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세가 절대무신-66화 (67/225)

66화 무공 상승에 도움이 되겠군요

66화 무공 상승에 도움이 되겠군요

나는 시끄럽던 그 일행이 사라지자 곽진도 쪽으로 돌아왔다. 목송이라고 불렸던 남자와 일행의 뒷모습이 보였다. 목송으로 보이는 한 쪽은 빼빼 마르고 팔과 다리가 길쭉했고, 사손으로 보이는 한 쪽은 짧고 뚱뚱했다.

“악연이 있으신가보군요.”

“큼. 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구파에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곽진도가 말했다. 파도를 보면서 이야기를 들었으니 대충 이해는 됐다.

명문인 해남파 출신이면서 상계에 충성을 다하니 그것이 명예롭지 않다는 내용이 주였다. 목송은 무당파의 도사로 추정됐다. 도가에 목자 배분이 들어가는 파는 무당파밖에 없었으니까.

딱히 별 말은 없었다. 곽진도의 말대로 이건 내가 신경 쓸 일까지는 아니었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갑판에서 바다를 구경하다가 해남도의 항구에 도착했다.

“오. 예쁘다.”

명재희가 손으로 차양을 만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그렇게 중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그럴까. 풍경이 중원과는 완전히 달랐다.

나무가 중원들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았고, 해남의 사람들은 모시로 된 옷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강서도 중원에서는 따뜻한 편에 속하지만, 해남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해남의 항구 주변, 해구는 광주보다 번화하지는 않았다. 뭔가 섬에 사는 사람들이 소소하게 모여 사는 곳 같았다.

우리가 부두에서 내리고, 해남도로 들어갈 때 우리에게 전부 시선이 쏠렸다. 왜 끌리는지는 몰랐지만, 그건 곧 알게 되었다.

“에구, 곽 대협께서 오셨군!”

“곽 대협이라고?”

“웬일이야?”

역시 부두 근처에는 항구에서 막 내린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꾼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모두 곽진도를 알아보고 구름떼처럼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 주변이 인파로 몰리는 건 정말 눈 깜빡할 새였다. 명재희도, 갈유월도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

“곽 대협. 오늘 우리 가게에서 술 한 잔하지. 술값은 내가 낼 테니까.”

“어허. 술값을 내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를 지켜준 사람인데.”

“그렇지, 그렇지.”

곽진도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그들을 꽤 친근하게 대했다.

“됐소. 오늘은 여모봉(轝母峰)만 잠깐 들렀다 갈 거요.”

얼핏 뒤를 바라보니 목송과 뚱뚱한 아이의 주위에는 먼지만 날리고 있었다. 목송은 우리 쪽을 아니꼽게 바라보다가 길을 나섰다.

반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게 힘들었다. 곽진도는 정말 해남의 모든 사람에게 아는 척을 받는 것 같았다. 당연히 근처에 붙어있는 우리에게도 시선이 쏠렸다.

“애들이 예쁘기도 하지.”

“이것 좀 먹을 테냐?”

가까이 다가온 사람들은 우리에게 계속 무언가를 들려줬다. 곽진도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해남의 사람들은 통 듣지를 않았다.

결국 우리의 두 손은 당과나 과일들로 꽉 차게 됐다. 중원에서 볼 수 없는 과일들도 많았다. 너무 많아서 중간에 주머니 하나를 산 다음 들쳐메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

우리는 그런 우여곡절 끝에 객잔 하나로 들어왔다. 같은 해남도라고 해도 해남파가 있는 여모봉까지는 이주야는 걸린다고 했다.

“오, 곽 대협. 언제 해남에 오셨소.”

“그냥 할 일이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곽 대협에게 감사하고 있다오.”

객잔 주인은 해구의 사람들과 비슷한 말을 하며 방을 정해줬다. 가장 좋은 방이라고 했다. 내가 지불하려고 하니 그는 한사코 안 된다고 말했다.

“곽 대협이 우리의 목숨을 살려줬는데, 어찌 돈을 받을 수 있겠느냐.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다.”

객잔 주인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유심히 바라봤다.

“혹시 곽 대협과 너희 아이들은 어떤 관계인 거냐?”

“저는 제자고, 뒤의 둘은···”

난 잠깐 생각해봤다. 저들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그냥 대충 넘기기로 했다.

“친구들입니다.”

“오, 그렇구나! 그럼 곽 대협의 활약상은 잘 아느냐?”

객잔 주인의 눈이 빛났다. 곽진도는 그 눈빛에서 무언가 불길함을 발견했는지 바로 객잔 주인을 가로막았다.

“그냥 방이나 잡아주시오.”

“아뇨. 무슨 얘기인지 들어보고 싶네요. 스승님께서는 먼저 올라가 계셔도 됩니다.”

“큼. 뭐, 들을 가치는 별로 없는 얘기들이다만.”

곽진도는 딱 봐도 무슨 얘기를 할 줄 알고 있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너희들도 올라오려무나.”

“아뇨. 저도 듣고 갈게요.”

명재희와 갈유월도 곽진도의 옛날이 궁금했던 듯 객잔 주인 앞에 착석했다. 곽진도는 혀를 차며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곽진도가 없어지자 신난 눈의 객잔 주인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곽 대협은 우리 해남도 사람들한테 특별한 존재지. 이십년 전쯤 마교에게 습격당했을 때, 가장 양민들을 잘 돌봐준 사람이거든.”

“그렇군요.”

“물론 해남파의 무인들한테도 은혜를 입었지. 그들도 마교도를 퇴치했으니 말이야. 그러나 곽 대협처럼 해남의 민가를 돌아다니면서 마교도를 처치해준 사람은 드물었어. 그것도 거의 혈혈단신으로 말이야. 사람들이 도망갈 때도 죽음을 불사하고 혼자 마교도들을 막기도 했지.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재희와 갈유월은 살짝 감탄한 것 같았다. 중원 대륙에서 펼쳐도 존경받을 일을, 좁은 해남도 안에서 했으니 얼마나 칭송받았겠는가. 해남 사람들이 곽진도를 전부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런 대단한 분의 제자라니, 너도 분명히 훌륭한 사람이 될 거다.”

“감사합니다.”

결론은 결국 그것이었다. 스승님한테 잘하라는 것.

얘기가 딱 그렇게 마무리 지어질 때 문이 벌컥 열렸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쪽을 바라봤다. 그들도 우리를 바라봤는데, 바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바로 목송과 뚱뚱한 아이였다.

목송이라는 도사는 얼굴이 길쭉하고 희게 바래가는 수염을 가지고 있는 중년의 남자였다. 그 옆의 아이는 뚱뚱한 정도는 아니었고 몸이 부어있었다. 영약을 많이 먹으면 저렇게 되는 걸로 알고 있었다.

“곽진도는 어디 가고 아이들끼리만 있느냐?”

“먼저 방에 올라가셨습니다.”

“그래?”

내 대답을 들은 목송은 나와 명재희를 유심히 바라봤다.

“아까는 못 보던 아이들이구나. 혹시 너희들 중에 곽진도의 제자가 있는 거냐?”

“네. 접니다.”

내가 말하자 목송은 눈에 이채를 띄었다. 반면 옆에 있는 아이는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목송은 흥미롭다는 듯 내 옆으로 다가왔다.

“하긴, 황금세가의 공자니까 남자였겠구나. 난 무당파의 목송이라고 한다.”

“네. 황금세가의 금목환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때 옆에 있던 아이가 분개한 목소리를 번쩍 냈다.

“놈! 무당의 어른이라고 밝혔거늘 계속 앉아있는 태도는 무엇이냐! 검병에 있는 매듭들이 안 보이느냐!”

난 슥 눈을 돌려 옆의 매듭을 바라봤다. 네 개의 매듭이 묶여져 있었다. 무당은 오결이 장문인이고 사결이 장로급이라고 했다. 그럼 목송이라는 사람은 무당파의 장로인 것이다.

“청진(淸眞)아. 괜찮다. 상계의 아이니까 무림의 법도를 모를 수도 있지 않느냐.”

목송은 그렇게 말하면서 청진이라는 뚱뚱한 아이를 좀 더 부추기는 듯했다.

나는 청진을 바라보았다. 허리춤에는 매듭 두 개가 달려 있었다.

“난 황금세가의 가주야. 네가 그렇게 말 놓을 사람이 아니야.”

내 말에 목송과 청진이 말을 멈칫했다. 사실 한 세가의 가주라면 어느 정도 윗배분으로 쳐주기 마련이다. 물론, 무가에만 통하는 얘기였다. 곧 청진은 분노를 터뜨렸다.

“상계녀석이 무림에서 가주 취급을 받으려고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구나. 그럼 너 같은 꼬맹이에게 사조님이 경어라도 써야 된다는 거냐?”

객잔 안이 시끄러워졌다. 안에서 밥을 먹고 있던 사람도, 객잔 주인도 우리를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청진도 그렇고 나도 검을 메고 있으니, 객잔에서 싸움이 날까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바로 계단 측에서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렸다.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거냐!”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당연하지만 곽진도였다. 아마 방에 올라갔다가 시끄러운 걸 듣고 내려온 모양이었다.

“목송. 양민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는 아이를 제지하지도 않는 건가? 무당의 기강도 아주 썩어빠졌군.”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먼저 도리를 어긴 건 자네 제자라네. 분명히 내가 무당의 사람이라고 밝혔는데도 경의를 표하지 않더군. 무림의 선배를 대하는 태도부터 알려줘야 되겠던걸.”

목송은 날 바라봤다. 이 사태의 원인을 나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모양새였다. 나도 목송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스승님의 제자이기 이전에 황금세가의 가주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경어를 쓰는 건 연장자이기 때문이고 다른 의미는 없었습니다.”

목송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대꾸는 오히려 청진 쪽에서 나왔다.

“지금 상계 따위가···”

대꾸는 이어지지 않았다.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청진의 말을 끊었기 때문이다.

“상계니 뭐니 이래라 저래라 하기 전에 네놈 몸뚱이나 잘 관리해. 몸을 보니 무인보다는 동파육에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그 말에 객잔에 있던 사람들의 분위기가 얼었다. 지금까지는 말다툼 수준이었다면, 이건 조롱도 아니고 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원색적인 비난이었다. 심지어 그 말을 한 게 곽진도도 아니고, 지금껏 가만히 있던 갈유월이라는 게 문제였다.

곽진도와 목송이 놀란 건 물론이고 나도 살짝 놀랐다. 왜냐하면 갈유월은 정말 이번 해남행에서 입을 꾹 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랬던가. 그녀의 성격을 잠시 까먹고 있었다.

“아까부터 나 쳐다보는 것도 엄청 거슬렸어. 진짜 옆에 어른들만 없었으면 확.”

“···한낱 계집 따위가···!”

“한낱 계집 얼굴은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봤냐? 한낱 돼지새끼가.”

갈유월은 내 생각보다 욕을 잘했다. 나한테 꺼지라고 하는 건 아주 순화된 말인 듯했다. 확실히 갈유월과 명재희는 지나가던 남자아이들이 뒤를 돌아 다시 얼굴을 확인할 정도로 예쁜 얼굴이었다. 나도 이제 예쁜 얼굴의 기준을 대충 알았다.

“아이야. 무당의 문도를 모욕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느냐?”

차마 들어보지도 못했을 욕에 입이 얼어붙은 청진 대신 목송이 나섰다.

나름 정파의 명숙이라 부드럽게 대하는 듯했다. 그러나 갈유월은 정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아저씨도 좀 비겁하게 살지 마. 옆에서 애들 부추기고 조롱만 하고. 그딴 짓을 하니까 옆의 애가 보고 배운 거잖아.”

목송도 말이 막혔다. 그는 정말 어린 여자아이한테 이런 모욕을 듣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체 어떤 아이기에 이렇게 버릇이 없는가.

목송이 어물쩍하는 동안 청진이 발검했다. 그래도 뚱뚱한 몸과 맞지 않게 발검 실력은 깔끔했다.

“넌 지금 무당파의 중진을 모욕했다. 사조님. 비무를 허락해주십시오. 이건 넘어갈 사안이 아닙니다.”

“그래, 해.”

목송이 대답하기도 전에 갈유월이 대답했다.

“유월아.”

곽진도가 갈유월을 말렸다. 나도 갈유월을 바라봤지만 그녀는 눈을 싹 피했다. 이미 그녀의 눈은 비무를 하는 걸로 결정나있었다. 다시 그녀는 곽진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묵언수행을 하기 시작했다.

“뭐, 비무 정도면 괜찮지 않겠나. 우리가 말릴 수도 있고.”

목송은 그렇게 말했다. 곽진도는 다시 갈유월을 봤지만 그도 갈유월의 고집을 눈치 챈 듯했다.

곽진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객잔 주인을 바라보았다.

“···호신용 목검 있소?”

“다 낡은 목검이라 비무용은 아닌데···”

“오히려 괜찮군.”

객잔 주인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목검 두 개를 꺼내왔다. 그 잠깐의 사이에 비무가 성사된 것이다.

우리는 객잔 사람들이 안심하도록 인적 없는 곳까지 나아갔다. 곧 평야 비슷한 곳에서 우리들은 멈췄다.

서로 자연스럽게 열 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섰다.

“네년의 볼기짝을 치고 저 무례한 상계 놈도 혼내줘야겠구나.”

“해봐. 돼지야.”

“내가 뚱뚱한 게 아니라, 영약의 기운을 아직 흡수를 못해 붓기가 덜 빠진 거다!”

곽진도는 그 말싸움을 바라보며 내게 귓속말을 했다.

“해남파에는 해남의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검파이기 때문에 저렇게 중원에서 견식을 하러 오곤 하지.”

“그렇군요.”

“이런 시비가 많이 걸릴 텐데, 괜찮겠느냐?”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목송이 우렁차게 외쳤다.

“시작!”

서로의 신형이 곧장 중앙으로 날아갔다. 그들이 부딪치자 바로 퉁, 하고 북을 치는 소리가 났고 청진이 땅바닥에 곤두박질을 쳤다.

나는 눈을 까뒤집은 청진을 보며 말했다.

“무공 상승에 도움이 되겠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