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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100화 (101/225)

100화 일 끝났으니까 같이 가자

100화 일 끝났으니까 같이 가자

제갈성휴가 민망하다는 듯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이쿠, 유월이가 왔구나. 어쩐 일이냐?”

“검이나 좀 줘봐요. 군수에 들렀는데 사람 하나도 없어서 와봤더만···”

갈유월은 불평을 했다. 그러면서도 눈길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대체 뭐기에 저렇게 사람이 몰려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오늘도 하나 부러뜨렸구먼.”

“우리 보급 검 너무 약하다니까요. 그 많은 돈 어디다 쓰는 거예요?”

“네 경지도 생각해야지.”

얼마나 훈련을 강도 높게 하면 삼주야에 검을 하나씩 갈아먹는지.

“근데 저기는 뭣 때문에 모여 있는 거예요?”

“응? 아. 넌 아마 봐도 모를 거다. 황금세가에서 온 사람이 있는데, 업무를 참 기가 막히게 처리하지 뭐냐.”

“고작해야 서류 처리를 저렇게 모여서 보고 있다고요?”

갈유월은 그렇게 툴툴대면서도 슬금슬금 사람들쪽으로 가까워졌다. 눈치껏 사람들은 갈유월을 위한 틈을 만들었다. 갈유월은 죽간을 정리하고 현란하게 붓질을 하는 남자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갈유월의 몸은 자연스레 움직였다. 그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자마자 순식간에 다가가, 남자의 어깨를 잡아당긴 것이다.

“···거기, 당신···”

갈유월의 말은 중간에 멈췄다. 뒤를 올려다 본 남자의 얼굴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잠깐만. 거의 끝났어.”

남자는 짧게 말을 했다. 그 목소리나, 말투나 금목환과 비슷했지만, 어째서인가 얼굴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갈유월은 혼란스러웠다. 그녀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때, 깜짝 놀란 제갈성휴가 갈유월을 뒤로 끌어냈다.

“유월아, 갑자기 무슨 짓이냐?”

“아, 아니··· 그냥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다른 사람들은 갈유월이 당황을 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진풍경이었다. 무공 빼고는 냉소적이었던 갈유월에게는 흔히 볼 수 없는 말더듬이기도 했다.

그때 바깥에서 헐레벌떡 누군가가 들어와서 외쳤다.

“원주님! 남궁세가 분들 오셨답니다!”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긴장으로 변했다. 가만히 있던 황금세가의 사람은 붓을 조금 놀리다가 내려놓았다. 일을 전부 마친 것이다.

“갈 소저도 맹주님께서 부르셨습니다!”

“그래. 알았어.”

갈유월은 한숨을 쉬었다. 남궁세가의 사람이 온 이상 가야 했다.

종리운은 작년부터 구파일방의 사람들을 만날 때 갈유월을 대동했다. 그건 분명 무공 말고 다른 걸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일 거다. 갈유월은 그걸 알기에 거부할 수도 없었다.

뭔가 아쉬운 듯 갈유월이 남자를 스쳐볼 때, 남자는 갈유월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일 끝났으니까 같이 가자.”

회계원은 갈유월에게 말했다. 갈유월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

남궁선용은 무림맹으로 들어가기 전, 남궁홍학과 남궁홍예를 바라봤다. 들어가기 전 그들의 두 뺨을 양손바닥으로 두들겼다.

“여유있는 표정. 명가의 품위.”

남궁선용이 말했다. 남궁 남매의 초조한 표정이 다시 편안하게 돌아왔다. 훈련받은 표정은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여기 무림맹 안에서는 특히 그 표정을 유지하거라. 무림맹은 검존과 신산 등 몇몇을 제외하면 찌꺼기들이다. 대 남궁세가의 적통인 너희들이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다.”

“네. 알겠습니다.”

남궁 남매는 입술을 일자로 굳혔다. 검술 못지않게 중요하게 배워왔던 명가의 태도, 품위. 이제 보여줄 때였다.

“이번 방문에는 꽤 많은 것이 달려있다. 주제도 모르는 무림맹의 콧대를 꺾고, 오룡삼봉 자리도 얻고. 일거양득이지.”

남궁 남매는 오룡삼봉이라는 말에 눈이 빛났다. 오룡삼봉이라는 자리는 그것만으로도 지극히 명예롭지만, 보다 커다란 무인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사실 이미 남궁세가도 이번 용봉지회 때 누가 나오는지 다 조사를 해놨다. 요즘은 돈만 찌르면 개방이 정보를 막 퍼주기 때문에, 등수도 어느 정도 다 예측이 되는 상황이다. 사실상 남궁홍학은 순위권 밖이고, 남궁홍예는 4위가 점쳐져 너무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러니 조금 억지를 써서라도 오룡삼봉에 우겨넣겠다는 생각이었다.

오룡삼봉에 선발이 된 사람에게는 영약은 물론이고, 구파일방이 간직하고 있는 신병이기들을 하나씩 주는 것이 전통이었으니까.

그래도 남궁 남매의 마음에 걱정이 안 드는 건 아니었다. 남궁홍학이 막상 무림맹 건물을 앞에 두자, 자신없는 목소리를 냈다.

“독을 발랐다는 게 혹시 걸린다면···”

“절대 안 걸린다. 녹청사의 가루는 혈맥에 바로 흡수하여 동화되기 때문에 흔적도 남지 않아. 만약 걸린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안 했다고 하면 된다.”

남궁선용은 입에 침을 튀기면서까지 남궁 남매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남궁세가의 사람들은 무림맹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안내인이 붙었고, 그들은 안내를 받고 무림맹 본관 이 층으로 올라갔다.

원래 붐벼야 할 본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괜히 시비가 붙을까 우려한 종리운이 통행금지 명령을 잠깐 내린 것이다. 그 사실은 남궁선용도 익히 눈치를 챘다.

‘위축될 필요가 없어.’

남궁선용은 다시 한 번 되뇌었다. 조카들에게 한 말은 자신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곧 그들은 맹주실 앞으로 도착했다. 안내인이 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맹주님, 남궁세가 사람들이 오셨습니다.”

“들여보내.”

남궁선용은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호위 무인 다섯 명을 밖에 뒀다. 맹주실에는 남궁선용과 남궁홍학, 남궁홍예만 들어갔다.

“왔군.”

방에 들어가자마자 앉아있는 종리운이 보였다.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검존 어르신.”

“남궁세가의 후학이 검존 어르신을 뵙습니다.”

종리운과 남궁선용, 남궁 남매의 인사말이 오갔다. 그들이 만약 친근한 사이였다면 어제 금목환처럼 더 안부를 나눴겠지만, 서로 그럴 사이는 아니었다.

“잠깐 기다리게. 올 사람이 더 있으니.”

“네, 그러시죠.”

남궁선용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종리운이 미뤘다. 올 사람이라. 생각해보면 올 사람은 제갈헌 아니면 제갈성휴였다. 요즘 명가가 방문할 때 갈유월도 온다고 했으니, 그녀도 올 것이다. 그건 남궁 남매의 몫이었다.

곧 문이 두드려지고, 어떠한 말 없이 문이 빠르게 열렸다. 남궁선용은 앞에 선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고 속으로 화색을 했다. 그들의 목적인 갈유월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들어오는 사람은 초면이었다. 갈유월과 비슷한 나이의 남자였는데, 이렇다 할 특징 없이 평범하게 생긴 남자였다. 누구인데 갈유월과 같이 들어오는 걸까. 남궁선용은 의상을 보고 알아차렸다.

“그 유명한 갈 소저시군. 반갑소. 남궁세가의 남궁선용이라고 하오. 뒤의 친구들은 내 조카들인 남궁홍학과 홍예요.”

“···갈유월입니다.”

갈유월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숨길 생각을 안했다. 역시 무공이 고강하면 뭐하는가. 저렇게 손톱을 드러내서야, 천한 근본만 보여주는 꼴이다.

남궁선용은 일부러 뒤의 사람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갈유월과 나이가 비슷했지만 그저 황금세가의 사무원이었다. 무림맹주의 제자와는 달리 인사할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십니까?”

그 말은 일부러 주목하지 않았던 황금세가의 남자 입에서 나왔다. 모든 사람이 흠칫했다. 남궁선용은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그거 나한테 묻는 건가?”

“네.”

“예의가 없군. 자네가 나한테 직접 말을 걸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하나? 그것도 자신도 안 밝히고?”

“그렇습니다.”

남궁선용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말투만 경어지, 숫제 목과 간을 배밖에 내놓은 행동이었다. 황금세가의 일개 종자 같은데, 남궁세가의 직계한테 이런 말대꾸를 하다니.

허나 검존 앞에서 난장판을 부릴 수도 없는 노릇. 굳이 여기서 부스럼을 만들 필요 없이, 나가서 조용히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허허. 황금세가가 아주 맹랑한 사람을 보냈군. 그래, 호부를 중점으로 행정원을 한 번 둘러볼 생각이네.”

남궁선용은 싸늘한 말투로 쏘아댔다.

역시 무림맹과 황금세가는 성장하기 전 미리 짓밟아놨어야 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천주성이라는 집단이 나타나질 않나, 무림맹에서 마교의 간자 명단 일람을 배포하지 않나, 그렇게 시간을 벌은 황금세가와 무림맹이 중원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소협들도 같이 가시는 건가요?”

“아주 알고 싶은 게 많군.”

남궁선용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꽤 좋은 배경이 깔렸다고 생각했다. 갈유월도 있고, 종리운도 있는 이 상황에서 적절한 남자의 질문이었다. 저 놈은 멍청하게도 지금 자신의 질문이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 모를 터였다.

“아, 말이 나온 김에 맹주님께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희 조카들이 이번에 합격진을 연구했는데, 이걸 좀 시험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유망한 후기지수인 갈 소저를 뵌 만큼, 비무를 허락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두 명이서 하나를? 나이도 비슷한데 그건 좀 그렇지 않나?”

종리운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남궁선용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진검으로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끝을 보는 게 아닌, 합격진만 확인하고 싶다더군요.”

“부탁드려요. 갈 소저.”

시기 적절하게 남궁홍예가 치고 나와 허리를 굽혔다. 갈유월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분위기도 이상해서 빨리 그냥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요.”

“그럼 제가 오늘 둘러보고 다음날 진행하는 건 어떻습니까? 오늘은 애들이 여독이 쌓였을 거고, 갈 소저도 준비 안 되셨을 텐데.”

“···그러세요.”

남궁선용은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갈유월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명가들의 사람이 와서 비무를 청하는 건 늘 있는 일이었으니까.

‘후.’

일단 남궁선용은 한 단계 언덕은 넘었다고 생각했다. 이 비무를 성사시키는 게 제일 큰 난관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조카들의 몫이었다.

그때 남궁선용은 황금세가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남궁선용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 정도면 겁이 없는 게 아니라, 미친 수준 아닐까. 섬뜩할 정도였다.

*

이해할 수가 없었다. 커다란 문파든, 작은 세가든 털면 먼지라도 나오기 마련이었다. 그게 실수든 고의든 말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것이 모든 게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남궁선용은 실무자들을 잡고 윽박지르듯 물었다.

“이게 진짜 맞아? 다른 장부 있는 건 아니고?”

“거, 아니라니까 왜 계속 사람들을 잡고 그러나?”

같이 따라오는 제갈성휴는 계속 조롱했다. 무림맹의 실무자들도 얼굴을 붉히는 남궁선용을 보며 픽픽 웃어댔다.

“조용히 좀 하시오.”

“허허. 능력에 비해 감투가 무거운 것 같소.”

남궁선용은 제갈성휴의 조롱에 이를 꽉 물었다. 보통 감사를 받는 쪽이 초조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감사를 하는 쪽이 초조해했다. 무림맹이 감사를 당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안 나온다면, 무림맹의 유능보다는 남궁세가의 무능을 의심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남궁선용 본인에게 있었다.

남궁선용이 더 초조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번 녹청사를 이용한 전략도 사실 자신이 밀어붙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가주의 명은 맞았지만, 자신이 밀어붙여서 받은 것이기에 남궁 남매에게 말한 건 거짓이었다.

현재 남궁선용은 가문에서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가주의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요직에 앉아있는 남궁선용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때 성과를 안 내면 쓸려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조카들이 잘해내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의 자리가, 조카들에게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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