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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74화 (75/225)

74화 생각보다 빨리

74화 생각보다 빨리

오늘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운기조식을 했다. 성취가 오른 태을헌원신공의 진기는 계곡에 물이 불어난 듯 더 세차게 내 혈맥을 두드렸다.

해남파에서 외인들이 머무르는 외원의 전각에는 이제 우리밖에 없었다. 첫날에나 둘째 날에는 이 이른 아침에도 꽤 기감이 시끄러웠지만, 오늘은 조용했다.

‘···아직 갈무리가 필요하겠어.’

내가 운기조식을 하면서 느낀 건 그것이었다. 난 해남파의 무공만을 익힌 사람이 아니었다. 남해십이검을 깨닫기는 했지만, 그것을 신법과 심법에 적용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해보였다. 물론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터다. 세부적인 걸 조정하는 것뿐이니까.

그때 갑자기 건물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나가는 기감이 잡혔다.

‘뭐지?’

지금 나간 사람은 명재희, 곽진도, 갈유월 중 하나일 것이었다.

아직 묘시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누가 건물에서 나가는지 모를 일이었다.

애초에 여기가 해남파니까 비상 상황이 벌어질 일은 없었다. 해남파 둘레를 모두 무인들이 돌아가며 지키고 있으니까.

‘변소라도 가는 건가.’

거기에 생각이 닿으니 바로 납득이 됐다. 나는 신경을 껐다. 대신 내 문 앞에 기감과 소리를 차단하는 진법을 펼쳐 놨다. 성취도 올랐으니 대주천을 한 번 해야 했다.

워낙 내공이 정순하니 대주천을 할 때 건드려도 다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용한데서 하는 게 나았다.

난 그렇게 진기를 운용했다. 따뜻한 기운이 내 몸을 감싸고, 머리까지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난 무아지경에 이르렀다.

···

얼마나 지났을까. 진법을 거두고 창을 여니 사시 가까이 된 것 같았다. 난 방 바깥으로 나갔다.

내가 복도로 들어서자, 저 길 끝에 여자아이가 보였다. 그녀는 날 보자마자 두 손을 배꼽 위에 올리고 허리를 굽혔다.

“해남파의 장로님을 뵙습니다.”

“장로 아니야. 장로급 배분이지.”

나는 과장되게 인사하는 명재희에게 다가갔다. 확실히 내 검병에는 지금 푸른 매듭 네 개가 달려있기는 하다.

“와, 매듭 멋있네. 솔직히 해남파 장로급 배분이면 중원에서도 높은 배분 아니야?”

“난 정확히 모르는데, 그렇겠지.”

“출세했구나. 하긴 이미 한 세가의 가주기는 하지만.”

명재희는 실실 웃었다. 난 그녀에게 물었다.

“스승님은?”

“해남파 내원 가서 차 한잔하고 오신대.”

하긴 곽진도에게는 오랜만에 온 고향 같은 느낌일 테니, 만날 사람도 많고 바라볼 풍경도 많을 것이다.

“갈유월은?”

“음, 못 봤는데. 자는 거 아니야? 원래 좀 오래 잔다고 했잖아.”

무림맹주의 서한에는 그렇게 쓰여 있기는 했지. 난 잠깐 등을 돌려 갈유월의 방 쪽으로 갔다. 기감을 펼쳐보고 문에 귀를 대어봤다.

“···뭐해?”

명재희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난 계속 침묵을 지켰다. 안에는 사람의 기척이 없었다. 내가 갈유월의 방문을 열려고 할 때, 복도 쪽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그곳을 바라보니, 경멸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갈유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뭐해?”

명재희와 같은 물음이었지만 내용은 달랐다. 명재희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면, 갈유월은 문책을 하는 말투였다.

“네가 없는 것 같아서.”

“그렇다고 방문에 귀를 대고 있는 건 좀···”

갈유월은 고개를 푹 숙였다. 갈유월의 본 모습은 청진과 처음의 나를 상대할 때였을까, 아니면 지금일까.

나는 잠깐 생각해봤다. 확실히 갈유월이 오해할만한 자세고 행동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내가 굳이 변명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그런 생각으로 한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넌 어디 갔다 온 거야?”

내가 되묻자 갈유월은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뒷간 갔다 왔어.”

갈유월은 뱀을 마주한 다람쥐처럼 빠르게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렇게 짧게 스칠 때, 내 코끝에 거슬리는 향기가 살짝 지나갔다.

이 냄새는 무엇일까. 난 눈살을 찌푸리고 방문 앞 주변을 킁킁거려봤다. 이건 변소의 향기가 아니었다. 시큼한 냄새. 기를 써서 말린 듯하지만, 땀 냄새 같았다.

내가 냄새의 정체를 확인하고 고개를 들자 명재희는 얼어있었다.

“왜?”

“···아, 음, 아니야. 천재가 이상한 점 하나 있는 건 이상하지 않지. 그렇지.”

무슨 소리일까. 그것보다 갈유월은 무언가 우리에게 감추는 게 있어보였다. 그러나 딱히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갈유월의 방을 떠나 건물 바깥으로 갔다. 명재희는 심심한 듯 쭐레쭐레 따라왔다.

전각 바깥에 서서 우린 해남파의 풍경을 바라봤다. 이틀 있었지만 여전히 처음 보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았다.

난 지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만히 기다리며 풍경을 감상하고 있자니, 몇몇 시선들이 내 쪽으로 모였다. 내가 나온 걸 본 사람들이었다.

나는 어련히 그 시선들이 거둬지고 다시 사람들이 갈 길을 갈 줄 알았다. 근데 그 시선들은 거둬지기는커녕 더 몰렸다. 슬쩍 둘러보니 외원에 나와 있는 해남파의 무인들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음.”

괜히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일까. 하긴 문파 내부에서 외부인이 있으면 신경이 쓰일 수도 있었다.

“들어가야 되나?”

“그래야겠네.”

명재희도 그 시선을 나와 비슷하게 해석한 듯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전각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어떤 이결 제자가 비장한 얼굴로 다가왔다. 약관에서 이립 사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긴장된 눈빛으로 나와 그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내 앞에 떡하니 섰다. 나보다 덩치도 크고, 키도 큰 남자가 앞에 서니 내 몸에 그늘이 졌다.

그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곧 입을 열었다.

“사숙! 검술 잘 견식했습니다. 반수검이 그렇게 변형될 수도 있다니, 이 왕 모가 크게 개안(開眼)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내게 목례를 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여전히 주변 해남파의 무인들은 긴장하듯 날 보았다. 뭘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난 앞의 남자에게 같이 포권을 해줬다. 우리 둘은 동시에 포권을 풀고 마주보았다. 물론 내가 올려다보고 그는 내려다보는 식이었다.

“감사합니다. 사질.”

“사숙께서는 말을 낮추시지요. 어찌 사숙께서 사질에게 경어를 쓰신단 말입니까.”

“이게 편해서요.”

여전히 해남파의 무인들은 여기를 힐끗힐끗 보고 있고, 나보다 나이가 열 살은 많아 보이는 사람이 말을 놓으라고 한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이들 상식으로는 이게 정상인 걸까.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왕진현입니다.”

“그렇군요.”

내가 고민을 하고 있자 주변에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스멀스멀 몰려들었다.

“사, 사숙님. 삼대제자 유성해입니다.”

“이대제자 문구진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인사를 했다. 난 그제야 알았다. 사람들이 눈치를 보는 건 앞의 이대제자, 왕진현이 아니고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들에게 무슨 말이 어떻게 퍼졌는지는 모르나, 갑자기 이러니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배분이 높으면 이런 느낌이구나. 멋있네.”

명재희는 내 뒤에서 조그맣게 중얼댔다. 난 뒤를 돌아 슬쩍 말했다.

“우리 세가 비각주가 되면 너도 대우받을 수 있을 걸.”

“···생각해 보는 중이야. 부담 주지 마.”

여전히 해남파 사람들이 내게 말을 한 번씩 건네는 사이, 날 구해준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온 양초원이었다.

“사숙. 모시러 왔습니다.”

“네.”

난 그렇게 양초원을 따라가기 전에, 명재희랑 인사를 했다.

“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어.”

“그래.”

해남파 무인들도 양초원이 장문인을 모시고 있다는 걸 아니, 뿔뿔이 흩어졌다.

물론 무리에서는 아쉬워하는 소리들이 났다. 나랑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곧 내원으로 들어가니 외원과는 다른 고요함이 흘렀다.

양초원과 나는 나란히 걸었다. 죽통을 통해 물을 내리는 호수에서 깨끗한 파문이 일었다. 물소리와 더불어 양초원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저도 검법 잘 견식 했습니다. 검법에 지고한 깨달음이 담겨있는 것 같더군요.”

“그랬나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양초원은 말을 이었다.

“해남파는 중원 문파보다는 엄격하게 예절을 따지지 않습니다. 실전적인 검술과 결과적인 승리가 중요하고, 그런 예의범절 같은 게 오히려 그런 거에 방해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것 같더군요.”

해남파의 개파조사가 중원을 거부하며 온 곳이 해남도니까. 그 한 사람의 의념이 뿌리내려 전통이 된 것이었다.

“사숙께서 보여주신 검술은 해남파 사람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줬습니다. 거기에다가 네 개의 매듭을 달고 계시니, 사숙을 존경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죠. 애초에 문파들은 나이보다 배분을 우선하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그러니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양초원은 말을 잠깐 멈추고 머뭇거렸다. 이런저런 얘기를 했더니 우린 곧 장문인이 있는 대전 앞까지 도달했다.

“혹시 사숙께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느닷없이 양초원이 그렇게 말했다. 난 그를 잠깐 바라봤다. 꽤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뭔데요?”

“혹여 시간이 나실 때, 비무 한 번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말을 하는 양초원의 눈은 열망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세요. 가기 전까지 잠깐 시간이 남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양초원이 목례를 푹 했다. 비무라. 그게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다. 나 역시 해남의 검수와 실제로 맞상대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으니까.

난 대략적으로 비무 시간을 잡고 그렇게 장문인실로 올라갔다. 굳이 양초원의 안내는 필요 없었다. 나도 이제 해남파의 사람이고, 지리를 대충 아니 말이다.

“장문인, 금목환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난 문을 두드렸다. 곧바로 안에서 즉답이 돌아왔다.

“들어오거라.”

방문을 여니 적유엽은 바깥을 보고 있었던 듯 문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장문인을 뵙습니다.”

“그래, 목환아.”

적유엽은 내 차림을 보며 빙긋 웃었다. 특히 그의 눈은 내 허리춤에 가있었다. 내 옷은 그대로 입고 있었지만, 네 개의 매듭은 검병에 차고 왔기 때문이다.

“매듭이 보기 좋구나.”

“감사합니다.”

적유엽은 그 검을 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 검, 옛날 종남의 고인께서 쓰신 물건이군. 맞지?”

“알고 계셨군요.”

“나도 정확히는 몰라. 다만 종남에서는 거의 신물(神物)로 취급되는 물건인 것만 알뿐.”

“그렇군요.”

난 송로의 검병을 살짝 쓸어봤다.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어 꺼칠하면서도 따뜻한 촉감이 났다.

“그런데 왜 무림맹에 있었던 거죠?”

“그분이 무림맹에 선물로 준 거라고 하더군. 그 시기쯤 무림맹이 처음 발족했다고 하니까. 그러니까 종남이 신물로 취급하면서도 돌려달라고 얘기를 못하는 거지.”

“그렇군요. 그런 의미가 있으면 종남파에 갈 때 좀 곤란하겠군요.”

“맹주가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줘도 문제가 없으니까 줬을 게야.”

난 송로를 한 번 슬쩍 쳐다봤다. 그런 내막을 얘기안한 건 무림맹주의 심술은 아닐 터다. 그 나름의 생각은 있을 것. 허나 그 생각은 지금 내가 찾아온 목적과 동떨어져 있었다. 그건 적유엽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래. 사손이 어제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했지. 난 그게 궁금해.”

“네. 다름이 아니라 부탁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내 말에 적유엽은 크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거면 나야 환영이지. 해남파도 빚을 갚아야 하니까 말이야. 어떤 부탁이든 들어주고 싶군.”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형산파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형산파? 아, 충돌이 있던 건 알고 있었네만.”

나는 적유엽에게 형산파의 정보가 왜 필요한지 설명했다. 황금세가가 무너진 것이 애초에 마교의 계획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세가를 점거하고 있던 형산파, 천주성, 주산파에 마교의 간자들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의심한다는 것. 두 가지였다.

사실 마교의 계획일 수도 있다는 건, 전생에서 우리 세가가 마교에 먹혔던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상태에서는 완전한 심증이었다.

그래도 적유엽은 그것에 대해 묻지는 않았다. 정말 그냥 내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 우선인 것 같았다.

“어떤 말인지 알겠군. 형산파에 마교의 간자가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얘기구먼.”

“당시 인명부 같은 게 있으면 좋을 것 같군요. 대략 십 년 전에서 작년까지 정도.”

“그러면 제대로 찾아왔군. 형산파 같은 유명문파의 정보는 개방에서 다 관리하니까 말이야.”

“맞습니다.”

나는 긍정했다. 주산파 정도는 하오문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구파일방을 포함한 유명 문파들의 정보는 하오문에서 다루지 않았다. 문파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가능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하오문은 강호 전반과 생활의 정보들에 강점이 있고, 개방은 구파일방을 포함한 유명 문파들의 기밀 정보들에 강점이 있다. 적유엽 말대로 그에게밖에 부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개방에 내 연통을 넣어보마.”

“감사합니다.”

적유엽은 주저하지 않았다. 바로 종이를 펼쳐 내가 원하는 정보를 담고 새장에 있던 매를 날려 보냈다. 그야말로 확실한 일처리였다.

“언제쯤이면 도착할까요?”

“길어야 이틀?”

난 살짝 놀랐다. 개방은 하북에 있다. 해남에서 하북을 오가는데 그 시간이라. 놀라웠다.

“생각보다 빠른데요.”

“좋은 매도 있고, 좋은 조련사도 있으니. 그래도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무림맹의 비연각에서 쓰는 철취신응은 반나절이면 돌아올걸.”

“그렇군요.”

하나를 배웠다. 전생에서도 마교에서 정보를 물어다주면 그걸 분석하기만 바빴다. 비각을 세울 때 조련사가 필요하다라. 실용적인 정보였다.

“그래. 필요한 건 그게 끝이더냐?”

“네.”

난 즉답했다. 적유엽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내가 부탁할 차례로구나.”

난 잠깐 부탁이 뭘까, 생각해봤지만 적유엽이 내게 해가 되는 부탁을 하지는 않을 건 분명했다. 해남파와의 연결 고리도 중요해졌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도와야 했다.

“네.”

“네가 세가에 돌아갈 때, 해남파 몇몇 사람을 붙여도 되겠느냐?”

적유엽이 말했다.

“권동운 장로랑 초원이를 비롯해 여섯 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구나.”

나는 적유엽을 바라봤다. 적유엽의 미소는 아까보다 한 층 더 진해져 있었다. 이건 사실 부탁이 아니라, 내게 주는 도움과 같았다.

해남파 무인들이 세가로 들어온다는 건 인력 이상의 의미였다. 나도 어림잡아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 우리 황금세가가 형산파를 비롯한 명문문파들과 엮일 일이 많을 터였다. 그 점에서 해남파라는 기둥이 버텨주고 있다면, 그들도 함부로 하지는 못할 터였다.

“감사합니다.”

“뭘. 내가 부탁한 건데.”

내가 목례를 하자, 적유엽은 허허 웃었다.

다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받을 게 더 있을 줄은 몰랐다. 그건 해남파에게 부탁을 할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난 지금 해남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보상을 받은 셈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내가 생각하고 있던 황금세가의 형태가 잡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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