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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가 절대무신-62화 (63/225)

62화 무공을 좀 만들어봤는데

62화 무공을 좀 만들어봤는데

“···참. 무슨 팔려가는 기분이구먼.”

“십만 냥에 팔려가는 거 맞지 않은가.”

남창 거리를 터덜터덜 걷는 강운과 목현학은 자신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았다. 맹주는 대뜸 황금세가로 가서 아이들 훈련을 맡으라고 했다. 딱히 말하는 기한도 없었다.

물론 강운과 목현학은 입을 모아 헛소리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막을 들어보니 갈 수밖에 없었다. 황금세가가 십만 냥을 지원을 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보답은 해야 했다는 말이었다.

무림맹이 얼마나 곤궁한 상황이었는지 알았던 강운과 목현학은 그 말에 군말 없이 남창으로 향했다.

“황금세가의 창고에는 최소 백만 냥은 있다는 거 아니겠나?”

“그건 너무 많은데. 그래도 그 정도는 있어야 무림맹한테 십만 냥이나 덥석 줄 수 있는 거겠지.”

강운의 말에 목현학이 답했다. 제갈헌의 지휘에 따라 무림맹도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었다.

십만 냥이라는 건 한 집단을 환골탈태시키기에 차고 넘치는 돈.

건물이 깔끔하게 바뀐 건 물론이며, 근처의 다른 건물을 샀다. 무림맹 무인들에게 가끔 포상 개념으로 주던 영약들도 전부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눈에 띄는 변화들이 많으니 중원의 시선은 무림맹에게 꽤 쏠려있었다.

그리고 그 무림맹이 어떻게 저런 돈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두 짐작하고 있는 바가 있었다. 바로 동맹이라고 여겨지는 황금세가의 지원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건 역시 가주가 바뀌어서 그런 거겠지.”

“아무래도 가주가 없는 세가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지 않은가. 그러니 맞다고 봐야지.”

“그 꼬마가 대담한 짓을 했어. 아무리 가주라도 그렇게 거액을 쓰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일 텐데.”

“그 꼬마는 예사 꼬마가 아니니까.”

저번에도 봤지만, 확실히 금목환이라는 아이는 대단하다는 말로도 설명하기 어려웠다. 심계면 심계, 지략이면 지략, 무력이면 무력 모두 그 나이대의 아이가 가질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심지어 한 번 본 무공을 따라한다는 경천동지할 재능까지. 중원에 주목받는 많은 후기지수들이 있지만, 목현학과 강운이 생각하기에 금목환을 넘을 수 있는 또래의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중원이 모를 뿐.

그들은 남창을 가로질러 황금세가로 들어갔다. 정문에 있는 호위무사들은 그들이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

“여기도 많이 바뀌었군.”

“굳이 바꿀 필요 없는데 바꾼 것 같은데.”

목현학과 강운이 세가 안으로 들어와서 장원을 둘러봤다. 먼젓번에 왔을 때도 화려했지만, 지금의 황금세가는 더 화려하게 바뀌어있었다. 외관의 변화도 변화지만, 내부의 활기가 많이 도는 게 더 눈에 띄었다.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지?”

“안내 시종이 없는 건가.”

외원을 가로질러 내원에 도착한 둘은 방황했다.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당연히 사람을 보내야 하는 법이다. 사람을 안 보낸 거면 황금세가의 예법이 잘못된 것이고, 사람을 보냈는데 그 사람이 늦는 거라면 그 사람이 잘못한 거다.

강운은 시종이 늦게 오면 한마디 하려고 준비했다. 곧 멀리서 느릿느릿 사람의 신형이 나타났다. 신형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졌다. 그 사람의 정체를 알아본 건 목현학이었다.

“···저 친구가 있었군.”

“그러게.”

귀찮다는 표정으로 다가온 사람은 시종도 아니었고, 예의가 있는 걸음걸이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래도 될 사람이었다.

비슷한 연배, 비슷한 무인인 곽진도였기 때문이다.

“손님맞이가 영 별로군.”

곽진도가 다가오자마자 강운이 말했다. 곽진도는 바로 받아쳤다.

“저번에 네놈들이 늦게 오기에 나도 좀 늦게 왔지.”

“우리가 언제 늦게 왔나?”

“저번에 세가 도우러 올 때 엄청 느렸었지.”

“눈이 아주 나빠졌군. 해남의 장문인께 그렇게나 두드려 맞더니 이제야 그 여파가 오는 모양이야.”

목현학과 강운, 곽진도는 그 이후로 살짝 실랑이를 벌였다. 당연히 드잡이질은 아니었다. 나름 친근함의 표시였다.

“너희야말로 검후하산(劍后下山) 때 다친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은데.”

“그만큼 열심히 싸운 거지. 그때 안 다치면 제대로 안 싸웠다는 말 아닌가?”

강운과 곽진도는 계속 티격태격 댔다. 목현학은 슬슬 빠졌다. 이 둘이 모이면 미주알고주알 과거 얘기를 하니 지겨웠다.

이십년 전 남해암습, 그 후 마교의 잔당들이 펼쳤던 해남의 국지적인 전투에서부터 팔년 전의 보타암 멸망의 시초였던 검후하산까지 그들은 많은 일을 함께 했으니 나올 수 있는 말들이었다.

목현학은 주제를 돌려 물었다.

“양하 형님은 요즘 뭐하시나?”

“병상에서 골골댄다고 하던데. 늙은이가 함부로 몸 굴리더니 그렇게 될 게 뻔했지.”

곽진도는 혀를 찼다. 같은 남해삼객 중 최고령 파수해옹 구양하. 이미 그때도 구양하는 팔순의 나이였다.

“여자를 그렇게 밝히더니, 이제는 못 밝히겠구먼.”

“그래서 매일 찾아가면 빨리 죽어야지, 하던 거군.”

옥묘각으로 향하는 셋이 클클 웃었다. 비슷한 배분을 가진 무인들의 대화 방식이란 대개 이랬다.

초출 때는 다정한 사람들도 많지만, 같이 나간 무인들이 죽으면 죽을수록 까칠해진다. 이런 대화법을 선택해야 나중에 죽었다는 얘기를 들어도 덤덤하게 욕 한 마디하고 흘려보낼 수 있었다.

곧 그들은 옥묘각에 도착했다. 옥묘각에는 바른 자세로 서있는 금목환이 있었다. 금목환은 그들이 다가오자 바로 목례를 했다.

“오셨습니까. 장로님들.”

“그래, 공자. 아니, 가주. 너무 어려서 가주라는 말이 잘 안 튀어나오는군.”

강운이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금목환의 몸을 빠르게 훑어봤다. 그건 목현학도 마찬가지였다.

그 둘의 생각은 똑같았다.

‘뭔가 달라졌군.’

사람의 자세나 근육을 보면 어떤 무공을 배웠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장법을 익힌 사람은 다른 곳보다 손바닥 피부가 두꺼운가 하면, 각법은 다리가 두껍다는 식이다.

옛날에는 허술함 속에 날카로움을 숨긴 전형적인 남해검수의 자세였으면, 지금은 뭔가 쉽사리 짐작할 수 없었다. 그저 안에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다는 건 느껴졌다.

“그래도 가주님이라고는 안 불러도 되겠지? 우리도 나이가 있지 않나.”

“당연합니다.”

금목환의 깔끔한 대답에 목현학과 강운의 표정이 밝아졌다.

“역시 열려있는 친구군. 가끔 오대세가 중 가주가 되면 배분도 낮으면서 맞먹으려는 놈이 있단 말이야.”

“남궁 가주 얘기하는 건가?”

“아니, 꼭 그 사람을 얘기한 건 아니고···”

둘의 만담이 진행될 조짐을 보이자 금목환은 방향을 틀어 곽진도에게 다시 한 번 인사했다.

“스승님도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뭐, 이왕 온 거 이들 좀 세게 굴리자고.”

“지금 당장은 힘듭니다. 여전히 영약 부작용이 몇몇 아이들한테는 남아있더군요. 휴식이 좀 필요합니다.”

금목환의 말에 강운과 목현학이 눈에 이채를 띄었다. 나이가 어떻든 무인들은 영약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 그 아이들은 강운과 목현학이 가르칠 아이들 아닌가.

“무슨 영약을 먹였기에 애들이 소화를 못하는가?”

“다 같은 걸 먹은 건 아니라서. 태양화리, 만년지극혈보, 만년빙정, 인형설삼 정도입니다.”

금목환의 대답에 강운과 목현학은 잠시 귀를 의심했다. 영약도 급이 있다. 그런데 금목환의 입에서 나오는 영약들은 구파일방의 적전제자한테나 간신히 주어지는 정도였다.

그걸 무인대 사람들에게 전부 줬다니. 그들이 놀랐던 이유는 또 있다.

보통 무인들을 기르기 전에 주는 영약들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강한 영약을 쓰면 오히려 독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고작해야 해남파의 해자환이거나, 소림사가 은자 오백 냥 정도의 가격으로 푸는 소환단 정도겠거니 했다.

강운은 최대한 놀란 티를 감추고 헛기침을 했다.

“혹시 무인대가 몇 명인가?”

“칠십 명 정도 됩니다.”

“아, 칠십 명.”

강운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계산에 들어갔다. 사실 시중에 잘 나오지도 않는 거라 계산을 하기 힘들었다. 정말 부르는 게 값인 영약들이라 최소 은자 몇천 냥은 되는 물건들이 아닌가.

반면 목현학은 계산도 하지 않고 바로 일축했다. 그도 강호에서 구른 게 몇십 년이 됐다. 심지어 무림맹의 비연각주를 삼대를 연속해서 맡았던 정보원이기도 했다. 중원의 암시장에 어떤 물건들이 올라오고 인기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만한 영약들이 시장에 칠십 개나 어찌 풀린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일세. 몇몇 개만 먹이고 다른 애들은 그나마 흔히 구할 수 있는 백년설삼 같은 걸 먹인 건 아닌가?”

“웃돈을 줘가면서 샀습니다. 가격을 올려서 구하니 생각보다 금방 구해지더군요.”

“···그런 게 웃돈을 주면 구해지나?”

원체 비싼 가격인데 웃돈을 준다는 발상을 한다라. 구파일방도 그 정도 사치를 부리지는 않았다. 금목환은 잠깐 눈을 윗쪽으로 굴리더니 말했다.

“시세의 최대 두 배까지 쳐준 것도 있죠.”

“···그런가?”

목현학은 할 말이 없었다. 금목환이 그런 허세를 부릴 사람이 아니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의문이 다 풀린 건 아니었다.

“그렇게 극강의 기운들을 가진 영약들을 다 소화하던가? 애초에 왜 음기, 양기가 정확히 갈리는 영약을 구했는지도 의문이군.”

“절맥인 애들을 구했거든요.”

그 대답에는 최대한 표정을 감추고 있던 목현학도 강운도 눈가가 파르르 떨릴 수밖에 없었다.

절맥인 아이들을 고쳐서 무인대를 만든다라. 그러면 이해도 됐다. 거의 꿈에서나 할 발상이다.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

“그렇게까지 안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금목환이 대답했다. 일단 강운과 목현학은 기가 한 번 죽고 말았다.

숫돌도 부족해 두 개의 검을 맞대어 갈아대는 무림맹 무사들에 비하면 지나치게 호화로웠다.

어찌나 심하면 제갈헌이 천기고에 있는 물건을 하나 파는 게 어떻냐고 건의를 했겠는가.

물론 황금세가라서 어느 정도 돈을 바를 줄은 알았지만 이건 생각도 못한 수준이었다.

“너무 과하게 지출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는군.”

“돈이야 또 벌리니까요.”

가끔 졸부들이 돈자랑을 할 때가 있다. 그런 걸 보면 재수 없지만, 금목환의 말투는 절대 자랑이 아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말투였다.

그리고 당장 자랑을 하면 어쩔 것인가. 당장 무공이든 돈이든 자랑을 하는 녀석은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 있으면 입을 꾹 닫는데, 그런 게 꼴불견스러운 것이다. 금목환을 돈으로 누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대로 돈 얘기만 하면 괜히 자신들의 빈곤함만 부각될 것 같아 강운은 주제를 돌렸다.

“그래, 그래. 그러면 우리가 당장 할 일은 없는거겠군?”

“그건 아닙니다.”

금목환이 말했다.

“사실 아이들에게 가르칠 무공을 좀 의논하고자 합니다.”

그 말에는 목현학과 강운도 침음을 흘렸다. 확실히 그건 생각을 하고 왔다. 이들은 무슨 무공을 익힐 것인가.

자신들의 무공을 알려주는 건 좀 그랬다. 아무리 그래도 이들의 비전 무공이다. 아무리 동맹이라지만 무림맹 무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준 바가 없는데, 외인에게 주는 건 껄끄러웠다.

그러나 금목환은 그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생뚱맞은 소리를 했다.

“제가 무공을 좀 만들어봤는데, 한 번 같이 보시고 점검해주셨으면 해서요.”

“···음?”

무슨 무공을 만든 걸, 음식을 준비한 집주인처럼 저리 가볍게 얘기한다는 말인가.

목현학과 강운은 금목환이 무공을 한 번 보면 따라할 수 있는 천재인 건 알고 있었지만, 무공을 만드는 것까지는 몰랐다. 그건 아예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연무장으로 잠깐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그 무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금목환이 말했다.

뒤를 돌아 연무장을 향하는 금목환을 바라보던 둘은 놀라는 걸 멈췄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열세 살에 무공을 만들었다는 얘기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무공들을 억지스럽게 조합한 다음 무공을 만들었다는 얼치기들이 워낙 많았으니까. 금목환이 무공을 ‘만들었다’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고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확률이 높았다.

둘은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금목환을 따라갔다. 마음을 침착하게 먹고 나니 금목환이 무공을 시연하는 게 도리어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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