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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147화 (148/225)

147화 안휘대회전(安徽大會戰) (3)

147화 안휘대회전(安徽大會戰) (3)

남궁홍예와 남궁홍학, 그들은 창궁검진에서 제일 약한 이들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이가 제일 어렸다.

창궁검진은 대다수가 방계로 이루어져 있다고는 해도, 나이들은 이립에서 불혹 사이다. 강호에서 직접 칼을 휘둘러본 경험도 만만하며, 시체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무인들이었다.

그럼에도, 저들이 저렇게 당황스러운 짓는 표정을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한유림을 포함하여 저 어린 애들이, 어찌 저런 균일한 강함과 파장을 가질 수 있는가.

“하앗!”

한유림의 기합과 함께 창궁검진이 점점 패이기 시작한다. 금속끼리 맞대어 비벼지는 소리가 황산에 퍼졌다.

끼기기기긱···

“···허, 군진(軍陣)의 형태군요.”

“맞아. 황금세가 가주가 저런 형태의 검진을 즐겨 쓰더군.”

제갈헌의 물음에 종리운이 대답했다. 종리운은 새삼 옛날 생각이 났다. 처음 금목환이 자신에게 능력을 드러냈던 그 진법들이다.

그때와 다른 점은 옛날처럼 완전한 군진이 아니라, 무인들이 쓰는 검진과도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금 가주도 뭔가 바뀐 것 같군.”

“네?”

“보게나. 깜짝 놀랄 걸세.”

종리운의 말과 함께 금원대의 인원이 쫙 펼쳐졌다. 첫 부딪침만 한유림에게 맡기고, 그 이후부터는 각개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쇠끼리 부딪치는 금속성들이 부산스럽게 울렸다. 마치 장인이 많은 대장간에 온 듯한 소리였다.

수비적으로 나올 거라 생각했던 창궁검진은 움츠러들었다.

“모두 당황하지 말고 진을 뒤로 빼라!”

남궁홍학이 외쳤다. 원래 진법에서 명령을 하는 사람은 한 명이어야 했고, 이번 창궁검진에서는 남궁홍학이 맡은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실력이 우선이 아니라, 중앙에 있어 상황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기에 선택된 것이었다.

“그만 간보고 들어가!”

한유림이 맑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금원대 아이, 아니, 이제 청년들이 창궁검진으로 빨려들어가듯 각자 방위를 잡고 들어갔다.

“저게 뭔···!”

누군가가 기함을 토했다. 원래 검진 안쪽으로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였다. 검진 안쪽에는 펼쳐놓은 진법의 힘이 강하게 흐르는 곳. 진법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익숙한 인력과 장력이지만, 들어간 사람은 익숙하지 않아 균형을 잃고 실수를 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한유림을 포함한 금원대 사람들은 진법으로 일사불란하게 들어가, 창궁검진에 본인들의 진을 덧씌웠다. 진법 안에서 작용하는 힘들이 충돌하여 대기가 파직거렸다.

“각자 방위를 지켜라!”

남궁홍학이 이를 갈며 외쳤다. 허나 한 번 밀린 기세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분명 남궁홍학과 남궁홍예를 제외하고, 본래 창궁검진 무인들의 실력은 금원대보다 나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궁검진은 점점 힘을 잃고 무뎌져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금원대가 전부 파고들어 검진의 방위를 깨갔기 때문이었다.

일 대 일이 아니다. 북쪽을 점하고 있는 남궁세가 무인을 쫓아내려면 북동쪽과 북서쪽으로 침투한 금원대의 무인들이 합공을 하는 식이다. 그러다 반항이 격하면 바로 다른 방위를 깨러 가는데, 그 신속한 변화무쌍은 초절정 무인들도 감탄할 정도였다.

“엄청나게 연습했나본데.”

화종도도 혀를 내두르고, 남궁선우의 표정도 굳었다. 저 정도면 찰나의 눈빛으로 서로의 의도를 읽어내는 수준의 연대였다. 완벽한 진의 합.

가장 무서운 건 상대의 진법을 깨면서, 진법 안으로 들어간 본인들은 방위를 지켜 진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대다라는 규칙을 완벽하게 이해한 자들의 전투였다.

“커억!”

그러다가 결국 한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팽차월이 창궁검진 동쪽에 있는 무인의 어깨에서 허리까지 갈라버린 것이다.

촤악!

선홍색 피가 바닥에 뿌려졌다. 곧바로 순식간에 무인 세 명의 목이 떨어졌다.

금원대의 평균적인 무력이 밀린다고 해도, 그들은 기본이 두 명이 한 명을 상대했다.

“뭉쳐서 방호해라!”

남궁홍학이 외쳤다. 사람들이 바깥에서부터 죽어가니 뭉치겠다는 심보였지만, 그건 당황에서 나온 실책성 지휘였다.

황금세가가 펼친 진법 안쪽에 있는 무인들은 뭉칠 수 있지만, 바깥쪽에 있는 무인들은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그들이 뭉칠 때, 남궁세가 무인들은 반 초식 안에 죽어나갔다.

사람들은 멍한 눈빛으로 대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 남궁세가의 창궁검진이 저렇게 무력하게 깨지는 꼴을 보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건 창궁검진의 수준이 낮은 게 아니라 금원대 사람들의 화려무쌍한 진법의 구축과 변화임을 모든 이가 지켜봤다.

“그만!”

남궁선우가 외쳤다. 순식간에 금원대 사람들의 검이 멈췄다. 남궁세가 사람들의 검도 멈췄다. 중앙에서 보호받고 있는 남궁홍학과 남궁홍예의 어깨는 벌벌 떨리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 이렇게 사람이 죽은 건 처음이었다.

물론 금원대 사람들도 처음이었지만, 그들은 떨지 않았다. 그들은 마음 깊이 의지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을 위해서 한 일이라 생각하니 아무도 죄책감을 가지는 이가 없었다.

“남궁세가 측에서 기권을 선언했소.”

진권이 말했다. 회전과 비무의 특징은 기권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여섯 명이 죽은 이상, 나머지는 돌아가면서 개죽음을 당할 게 뻔했으니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첫 번째 회전의 승리는 황금세가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공증합니다.”

진권의 말이 끝났다. 용봉지회와 달리 잠깐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왜냐하면 중간에 떨어진 피와 시체들을 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한유림은 볼과 턱에 묻은 피를 닦지도 않고 남궁홍예를 노려봤고, 남궁홍예는 이제 그녀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냉정한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죽일 때도 냉철했기 때문이다.

참관인들의 눈은 분주했다. 이런 괴물을 키운 장본인인 가주, 금목환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전에서 안 나오다니, 그만큼 세가에 자신감이 있다는 건가?”

“남궁세가 상대로 전력을 다 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걸 수도···”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남궁세가의 사람들은 구경꾼들의 말에 동요하고, 누군가는 격분했다. 남궁세가 진영에서 가장 고요한 곳은 남궁연화를 중심으로 앉아있는 원로원 자리뿐이었다.

*

“애가 사람 속 썩이는 재주가 있구나.”

“뭔가 사정이 있겠죠.”

“정말 그 말로 다 설명이 되는 거냐?”

화종도는 이해가 안 됐다. 금목환만 이상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황금세가 전부가 이상했다. 회전에서 가주가 안 나왔는데 이런 여유는 뭐란 말인가.

백 년을 넘게 살면서 화종도 역시 많은 회전에 참여 했었다. 물론 직접 참여하는 건 처음이고, 참관인으로 말이다.

가주가 안 나온 적이 없는 건 아니다. 의외로 많다. 아예 문파나 세가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자신이 없어서. 불명예를 감수하고서라도 목숨을 잃기 싫으니 도망치는 거다.

물론 화종도 역시 금목환이 안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일말의 불안은 있는데, 여기 황금세가 사람들은 그 어떤 불신도 없었다.

“네. 설사 가주님이 끝까지 안 오신다고 해도, 뭔가 사정이 있거나, 뭔가 뜻이 있으신 거죠.”

물로 옷과 얼굴에 튄 피를 닦아낸 한유림이 나와 금월상을 지원했다.

“저희는 그저 가주님의 지시를 따르고 있으면 됩니다. 그게 저와 금원대의 존재 이유입니다.”

“지시? 혹시 너희들한테 귀띔이라도 하고 간 거냐?”

화종도가 희망을 담아 물었다.

싸움 역시 전략. 금목환이 많은 역할을 해야 되는 이 시기에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화종도 본인도 곧 나갈 세가라는 건 알았지만, 왜 이렇게 열 내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단순히 남궁세가에 마교의 간자가 있다는 게 확실한 걸 떠나서, 황금세가에게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아뇨. 옛날에 금원대를 처음 만들 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한유림이 대답했다. 화종도는 뭔가 했다. 갑자기 여기서 옛날 이야기가 왜 나오는 걸까.

“세가를 지키라고요.”

“너무 뻔한 말이잖아.”

“그거면 충분합니다.”

화종도는 힘이 쭉 빠졌지만, 반면 이 황금세가에 왜 마음에 쓰이는지 알았다. 물론 천혜침법을 쓴 금목환에게 처음 흥미를 가졌던 것이 맞지만, 그게 황금세가로 전체로 퍼진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들의 순수함. 이면이 없는 얼굴과 사용하는 단어들. 믿음은 믿음이고, 의는 의고, 협은 협이다. 강호에 있으면서 얼마나 좋은 단어들이 더럽혀져 갔던가.

강호의 어른으로서 이런 사람들은 기특하고 지켜주기 마련이다. 어떻게 금목환은 아이들이 이렇게 클 때까지 순수함을 간직시켜줄 수 있던 걸까. 금원대뿐 아니라, 형제들도 금목환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으로 보였다. 새삼스럽게 금목환이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이 다시 피부로 다가왔다.

사실 본인만 금목환의 부재를 느끼는 듯하고, 다른 사람들은 금목환의 빈 자리를 전혀 못 느끼는 것만 같다. 평소에 대체 어떻게 대했으면 이런 신뢰를 받는 건지, 이런 신뢰를 받는 사람이 있기나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오기만 하면 더 훌륭한 녀석일 텐데 말이야.”

그건 그거고, 금목환이 없는건 여전히 아쉬웠다. 슬슬 회전을 할 공터가 정리되고 있었다. 진법의 전투는 시작이었을 뿐. 중요한 건 고수들끼리 개인 비무였다.

“슬슬 다시 진행하겠소.”

중앙의 진권이 말했다. 화종도는 입술 안쪽을 씹었다. 이제부터 한 사람씩 나가서 싸우게 될 거였다.

“누구부터 나갈까요.”

금월상이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깔려있어 나갈 수 있으면 본인이 나가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내가 나가야지.”

“벌써 말씀이십니까?”

“첫 번째 기선제압 당했으니까 두 번째는 좀 강한 녀석을 보내겠지.”

어차피 서로 누가 나올지는 모른다. 이래서 금목환이 있었으면 좀 편했을 터다. 그가 있었으면 이런 대진도 잘 짰을 텐데 말이다.

“각 세가에서 비무 하실 사람을 내보내시기 바라오.”

동시에 사람들이 공터로 나왔다. 화종도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남궁세가의 수석 장로인 남궁석현이 나온 것이었다.

“그럼 시작하겠소.”

진권의 말과 함께 남궁선우의 말이 따라나왔다.

“기권이오.”

그러나 남궁석현의 단전에는 이미 화종도가 날린 옥침이 있었다. 말과 말 사이를 가로지를 수 있는 속도. 이게 바로 삼선이었다.

“쯧. 얘는 마인이 아닌가보군.”

마기가 닿으면 색이 변하는 옥봉침. 단전에 찔렀는데 색이 안 변했으니 마인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깊숙하게는 들어가지 않아서 조금의 정양만 하면 무공을 잃는 불상사는 없을 터였다.

기권 전에 던진 게 아니니, 화종도에게 잘못은 없었다. 화종도는 유유히 일 승을 챙기며 내려갔다.

남궁선우는 살짝 섬뜩해졌다. 자신이 나갔다면 마인이라는 것이 걸렸을 터였다. 물론 남궁석현과 달리 저 자신은 저 침 하나에 당하지는 않을 것이었지만.

그래도 약선은 이미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별 거 없을 거라고 남궁선우는 생각했다. 금원대라는 사람들도 결국 기가 막힌 합격으로 이긴 것뿐. 남궁세가의 노련한 고수들을 이기기에는 힘들 터였다.

남궁선우는 슬슬 원로원들이 앉아있는 자리로 발걸음을 느리게 옮겼다. 이제 이 늙은이들이 나설 차례인 것이었다.

“고모할머님. 슬슬···”

“내가 나가고 싶을 때 나가마.”

남궁연화는 남궁선우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남궁선우의 관자놀이에 힘줄이 솟았지만, 여기서 그들의 말에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럼 다른 원로분들은···”

“안 나간다. 나만 나갈 거다.”

남궁연화의 말에 남궁선우가 어이없어 할 때. 비무는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좌중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생각보다 남궁세가와 황금세가가 비등비등한 것이다. 낭인들 중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인물들이니 남궁세가의 고수들과도 한 수를 겨룰 수 있는 것이었다.

남궁선우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예상과 다르게 팽팽하게 비무가 흘러갔다. 남궁세가가 이기면 황금세가가 이기는 식.

그래도 결국 많은 대전 중에서 남궁세가가 근소하게 앞서기는 했다.

반대편의 금월상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기권을 빨리 외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낭인들은 다쳐도 계속 싸우려고 했는데, 금월상이 막은 게 대다수였다. 그래서 남궁세가 중에는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은 있어도, 황금세가 중에 사상자는 없었다.

“···너무 사람을 아끼는 게 아닌가. 여기는 비무대전이 아닌데.”

“가주가 없어서 그런가?”

많은 사람들은 금월상의 흉을 봤다. 마음이 여려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화종도도 같았다.

“너무 던지는 거 아니냐?”

“목환이는 이렇게 했을 겁니다. 제가 가주 몫을 해야죠.”

“···그러냐.”

금월상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혼란은 없었다. 이건 세가의 일. 화종도는 더 이상 간섭하지는 않기로 했다.

얼마간 지났을까. 금월상이 도를 챙겼다.

“이제는 제가 나가봐야죠.”

이제 황금세가에서 남은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은 금월상이었다.

“약선님.”

“왜.”

“기권을 외치시면 안 됩니다.”

“···왜?”

“시간을 끌어야 하니까요.”

금월상은 그 말만 남기고 앞으로 나아갔다. 반대편에서 나오는 사람은 왜소한 체격의 할머니였다. 화종도의 눈이 찌푸려졌다.

그녀는 바로 현재 남궁세가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 창천현녀, 남궁연화였다.

*

펑!

연공부의 대문이 문짝채로 바깥으로 튕겨져나왔다. 연공부를 지키는 무인 두 명이 깜짝 놀랐다.

“가주님!”

당황한 것도 잠시, 무인들은 바로 금목환을 찾았다. 허나 금목환은 그곳에 없었다. 소리가 나고 나서 바로 달려온건데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디로 가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그새 가신 건가?”

무인들은 연공부 안으로 들어가봤다. 보수해야 할 곳이 있는지 적어서 상무당으로 보내야 했다.

그리고 연공부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무인들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등줄기가 싸늘해지고 축축한 땀이 한 방울 흘렀다.

연공부의 장비, 벽은 손도 안 댄 듯 깔끔하기만 했다.

허나 그들이 놀란 이유는, 연공부에 이질적인 기운이 떠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기?”

무인들이 동시에 읊조렸다.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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