 터였다.

“그래. 해봐라.”

“정종무공과 마공을 동시에 익힌다는 게 가능한가?”

나는 남궁선우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각기 결이 다른 심법을 익히면 주화입마가 걸린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남궁선우는 정종 내공의 기운도 느껴지는데, 마기도 느껴진다. 상궤에 어긋났다.

남궁선우는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 나타난 건 명백히 우월감이었다.

“믿음 아래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지. 중원 촌놈한테는 충격일 수도 있겠어.”

“믿음?”

“그래. 믿음이지. 나도 처음에는 의심했지. 그런데 믿음과 마신의 제단에 녹명(錄名)하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된다네.”

남궁선우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마교의 간자가 많은 것일까. 마기는 따로고, 정종 내공을 따로 익힐 수 있다는 것이. 그런 장점이 있는 신공이 마교에 존재한다는 것인가.

“혹시 마공을 처음 익혔을 때 생각이 나는가?”

“그걸 알려주겠나? 생각을 좀 해보도록.”

“내 생각엔 알려주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

난 그때 남궁선우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걸 봤다.

나 역시 이 기운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난 방금 남궁선우의 눈빛에서 단초를 찾았다.

무의식에 있는 내공. 이걸 내가 가지고 있는 건 특별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마기와 정종내공의 기운은 공존이 가능했다. 지금 내가 그러고 있으니 말이다.

난 예상하건대, 이 내공은 모두에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교는 그 무의식을 이용하고, 이끌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거다.

그리고 그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믿음’이라는 것. 제일 중요한 단초였다. 나도 대략 예상은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이 미지의 기운을 제어할 수 있는 건, 생각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 기운은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니 공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 생각이 정착되기까지 가장 많이 방해된 건 강호의 상식이었다. 두 종류의 심공을 익히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나는 나를 설득시켰다. 그 와중에도 불쑥 상식이 튀어나오면 다시 폭주를 해서 태을헌원신공을 잡아먹으려고 했다. 그걸 조절하려다 보니 폐관에서 길어진 것이었다.

믿음, 무의식, 의식, 관념과 통념···

그렇다고 해도 결정적인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내공의 본질적인 정체와 왜 내 기와 마기는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날 가지고 노는군.”

“별로. 그냥 물어봤을 뿐이야.”

남궁선우는 심히 불쾌해보였다. 지금 남궁선우 본인은 자신이 내게 뭘 알려줬는지도 모를 거다. 다만 무언가를 알려줬다는 건 어렴풋하게 눈치 채고 있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불쾌한 거겠지.

남궁선우는 바로 기막을 깨뜨렸다. 더 말해봤자 내게 말릴 걸 깨달은 듯했다.

“시작해도 되겠나?”

“바로 시작하지.”

남궁선우가 말했다. 진권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를 바라봤다.

“황금 가주는 괜찮나?”

내가 대답하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남궁선우의 몸에서는 파란 무공이 불타올랐다. 푸른 화염처럼 느껴지는 기운이 살기등등했다.

“···저게 창궁대연신공이군.”

“대단한 기세야.”

사람들이 중얼거렸다. 남궁선우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흘러넘쳤다.

그리고 나 역시, 태을헌원신공을 운용했다.

이번 폐관 때, 미지의 내공을 갈무리하며 얻은 게 있었다. 미지의 내공을 받아들이며 태을헌원신공이 구 성을 돌파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처음 선보이는 것이었다.

쿠우우···

내 근처의 흙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새들이 퍼덕거리며 도망치는 소리가 들렸다. 곧 하얀 기운이 내 몸 안에서 폭발하는 게 느껴졌다.

“이제 시작해도 됩니다.”

내가 말했다.

그러나 진권은 입을 떼지 못했다. 모두가 침묵했다. 앞의 남궁선우 마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난 그저 진권의 시작 신호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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