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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102화 (103/225)

102화 이게 강호의 법도입니다

102화 이게 강호의 법도입니다

무림맹의 사람이라면 황금세가와 무림맹의 관계를 모를 리가 없었다. 무림맹 무인은 바로 연무장 바깥으로 사라졌다.

“···하.”

현재 남궁홍학의 심경은 복잡했다. 계획이 실패했다. 그게 제일 컸다. 옆을 보니 여동생도 처참히 구겨진 표정이었다.

갈유월이 음독 당했다 말할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허나 잡아떼면 그만이었다. 녹청사의 독은 빨리 흡수되고 흔적이 남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실패 이후에 발목 잡히는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갈유월은 중원 명가들에게서 성격이 이상하다고 소문이 난 사람이었으니, 덮는 건 쉬울 거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건 의미 없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어떻게 생각하냐가 중요할 뿐이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남궁홍학이 말했다. 분명 놀랐다. 그때 보던 평범하게 생긴 남자가 아닌, 다르게 생긴 놈이 가주라고 나서니 말이다. 또 황금세가 가주에 대하여 들은 적도 없었다.

“네가 황금세가의 가주든, 뭐든 우리는 남궁세가다. 일개 상계의 가주가 어쩌겠다는 거지?”

남궁세가의 사람들의 눈빛에 혼란이 좀 진정됐다.

남궁홍학의 말대로였다. 황금세가의 가주라는 것이 놀랍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남궁세가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가요. 오라버니. 천한 상것이랑 굳이 말 섞을 필요가 없어요.”

남궁홍예가 말했다. 언제부터 황금세가가 가만히 있으라면 남궁세가가 가만히 있어야 했는가. 남궁세가 사람들은 등을 돌리고 가려고 했다.

그때 갈유월이 말을 씹어뱉었다.

“너희를 보니까 창궁검제라는 것도 알만해. 너희들처럼 소심한데다가 비겁하기까지 하겠지. 떨거지 놈들.”

그 말에 남궁세가의 사람들이 우뚝 멈췄다. 다시 금목환과 갈유월 쪽으로 몸을 돌린 남궁세가 사람들이 갈유월에게 기세를 피어 올렸다. 갈유월의 피부가 창백해졌다. 가뜩이나 내공을 쓸 수 없는데 기세를 맞은 거다.

“그만해.”

금목환이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남궁세가의 사람들이 쏘아대는 기파가 순식간에 해소됐다. 남궁세가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금목환을 바라봤다.

솔직히 금목환이라는 사람의 깊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고작해야 약관은 됐을까 하는 나이지만, 그가 풍겨내는 기운은 심상치 않았다.

당장 비무에 개입할 때도 남궁세가 무인들은 금목환이 움직이는 걸 알아채지 못했고, 지금은 도합 일곱 명이 뿜어내는 기운을 한 번에 해소시켰다.

그렇다고 위축될 수는 없었다. 남궁세가의 무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남궁형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방계였지만 초절정의 무인이었다.

“지금 저 어린 계집이 남궁세가의 가주님을 욕했는데 그만하라는 얘기인가?”

“그래.”

금목환은 즉답했다. 남궁형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이 어린 년놈들은 강호에서 남궁세가가 차지하는 위치를 모르는 것 같았다.

남궁형이 검을 빼어들었다. 그와 함께 뒤에 있는 남궁세가 무인들도 검을 빼어들었다. 금목환은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남궁세가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

여기서 그냥 넘어가면 남궁세가가 너무 우습게 됐다. 적어도 귀 하나는 자르고 가야 세가에 체면이 섰다. 남궁형은 서서히 기세를 피어 올렸다.

그때였다. 남궁형과 남궁세가 무인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엄청난 내공의 압박이 그들을 감싼 것이다. 숨을 쉬기도, 움직이기도 섬뜩한 느낌이 남궁세가 사람들을 에워쌌다.

당연히 그 압박의 주인공은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종리운이었다. 종리운의 옆에는 남궁선용도 같이 있었다.

종리운은 경공을 쓰지 않고 그저 천천히 걸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면 올수록 남궁세가 사람들이 느끼는 압박이 늘어났다.

“크···윽!”

점점 신음성은 늘어났다. 눈을 파르르 떨던 남궁홍학이 외쳤다.

“맹주님! 지금 남궁세가를 겁박하시는 겁니까?”

그 말에 연무장이 고요해졌다. 종리운은 어느새 남궁세가 사람들에게 가까이 와있었다.

“겁박이라.”

종리운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남궁홍학에게 다가갔다. 남궁홍학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겁박을 한다면 어찌할 텐가?”

남궁홍학보다 머리 하나는 큰 종리운이 굽어봤다. 종리운의 눈은 고요했다. 허나 그것이 고요하다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남궁홍학의 입이 막혔다. 종리운은 상황을 정리시키고 모든 기를 거두었다.

“···푸아.”

남궁세가 무인들이 그제야 숨을 내뱉었다. 목에 칼이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게 바로 칠존이었다.

“가주. 무슨 일인가? 유월이는 왜 저리 앉아있고.”

종리운이 금목환에게 물었다. 금목환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곧 금목환의 입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나왔다. 남궁세가의 사람들도 끼어들지 못할 만큼 객관적인 말이었다. 설명에는 어떠한 가치판단도 들어있지 않았다.

“결국 독을 썼냐, 안 썼냐의 문제로군.”

“맞습니다.”

종리운의 말에 금목환이 대답했다. 남궁홍학은 바로 말을 덧붙였다.

“피독주에서는 독이 없다고 나왔습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한지요?”

“맞습니다. 증거가 없는데 저리 말씀하시다니, 세가 입장에서는 너무나 큰 모욕입니다.”

다 들은 남궁선용도 거들었다. 이미 계략은 실패했지만, 걸리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그래도 안 걸릴 자신은 있었다.

“내공이 흩어졌다면 산공독의 일종 아닌가. 산공독이면 몸에 남아있으니 피독주에 검출됐을 것이네. 내 말이 틀린가?”

남궁선용이 금목환을 바라봤다. 지금 갈유월보다는 금목환을 꺾어야 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은 거다.

“피독주에 안 남는 독을 쓴 거죠.”

금목환은 말했다.

“전 그게 녹청사의 가죽이라고 생각합니다.”

남궁 남매와 남궁선용의 얼굴이 순간 무너질 뻔했다. 저렇게 정확하게 짚을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녹청사의 가죽? 그게 독인가?”

남궁선용이 발뺌을 했다. 금목환은 그 말을 무시하고 말을 계속 이었다. 그는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바로 금년 남궁세가 품목 거래서였다.

“여기 남궁세가에서 녹청사 이백 마리를 구매한 이력이 있습니다. 강활(羌活)과 함께 물에 개면 산공독 같은 효과를 내죠. 만성인 산공독과 달리 녹청사 가죽은 급성입니다. 피에 흡수되는 것도 빠르고, 빠져나가는 것도 빠릅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우리가 산 녹청사가 독으로 쓰였다는 보장이 있나?”

남궁선용의 표정이 굳어졌다. 금목환은 녹청사 가죽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었다. 상계 사람이라서 이런 잡다한 물건에도 견식이 있는 모양이었다.

어째서 황금세가가 남궁세가의 거래 품목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물증만 없으면 됐다.

지금 종리운이나 갈유월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봐도, 다 정황증거일 뿐이었다.

“없죠.”

금목환이 말했다. 지금까지 이어진 대화의 맥을 빼는 말이었다.

“그래서 검을 좀 주시면 합니다. 그래야 독이 발라져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뭐?”

남궁세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강호에서 명예는 또 다른 생명이었다. 근데 무인에게 생명과도 같은 검을 달라니, 독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굉장한 무례였다.

남궁홍학이 금목환을 노려봤다.

“남궁세가의 보검을 가져가겠다는 건가?”

“돌려드릴 겁니다.”

당연한 말을 금목환은 선심 쓰듯이 했다. 남궁홍학의 눈빛이 흉흉하게 변했다.

“이래서 상계 놈들하고는 말을 못 섞겠군. 강호의 법도를 모르는가. 검을 주는 행위는 네 생각보다 무겁다.”

남궁홍학이 말했다. 물론 검은 증거였고, 절대 뺏기면 안 됐다. 허나 검을 뺏을 명분이라는 건 강호에 있을 리가 없었다. 그건 생사결일 때나 통하는 말이었다.

“그럼 강호의 법도로 하죠.”

금목환이 말했다.

“힘으로 뺏겠습니다.”

“···뭐?”

남궁세가 사람들의 눈에 불이 붙었다. 종리운과 갈유월도 놀랐다. 이렇게까지 강행하면 추후 여파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추후 여파 이전에 남궁세가의 무인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였고.

“오만방자하구나.”

남궁형이 으르렁거렸다.

“맹주님. 이건 남궁세가에 대한 모욕입니다.”

남궁형의 선포가 이어졌다. 종리운은 이 상황이 잠깐 혼란스러워졌다. 지금도 돌이킬 수 없는데, 여기서 자신까지 가세하면 일이 커지는 셈이다.

그때 금목환은 종리운과 슬쩍 눈을 마주쳤다. 종리운은 그제야 확신이 섰다. 그의 눈은 끼어들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종리운 역시 금목환이 강호의 법도를 모르는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명예, 명분들이 아무리 돌고 돌아봤자 순수하게는 힘의 논리였다.

종리운이 가만히 있자,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바로 발검해서 금목환에게 달려들었다. 총 다섯 개의 검이었다. 남궁홍학과 남궁홍예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들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죽어라!”

남궁세가의 무인 중 하나가 외쳤다. 창궁무애검법에서는 빛나는 기들이 뿜어져 나왔다.

거미줄처럼 펼쳐진 기들이 금목환을 순식간에 옥죄어 들어왔다. 종리운은 순간 식겁했다. 남궁형은 심지어 강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초절정 한 명과 절정 네 명의 합격이었다. 허나 금목환은 도리어 앞으로 나아갔다.

금목환의 검이 빠르게 움직였다. 검기의 잔상들이 고치처럼 금목환의 몸을 감쌌다.

“이건 무슨···!”

남궁형은 물론이고, 종리운도 놀랐다. 금목환이 펼치는 쾌검은 다섯이 뿜어내는 검기를 모두 쳐냈다. 저 정도면 일 검에 천 개의 나뭇잎을 능히 벨 수 있는 속도였다.

금목환은 바로 안으로 달려들었다. 그의 검에서 하얀 기가 흘렀다. 종리운은 유심하게 금목환의 검로를 바라보며 대경했다. 그건 남해십이검의 향취를 지니고 있었지만, 독자적인 무공이었다. 검로가 아예 달랐다.

검기가 실타래 뭉치가 잘리듯 동시다발 적으로 퍼지고, 금목환은 남궁세가 무인들 중앙으로 질주했다. 가시를 두른 충차가 앞으로 나가는 것 같았다.

콰콰콰쾅!

금목환이 지나간 자리의 땅에 흙먼지가 일었다.

‘···후기지수 수준이 아니다.’

종리운은 현 상황도 잊고 금목환의 무공을 바라봤다. 종리운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놀람을 금치 못했다.

저 수많은 검기는 하나의 검극을 이루고 있었고, 그 검극에서는 빛이 났다. 검강이었다. 검강에서 수많은 검기들이 압축된 힘이 느껴졌다.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뚫리지 않게끔 막으려 했지만, 그 속도와 힘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금목환은 남궁세가 사람들의 진을 여유롭게 통과하고, 남궁홍학 앞으로 날았다.

“···어어?”

어안이 벙벙한 채로 본 남궁홍학은 검을 꺼낼 겨를도 없었다. 금목환이 눈에 나타났다고 생각한 순간, 손목에서 커다란 고통이 느껴졌다.

“아악!”

남궁홍학의 비명이 들리고 나서야 금목환은 질주를 멈췄다. 금목환이 달린 바닥에는 일자로 균열이 나있었다. 검기의 덤불이 바닥을 할퀸 모양새였다.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멍하니 뒤를 돌아봤다. 저 멀리까지 간 금목환은 남궁홍학의 검을 들고 있었다.

남궁형은 직감했다. 저걸 뺏을 수는 없다고 말이다. 힘으로 뺏겼고, 뺏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완패였다.

“이게 강호의 법도입니다.”

뒤를 돈 금목환이 남궁세가의 검을 흔들었다.

“이 검으로 독을 검사하겠습니다. 맹주님.”

금목환의 말에 남궁세가 무인들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군.”

종리운이 말했다. 강호의 논리를 운운한 건 남궁세가였고, 먼저 달려든 것도 남궁세가였다. 종리운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단지 판단할 뿐이었다.

“진짜 독이 나오면, 남궁세가는 각오해야 할 것이오.”

남궁 남매와 남궁선용은 창백하게 질렸다. 가문에 대한 모욕에 계략까지 들통 난 셈이었다. 이런 상황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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